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나리>노엘 케이트 조 단독 인터뷰

조회수 2021. 4. 23. 17: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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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덕분에 희망이 커졌어요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에 위치한 아칸소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이어나가는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려는 부모와 집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두 남매 그리고 이들을 돌보는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이 가족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따뜻하게 그리며 이민을 가지도 않은 관객들에게 가족애를 느끼게 만들지요. 


그런데, 이 등장인물들을 어디서 봤던가요? 배우 윤여정과 스티브연을 제외하면 거의 새로운 얼굴에 가까운 배우들입니다. 특히, 엄마를 위로하는 속 깊은 딸이자 묵묵히 동생을 돌보는 누나 ‘앤’역의 노엘 케이트 조는 이 영화가 첫 작품임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대체, 그녀는 누구일까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여준 연기력으로 눈길을 끈 배우 노엘 케이트 조에게 <미나리> 이후의 일상과 꿈에 대해 물었습니다.

'미나리'는 2020년 1월에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될 때부터 큰 주목을 받은 영화였어요. 그리고 오스카 후보에 오르기까지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가는 화제작이었고요. 촬영장에서는 이런 일이 이어질 거라 기대하진 못했을 거 같아요.

선댄스영화제에서 보낸 시간은 꿈만 같았어요. 모든 게 새롭고 재미있었죠.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났고, 제가 나온 영화를 처음 보게 된 것도 신기했죠. 선댄스영화제 이후로 바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다른 영화제에 참석할 수 없게 돼서 그런 관심을 직접 느껴보진 못했지만 많은 상을 탔다는 건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이예요.


혹시 '미나리'로 인해 남다른 주목을 받게 됐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절친한 동생 한나가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들에게 ‘내 베스트 프렌드가 '미나리'에 나왔다’고 자랑했다는 말을 듣고 아주 뿌듯했어요. 그런데 특별히 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던 거 같아요. 다만 가족들이나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미나리' 캐스팅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궁금해요.

엄마 친구 분께서 일간지에 올라온 아역 캐스팅 광고 글을 보고 제가 떠올라서 엄마한테 알려주셨대요. 엄마는 제가 캐스팅될 거라는 기대감이 전혀 없으셨지만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서 오디션 영상을 찍어서 보내기로 하셨다고 해요. 사실 저는 그저 엄마랑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이삭 감독님과 스티븐 연 선생님을 원격으로 뵙게 되기 전까지는요.

학교에서 연극부 활동을 했다고 하던데, 본래 배우가 되는데 관심이 있었던 걸까요?

실은 전문적인 연기 경력이 없어서 캐스팅 디렉터님께서 경력을 물어보실 때 3학년 때 반 친구들과 잠시 프로젝트로 만들었던 연극부로 활동했을 때의 경험을 말씀드렸어요. 어릴 때 막연하게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미녀와 야수>의 엠마 왓슨 연기를 보고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부터 배우를 꿈꾸게 됐어요.


남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 두렵진 않나 봐요.

특별히 연극 활동을 활발히 한 건 아니지만 2년 동안 학교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크게 느끼진 않았던 거 같아요. 하지만 많은 사람 앞에 저 혼자 선다고 생각하면 조금 떨릴 거 같긴 해요. 그래도 꿈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정이삭 감독님과 윤여정 씨와 한예리 씨, 스티븐 연 씨 그리고 앨런 킴 군까지, 모두가 함께 찍은 사진이 가족처럼 닮아서 화제가 됐어요. '미나리'를 촬영하며 다들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가 된 거 같기도 한데 처음 만난 배우들이 어떻게 느껴졌는지 궁금해요.

저도 '미나리' 가족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특히 한예리 선생님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한예리 선생님은 정말 아름답고 따뜻한 분이라 닮았다는 말을 듣게 되니 기분 좋았어요. 그리고 스티븐 연 선생님은 항상 쉴 틈 없이 연습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고요. 윤여정 선생님 연기는 보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앨런은 참 귀여웠는데 틈틈이 같이 게임도 하고, 친구처럼 잘 지냈죠.

경력이 많은 선배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굉장한 체험처럼 느껴졌을 거 같아요.

선생님들이 연기에 몰입하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촬영을 시작하면 바로 앤과 데이비드의 아빠, 엄마, 할머니가 되시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정이삭 감독님은 정말 자상한 사람처럼 보여요.

감독님은 정말 자상한 분이셨어요. 극한의 무더위와 숲의 벌레들 때문에 촬영이 힘든 와중에도 전혀 불편한 내색을 보이지 않으시고 모든 분들을 따뜻하게 대하셨거든요. 감독님과 대화만 해봐도 좋은 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촬영하는 내내 저와 앨런을 응원해 주셔서 고마웠죠.


'미나리'는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서 25일 동안 촬영했다고 들었어요. 어쩌면 집을 떠나서 가장 오랫동안 타지에 머물러본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촬영 기간 내내 날씨가 꽤 무더웠다고 하더군요. 집을 떠나 오클라호마에서 지내는 시간은 어땠나요?

일단 집을 떠나 있는 게 힘들진 않았어요. 6주 동안 엄마와 이모, 남동생까지 다 함께 지냈거든요. 물론 아빠도 보고 싶고, 교회 동생들도 생각나긴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 거 같아요. 다만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한 건 힘들었는데 너무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그런지 촬영 내내 즐거웠던 거 같아요.

'미나리'를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토네이도 신을 찍을 때에는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었어요. 반대로 제일 즐거웠던 건 폴 할아버지가 집에 오셔서 온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신이었죠. 음식이 너무 맛있었거든요.(웃음)


혹시 '미나리'로 인해 부모님께서 어떻게 미국에 살게 됐는지 궁금해진 적은 없나요?

특별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고, 부모님께 여쭤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여름마다 한국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한국에서 먹을 거나 신기한 물건을 바리바리 싸 오시는 게 순자 할머니랑 비슷하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차이가 있다면 '미나리'에서는 모니카가 감동하면서 살짝 눈물까지 흘리는데 엄마는 모니카처럼 우는 대신 ‘오예!’하시며 엄청 좋아하신다는 거죠.(웃음)


극 중에서 영어와 한국어 대사를 혼용해서 쓰는데 평소 한국어를 자주 쓰는 편인가요?

항상 집에서는 한국어로 말했어요. 아주 어린 시절에 잠시 한국에 있는 외할아버지 집에서 지낸 것이 한국어를 익히는데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매일같이 한국어 책을 읽어 주셨고, TV로 한국 방송을 자주 시청한 것도 한국어에 익숙해지는데 도움이 됐어요. '뽀로로', '구름빵', 'TV 유치원 파니파니', '방귀대장 뿡뿡이' '최고다! 호기심딱지' 같은 프로그램도 오랫동안 즐겨봤고요. 그런데 남동생은 한국말에 서툴러서 주로 영어로 대화해요. 아무래도 평소에는 '미나리'에서처럼 영어를 섞어서 대화할 때가 많죠.

실제 누나로서 경험한 것들이 앤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았나요?

맞아요. 실제로 남동생이 있었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일곱 살 터울의 남동생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존재예요. 촬영 중에도 동생 생각이 나서 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평소에는 또 많이 싸우는 사이이기도 해요.(웃음)


앤과 닮은 점이 있나요? 반대로 다른 점은?

독서를 좋아하거나 남동생을 돌보는 누나라는 책임감은 비슷한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확실히 앤과는 다른 누나였던 거 같아요. 동생에게 저는 좀 더 엄마 같은 존재였거든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 두 분 모두 일을 하셔서 동생을 씻기고, 먹이고, 재우곤 했어요. 성격도 달라요. 저는 말도 많고, 까불고, 덤벙거리는 성격인데 앤은 어른스럽게 차분하고 말도 별로 없죠. 게다가 앤은 파스타 요리도 만드는데 저는 시리얼이나 토스트 밖에 못하고요.


요즘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것들은 뭐예요?

부모님께서 미디어 시청 시간을 제한하셔서 요즘 인기 있는 방송을 잘 모르는 편이지만 '아는 형님'이나 '개그콘서트'의 지난 방송은 너무 재미있게 챙겨보고 있어요.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유행어가 한국에서는 이미 다 지나간 유행어라고 들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동생한테 알려주고 서로 따라하며 놀기도 해요. 그 외에 평소에는 그리기와 만들기를 자주 하고요.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을 하거나 레고를 만드는 것도 좋아요. 건축디자인 분야도 좋아하고요.

한국에서도 '미나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코로나19 유행만 아니었다면 한국에 내한할 기회가 있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만약 한국에 온다면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일단 할아버지, 할머니를 꼭 뵙고 싶어요. 어릴 적에 다녔던 곳도 동생과 함께 가보고 싶고, 아빠 고향도, 맛집도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아는 형님' 삼촌들을 만나 사인도 받고, 허경환 삼촌도 만나보고 싶어요!(웃음)


한국에 왔을 때 '미나리'를 본 관객들이 노엘 양을 알아볼지도 몰라요. 만약 그런 경험을 하면 어떤 기분이 들 거 같아요?

'미나리' 촬영이 끝난 이후부터는 다시 예전처럼 평범한 생활로 돌아와서 누가 저를 배우라고 알아보고 특별하게 여길 거라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막상 그런 일이 생기면 기분이 이상할 거 같아요.

'미나리' 덕분에 배우라는 꿈이 더 커지지 않았나요? 혹시 다른 꿈도 있나요?

꿈이 더 커지기보단 희망이 더 커졌어요. 진짜 배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요. 그런데 만약 배우가 될 수 없다면 절친한 한나와 함께 카페를 열고 싶어요. 왜냐하면 한나와 제가 빵을 엄청 좋아하니까 마음껏 빵도 먹으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거든요. 한편으론 건축가도 되고 싶고, 발명가도 되고 싶고, 소설가도 되고 싶어요.


'미나리'를 보고 싶어하는 또래 친구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나요?

저는 '미나리'가 아름다운 가족과 함께 숲, 풀, 하늘 같은 자연 풍경도 아름답게 담긴 영화라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에도 흥미를 느끼면 좋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가족을 이루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영화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요. 그걸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아요.


'베스트베이비 BESTBABY'

기획 이제훈, 양한나
민용준
(영화 저널리스트&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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