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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의 자동차 프리즘

조회수 2017. 3. 16.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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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정하는 화보 제목 by 아레나옴므플러스
마세라티의 SUV다. SUV를 만들었다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먹음직스러운지 아닌지가 관건이다. 르반떼 S는 찬찬히 봐야 한다. 처음에는 심심할 수 있다. 느긋하게 바라보면 마세라티 세단에서 보던 선이 배어 나온다. 차체를 타고 파도 같은 선이 너울거린다. 어느새 첫인상은 그 너울에 젖어 흐물거린다. 실내는 제냐 에디션을 둘렀다. 빨간 가죽과 파란 직물을 적절한 비율로 조합했다. 원색적이지만 낯 뜨겁진 않다. 고급스러운 질감으로 은은하게 누른 까닭이다. 적당하게 파격적이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다. 마세라티 인테리어 수준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걸 증명한다. 여기까진 전채다. 마세라티는 시동을 켜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으니까. 그 안에 소리를 채워야 마세라티다워진다. V6로 덜어내도, SUV 형태로 키워도 여전하다. 바워스 앤 윌킨스 스피커 17개로 차체를 둘렀지만, 굳이 음악을 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메아리치듯 할퀴는 기계 짐승의 포효만으로도 드라이브 추천 곡이 꽉 찬다. 그 BGM에 합당한 거동까지 느낄 때면 SUV라는 장르를 망각한다. 르반떼 S는 확실히 먹음직스럽다.
믿음직스럽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다. 2년 전 아이슬란드였다. 눈보라 치는 겨울이었다. 어지간하면 운전하지 않는 게 상책인 날씨였다. 하지만 인솔자는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시동을 끌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단 하나 추가한 장비라면 스터드 타이어뿐이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라면 능히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렇게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함께 눈보라 헤치며 이틀을 달렸다.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으니 모험의 결과는 알 수 있으리라. 고난은커녕 더 난이도 높은 길을 찾아 나서고 싶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그럴 만했다. 미끄러지는 길을 네 바퀴로 움켜잡고 나아갔다. 조급하거나 위태롭지 않았다. 한결같이 편안했다. 그럴 수 있는 기술력 덕분이었다. 2년 후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운전자를 차분하게 만드는 성정은 여전했다. 인제니움 엔진으로 바뀌었어도.
GLE는 소리 없이 강했다. 이름이 GLE가 아니던 시절부터 그랬다. M클래스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ML로 불리던 시절부터. 사실 ML에서 짜릿한 감정을 발견하긴 쉽지 않다. 젊은이의 욕망을 자극하지도, 운전자에게 아드레날린을 주입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긴 세월 자신과 가족을 맡길 단 한 대로 꼽히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메르세데스-벤츠가 지향하는 자동차의 가치를 대변한다. GLE 쿠페는 그 가치에 감각을 더했다. 경쟁 브랜드의 성공이 자꾸 눈에 어른거렸을 테니까. 단지 뒤꽁무니만 깎은 수준은 아니다. 지붕 모양을 바꾸면서 높이를 낮추고 길이를 늘였다. 생김새에 합당한 거동도 훈련시켰다. 최대토크 63.2kg·m가 1,600rpm부터 터져 나온다. 그러니까 GLE 쿠페는 점잖으면서 멋도 부린, 때론 숨 막히는 박력도 있는 차란 얘기다.
BMW는 전기차 시대를 i3로 미리 그렸다. 대부분 기존 모델을 활용할 때 BMW는 새로 그렸다. BMW의 역동적인 성향이 드러난다.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이동 수단으로서 그에 맞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거다. i3는 2014년 4월에 출시됐다. 다른 차 같으면 부분 변경 모델을 기다릴 만한 시기다. 지금 i3를 볼 때 어떤 마음이 들까? 부분 변경이 궁금하기는커녕 출시 예정 차 같은 신선함이 있다. BMW가 제시한 미래적 개념이 퇴색되지 않아서다. 3년이나 지났는데도. 특히 실내는 지금 모터쇼에 콘셉트카로 내놓아도 될 정도다. 친환경차라는 콘셉트로 재료 선정까지 고심한 결과다. i3를 만드는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조차 풍력 발전으로만 생산할 정도로 파격적이었으니까. 단지 경제성이 아닌, 마음 자세가 달라질 수 있다. 양산 자동차 한 대가 도달한 지고한 경지다.
MKZ는 작년에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스프릿 윙 그릴을 버리고 일체형 그릴로 바꿨다. 앞으로 링컨의 얼굴을 책임질 패밀리 룩이다. 특별함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흡족해할 형태를 택했다. 무던한 그릴이지만 자세히 보면 링컨 엠블럼 같은 무늬로 촘촘하게 짰다. 정갈한 그릴 덕분에 주간주행등의 곡선이 도드라지는 효과도 생겼다. 물론 고래수염 그릴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링컨을 돌아볼 확률이 올라갔다. 세단 시장에선 독특함보다는 정갈함이 우대받으니까. 예전 MKZ가 오트 쿠튀르였다면, 신형은 말쑥한 수트처럼 편하게 다가온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거기에 효율적인 태도도 추가한 셈이다. 전기 모터가 조율하는 정숙성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다. 예전보다 함께하기에 편한 존재. 신형 MKZ 하이브리드의 위치다. 중형 세단으로서 합리적인 선택이다.

< ARENA 2017 3월호 >


PHOTO 기성율

EDITOR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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