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관절이 아픈 세가지 이유

조회수 2019. 6. 21. 17: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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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아파 진료실을 찾는 분 중에 ‘회전근개’라는 말을 모르는 분은 드물다. 인터넷이나 매스컴에서 제공하는 의학상식에서 많이 접하기 때문이리라. 회전근개가 유명한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어깨를 아프게 하는 병은 대부분 회전근개 힘줄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어깨 관절은 우리 몸에서 운동 범위가 가장 넓다. 다양한 방향으로 아주 넓게 움직인다. 류현진 선수가 야구공을 던지거나 정현 선수가 테니스 서브를 넣을 때 어깨의 움직임을 보면 어깨의 운동 범위가 얼마나 넓은 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세계적인 운동선수가 아닌 평범한 사람의 일상에서의 어깨 움직임도 장난이 아니다. 자동차 뒷좌석의 물건을 꺼내고, 주차권을 뽑고, 등을 긁고, 소매에 손을 넣어 옷을 입는 동작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어깨 병이 나면 무심코 해내던 일상생활 동작에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아픈 경험을 한다. 

어깨는 어떻게 그 넓은 운동 범위를 가지면서도
튼튼하게 온갖 힘든 일들을 척척 하는 것인가?

바로 회전근개 근육과 힘줄이 있기 때문이다. 회전근개 근육은 견갑골에서 시작하여 어깨 관절을 감싸며 힘줄로 변하여 상완골두(팔뼈의 머리 부분)에 붙는다.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근육이면서 동시에 어깨관절을 안정되게 잡아주는 인대의 역할을 한다. 아래는 MRI로 본 어깨와 회전근개의 모양이다. 

보통의 인대는 뼈와 뼈를 연결하는 수동적 구조물로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 관절의 운동 범위가 커져 어느 정도 이상 늘어나면 더 이상 못 움직이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인대의 한계를 넘어 무리하게 움직이면 인대가 찢어지고 관절이 어긋나는 상황이 된다. 무릎이나 발목을 삐는 염좌 혹은 더 심해지면 탈구가 되는 것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무릎이나 발목의 인대에 비해 어깨관절의 인대 역할을 하는 회전근개 힘줄은 회전근개 근육이 수축했다 늘어났다를 자유자재로 하기 때문에 단순한 인대에 비해 훨씬 많이 늘어나고 줄어들 수 있다. 또한, 팔이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즉, 회전근개 힘줄의 길이가 길든 짧든 간에 근육이 적절히 수축하여 힘줄이 적절한 힘을 유지할 수 있다(그림 2). 한마디로 인대 속에 근육을 장착하여, 인대가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줄어들면서도 늘 튼튼한 힘을 받을 수 있는 회전근개 근육과 힘줄이 있기 때문에 어깨 관절이 어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2. 무릎의 내,외측 측부인대(좌측)와 어깨의 회전근개 힘줄(우측)의 비교. 무릎의 측부인대는 수동적 조직으로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는데, 비해 어깨의 회전근개 힘줄은 관절을 감싸는 인대의 역할을 하지만 근육이 붙어 있어 길이를 자유자재로 늘이고 줄여 넓은 어깨 운동 범위를 가능케 한다.

어깨관절에서 회전근개 힘줄이 수축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하는 인대로 작용을 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진화의 축복이다.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전근개 힘줄이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고장이 나는 것이다.

어깨 관절 속의 ‘진화의 축복’, 회전근개 힘줄을 평생 요긴하게 사용하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상처가 생기고 심해지면 눈에 보이게 찢어지게 된다. 이 길고 긴 회전근개 힘줄의 일생에서 생기는 대표적인 어깨 통증이 세 가지 있다.

오십견 혹은 동결견으로 잘 알려진 유착성 관절낭염
힘줄 속에 석회 성분의 결절이 생기는 석회성 건염
힘줄이 찢어지는 회전근개 힘줄 손상

얼핏 보면 다른 병 같지만 다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유착성 관절낭염

유착성 관절낭염이란 어깨 관절을 잡고 있는 관절낭(관절주머니)속에 활액막(synovial membrane)이 있는데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서 매우 아프다가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섬유화가 일어나 어깨 관절이 굳는 병이다. 마치 우리 몸에 상처가 생기면 진물이 나오다가 흉터를 남기면서 낫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활액막에 염증이 생기는 이유는 관절낭에 붙어 있는 회전근개 힘줄이 찢어지면서 관절낭도 같이 찢어지거나 회전근개 힘줄 속에 생긴 석회 결절에서 가루가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나 회전근개 힘줄이 원인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석회성 건염

석회성 건염은 회전근개 힘줄 속에 뼈의 성분과 동일한 석회 물질(hydroxyapatite, 수산화인회석)이 뭉쳐져서 덩어리가 생기는 병이다. 뼈 성분의 석회 물질이지만 뼈를 구성하는 콜라젠 단백질은 없으므로 절대로 뼈는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석회성 건염은 석회 덩어리가 생기는 병이 아니라 덩어리가 녹을 때 생기는 병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석회 결절이 새로 생겨서 단단하게 뭉쳐 있을 때는 거의 통증이 없다. 석회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결절이 서서히 녹게 된다. 결절이 녹을 때 석회 물질이 힘줄이나, 관절, 점액낭 등에 녹아 들어가면 심한 염증을 일으키면서 아프게 된다. 석회 덩어리가 만들어져서 녹아 없어질 때까지 10년 이상 걸린다.  


석회가 작다면 저절로 녹아서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석회 결절이 크면 녹을 때 한 번에 많은 양의 석회 물질이 나와 엄청나게 심한 염증을 일으킨다. 그 통증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출산의 고통이나 배를 가르는 수술보다 더 심하다는 분들 가끔 본다. 이런 경우는 굵은 바늘을 넣어 석회 결절을 물로 씻어내는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 석회성 건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운동하는 사람 입장에서 석회성 건염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운동을 하면 할 수록 석회 가루가 더 많이 녹아내린다는 것이다. 이 말은 운동을 하면 할수록 어깨가 더 아파진다는 뜻임과 동시에 석회가 완전히 녹아 없어지는 완치의 시점을 더 앞당긴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아픔을 참고 운동을 하다 보면 석회가 다 녹아서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큰 석회가 있어 죽을 만큼 아플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소염제를 먹으면 견딜 수 있는 정도 아프면 참고 꾸준히 운동해도 되지만 그 정도를 넘어선다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회전근개 힘줄 손상

유착성 관절낭염이나 석회성 건염을 겪던 어깨가 더 나이가 들게 되면 회전근개 힘줄에 눈에 보이는 손상이 생긴다. 소위 말하는 회전근개 힘줄 손상이다. 멀쩡하던 어깨 힘줄이 찢어진다고 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나이가 들면서 흰머리 생기듯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노화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 아래 연구 결과를 보자. 


2006년 영국 세인트마리 병원 정형외과의 Reilly 박사는 ‘죽은 사람과 방사선과(현재 영상의학과) 의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Dead men and radiologists don't lie.’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논문*을 출판했다. 

Reilly P, Macleod I, Macfarlane R, Windley J, Emery RJ. Dead men and radiologists don't lie: a review of cadaveric and radiological studies of rotator cuff tear prevalence. Ann R Coll Surg Engl. 2006;88(2):116-21.

회전근개 힘줄 손상에 대한 보고서들을 모두 종합해 보니 ‘어깨통증이 전혀 없는 정상인의 26.2%에서 회전근개 힘줄 파열이 있었고, 어깨가 아픈지 안 아픈지를 알 수 없는 사체들에서는 30.24%에서 파열이 있었다.’는 것이다. 회전근개 힘줄 손상을 진단하는 “방사선과 의사”와 회전근개 힘줄 손상을 몸으로 직접 보여준 “사체”들의 결과가 일치하므로 둘 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기발한 제목이었다.

어깨가 전혀 아프지 않은 정상인들의 30%정도에서
회전근개 힘줄 손상이 있다는 것이 요점이다.

고등학교 졸업 30주년에 동기들을 모아 어깨 MRI를 찍어보면 어깨가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도 회전근개 힘줄이 찢어져 있을 확률이 30% 정도 된다는 뜻이다. 이들 중 전층파열(회전근개 힘줄에 양말 빵구가 나듯 전층에 걸쳐 찢어진 상태)은 10% 정도에 이른다고 보고하였다. 

출처: Minagawa H, Yamamoto N, Abe H, Fukuda M, Seki N, Kikuchi K, et al. Prevalence of symptomatic and asymptomatic rotator cuff tears in the general population: From mass-screening in one village. J Orthop. 2013;10(1):8-12.
일본 아키타의 정형외과 의사 미나가와(Hiroshi Minagawa) 박사는 일본의 한 시골 마을에서 전체인구 3117명 중 664명에게 초음파 검사를 하여 50대는 10.7%, 60대는 15.2%, 70대는 26.5%, 80대는 36.6%에서 전층파열이 관찰되더라는 보고를 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전층파열이 있는 사람 중 1/3만 어깨 통증이 있고 나머지는 전혀 아프지 않더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통증이 없는 전층파열이 많아진다는 보고다. 이 말은 회전근개 힘줄 파열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며 파열이 되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없이 잘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회전근개 힘줄 전층파열에 대한 수술적 치료 성적이 비수술적 치료보다 아주 월등하지 않더라는 보고1)도 있고 미국 정형외과학회의 가이드라인2)에는 통증이 있는 전층파열에 대한 수술은 옵션이고 통증이 없는 전층파열은 수술을 하지 말라고 한다. 더욱이, 평생 어깨가 아프지 않았는데도 전층파열이 있을 가능성이 꽤 있으므로 나이가 들면서 어깨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상황인 것이다. 

1) Moosmayer S, Lund G, Seljom US, Haldorsen B, Svege IC, Hennig T, et al. Tendon Repair Compared with Physiotherapy in the Treatment of Rotator Cuff Tears: A Randomized Controlled Study in 103 Cases with a Five-Year Follow-up. J Bone Joint Surg Am. 2014;96(18):1504-14.

2) Pedowitz RA, Yamaguchi K, Ahmad CS, Burks RT, Flatow EL, Green A, et al. Optimizing the management of rotator cuff problems. J Am Acad Orthop Surg. 2011;19(6):368-79.

다음 회에는 석회성 건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룰지, 아니면 회전근개 힘줄 손상에 도움 되는 운동에 대해 다룰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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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학과 교수 정선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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