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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통증의학과 의사 요한처럼 환자 통증만 보고 10초 만에 병명 진단 가능할까요?

조회수 2019. 8. 21. 09: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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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 중인 드라마 [의사 요한]에는 ‘닥터 10초’라는 별명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인 주인공 차요한은 환자를 보는 즉시 병명을 진단해낸다.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기까지 딱 10초면 파악이 끝나는 천재 의사인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출처 - SBS 드라마 의사요한 공식 홈페이지

통증은 매우 주관적인 증상이다. 같은 수술을 받거나 같은 질환을 앓고 있어도 사람에 따라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

국제통증연구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ain)에서는 통증을 “실질적인 또는 잠재적인 조직 손상 또는 그러한 손상에 연관되어 표현되는 불유쾌한 감각과 정서적 경험”으로 정의한다.

통증은 조직 손상뿐만 아니라 환자의 정서 상태, 문화적 요소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통증의 치료 방법 역시 환자의 주관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통증 환자들을 대할 때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환자 개개인의 심리 및 사회적인 측면과 생물학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생물심리사회적 모델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통증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 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없는 실정이다.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의 표정, 움직임, 말 등을 통해서 종합적으로 통증을 짐작해야 한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통증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인 통증 치료의 출발점이라는 뜻이다. 

특히 만성통증 환자의 경우 진료 전에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사전 준비를 해서 의사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통증 부위를 정확하게 설명한다.

통증 부위에 따라 다양한 진단이 가능한 만큼, ‘여기저기 쑤신다.’ ‘온몸이 아파 죽겠다.’는 식의 모호한 대답보다는 통증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느 부위까지 이어졌는지 의료진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통증의 분류

체성통

피부, 근육, 뼈와 관련된 통증을 체성통이라고 하는데, 보통 한 부위에 국한되어 있고 찌르거나 쑤시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내장통

내부 장기에 의한 통증을 내장통이라고 하는데, 체성통에 비해 부위가 애매하며 쥐어짜거나 누르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방사통

통증이 발생한 부위로부터 주변의 다른 부위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며 대표적인 질환으로 디스크 돌출증이 있다. 디스크에 의해 팔이나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눌리는 경우 디스크가 위치한 목이나 허리뿐만 아니라 어깨를 거쳐 팔이나 손으로 통증이 이어지고, 엉덩이와 허벅지를 거쳐 종아리, 발까지 고통스러울 수 있다. 

연관통

통증 유발 부위와 동떨어진 곳에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연관통이라고 한다. 이는 내부 장기와 같은 감각신경을 공유하는 부위가 아픈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콩팥의 경우 허리나 양쪽 허벅지 바깥쪽 등에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 후 통증의 경우, 복강경 수술 후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는 수술 중 횡경막의 자극에 의한 연관통인 경우가 많다. 

둘째, 통증의 성격을 파악하자.

내가 겪은 통증이 어떤 느낌인지 떠올려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날카롭거나, 저리거나, 타는 듯하거나, 칼에 베이는 것 같은 통증은 신경병증성 통증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이다. 신경병증성 통증의 경우 다른 통증과 달리 진통제 외 항경련제나 항우울제 같은 약제가 필요할 수 있다. 통증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신경병증성 통증을 분별해내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셋째, 통증의 강도를 기록하자.

혈압, 혈당, 각종 혈액검사 수치와 달리 통증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부족하다. 당연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통증의 강도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도 많은 환자들은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잘 모르겠다”라거나 “낮보다 밤에 조금 더 아팠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말한다.

통증 강도는 치료효과를 판정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하다. 실제 임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평가방법으로 숫자통증등급과 시각통증등급이 있다.

숫자통증등급의 경우 통증이 없는 경우 0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을 10점이라고 가정하고 0에서 10까지의 숫자 중 현재 통증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점수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보통 1~4점을 경도, 5~6점을 중등도, 7~10점을 중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시각 통증 등급은 10cm 길이의 수평선 또는 수직선을 긋고 한쪽 끝(보통 왼쪽 또는 아래쪽)을 통증이 없는 경우, 다른 한쪽 끝(보통 오른쪽 또는 위쪽)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이라고 했을 때 그 사이에서 현재 통증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위치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은 주사 맞는 것이 통증 7에 해당하지만, 다른 사람은 3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통증 강도를 평가하는 것은 객관적인 수치를 도출해내는 것도 아니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평소 느꼈던 통증의 강도를 숫자로 표현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자.
넷째, 통증의 시작과 시간적 변화를 체크하자.

통증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시간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삼차신경통의 경우 날카로운 성질의 통증이 갑작스럽게 수 초 동안 지속한다. 신경병증성 통증의 경우 야간에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암성 통증의 경우 갑작스럽게 심한 통증이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돌발통이라고 한다. 이러한 돌발통에 대해서는 빠르게 작용할 수 있는 수 분 내에 작용하는 속효성 진통제가 필요할 수 있다. 

다섯째, 이전 치료 기록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

만성통증의 경우, 이전까지 어떻게 치료받았고 그 효과가 어떠하였는지에 대한 정보가 앞으로의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많은 치료가 진단적인 목적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신경병증성 통증의 경우 의심이 되는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이 치료이자 표준진단법인 경우가 많다. 이전에 받았던 치료가 어떤 효과가 있었는 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 설명해주면 의료진이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며 나아가 불필요한 치료를 피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외에도, 통증의 유병기간을 기억해야 한다.

통증이 급성으로 발생하였는지 아니면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발생했는지에 따라 감별 진단해야 될 질환들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평상시 통증을 완화시키는 요인과 악화시키는 요인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아침에 자고 일어날 때 허리가 아프다던가, 허리를 숙일 때 아프다, 온찜질을 하면 덜 아프다는 식의 경험을 알려주는 것도 참고사항이 된다.

실제로 드라마 [의사 요한] 속 차요한 교수처럼 환자를 보고 10초 만에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증 질환은 환자와 의료진의 상호작용을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치료를 ‘받는다’는 수동적인 입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의사에게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치료 계획을 결정하는데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결국 능동적인 참여의 시작은 자신의 증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다. 자신의 증상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의사는 진단을 내리고 치료 방침을 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통증은 객관적인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치료에 있어서 환자가 주는 정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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