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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모녀가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조회수 2021. 4. 12. 12: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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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모녀가 만나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두 쌍의 모녀가 한 스튜디오에 모였다.

딸에게 받은 질문을 똑같이

엄마에게 질문해보기로 했다.


10살 딸과 마주 앉으면 엄마가 되었다가,

의자를 돌려 앉으면 이내 

62살 엄마의 소중한 딸이 된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금쪽같은 딸.

그리고, 누군가의 엄마가 된 이후로는

정작 얼굴 보기 힘든 우리 엄마.


매일 봐도 좋은 딸과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엄마.


언제나 나와 함께라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두 사람과 나란히 앉았다.


생소하게 다가오는 엄마의 취미.


딸 은채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당연히 알 것이라 자신하지만,


정작 나는 엄마를 기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잘 모른다.


못 본 사이 엄마가 변한 걸까.

아니면 내가 변해버린 걸까.


그러고 보니, 베란다 화분을 한참

들여다보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취미라고 생각해서

별 뜻 없으리라 넘길 뻔했지만,


어머니의 뒷모습의 의미를

깨닫자 입안이 씁쓸해진다.


바라는 것이 없다며, 

싱긋 웃어 보인다.


딸의 미래에 내 

욕심을 싣지 않는다.


행복하다면, 그걸로 되었다.


대답을 예상한 듯 차마

마주치지 못하는 두 눈,

시선은 낮게 깔린다.


무거워진 공기 사이로 갈 곳을

잃은 자조적인 말들이 가라 앉는다.


'애물단지'라는 한 단어로

어렴풋이 속마음을 드러냈던 그때,


질문을 기회 삼아 낡은 피아노와 함께

속 시원히 버리지 못해서


지금까지 마음 한켠 오래도

머물렀던 질문 하나.


그때 그 질문을 엄마는 

기억하고 있을까?


딸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며 더욱 강조했던 건,


엄마의 꿈을 짊어지느라 애썼던

어린 시절 자신에게 

건넨 위로가 아닐까.


담담한 어조로,

원망 대신 이뤄주지 못한

꿈에 대한 미안함을 전한다.


자랑스럽다는 말 한마디에

안도의 눈빛이 스쳐 지나간다.


오랫동안 어깨에 이고 있던 

짐을 한시름 놓은 편안한 웃음이다.


과장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나의 온 세상만큼 사랑한다.


닳고 닳아 진부해 

져버린 표현이지만


대신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마디와 마디 사이를 천천히

떼어내어 진득하니 마음을 표현한다.


어린 시절에는 한 가족이었지만,

어느새 각자 지켜야 할 가정이 생겼다.


앞으로는 함께 보내온 시간보다

적은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할 것이다.


항상 늦게 깨달아,

뒤늦은 후회를 한다.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엄마.


이미 겪었던 아픔이고, 회한이다.


딸은 조금 더 일찍 깨닫고,

덜 후회하길 바라는 마음이 보인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이가 있다.


꼭 겪어 보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


정신 없이 아이를 키우다가

문득 그 시절 엄마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엄마도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사랑한다는 걸,


짧은 시간의 대화였지만,

이제서야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시곗바늘은 돌아서 제자리로 온다.

언젠가 은채도 오늘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 오간 눈빛의 깊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You were a kid once
당신도 한 때 어린아이였어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떠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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