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잠시 쉬겠습니다

조회수 2021. 2. 9. 16: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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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받는 연애, 애정 없는 연애 모두 Stop! 연애에도 일시정지가 필요하다.
출처: 이미지 출처 :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Case 1
사랑, 아니었나요?

어릴 때부터 아빠가 이상형이라고 늘 말해왔다. 엄마를 대하는 아빠의 태도에서 안정감이 느껴졌고, 저런 남자가 아빠라는 사실이 행복했다. 그 시절의 아빠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다정함을 보면서 ‘나는 사랑 받는 딸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아빠를 보고 자란 나는 호칭만 ‘아빠’에서 ‘오빠’로 변한 남자들을 주로 만나왔다.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발전하기 위해 대화하는 관계보다는 ‘넌 나만 믿고 따라와’라는 말을 하는 그런 남자들. 친구들은 손사래를 쳤지만 나는 그런 남자에게서 안정감을 느꼈다. 보호 받는 그 느낌을 사랑이라 여겼고, 그 사랑 속에서 나는 점점 남자친구가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는 단절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건넨 말 한마디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너 혼자 할 수 있는 건 뭐야?” 그 순간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TIP 그게 사랑이라 속지 말 것 습관은 정말 무섭다. 구속이 지겹다 말하면서도 어느덧 구속 받는 연애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상대방을 궁금해하는 마음과 집착은 다르다. 스스로를 약한 사람이라고 과소평가하지 말자. 상대방의 보호가 없어도 충분히 혼자 일어설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사랑하니까 보호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남자는 ‘얜 역시 나 아니면 안돼’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굴레 속에서 가장 힘든 것은 당신이다. 혼자 있고 싶은 날도, 혼자 하고 싶은 그 어떤 행동도 함께 해야 한다. 매사 상의가 아닌 허락을 구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연애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아빠와 오빠는 다르다. 태어나면서 내 의지가 아닌 채 받아들였던 아빠의 울타리를 벗어난 후 제 발로 오빠의 울타리로 들어가는 실수를 범하지 말자.

Case 2
사랑은 랜선을 타고

매칭 앱을 통해 남자를 만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솔직히 조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소개팅도 아니고,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아무것도 모른 채 만난다는 것이 꺼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이어 소개팅에 실패하고, 자존감은 한계를 모르고 점점 낮아졌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어느 날 밤, 호기심에 매칭 앱을 다운 받고,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사진을 꼭 올려야 한다고 해서 잘 나온 사진도 골라 업로드했다. 이제 겨우 회원 등록을 했을 뿐인데 바로 남자친구가 생긴 것 같은 설렘이 느껴졌다. 새벽 시간임에도 꽤 많은 메시지가 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인데도 꽤 대화가 잘 통했다. 그렇게 온라인에서 사람을 만나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스스로 너무 갇혀서 살았다는 반성도 하게 됐다. 그렇게 온라인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지 정확히 일주일 후 그가 연락처를 물었다. 이미 마음이 많이 기운 상태였기 때문에 연락처를 줬고, 그렇게 첫 통화를 하게 됐다.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목소리도 좋았고 대화도 잘 통했다. 그렇게 또 일주일 후 우리는 만남을 위한 약속을 정했고, 바로 그날 나는 실체도 보지 못한 친구 한 명을 잃었다.

TIP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어떤 일이건 경험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매칭 앱에 대한 불신이 있었지만 막상 시작한 후에는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매칭 앱과 친해졌다. 여기서 가장 큰 오류가 발생한다. 이 첫 경험을 전부라고 판단하는 것. 늘 그렇듯 어떤 조직에서나 이상한 사람은 있다. 매칭 앱에도 진상 질량보존의 법칙은 존재한다. 그저 운이 나빠 첫 만남에 진상을 만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처음부터 진상을 만났으니 앞으로 또 진상을 만날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생각을 달리하면 된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인연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달라진다. 단, 처음부터 매칭 앱을 통해 남자친구를 만날 생각은 접어두자. 어차피 얼굴이 보이는 것도 아니니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면서 ‘아니면 말고’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 만난 그 남자는 앞으로 당신이 만날 무수한 진상들 중 가장 하위레벨이니 상처 받지 말자. 스텝 바이 스텝, 차근차근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출처: 이미지 출처 :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Case 3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이쯤 되니 내가 변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지고지순한 마음을 보여주는 남자에게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꼭 나를 애태우는 남자에게만 마음이 간다. 최근에 만난 썸남은 분명 처음에는 과장을 조금 보태 말하자면, 저 하늘의 별도 달도 따줄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데 정말 고작 2주쯤 지났는데 그의 행동이 확연히 달라졌다. 전화는커녕 문자도 먼저 하는 법이 없고, 답장만 겨우 보내는 정도.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고, 오지도 않는 연락을 기다리며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당연히 업무에도 지장이 생겼고, 마감 날짜를 지키지 못해 동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상사에게 제대로 깨졌다. 그의 마음에 대한 확신만 있어도 이런 밀당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 텐데 그의 마음을 모르겠다. 이 게임에서 나는 승리할 수 있을까?

TIP 게임은 휴대폰에서 할 것 남녀 관계는 게임이 아니다. 우선 썸남과의 관계를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연애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라 할 수 없다. 타인의 감정에 확신을 기대하기 이전에 스스로의 감정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어차피 썸남과 연락도 안 되고, 혼자 동굴을 파고 들어가서 생각할 시간도 많아졌을 테니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자. 정말 이 남자를 좋아하는 건지, 단순히 약이 올라서 그러는 건지 말이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번 연애뿐 아니라 다음 연애에서 다른 타입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고 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나를 사랑하자는 뻔한 말보다는 내 안의 이야기를 듣는 여유를 가질 것을 추천한다. 내가 나의 목소리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Case 4
연인이 친구가 될 순 없나요?

누구나 부러워하는 오래된 남사친이 있었다. 각기 다른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조금 소원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슬리퍼 신고 만나 편하게 맥주 한잔을 할 수 있는 그런 사이였다. 그런데 그날은 술이 과했다. 신세 한탄을 안주 삼아 맥주로 시작해 소주로 마무리한 그날,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다음 날 친구는 갑자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고, 마침 외로웠던 나는 큰 고민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날의 그 선택이 이렇게 많은 후회를 가져다줄지 몰랐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취향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서로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간의 연애처럼 피 튀기는 싸움 없이 잔잔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친구로 지내온 시간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서히 우리는 멀어졌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 하나를 이렇게 잃었다.

TIP 결국 시간은 흐른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써도 결국 생각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날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지만 한 번 틀어진 관계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다만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이 친구를 어떤 방식으로든 옆에 두고 싶은지, 다시 친구로 돌아갈 자신이 있는지 말이다. 처음부터 남자로 다가온 사람과 이별하는 것과 친구였던 남자와 이별하는 것은 분명 상처의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섣불리 다른 사람으로 연인과 친구의 자리를 동시에 채우려고 애쓰지 말자. 완전히 그를 비워내지 않으면 그 두 가지 역할을 다 해줄 남자는 만날 수 없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그와의 관계를 재정립해보자.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혀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친구는 또 다른 친구로 잊혀지기 어렵다.

출처: 이미지 출처 : TVN 드라마 <화양연화-삶이꽃이되는순간>

Case 5
<연애의 참견>, 좋아하면 안 되나요?

요즘 나의 최애 프로그램은 <연애의 참견>.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연애가 꽤 정상적이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사연들이 쏟아지는 <연애의 참견>을 보자면 남자친구와 나의 싸움은 소꿉장난에 가깝다. 하지만 명확한 장점이 있으면 명확한 단점도 있는 법. <연애의 참견>을 매주 열혈 시청하다 보니 남친에 대한 의심이 늘었다. 가끔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남자친구를 오해하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남자친구에게 말을 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싸움 시작이다. 급기야 “너 <연애의 참견> 보면서부터 이상해졌어”라는 말과 함께 헤어짐을 통보 받았다. 하지만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걸 막을 수가 없다. 내 남친이 수많은 똥차에 해당이 안 된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TIP 쉬어라,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는 것처럼 <연애의 참견> 제작진은 “사연 지어낸 거죠?”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한다. 그만큼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운 사연이 많다. 이모와 조카가 부자(父子)를 사랑하고, 친구들과 여행 간다던 남친이 사실은 다른 여자와 신혼여행을 가기도 한다. 재미 삼아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지금 연애 중인 사람에게는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내 옆의 그가 오늘은 괜히 밉고, 날 사랑하는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면 둘 중 하나는 끊어야 한다. <연애의 참견>을 끊든지, 남친과의 연애를 그만두든지. 그러다가 남자친구가 조그만 불씨라도 제공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의심이 계속되고, 함께해서 행복할 수 없다면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야말로 우리의 연애에 휴식기를 갖는 것이다. 떨어져보면 안다. 이 남자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 혹은 이 남자도 역시나 그렇고 그런 남자였다는 것을.

Case 6
남자 없인 못 살아

솔직히 말하자면 성인이 되고 난 이후, 한두 달의 공백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연애를 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3년 정도 남자들을 만나고 또 헤어졌다. 주변에서 ‘쟨 남자 없이 못 사나 봐’라며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어봤다. 그렇게 10년의 시간 동안 숱한 남자와 이별했고, 5개월 전의 연애를 끝으로 잠시 연애를 멈췄다. 연애를 멈추고 얼마간은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야, 나 일어났어’라는 톡을 보낼 사람이 없다는 것에 막막했다. 아무도 내가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을 자는지 관심이 없는 듯한 기분. 순식간에 세상 속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내버려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지났고, 지금은 5개월차에 접어들었다. 10년 이상 연애를 해오던 내가, 남자 없인 못 사는 애라는 말을 들었던 내가 지금은 남자 없이 너무 잘 살고 있다.

TIP 연애는 플러스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연애를 하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연애 중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연애를 하면서도 스스로를 좀먹고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내 일과를 공유하고, 상대방의 일과도 공유 받으면서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는 연애, 물론 좋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연애를 하는 것은 언제나 찬성이지만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삶을 구원 받기 위해 하는 연애는 결국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함께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이다. 솔로 5개월차에 남자 없이도 너무 잘 살 수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면 이제 연애를 해도 좋은 시기가 왔다. 물론 그동안 가열차게 달려왔으니 조금 더 쉬는 것도 좋고. 열심히 쉰 만큼 다음 연애에서는 열심히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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