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 여성들, 나 혼자 결혼한다

조회수 2017. 5. 6.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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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치아코리아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안정적인 직장과 능력만 있다면, 굳이 결혼할 필요 없이 연애만 즐기며 살아도 좋다고 답한 여성이 무려 77.5%에 달한다. 

즉 어느새 결혼은 이제,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의무가 아닌

개인의 선택 사항 중 하나가 되버린 것.

출처: 2017년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50세까지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1990년 0.5%

2010년 2.5% 에서

2025년엔 10.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다시 말해,

10년도 채 남지 않은 미래엔 10명 중 한 명의 여성이  

비혼상태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간다는 말이다. 


비혼이 어느새

거스를 수 없는 삶의 한 방식이 되어버린 지금.


여기 스스로를 비혼주의자라고 설명하는.

혹은 혼자만의 결혼식을 올린 여성들이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언제나 거리낌 없이 비혼주의자라고 밝힌다. 

여기엔 꽤 조심스러운 질문들이 붙는다.

"성장 과정중, 트라우마가 생겼거나,

결혼을 기피하게 된 어떤 상처라도 있나요?"

땡! 

난 오히려 '스위트 홈'에서 갓 구워낸 빵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자랐다. 

그래서 더 잘 안다. 

안정적인 결혼 생활과 이상적인 가정이 얼마나 '여자를 갈아 만들어야' 가능하며, 그 초인적인 일을 해내는 인간을 온 사회가 얼마나 당연하게 '표준'으로 설정하는지 말이다. 


한 인간이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고,

그것은 다양한 선택의 조합과 연쇄로 이루어진다. 


결혼은 그 중 하나의 선택이다. 

나는 아내나 며느리, 엄마로서는 형편 없는 인간이겠지만 다른 능력과 장점이 있다. 그러니 내게 맞는 방식, 혹은 내가 원하는 것들을 선택하며 내 삶을 꾸려가면 그만이다. 

나는 비혼이 완벽해서, 
기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서,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 비혼주의자가 된 게 아니다. 

그저 그 삶이 내게 더 맞고, 내가 원하고, 그에 수반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각오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나는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특별하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며, 결혼할 자유만큼 중요한 결혼하지 않을 자유의 향유다. 

밤 11시.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집안일에 매진한 엄마가 

유일하게 혼자 남겨지는 시간.


사실상 엄마의 휴식은 하루가 끝나기 전 두어 시간이 전부다. 새벽 6시가 되면 엄마는 주방으로 향한다. 아빠의 출근을 돕기 위해서.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밤 11시가 되면

엄마는 어김없이 TV앞에 앉는다. 


결혼한 남자는 경제적 빈곤에,

결혼한 여자는 시간전 빈곤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엄마는 전형적인 타임푸어에 가깝다.


엄마는 행복한가?

이것이 내 비혼 결심의 물꼬를 튼 의문이었다. 


가족의 평화는 언제나 무언가를 포기해 온 엄마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인식하고서부터 내게 결혼은 인생에서 꼭 성취해야만 하는 인륜지대사가 아니었다. 


물론 엄마가 불행하다는 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엄마의 삶은 숭고하다'는 말로 자식으로써 엄마의 삶에 떠넘긴 불행들을 피하려는 의도도 없다. 


나는 엄마의 삶을 존경하며, 그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한다. 그러나 엄마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치뤘던 희생들을 똑같이 해낼 자신이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엄마가 결혼으로부터 얻은 행복은 내게 너무 버겁고,

그래서 손에 쥘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비혼을 택한 이유는,

어떤 삶의 목적이나 현 가부장적 사회 권력에 대한 반발 때문이 아니다. 단지 엄마와 다른 행복을 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살짝 틀었을 뿐이다. 


싱글웨딩.

나홀로 올리는 결혼식.

결혼이 어려운 시대, 이성 없이도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경험하고 기록하고 싶어 하는 심리에서 나타나는 현상

비혼과 함께 싱글웨딩이 뜨고 있다. 

이미 웨딩 컨설팅 업체에서는 싱글 웨딩을 하나의 패키지로 상품화하고, 싱글 웨딩에 최적화된 '스드메'를 제공하는 웨딩 스튜디오도 늘어나는 추세. 


아무리 그렇다지만 내겐 여전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렸다. 믿을 수 없어 직접 찾아보기로 작정하고 준비하는 순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검색창에 싱글 웨딩이라는 단어만 입력해도

수십개의 업체가 주르륵 떴기 때문.

매달 싱글 웨딩을 문의하는 고객만 20분 정도예요. 세미 웨딩 촬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웨딩 플래너와 드레스 투어도 다니고 한복까지 꼼꼼히 준비합니다.

고객 대부분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으로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해요. 그중에선 애인이 있는데도 싱글 웨딩을 촬영하는 경우도 있구요.

비용은 대략 60만원부터 300만원 선.

조금 더 간소화시키면 30 ~ 50만원선까지 찾을 수 있다. (야외 촬영, 드레스의 수 등 옵션에 따라 추가 금액이 발생하기도 한다.)


나의 싱글 웨딩 비용은,

헤어와 메이크업에 12만원

드레스 대여 및 실내 촬영에 20만원.

32만원으로 싱글웨딩을 진행하며, 웨딩 플래너 · 포토그래퍼와의 컨셉 상의 후 촬영은 시작됐다. 

일반 웨딩에서는 신랑 신부가 최대한 잘 어우러져 보이게 신경쓰지만, 싱글 웨딩은 오직 한명의 고객이 가장 아름다워보이도록 초점을 맞추죠.
출처: 그라치아코리아

쉴 새 없이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고, 티아라를 매만져주는 스텝들 덕분에 정말 신부가 된 기분.


물론 나처럼 혼자만의 추억이 아닌, 싱글 웨딩 파티를 벌이는 이들도 있다. 정성껏 만든 청첩장으로 지인을 초청하고 비혼주의 선언을 하면서 축의금을 돌려받기도 한다. 

Q. 스드메에서 끝난게 아니라 정말 결혼식을 진행했다면서요?

애초엔 웨딩사진만 찍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결과물을 보고 나니까 식도 올리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20년지기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디너파티를 열었죠.

Q. 친구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파티 보름 전쯤 단체 카톡방에 모바일 청첩장을 띄웠어요. 보자마자 서로 앞다퉈 아이디어를 내놓느라 바빴죠. 되레 본인들이 더 신난듯해서 신기했어요.

Q. 파티 분위기는 어땠어요?

한번쯤 눈물이 터질 줄 알았는데, 진지한 축사 낭독의 시간에도 정말 유쾌했어요. 친구 두명이 축가랍시고 미쓰에이의 '남자없이 잘 살아'란 노래를 불러줬는데 다 같이 떼창하며 식을 끝냈죠.

Q. 결혼 자금은 어디서 마련했나요? 
더 큰 계획이 있다면요?

친구들과 모은 결혼계 중 제 몫을 돌려받았어요. 이번엔 그 돈으로 혼자 제주도 신혼여행을 다녀올 예정이예요.

그래서 얼마 전 '비혼 통장을 만들어서 다달이 적금을 붓고 있어요. 마흔 무렵엔 부모님을 모시고 비혼 선언식을 열고 싶어요.

친구들과 앞다투어 내놓은 아이디어로 

축가까지 부르는 진짜 결혼'식'을 치루기도 하고, 

Q. 어떤 사람들을 하객으로 초대했나요? 

결혼하지 않겠다고 밝혔을 때 저를 이해해주고 응원한 친구들만을 부르고, '민폐 하객 패션'을 드레스코드로 잡았는데 대부분 잘 지키더라구요. (웃음)

청첩장도 만들었어요. 최대한 청첩장스러운 카드를 사서 수작업을 했죠. '10월 어느 멋진 날, 저는 홀로 아름다운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라고 꾹꾹 눌러썼어요.

Q. 하객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재밌어하더라구요. 선물로 뭘 원하냐기에 축의금을 가지고 오라고 했어요. 반신반의 했는데 정말 빳빳한 현금을 봉투에 넣어 왔더라구요.

그 돈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팔찌를 샀어요. 나를 위한 예물 같은 느낌? 사실 사람들 앞에서 '난 앞으로 이렇게 살거야'를 밝히고 응원을 받았다는 게 제일 기뻤어요.

'축의금 환수파티'라는 이름 하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앞길을 축복하기도 했다. 


출처: 2017년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

비혼과 싱글웨딩.

한 사람의 인생을 결혼과 출산, 양육 등의 인륜지대사로 매듭짓지 않고, 인생 제 2막 오픈을 기념하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비혼'이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 중 하나가 되버린 지금. 

더 이상 비혼을 미완성 혹은 비정상으로 취급하지 말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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