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중왕전] "빗맞아도 안타가 되는 것이 야구" 진정으로 야구를 즐기고 있는 경성대
[KUSF=군산/글, 사진 윤지희 기자] 지난(23일) 13:00 군산월명야구장에서 열린 KUSF 대학야구 U-리그 왕중왕전(주최/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주관/한국대학야구연맹, 재정후원/국민체육진흥공단, 문화체육관광부) 경성대학교(이하 경성대)와 동아대학교(이하 동아대)의 경기에서 경성대가 동아대에 9대3으로 승리했다.
경성대와 동아대는 2020 KUSF 대학야구 U-리그(이하 U-리그) D조 2, 3위로 이번 왕중완전에 진출해 다시 만나게 되며 D조 리매치가 성사되었다. 이번 시즌 두 학교는 U-리그 개막전에서 만나 9대9 팽팽한 승부 끝에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오늘의 승부 역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경성대는 김민규를, 동아대는 성준민을 선발투수로 내며 에이스들의 맞대결이 성사되었다. 1회 말 동아대의 2득점에 성공하면서 선취점으로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진 2회 초 경성대도 2득점을 가져가며 곧바로 추격을 시작했다. 5회 초 경성대는 선두타자 신형철이 내야 안타로 출루하고 이어 박수종의 중전 안타와 김국헌의 희생번트로 역전의 찬스를 얻어냈다. 강동형의 안타로 4대2로 역전에 성공했다. 경성대는 9회까지 매 이닝 득점에 성공하면서 9대3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이날은 경성대의 뜨거운 타선과 선발 투수의 역투가 빛나는 경기였다. 타선에선 강동수, 신형철, 박수종, 권영준, 이승민이 멀티 히트를 기록하면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선수는 경성대 박수종이다. 5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팀내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줬다. 타격 이외에도 수비하는 동안에도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돋보였다. 박수종은 이번 시즌 U-리그에서 10경기 출전해, 타율 0.432 16안타(1홈런) 5타점 1도루 1볼넷 1삼진을 기록하며 본인 대학 선수 생활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돋보였다.
‘知之者不如好之者、好之者不如樂之者’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맹자의 말이 있다. 엘리트 스포츠 속에서 재능이 다분한 천재들은 많을 수밖에 없다. 타고난 센스, 운동 DNA 등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노력까지 하는 곳이 엘리트 스포츠이다. 하지만 즐기는 자는 드물다. 야구는 매 타석, 매 이닝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에 따라 팀이 움직이는, 스포츠이기에 많은 부담감과 긴장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스포츠이다. 경기 후 만난 박수종은 ‘잘 맞아도 안타가 안되고 빗맞아도 안타가 되는 게 야구이다’라며 경기장에서 야구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었다.
박수종은 왕중왕전 성균관대와의 첫 경기에선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다소 침체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날 경기 5타수 4안타로 맹타격을 보여주며 한 경기 만에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 그는 ‘지난번 경기에서 잘 안 풀렸다고 해서 지금 내 페이스가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잘 맞더라도 안타가 되지 못하고, 빗맞더라도 안타가 되는 게 야구다. 편하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을 뿐이다’고 전했다. 곧이어 “드래프트가 끝나서 4학년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대회였다. 형들이랑 마지막으로 추억 만들자고 해서 열심히 뛰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다행이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1루수로 경기에 출전했던 박수종은 수비하는 도중 종종 허리를 잡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묻자, 경기 전날 학교 훈련을 소화하던 중 허리에 무리가 생겨 부상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오늘 경기를 못 뛸 줄 알았다. 많이 아팠는데 하고자 하니 되더라. 집중해서 다 같이 이기자는 정신력으로 버텼던 것 같다. 조금이나마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경기가 끝나니 다시 아픈 것 같다’라며 남다른 정신력을 보여줬다.
야구를 진지하게 대하면서도 즐기는 그는 U-리그에서도 타율 0.432를 기록하며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리그가 기약 없이 밀려, 많은 선수가 힘들어하던 중에도 이번 시즌 이러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이번 시즌 기술적인 면보다는 즐기면서 재밌게 야구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정말 이번 시즌은 즐기면서 야구를 한 것 같다. 즐기면서 편하게 임해서 좋은 결과까지 따른 것 같다. 스스로 이점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답했다. 곧 이어 ‘코로나 때문에 많은 변수가 생겼었다. 그동안은 웨이트를 하면서 몸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이 붙은 까닭일까. 해마다 발전하는 타율과 더불어 장타율 역시 높아지고 있다. 1학년 때 0.424, 2학년 0.488 올해는 무려 0.611로 타격의 반 이상을 장타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정확한 타격도 가능하지만 장타도 칠 수 있고 빠른 발도 가진 것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곧이어 ‘내년에는 조금 더 정교한 타격과 장타를 조금 더 중점으로 두고 장타를 더 늘리려고 한다’며 내년 시즌에 대한 목표를 밝혔다.
박수종은 현재 3학년으로 내년 2022 KBO 신인 드래프트 대상자가 된다. 그는 ‘올해 드래프트를 보면서 프로의 문턱이 쉽지 않다는 것을 한 번 더 느꼈다. 준비를 잘해서 나의 상품 가치를 높여보겠다’고 전했다. ‘드래프트’ 대학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지는 기회 끝에서 많은 선수가 부담감 속에 스스로를 자책하고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 사무엘 맥코드 크로터스는 ‘완벽을 위해 노력한다고 할지라도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불완전함이다’는 말을 남겼다. 야구 역시 최선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잘맞은 타구더라도, 안타가 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자신을 벼랑으로 몰아붙이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된다. 경기장에서 야구를 진정으로 즐기고 있는 그가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야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