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인 청하의 행보, 그녀와 함께한 열두 시간
혈혈단신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 발을 디뎠던 그날이 떠올랐다. 첫 유럽 배낭여행을 하던 순간이다. 책에서만 보던 이미지들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분위기에 압도돼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멍하니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처음 방문하는 나라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감동을 선사할 때 느끼는 짜릿함이란. 역사의 도시에 처음 방문했다고 말하는 청하도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했다. 처음 만난 도시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던 날, 청하는 꾸밈없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Q 밀라노에서 어떤 일정을 소화하는가. 새로 발표한 곡인 ‘솔직히 지친다’의 재킷 촬영, 아이스버그 쇼룸 방문 및 컬렉션 참석이다. 그리고 <싱글즈>와의 화보 촬영이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아이스버그의 2020 F/W 패션쇼에 참석했다.
Q 해외 컬렉션 참석은 처음인가. 처음이다. 감사하게도 아이스버그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컬래버레이션 티셔츠 제작도 영광인데, 컬렉션까지 초대해줬다.
Q 컬래버레이션 티셔츠 얘기는 처음 들었다. 평소 강렬한 음악이나 팝아트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하더라. 통통 튀는 스타일의 아티스트를 찾고 있던 것 같다.
Q 아이스버그와 청하,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여름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예쁜 옷을 더 많이 입어볼 수 있었겠구나’ 싶은 욕심이 절로 생겼다. 이번에 발표하는 곡은 차분한 스타일의 발라드 곡이어서 아쉬웠다.
Q 어떤 곡인가. 수지 선배님의 ‘행복한 척’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를 작곡한 아르마딜로와 함께 작업한 곡이다. 두 노래처럼 직설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제목은 ‘솔직히 지친다’.
Q 제목이 공감된다. 해외 공연이 끝나고 처음 이 노래를 들었다. 모국이 아닌 곳에서 공연을 마쳤던 터라 굉장히 와닿았다. 사실 제목 때문에 ‘나 아직 안 지쳤는데, 누군가 내가 지쳤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동시에 들었지만. 지쳐서 발표하는 곡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한 번씩 지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런 느낌 정도로 가볍게 들어줬으면 한다.
Q 곡을 준비할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나. 노래가 직설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무겁게 느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담백하게 부르려고 노력했다.
Q 어떤 사람들이 들었으면 하는가. 사실 작은 바람은 퇴근길이나 퇴근 후나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 순간, 혹은 위로 받고 싶은 순간에 BGM처럼 틀어놓을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한다.
Q 앨범 계획도 있나. 준비 중이다. 발표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스포일러를 하자면, 다음 곡도 앨범은 아닐 거다. 그다음 곡은 몰라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앨범에 수록될 곡은 얼추 녹음이 마무리되어가는 상태라는 거다. 앨범 준비는 꾸준히 하고 있어서. 앨범이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떻게 비추어질지많이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