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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자주 먹는 음식, 라면의 영양은?

조회수 2020. 9. 16. 14: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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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별식을 해주려고 아이에게 원하는 메뉴를 물어보면 너무도 해맑게 “라면 먹고 싶어요!”라고 대답합니다. 아이의 아빠는 늦은 밤 생라면에 스프를 솔솔 뿌려 오도독오도독 부숴 먹으며 작은 행복을 느끼곤 합니다. 라면 사랑은 비단 우리 가정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에 오르면 두 번 놀라는데 하나는 절경 때문이고 또 하나는 맛 좋은 컵라면 때문이라지요.


저도 라면을 좋아합니다. 쉽게 구매할 수 있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데다 맛있기까지 하니까요. 그런데 영양상담실에서 자주 만났던 환자와 대학로 라면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날, “영양사 선생님도 라면 좋아하세요?”라는 인사말에 움찔하게 되는 건 왜일까요.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애정하지만 왠지 떳떳하게 즐길 수 없는 라면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맛있는 라면, 영양소 비율은?

술, 담배가 아닌 이상, 건강한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딱 잘라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요, 각 음식들 간의 균형이 중요하니까요.


(표1)은 연령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섭취의 적정 비율을 보여줍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당 4kcal의 에너지를 내고 지방은 1g당 9kcal의 에너지를 내는데, 이들 영양소를 통해 얻게 되는 에너지의 균형을 나타낸 것입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율은 연령별로 차이가 없고 지방 섭취 비율은 2세 이하의 영유아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그럼 이제 국내 A라면의 영양성분(표2)을 살펴볼까요. 우선, 라면 1개를 끓여 먹었을 때 500kcal를 섭취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그 에너지를 내기 위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기여한 비율을 괄호 안에 표시했습니다. 오호, 다행히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모두 (표1)의 권장 비율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매의 눈으로 살펴보면, 탄수화물과 지방은 각각 정상범위의 상한선에, 단백질은 하한선에 간당간당 걸려 있는 게 보이네요.

좀 더 영양가 있는 식사를 위해 단백질 비율을 높여보면 어떨까요. 라면의 단짝 친구 달걀을 라면에 풀어 넣어 봅시다. (표3)을 보면, 중간 크기 달걀 1개를 라면과 함께 먹게 되면 라면만 먹었을 때보다 탄수화물 비율은 63%에서 57%로 감소하고, 단백질은 8%에서 12%로 증가하여 좀 더 균형 잡힌 식사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뿔싸, 달걀에는 의외로 지방 함량이 많아서 지방의 비율이 29%에서 31%로 증가해 버리고 결국 3세 이상의 적정 에너지 비율을 벗어나게 됩니다. 반면, 전란 대신 달걀흰자(난백)를 섭취하면 지방, 포화지방산, 콜레스테롤 섭취가 증가하지 않은 채 단백질만 적절한 수준으로 보충할 수 있습니다.

달걀과 함께 먹은 라면 한 봉지의 포화지방산

좀 더 구체적으로, 키 160cm이고 하루 에너지 필요량이 1600kcal정도인 성인이 라면에 달걀을 넣어 먹는 상황을 생각해 볼까요. 2015년에 개정된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과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모두 성인의 포화지방산 섭취를 하루 에너지의 7%이하, 콜레스테롤은 하루 300mg미만으로 권장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 포화지방산은 하루 섭취량이 12g정도여야 하는데, 라면과 달걀(전란)을 함께 먹으면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섭취가 하루 권고량의 50%를 초과합니다. 한 끼를 라면으로 먹었다면 나머지 끼니와 간식에는 지방, 포화지방산 비율을 낮추는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9세 이상 성인은 라면에 달걀을 넣을 때 달걀흰자만 사용하는 것이 낫겠고요.

하루치 나트륨, 라면 한 개면 거의 섭취 완료

(한국인 영양섭취 기준)에서 권고하는 하루 나트륨 목표 섭취량은 2000mg이하입니다. 그런데 라면 1개에는 하루 목표 섭취량에 거의 근접한 1790mg의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면을 한 개 먹고 나머지 끼니에서 나트륨 섭취량을 200mg(소금 0.5g)이하로 줄이는 것은 실천하기가 쉽지 않겠지요. 따라서 라면을 드실 때는 젓가락을 이용하여 건더기 위주로 섭취하고, 국물은 반절 이상 남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면의 또 다른 단짝 김치는 어떨까요? 김치는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자주 먹는 음식 1위에 등극했고, 더불어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게 되는 주요 원인 식품 중 하나입니다. 라면 국물을 포기하면서 가까스로 줄여놓은 염분 섭취량을 김치 몇 젓가락으로 채우고 싶으신가요? 

라면에 김치는 절대 좋은 궁합이 아니라는 것, 기억해 주십시오.

에고, 머리야. 포화지방산, 당류, 나트륨 함량 등 뭐 이리 따져야 할 숫자들이 많은지... 이러한 수치들이 잘 와 닿지 않으시죠? 식품 신호등 표시제를 참고하여 이해하면 쉬워집니다. 정확한 명칭은 ‘어린이기호식품 신호등 표시제’이며 과잉 섭취 주의가 필요한 당류, 지방, 포화지방산, 나트륨을 가공식품 내의 함량에 따라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으로 나타내 한 눈에 영양성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표시제도입니다.


그중 라면과 같은 식사대용 가공품의 영양성분 등급 기준은 (표4)와 같습니다. (표2) 라면의 영양성분과 비교해 보면, 라면 1개에는 지방 16g, 포화지방산 5g, 나트륨 1790mg이 들어 있으므로 식품 신호등에 대입했을 때 지방, 포화지방산, 나트륨 모두에서 빨간불이 심하게 번쩍이게 됩니다. 즉, 라면은 우리 건강에 위협적인 지방, 포화지방산,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게 만드는 주의 식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식품 신호등 표시제가 아직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식약처의 권고사항입니다. 따라서 라면처럼 지방과 나트륨 함량이 높은 식품일수록 식품 신호등 표시가 잘 되어 있지 않은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식품을 구매할 때 식품 신호등 표시내용을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라면에 밥 한 공기?
고탄수화물, 고열량 식사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면 면발만 후루룩 먹고 끝내기엔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감칠맛 나는 라면 국물이 우리를 유혹하니까요. 이때 찬밥을 라면 국물에 말아 먹는다면 에너지의 비율은 어떻게 변하는지 보겠습니다[(표5) 참조]. 놀랍게도, 라면 면발을 다 먹고 밥 1공기를 국물에 말아 먹으면 식사 에너지의 탄수화물 비율이 63%에서 74%로 껑충 뛰어오릅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혈압, 대사증후군, 당뇨병을 진단 받은 사람들은 70%이상의 에너지를 탄수화물로부터 섭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60세 이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이러한 경향성은 더 뚜렷하고 청소년기의 대사증후군 지표에도 고탄수화물 식사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라면과 밥은 바람직하지 않은 조합이지요.


게다가 밥 1공기에 의해서 섭취 에너지도 500kcal에서 806kcal로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키가 160cm인 성인의 하루 에너지 필요량이 1600kcal정도인데, 라면과 공기밥으로 식사를 하게 된다면 하루 필요 에너지의 절반을 한 끼니에 섭취하게 됩니다.

이제는 라면 국물도 남기고 밥도 추가로 먹지 않겠다고 슬슬 다짐하게 되네요. 그런데 라면 1개의 면발이 나의 배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어떡하지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식사법이기도 합니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포만감까지 덤으로 주는 ‘채소반찬’과 함께 라면을 ‘꼭꼭 씹어’ 먹는 것입니다. 면류는 잘 안 씹고 후루룩 삼키기 쉬운데, 우리의 위장 건강을 지키고 포만중추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20~30번 충분히 꼭꼭 씹어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집 어린이와 그 아빠에게 라면 없는 세상은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융프라우까지 올라가서 라면을 먹는 건 다 이유가 있겠지요. 피할 수 없다면 좀 더 건강하게 즐겨 보세요. 한 번 더 생각하는 만큼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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