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나만의 인생 시나리오를 만드는 법!

조회수 2020. 9. 24. 14: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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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타의에 의해, 혹은 스스로 잠시 발걸음을 멈춰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방향과 속도에 대해 새삼 고민해보게 되는 시기죠. 누군가에겐 좌절로 끝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이 좌절이 나중엔 하나의 깊은 에피소드가 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인생을 이어나갈 힘을 쉽게 얻지 못하는 시기에, 직접 배우 전무송을 만나 자신만의 인생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법을 들어보았습니다.

좌절 속에서도 자기만의 시나리오를 만들며 평생 연기를 해온 배우 전무송. ‘완벽하지 않다는 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가 영화계 거장 11인의 인생 시나리오가 담긴 '창작자들'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Q.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특별한 건 없어요. 요즘엔 ‘내가 늙은 건가, 아직 젊은 건가’라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해요. 그동안 집에 붙어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으니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되네요. 그런데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사람은 늙어서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라 할 일을 잃어버릴 때 늙는다”라고요. 


Q. 배우는 영화에 천만 관객이 들어도, 그 다음이 50만 관객이면 그 기세가 뚝 떨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성공과 실패 리듬은 어떠셨나요?

맞아요. 실패, 성공, 실패, 실패, 성공. 사실 배우의 길은 실패의 연속인데요. 공연을 하면 어쨌든 실패라고 할 순 없어요. 배우는 공연에 참여를 하지 못할 때가 많거든요. 


극단의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서 말이죠. 연기할 자리가 없으면 막연히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배우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항상 고민합니다. 

Q. 선생님께선 어떻게 배우를 하기로 마음 먹으셨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갈 형편이 되지 못해 실업학교에 갔어요. 거기서 졸업하고 취직을 했죠. 철도청 소속 기계공작처 공장에 취직해서 3교대로 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작업장에서 쇠가 깎여서 쌓인 쇳조각들이 녹슬고 있는 걸 보게 됐습니다. 쇠가 계속 떨어지는 걸 보고 있는데, 마치 내 몸이 깎여서 썩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로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가지 않았고, 결국 쫓겨났죠. 


예전부터 영화를 보면서 나도 배우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마 그게 제 내면에 숨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우연히 서울예대의 전신인 한국연극아카데미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고, 그곳에 지원을 하면서 배우의 길을 시작했습니다.

Q. 아카데미에 들어간 후엔 어떠셨어요?

사실 처음에 제가 배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연극 예술에 대한 고민보다는 신성일 배우처럼 노란 스카프를 메고 오픈카를 타는 멋진 모습을 상상하고 꿈꿨던 게 컸어요. 그런데 막상 아카데미에 들어가니 프로이트, 소크라테스를 배우는 거예요. 당황했죠. 


제 첫 작품은 유치진 선생님의 '소'였는데요. 잘 못 한다고 한 번 연습할 때마다 대사가 조금씩 줄어드는 거예요. 결국 막이 올라가는 날엔 대사가 한 마디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때는 노력해도 안 외워지던 대사인데 지금은 죽어도 안 잊혀지네요. 

Q. 좌절스러우셨겠어요. 그 고비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그때 선생님께 호되게 혼나면서 ‘넌 배우되기 글렀으니 돌아가라’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 이후로 이를 악물고 모든 친구들과의 만남을 끊었어요. 드라마 센터에 틀어박혀서 배우가 되기 위한 온갖 훈련을 했죠. 발성, 발음, 움직임을 끊임없이 연습했어요. 


그후 졸업 공연으로 '춘향전'을 하게 되었는데, 전 기대도 없었고 ‘뭐든지 하나만 맡아서 꾸중 듣지 않게 무대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이도령 역으로 지목이 됐습니다. 저를 혼내셨던 선생님께서 제가 노력하고 나아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결정하신 거죠. 

Q. '창작자들' 중에서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어요. ‘내가 누군가를 롤 모델로 삼는다는 것은 그 사람, 그 배우처럼 되고 싶다는 말과 같고, 그때부터 그 사람을 흉내내기 시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순 있으나, 나를 버려서는 안 된다’. 타인과의 비교, 경쟁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햄릿은 지금도 전 세계 수십 군데에서 상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햄릿을 전 세계 모든 배우가 리처드 버튼이나 로렌스 올리비에처럼 연기하는 게 아니에요. 리처드 버튼도 햄릿을 했고, 저 전무송도 햄릿을 했습니다. 나답게 하면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햄릿을 번안한 '하멸태자'를 뉴욕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한국의 햄릿이 이럴 줄은 몰랐다’라는 호평을 받았어요.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해요. 누군가를 의식하기 시작하면, 까딱하면 그 사람을 흉내내고 따라가게 돼요. 

Q. '창작자들' 속 선생님의 글이 좋아서 줄을 여러 번 그었어요. ‘아주 작은 기회들이 모여 여기까지 왔다’라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누구나 한 번에 성공하고 일약 스타가 되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남들은 고생 하나 없이 성공하는 것 같고, 나만 힘든 것 같죠. 그런데 사실 무슨 일이든 조그만 것들이 모여 태산을 이루는 거예요. 


내가 배우로서 공연을 한 어느 날은 칭찬을 받고, 또 다른 날은 상을 받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야단을 맞기도 해요. 이런 날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모여서 한 덩어리가 되고, 이 덩어리가 1년, 2년이 되어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한꺼번에 된 게 아닙니다. 이것은 내가 한 인간으로 완성되는 과정에도 적용되는 말이에요.

Q. 그 작은 것들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연습을 하다 보면 열심히 하는데도 잘 안 되어서 좌절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우리는 자꾸 전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전체 중에서 안 좋은 건 딱 하나뿐일 때도 말이죠. 


그 한 가지만 해결되면 되는데, 모든 게 문제이고 안 풀리는 것처럼 착각해요. 이런 오류에 빠지지 말고 침착하게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Q.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사람마다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어요. 특정한 상황에서 딱 필요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좀 더 쉽고 빠르게 그 길을 넘어갈 수 있겠죠. 하지만 고통을 겪으면서 그 재능을 찾고 성장하려고 애쓴 사람들에게는 스토리가 있어요. 그 과정에서 재능 이상의 많은 것들을 얻죠. 그게 바로 배우가 지녀야 할 조건입니다. 그런 좋은 이야기를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어요. 


이 고통을 겪어서 만들어낸 재능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뭉클한 인생을 느끼게 해줍니다. 저는 그게 진짜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죠. 무엇이든 절실하게 하면, 그 이상의 것들이 나에게 쌓이게 됩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잘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힘든 시간을 잘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짜 스승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모두가 힘든 이 시기를 지나면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시나리오를 갖게 되고, 또 그 시나리오가 우리에게 수많은 값진 것들을 안겨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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