싱글즈

하루 아침에 헤어지는 커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지난한 말다툼과 감정싸움 끝에 이별을 선택한다. 남자친구와 헤어져 슬픈 여자와 달리, 이별과 동시에 남자는 해방감과 고요한 일상에 편안함을 느낀다. 기말고사를 끝내고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처럼, 미뤄두었던 술 약속을 잡고 밤새워서 게임을 하며 솔로의 시간을 즐긴다. 여자친구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술자리를 떠나려는 친구들에게 “친구 밖에 없다”며 큰소리를 치며 늦은 귀가에 잔소리할 여자친구가 없다는 사실에도 만족한다.

게임과 술자리가 여전히 즐겁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울리지 않는 핸드폰에 때때로 외로움을 느낀다. ‘잘 지내는 걸까?’ 문득 궁금해지는 시기다. 종종 혼자 있는 시간에 여자친구와 나누었던 카톡 등을 다시금 되돌려 보기도 한다. 헤어지기 직전 전쟁 같던 싸움부터 알콩달콩 나누던 애정표현까지 이전의 대화를 읽으며 연애의 헛헛함을 느끼기도 한다. 조금 더 차분해진 감정으로 연애에 대해 생각한다. 남자친구와의 재회를 원한다면 3주 이후에 연락하는 것이 좋다.

동성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조금씩 지루해지면서 소개팅이나 모임에 참석해 새로운 이성을 만나려 노력하는 시기다. 동시에 전 여자친구에게 다른 썸남이 생긴 건 아닐까 불안해진다. SNS나 카톡 프사를 확인하며 여자친구의 근황을 확인하기도 한다. 피드, 댓글을 꼼꼼히 확인하며 자신보다 멋있는 이성이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여자친구의 행복한 사진에 자신을 잊고 잘 지내는 것 같아 괜스레 서운해진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거나 업무에 집중하며 자신의 삶에 몰두하는 여자와 달리 남자는 한 달이 지나서야 이별의 후폭풍이 찾아온다. 남자와 여자의 이별 온도가 뒤 바뀌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별 후 연인을 정리하는 기간에 대해 남자는 평균 1년 반, 여자는 3개월이 걸린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만큼 남자의 이별은 천천히 이뤄진다. 헤어지고 2-3달이 지나면서 남자는 자신이 여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했음을 깨닫게 된다. 동네 카페, 번화가의 맛집, 그 어딜 가도 여자친구와 함께 했던 곳뿐이라 더 허전한 마음이 든다. 둘 사이의 갈등을 되돌아보며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도 한다. 헤어진 2-3개월 차에 갑자기 ‘자니?’ 같은 카톡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당신을 향한 아련한 마음이 꼭 건강한 재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 이성적으로 생각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