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대농 복기(復棋)] 안암골 호랑이들, 이빨을 되찾다

조회수 2021. 4. 28. 10:1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환호성을 지르는 고려대 벤치, 출처=한국대학농구연맹)

[KUSF=신준수 기자] 고려대가 첫 경기부터 이빨을 드러냈다.


 4월 25일,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회장 정진택, 이하 KUSF)가 주최하고 한국대학농구연맹이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재정 후원하는 2021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U리그) 1차 대회가 개막했다.

 개막일과는 달리 단 2경기만 치러진 둘째날은 첫 경기부터 놀라움을 줬다. 고려대와 상명대의 경기가 진행됐었고 결과는 예상대로 고려대의 승리였다. 예상된 승리가 놀라움을 준 이유는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던 고려대의 경기력이었다.



목표는 정상! 이빨을 갈고 나온 안암골 호랑이

 고려대는 오후 3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상명대와의 C조 예선 경기에서 91-53으로 승리했다. 점수 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양 팀 간의 실력 차는 분명했고, 승부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고려대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설사 상대가 비교적 약체인 상명대인 것을 고려할 지라도 고려대는 표면적으로도, 세부적으로도 강했다.

 고려대가 이토록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해의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20년에 열린 2번의 단기전에서 고려대는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그것도 평생의 라이벌인 연세대에게 말이다.


 사실 지난 대회의 부진에 핑계가 존재하기는 했다. 주축인 하윤기(C, 203cm)부터 시작하여 이두원(C, 204cm), 박무빈(G, 187cm) 등 많은 선수가 부상의 여파로 결장, 혹은 컨디션 난조를 겪었었다. 온전한 전력과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치른 2번의 결승은 패배라는 결과밖에 남지 않았다.

 절치부심. 현 고려대의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쓰디쓴 실패를 맛봤기에 고려대는 더욱 강해질 수 있었고, 조별 예선 첫 경기부터 고려대가 얼마나 승리를 갈망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과연 이를 갈고 나온 호랑이가 얼마나 무서운지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알아보았다.



믿고 거르는 고려대 가드? 이제는 믿고 맡긴다

(경기 중인 고려대 박무빈, 출처=한국대학농구연맹)

믿고 거르는 고려대 가드. 수년간 고려대 출신의 가드들이 들어왔던 평가다. 상대적으로 연세대는 가드, 고려대는 센터 중심의 학교라는 이미지가 강했었고 실제로 두 팀은 각각의 포지션에서 강점을 둔 팀이었다.


 허나 올해 고려대의 가드들은 이러한 칭호를 완전히 탈피하려고 한다. 상명대와의 경기에서 고려대는 더 이상 프런트코트에 의지하는 팀이 아니었다. 이날 고려대의 주전 백코트는 30득점 13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합작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먼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가진 2학년 박무빈(G, 187cm)의 활약이 대단했다. 1쿼터부터 무려 4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적극성을 보여준 박무빈은 경기 내내 왕성환 활동량을 바탕으로 다방면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공격에서는 동료들을 살려주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빛났다. 속공 상황에서 뒤따라 들어오는 빅맨들에게 건네주는 패스, 한 번에 코트를 가로지르는 아웃렛 패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코너로 빼주는 패스까지 패스의 패턴 또한 다양했다. 더불어 박무빈은 단순히 어시스트만 배달하는 것이 아닌, 필요할 땐 직접 해결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말 그대로 무결점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박무빈이 경기 운영에 조금 더 초점을 뒀다면, 팀의 맏형인 정호영(G, 188cm)은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상명대 전에서 정호영은 19분 50초라는 짧은 출전 시간에서 19득점을 기록하며 극한의 효율성을 보여줬다.

 아직 한 경기를 치른 것뿐이지만, 상명대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고려대 가드들은 믿고 거르기엔 너무나도 강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고려대의 반은 일반적인 반보다는 훨씬 커 보인다.



고려대의 장신부대, 대학부 최고의 프런트코트를 구성하다

(점프볼 중인 고려대 하윤기, 출처=한국대학농구연맹)

고려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강력한 포워드, 센터진일 것이다. 실제로 고려대가 대학부에서 가장 위력적인 높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부정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고려대는 첫 경기부터 그 위력을 확인 시켜 주었다.


 고려대와 상명대 경기의 기록지를 살펴보면, 양 팀 간의 가장 큰 차이가 크게 2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야투 시도에서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고려대는 이날 경기에서 52개의 2점슛과 19개의 3점슛을 시도하며 총 71개의 야투를 시도했다. 반면, 상명대는 44개의 2점슛과 17개의 3점슛을 시도하며 총 61개의 야투 시도를 기록했다. 즉 고려대가 10번의 슈팅을 더 가져갔다는 것이다.


상명대가 공격 중에 많은 턴오버를 기록하며 슈팅조차 시도하지 못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고려대와 상명대는 각각 12개와 13개의 턴오버를 기록하며 숫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양 팀 모두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았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고려대는 어떤 방식으로 10번의 슈팅을 더 시도할 수 있었을까. 여기서 두 번째 차이가 나온다. 바로 리바운드다. 고려대와 상명대의 리바운드 개수는 각각 49개와 20개.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차이를 보여줬다. 특히 고려대는 상명대보다 8개나 많은 공격 리바운드(14개)를 걷어냈고, 그 결과 고려대가 상명대보다 더 많은 야투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고려대의 엔트리에는 2m 내외의 선수가 4명(하윤기, 신민석, 여준형, 양준)이나 존재했다. 이들은 물리적 우위를 바탕으로 유능한 동료들에게 많은 공격 기회를 제공했고, 이는 팀을 대승으로 이끌었다.



가능성 보여준 아기 호랑이들

(백코트 중인 고려대 양준, 출처=한국대학농구연맹)

 이미 2쿼터부터 30점이 넘는 점수 차를 벌린 고려대는 신입생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대학부 첫 경기부터 데뷔전을 치르게 된 아기 호랑이들은 빠르게 찾아온 기회를 허투루 쓰지 않았다.


 이들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는 양준(C, 200cm)이었다. 전주고 시절부터 뛰어난 신체조건으로 기대를 받았던 양준은 대학 무대 첫 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12점)을 기록하며 제2의 하윤기를 예고했다. 미드레인지 점프슛부터 골밑으로 파고드는 움직임까지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 양준은 현재보다 미래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였다.


 김태훈(G, 190cm)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김태훈은 팀에서 3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인 25분 44초를 뛰면서 7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공격에서도 준수한 슈팅 능력이 돋보였지만, 수비에서 기록한 1개의 스틸과 2개의 블록은 김태훈을 공수겸장으로서의 미래를 볼 수 있게 했다.


 양준과 김태훈 외에도 뛰어난 슈팅 능력을 지닌 광신방송예술고 출신의 가드 김재현(G, 190cm), 내외곽 능력을 모두 갖춘 포워드 박준형(F, 191cm)까지 엔트리에 있는 모든 신입생들이 데뷔 득점을 올리면서 고려대는 승리,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고려대가 승리와 함께 아기 호랑이들의 성장을 동시에 일궈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 없는 완벽한 2021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