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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은 노답, 하지만 매력적인 ‘배귤’ < 인간수업> 박주현

< 인간수업> 박주현 10문 1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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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집안에 학교에서 핵인싸 ‘배규리’. 심심풀이로 남의 물건을 훔쳐 중고 사이트에 파는가 하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우아와 가식 떠는 엄마와 아빠를 향해 ‘빵’하고 상상의 총질을 해댄다. 우연히 반 친구가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라는 것을 알아챈 후 약점 잡아 한 몫 챙기겠다고 가담한다. 대범하게 사업 확장을 제안하는, 무서운 것도 도덕도 양심도 없는 인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래도 매력 있고 계속 보고 싶다. 날카로운 소재와 강렬한 서사, 선을 넘지 않는 연출과 생생한 연기 그리고 미장센 등 < 인간수업>을 단숨에 정주행하게 만드는 무기 중 단연코 발군이다. 강한 흡인력으로 관객을 빨아들이는 ‘배귤’ 박주현을 화상으로 만났다.


Q1. 

< 인간수업> 공개 후 ‘배규리’(박주현) 캐릭터를 향한 반응이 뜨겁다. 예상치 못했거나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또 요즘 소소한 행복 거리가 있다면.


< 인간수업>으로 행복한 나날이다. 평소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 강아지 복덩이와 한강 주변을 산책한다.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벗게 되면 더 행복할 것 같다.

평소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드라마에 대한 전체적인 반응과 내 연기에 대한 평가 등 두루두루 많이 찾아보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통해 많이 배운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배규리가 외부에 자신을 포장하는 것을 보며 본인의 삶을 돌아봤다는 반응이다. 보면서 울컥했다.

< 인간수업> 제작발표회 당시

Q2. 

배규리는 매력적이나 상식적으로 정말 납득하기 힘든 면을 지니고 있다. 어떤 부분에 끌렸나.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고 생동감 있고 리얼리티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다루기 힘든 고등학생 성매매라는 소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뻤고 캐릭터가 진취적이라 더 욕심났다. 


범죄를 저지르지만, 선악을 떠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한편으론 고민했던 게 극 중에서 행하는 성매매 등이 분명히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인데 낯설게 다가왔다는 거다. 평소 너무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Q3. 

배규리는 여러 층을 지닌 인물이다.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과 방향은. 10대 문화가 생소하거나 충격적이지 않았나. 


성숙해서 너무 아이 같지 않기도 어떤 순간에는 너무 얘 같기도 한 복잡한 친구다. 그를 움직이는 뿌리, 즉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 심리를 파고 들어가 꼬리에 꼬리는 물고 이유를 헤아려 보니 규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어떻게 극을 끌어갈지가 좀 수월해졌다. 또 작품이 하려는 이야기와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대해 넓게 보려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꽤 돼서(박주현은 1994년생) 요즘 10대가 사용하는 급식체 중 모르는 부분이 많았지만, 욕설과 폭력 등은 낯설지 않았다.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사건 사고가 잦았거든. 급식체는 네이버나 구글에서 급식체 모음을 찾아가며 익혔다.

< 인간수업> 중

Q4. 

김진민 감독의 조언이나 피드백 혹은 연기 디렉팅은. 또 참고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


나를 처음 발굴해준 분이라 감사하는 마음이 컸고,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각오가 확실했다. 김진민 감독님은 뛰어난 리더시다. 현장의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를 현명하게 잘 끌고 가는, 현장이 배라면 감독님은 정말 훌륭한 선장님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워낙 사교적이다 보니 현장에 가면 먼저 인사 다닌 후 촬영에 들어가곤 했는데 한 번은 규리가 인싸적인 모습이지만, 과연 마음속부터 인싸인지 질문해 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지 조언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규리 캐릭터의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다. 타인에게 말하는 순간에도 상대와 반응에 집착해 좋은 이미지를 어필하려는 것은 아닐까 반문하면서 규리가 절대 밝은 친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캐릭터를 스스로 만들어 가라고 하셔서 처음부터 오히려 다른 작품이나 캐릭터는 배제하고 들어갔었다. 다만 평소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라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를 들으며 규리 같다고 생각했다. 신기한 게 감독님이 나중에 한번 보라면서 그의 뮤직비디오를 보내주셨는데, 그때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Q5. 연기적으로 쾌감이 컸을 것 같다. 연기하면서 흥미로웠던 장면과 명대사를 꼽는다면.


정말 그랬다. 예를 들면 ‘기태’(남윤수)에게 맞을 위기에 처한 ‘지수’(김동희)를 구해주려 거짓말하며 ‘기태’를 몰아붙이는 장면이 그렇다. 정말 쾌감을 많이 느꼈다. 배규리는 본심을 숨긴 채 거짓 연기로 주변 이들을 속이고 이용하는 데 능숙하다. 극 중 학생주임 앞에서 펑펑 울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장면이 있다. 일명 메소드 연기인데(웃음) 배규리가 한 말들이 100% 거짓이고 연기인 걸까. 거짓과 진심 사이 그 어디쯤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연기하면서도 내내 긴장하고 마치 밀당하듯이 촬영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 역시 좀 전에 말한 5화 중 학생주임을 향해 폭풍 오열하는 장면에 나온다. 개인적으로 규리라는 캐릭터에 확신이 든 장면이다. “제 숨 냄새가 가끔 토 나오거든요. 아무것도 안 해도 숨이 쉬어지니까요”라는 대사가 정말 가슴 아팠다. 고2 학생이 숨 쉬는 것에서조차 이유를 갈구하는 게 특히 그랬다.

< 인간수업> 중

Q6. 

배규리와 박주현 간에 싱크로율은. 즉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또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닮은 점은 인싸적인 부분인데 이게 좀 애매하다. 규리는 타고난 인싸라기보다 그런 척한다고 생각한다. 리더십 있고 교우 관계가 좋고, 성적 등 여러 성취가 뛰어난데 이런 모습은 규리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것이지 진정 원해서는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보이는 모습은 실제 나와 유사하다. 다른 점은 난 눈물도 웃음도 많다. 극 중 규리가 감정 콘트롤에 능한 인물이라 감정을 누르면서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어떤 장르이든 선역과 악역 중 어떤 역을 맡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예쁘고 연기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딘가 정이 가고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인물을 구축하고 싶다. 한마디로 박주현은 ‘연기가 참 매력적’ 혹은 ‘캐릭터를 매력 있게 만드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Q7. 

부모에게조차 애정 없는 배규리가 ‘지수’를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특별하다. 절대적인 지지와 나아가 자기희생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규리에게 지수란. 또 배우 박주현에게 규리란.


아마도.. 처음에는 호기심이 생기는 신선한 존재였을 거다. 그간 겪어보지 못한 친구이니 말이다. 지수가 벌이는 성매매 주선 역시 반항심과 호기심에 가담하지만, 그 후 서로 상처를 주면서도 결국 없으면 안 되는 애증의 관계로 발전한다. 지수나 규리나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한 친구들인데 그게 서로였던 거다. 또 범죄에 점점 얽히면서 서로를 도울 수밖에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규리’는 첫 작품이고 정말 노력을 많이 했기에 무엇보다 각별한 존재다. 부담감에 잠을 자지 못하고 날 밤 샌 후 촬영에 나간 적도 있었는데 그런 부담감과 피로감조차 기뻤다. 규리 때문에 울고, 웃고, 행복했다. 극 중 지수와 규리처럼 나와 규리 역시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웃음) 다 끝난 지금은 (규리가) 마냥 사랑스럽다.

Q8. 

극 후반부 지수의 꿈(혹은 상상)에서 소라게와 사슴벌레가 나란히 자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러 의미로 해석 가능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어떻게 이해했나.


알다시피 지수의 꿈과 규리의 상상들이 때때로 삽입된다. 불안한 심리와 희망을 상상력 넘치고 자유롭게 표현한 지점이라 개인적으로 흥미롭다고 생각하고 높이 사는 부분이다. 상징이란 게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더 좋은 것 같다. 사슴벌레는 누구, 소라게는 또 누구, 이렇게 단정적으로 규정하기보다 각자의 해석에 맡기는 게 더욱더 재미있지 않을까.


Q9.

‘지수’역의 김동희, ‘민희’역의 정다빈, ‘기태’역의 남윤수 모두 신인에 또래라 편하게 작업하는 한편 자극도 됐을 것 같다. 어떤가. 또 최민수, 김여진, 박혁권 등 베테랑 선배와 함께했다.


나를 포함한 넷의 색이 아주 다르다. 친구마다 개성과 매력이 확실히 흥미로웠고 (말했듯) 신인에 또래다 보니 서로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없어서는 안 될 친구들이다. 정다빈과는 개인적으로 통화를 자주 하며 속마음을 털어놓고 조언과 응원을 나눴다. 선배님들이 안 계셨다면 우리 드라마가 없었다고 확신한다. 정말 무게를 딱 잡아주셨다. 나이와 경력 차이가 큰 데도 불구하고 애정과 관심으로 바라봐 주셨다. 훗날 내가 어떤 선배가 되면 좋을지, 이상적인 선배 상을 체험한 현장이었다.


Q10. 

작년에 촬영 종료 후 공개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인간수업>이 데뷔작인데, 참여 전후 변화가 있다면. ‘괴물 신인’, ‘제2의 심은하’ 등 극찬이 많다.


코로나 사태로 외출이나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는 상황이라 대중의 반응은 잘 모르겠는데 다만 학교에 가니 요즘 좀 핫(?)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모르는 선배나 후배가 말 거기도 하고 사진 찍자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웃음) 좋은 의미로 별명을 지어 주셔서 부담감도 크지만, 그보다는 감사함이 더 크다. 심은하 배우는 내겐 정말 저 멀리, 다른 차원에 있는 대선배님이시다. 엄마가 젊은 시절에 심은하 선배님을 닮았다는 소리를 종종 들으셨다는데 한편으로 신기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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