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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Up! 인터뷰] 당신은 자신의 창문을 넘을 수 있나요?∥홍익대 출신 김형진

조회수 2021. 5. 6. 15: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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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입단을 거쳐 지금은 현대캐피탈 소속으로

│주위에서 ‘성실하고 믿음직한 선수’로 불려

│팬들을 대하는 고마움은 언제나 일편단심


[KUSF=박시은 기자] 대학 배구와 프로배구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두 단체, 집단, 리그 사이에는 자본, 경기력, 선수 연령대, 팬덤의 크기, 대중의 인지도 등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공통점도 존재한다. 예로, 프로배구 선수가 될 대학 배구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의 존재를 들 수 있다. 남자부의 경우 고등학교에서 바로 프로에 진출하는 여자 선수들과 달리 대학을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프로배구를 대학 배구의 확장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남자배구, 줄여서 ‘남배’ 팬들은 팀 선수들이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중계를 보다가, 기사를 읽고 인터뷰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더 나아가 신인 드래프트로 어떤 대학의 어떤 선수가 자신의 팀에 오게 될지 궁금해한다. 대학 배구와 프로배구는 소위 말해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대학 배구 경기가 공중파에 방영되고 연세대학교의 서장훈처럼 대학 배구하면 떠오르는 스타 선수가 즐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는 국내 대학 스포츠의 전성기로, 모두가 어렴풋이 아는 그 시절 대학 농구의 인기처럼 대학 배구 또한 전성기를 누렸다. 대학 스포츠 자체가 침체된 요즘, 야구의 경우 옛날과 달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고등학교에서 바로 프로구단에 입단해 대학 출신 신인 선수를 찾기 힘들지만 프로배구는 아직까지 대학 출신 신인 선수가 주를 이룬다. 이는 실력 있는 선수들을 대학 배구에서 대거 찾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대학에서 프로로 한 단계 Level Up에 성공한 선수들 개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대학 배구와 프로배구의 차이를 고찰해 궁극적으로 대학 배구의 부흥에 기여하고자 한다. 그 세 번째 주인공으로 삼성화재 입단 시기를 거쳐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이하 현대캐피탈) 소속 김형진을 만나보자. 이번 김형진과의 Level up! 인터뷰는 전부 비대면으로 진행하였다.



김형진 이력
소속팀 멤버와 마주보고 웃는 김형진 (선수 본인 제공,사용 허락)

생년월일: 1995년 3월 10일
소속팀: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17-18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입단)
포지션: 세터
신장/체중: 186cm/78kg
출신: 토평초 – 남성중 - 남성고 - 홍익대
수상: 2017년 대학배구 세터상, 2018년 KOVO컵 라이징 스타상


다음은 Level up! 인터뷰 김형진 편의 전문이다.


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홍익대학교 출신 지금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소속 김형진입니다.

2. 시즌 직후라 휴가 중이신데도 이번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 인터뷰를 통해 대학생 후배들이 조금이나마 대학교와 프로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당연히 저의 인터뷰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웃음)

3. 오늘 인터뷰의 주제는 [ Level UP ]입니다. 말 그대로 한 단계 상승했다라는 의미인데요. U-리그에서 V리그로 진출한 선수분의 생활이 제일 궁금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 리그가 끝난 뒤 휴가를 받아서 간만에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원래는 팀이 실업 리그에 참가하려고 했었는데 대회가 지연되는 바람에 푹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휴가는 시즌 때문에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도 많이 하고 싶어요. 부모님을 뵈러 제주도(본가)도 내려갈 생각입니다.

4. 대학 리그와 프로 리그를 비교해보았을 때 훈련이나 경기에 가장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 훈련도 훨씬 체계적이고 경기를 할 때는 대학교 시절에 느끼지 못하던 중압감 등 심리적으로 많이 짓눌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합을 앞두고 나서는 항상 그 팀의 특징을 가지고 연습을 많이 해요. 대학교 때는 마냥 내실 다지기가 주연습이었다면, 프로는 상대를 분석한 뒤 그 팀의 성향을 비슷하게 흉내를 내어서 연습 경기를 하는 등 미리 대비를 합니다.

5. 대학스포츠의 경우 선수들의 나이대가 비슷하지만, 프로 리그는 다양한 연령과 경력을 지닌 선배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죠. 구체적으로 상대 프로 선수의 어떤 면에서 대학 리그와의 차이를 많이 느끼셨나요?
- 처음 프로에 입단했을 때는 TV로만 보던 굉장한 선수들과 같이 한다는 마음에 ‘형들은 어렵다’고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교에서는 마음 편히 했던 것들이 프로에 와서는 많은 선수들이 이기기 힘든 부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을 최대한 빨리 이겨내고 형들과 편하게 경기를 하고 어울릴 수 있는 것이 프로 입단 후 신입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6. 사실 형진 선수는 삼성화재 입단 시기를 거쳐 지금은 현대캐피탈 소속이죠. 한 팀에 계속 머무르는 대학의 팀과는 달리 프로 구단은 언제든지 팀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레이드 되었을 때의 심정을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 감독님이 사무실로 올라오라고 하셔서 본능적으로 ‘트레이드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느 정도 마음을 가다듬고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역시나 트레이드 얘기였어요. 아쉬움도 많았지만 그 상대 팀이 현대캐피탈이라는 얘기를 듣고 더욱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팀을 나올 때는 다들 마중을 나와주셨는데 슬플 것 같던 예상과 달리 형들과 기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현대에 오게 되었네요 (웃음) 형들도 제가 잘되길 바란 것 같아요.

김형진은 전 소속팀인 삼성화재에 ‘정말 감사했다’며 아직까지도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익대 재학 시절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사진으로 꼽았다. (선수 본인 제공, 사용 허락)

7. 대학 시절과 달리 프로배구선수라는 직업으로서 배구를 대하는 태도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그리고 팬을 대하는 행동이나 예전의 성격과는 조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나요?
- 이제는 마냥하는 배구가 아닌 실전 전쟁터에 나온 기분이에요. 그래서 더 진지하고 간절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팬들을 대하는 마음은 솔직히 대학교 때나 프로 때나 언제나 항상 고맙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어떻게든 더 잘해드리고 싶지만 팬들에게 잘하고 있는 건지 잘은 모르겠네요 (웃음)

8. 대학배구는 즐겨보시나요?
- 대학교 리그 경기는 입단 후 몇 년 동안은 자주 봤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회를 자꾸 놓쳐버려서 챙겨보지는 못했네요..

9. 대학배구가 프로배구보다 이것만은 좋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 대학 리그는 대학 리그만의 순수한(?) 패기를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팬분들의 입장에서도 대학교 때부터 선수를 응원하게 되면 그 선수가 프로에 진출했을 때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10. 만약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 일단은 대학생 시절에 공부를 더 많이 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웃음) 물론 지금도 하고 있지만 그 때부터 의지를 가지고 했으면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었을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대학교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조금 우스워 보일 수 있지만 대학교 때는 항상 박철형(초,중,고,대 동향 선배. 전 OK저축은행-한국전력 선수) 선수와 편의점에서 2+1 라면과 핫바를 야식으로 먹었던 일이 가장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추억 같아요.

11. 운동 선수가 직업인 지금과 달리, 학생이면서 운동 선수였던(=대학) 시절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 대학 시절은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좋은 감독님 밑에서 좋은 선후배들을 만나 재밌게 배구를 했고, 프로에 가기 위해서 정말 힘들 때 이 악물고 버텼던 기억, 숙적 인하대를 잡고 방방 뛰었던 날들. 그 모두가 저에게는 너무도 소중하고 좋은 추억이에요.
그리고 선수 본인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12. 요즘 고민은 무엇인가요?
- 최근에「다동력(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힘, 호리에 다카후미 저)」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배구밖에 모르는 내가 한가지 능력으로만 살아가는 것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고민해보게 되었어요. 배구선수라고 배구 능력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해보고 있는 중이에요.

13. 혹시 해외 배구는 안 보시나요? 국적 관계없이 세터의 귀감이 되는 롤모델이 있을까요?
- 해외 배구는 팀에서도 많이 보여주고 있고 스스로도 챙겨 보고 있어요. 특정 리그를 따지기보다는 배울 점이 있는 경기를 주로 챙겨봅니다. 예전에는 단지 잘하는 경기만 봤지만 지금은 잘하는 세터들의 패턴이나 폼을 중점으로 보고 있어요. 롤모델은 벤자민 토니우티(프랑스)였는데 이제는 특정 선수나 국적을 가리지 않고 본받고 있는 중이에요! 세키타 마사히로, 후지 나오노부(이하 일본), 사에드 마루프(이란), 미카 크리스텐슨(미국)을 주시하고 있어요.

14. 마지막으로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에게 몇 마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올해의 각오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현대캐피탈이 과감하게 리빌딩을 해서 기존 팬들이 많이 실망하셨을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분명 현대 배구단의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였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가올 리그에는 꼭 경기장에 오셔서 현대만의 배구를 직접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많은 응원 부탁드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형진의 수많은 취미 중 하나, 사진 촬영. 그에게서 본인이 촬영한 사진 중 제일 좋아한다는 한강 사진을 받아보았다. (선수 본인 제공)

TMI (Too Much Information)

[ 당신에게 홍익대학교 란? ]
   " 나의 인생 책에 첫 페이지 "
김형진은 대학 시절이 본인의 "배구 인생 이외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을 맞이한 첫 단추"였다고 의미를 덧붙였다.
그가 추천한 책 「창문에서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 타임머신이 없다면 후회하지 말 것. 쓸데없이 후회하면 명만 줄지 ” 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그는 좌우명으로 잘해도 후회는 하기 마련이니, 최대한 후회를 적게 할 수 있는 길을 택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장점이라 대답한 성실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는 자신의 대학 시절을 첫 페이지라고 표현했다. 첫 페이지는 글을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처음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다음에 펼쳐질 이야기가 결코 재밌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때로는 지루할 수도, 혹은 전개가 너무 빨라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김형진의 책은 아직 ‘연재 중’에 있다. 완결이 아닌 이상 언제든지 이야기는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그의 스펙타클한 이야기, 미래의 행보가 기대된다. 또한, 김형진의 첫 페이지를 장식해주었던 홍익대 배구부의 '현재' 이야기도 흥미롭게 기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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