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잖아U] 성균관대 오흥대,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조회수 2021. 1. 20. 14: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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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대회 4강,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 슬럼프 이후 성장한 오흥대
- 연습용 선수에서 주전 선수로
- 경쟁심은 우리 팀 선수들에게
- 스무 살이었던 고등학교 3학년

[KUSF / 글, 사진=서해슬 기자] [멋지잖아U]는 「2020 KUSF 대학배구 U-리그」(이하 U-리그) 각자 코트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을 만나보는 시리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멋지잖아U] 시리즈의 모든 인터뷰는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멋지잖아U] 오흥대 첫 번째 편에서는 포지션 변경과 이번 시즌 경기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번 편에서는 그가 걸어온 배구 길 뿐만 아니라 그에게 항상 힘이 돼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가 배구를 해온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과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Q. 지금까지 배구를 한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흥대 : 저는 아예 배구를 하기 전이나 중학교 3학년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배구를 하기 싫다’ 가 아니고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초등학교 6학년 졸업할 때 즈음 시작한 거라 시작이 늦어서 6학년을 한 번 더 했거든요. 중학교 3학년 때는 멤버가 좋아서 우승을 두 번 했었는데 소년체전 우승 못 한 게 많이 아쉬웠어요. 다시 돌아가면 긴장 안 하고 자신감 있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그 소년체전이 생각나요. (웃음)


Q. 배구를 안 했으면 무엇을 했을 것 같아요? 

흥대 : 배구를 시작하기 전 저는 경찰이란 꿈이 있었고 아버지는 제가 군인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는 아직까지도 경찰에 대한 꿈은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만약에 배구를 하다가 그만두는 상황이 생기면 심리상담 쪽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남의 말 들어주거나 고민 상담 해주는 걸 좋아하고 잘하기도 하거든요.


Q.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을까요? 

흥대 : 이번 연도 고성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1학년 때는 교체선수로 뛰었고 우승도 못 했었거든요. 정말 간절하게 고성대회를 준비했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왔었어요. 또 대학교 와서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뛰었고 우승이라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게 돼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경기가 있을까요? 

흥대 : 고성대회 4강이랑 결승전이요. 질 것 같다는 생각을 안 하긴 했는데 4강 3세트부터 다리에 쥐가 나서 공격 성공률도 떨어졌고 5세트에는 공격을 하나도 안 했어요. 감독님이 교체할 거냐고 물어보셨는데 끝까지 남아서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수비만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결승 때는 저 정말 못했어요. (웃음) 공격이 너무 안 돼서 경기 도중에 울고 싶었어요. 이기고 있었는데도 ‘나 때문에 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팀원들이 옆에서 다독여주고 힘을 줘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고성대회, 무안대회 때는 라이트로, U-리그 때는 레프트로 활약을 했다.


배구를 하면서 항상 평평한 길만 걸어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의 배구 길은 어땠을까? 


Q. 슬럼프가 있었나요? 

흥대 : 배구를 하면서 슬럼프가 몇 번 왔었는데 처음에는 좌절하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했었어요. 항상 제 한계에 부딪혔었거든요. 저도 점점 커가면서 ‘어차피 안되고 있는 거 이 기회에 기초부터 다시 다지자’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리시브, 토스, 공격 등 폼들을 바꿔보고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고 생각하니까 슬럼프도 어느샌가 끝이 나 있고 더 성장한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항상 그렇게 슬럼프를 극복했던 것 같아요.


Q. 터닝포인트가 있을까요? 

흥대 : 중학교 때부터 본 시합에만 들어가면 긴장을 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까 ‘연습용 선수’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전지훈련이나 연습경기 때만 잘하는 선수라고 하더라고요. 남들한테 티는 안 냈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속으로 끙끙 앓았어요. 그러다 유소년 대표팀을 갈 기회가 생겼고 큰 대회를 보고 경험했던 것만으로도 배운 게 많았고 그 이후부턴 시합에서 긴장을 잘 안 하게 되었어요. 그때의 그 경험이 지금 시합을 뛸 때 감정 기복 없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는 데에 많은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Q. 롤모델이 있을까요? 

흥대 : 서재덕 선수가 롤모델이에요. 같은 학교도 나왔고 키 같은 요소들이 저랑 비슷하거든요. 공격력이나 리시브, 멘탈적인 부분까지 배우고 싶은 점이 많아요.


Q. 라이벌이 있나요? 

흥대 : 라이벌은 딱히 생각 안 해본 것 같아요. 그냥 저한테 주어진, 그리고 제 앞에 놓인 제 것들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라이벌이라기 보다는 경쟁 상대들은 저희 팀 선수들이에요. 팀에서 게임을 뛰어야 보여주는 게 있는 거니까 같은 팀 선수들한테 경쟁심 아닌 경쟁심을 느끼는 것 같아요.

▲ 그는 의지하는 사람으로 성균관대 배구부 지도자들, 강우석(우)과 조용석(좌)을 꼽았다.

언제나 그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

배구를 하는 그의 뒤엔 어떤 버팀목이 있었을까 


Q.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흥대 : 저는 감독님, 코치님한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를 좋게 봐주셔서 운동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셔서 그거로 동기 부여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또 우석이 형 (강우석, 3학년, L), 용석이 형(조용석, 3학년, Li)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의지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운동하면서 알려주기도 하고 제가 안 풀리는 부분이 있을 땐 같이 야식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거든요. 지도자는 지도자 나름대로, 선수는 선수들 나름대로 의지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Q. 가장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요? 

흥대 : 엄마, 아빠한테 가장 고마워요. 처음엔 운동을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아들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뭐든지 다 도와주시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해요. 제가 필요한 게 있으면 금전적인 부분, 정신적인 부분 모든 부분에서 다 믿음을 주시거든요. 어떻게 보면 성공할 저에 대한 투자라고 할 수 있죠.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그 이상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웃음)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무뚝뚝한 아들이라 집 가면 말도 안 하고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을 잘 못 하는데 이 인터뷰 자리를 빌려서 사랑한다고 말 하고 싶어요. “저는 항상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부모님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사랑합니다.”


Q. 지금까지 배구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가 있나요? 

흥대 : 지금 저희 감독님인 김상우 감독님(前 배구선수/現 해설위원, 성균관대 감독)이랑 고등학교 3학년 때 박희상 감독님(前 배구선수/現 해설위원, 송산고 감독)이 해주신 말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두 분이 운동 스타일, 생활 스타일이 비슷하셔서 저한테 해주신 말들이 와닿았던 것 같아요. 대학교 와서 운동하면서 힘들거나 안 풀리는 부분을 도와주시고 제가 배구를 그만두려 했을 때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는 말들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렇다고 항상 달콤한 말만 해주신 게 아니라 채찍질도 하시면서 저를 격려 해주신 거라 더 기억에 남아요.

▲ 배구를 늦게 시작했던 오흥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1년을 유급하였다.


스무 살 이었던 고등학교 3학년, 

스물 한 살 이었던 대학교 1학년


Q.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흥대 : 2학년 신입생 환영회 때보다 1학년 때 신입생 환영회가 더 기억에 남는 이유가 그때 기억이 없어요. (웃음) 신입생 환영회를 하면 다 같이 술을 마시고 노는데, 기분 좋게 춤춘 것까진 기억이 나요. 제가 1년을 유급했다 보니까 21살 때(당시 1학년) 대학교를 오고 술을 거의 처음 먹어봤거든요. 처음에 딱 먹고 “와, 술은 신세계다.” 하면서 기분 좋게 술 마시고 기분 좋게 놀고 기분 좋게 춤췄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없고 눈 떠보니 숙소였어요. (웃음) 어떻게 숙소에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Q. 1년 유급해서 동기들 19살 때 본인은 20살이었는데 그때도 술을 안 드셨어요? 

흥대 : 고등학교 땐 저희 아버지가 엄격하신 편이어서 고등학생은 그 신분에 맞는 행동을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외박을 받고 휴가를 받아도 항상 12시가 되면 숙소에 들어갔었어요. 한번은 ‘어차피 타 지역에 있는데 아빠가 어떻게 알겠어~’ 하고 술 마시러 나갔는데 아빠한테 어디냐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학교 앞 편의점이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못 믿으실까 봐 주변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편의점 사진을 찍어 보냈어요. (웃음) 그래서 그날 술 안 마시고 그냥 숙소에 들어가서 잤어요. 이번에 휴가받았을 때 집 가서 아빠한테 이 얘기를 했는데 엄청 웃으시더라고요. 스무 살이었던 고3이었지만 고등학교 신분에 맞는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 그는 남은 대학기간 동안 일년에 한번은 꼭 우승을 하고 싶다는 선수로서의 목표와 함께 자신의 사람들을 잘 챙기고 싶다는 인간으로서의 목표도 말했다.


선수 오흥대로서의 목표,

인간 오흥대로서의 목표


Q. 선수 오흥대로서의 목표는 뭐에요? 

흥대 : 제가 이제 3학년이 되고 드래프트 나가기 전까지 일 년에 우승 한 번씩은 꼭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프로에 ‘몇 년 있고 싶다!’ 해서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프로에서 살아남는 건 실력과 비례 되는 거기 때문에 큰 욕심을 갖기보다는 열심히 해서 프로팀에서 제 실력을 보여주는 게 최종적인 목표에요.


Q. 인간 오흥대로서의 목표는 뭐에요? 

흥대 : 남 부럽지 않게, 그리고 남한테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목표에요. 돈을 적게 벌더라도 제가 누릴 수 있는 행복들을 누리면서 남들에게 예의를 갖추면서 살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건 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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