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연 기자, 허재밖에 모르고 시작했던 농구 기자 <2부>

조회수 2020. 9. 18. 11: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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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SF=김세린 기자] 학력과 전공이 상관없는 직업, 스포츠 기자.


1부에 이어 루키 더 바스켓의 원석연 기자와의 인터뷰 2부에서는 필사와 편집 능력의 중요성과 롤모델 선정 등 현실적인 조언들을 담았다. 스포츠 기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이 기사를 집중하길 바란다. 이제 그의 솔직한 토크를 들어보자. 




-기사를 잘 쓰는 법  


Q. 글 잘 쓰는 법이 있을까요? 혹은 글쓰기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필사를 많이 했어요. 잘 쓴 기사를 보고 몇 번씩 똑같이 쓰는 거예요. 손으로도 써보고 타자로도 쳐보고. 그렇게 하다 보면 적재적소에 어떤 문장을 넣을지 알게 돼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게 확 늘어요.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Q. 인터뷰 노하우 전수 좀 해주세요. 


우선 겹치지 않는 질문을 하기 위해 남의 기사를 많이 읽는 편이에요. 그리고 팬들이 궁금한 걸 물어봐야 된다고 생각해서 커뮤니티 모니터링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준비를 진짜 많이 해가요. 인터뷰를 할 때 선수들조차 모르는 사실을 조사해서 얘기해주면 인터뷰이가 준비한 성의에 감동 받아서 아무래도 대답을 더 잘 해줘요.  


그리고 인터뷰야말로 기자가 가진 소중한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팬들을 대표해서 선수와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시 선수를 대표해서 팬들한테 전달해주는 역할이죠. 그래서 인터뷰 기사를 쓸 때 신경을 많이 써요. 



Q. 상보 기사를 쓰는 팁이 있을까요? 


똑같은 상보 기사라도 중계가 돼서 사람들이 많이 본 경기에 대한 기사는 임팩트 있는 장면을 더 강조해서 쓰는 편이에요. 중계가 안 되고 팬들이 못 보는 연습 경기 같은 경우는 좀 더 길고 자세하게 쓰는 편이에요. 팬들이 궁금해할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잘 전달하기 위해 더 신경 쓰는 편이에요. 




-스포츠 기자가 되려면? 



Q. 전공이 체육이나 신방과인가요? 


아니요.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에 다녔습니다. 근데 지금은 과 이름이 글로벌스포츠산업부로 바뀐 걸로 알고 있어요. 



Q. 학점이 중요한가요? 


그렇게 중요한 편은 아니에요. 많이 보는 편은 아니죠. 학점보다는 오히려 글을 잘 쓰는 능력과 영어를 할 줄 알면 좋죠.  



Q. 학벌이나 전공도 상관없나요? 


그럼요. 학벌과 전공이 정말 다양해요. 과 하나도 상관없어요. 신방과는 오히려 없죠. 점프볼 민준구 기자라고 제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역사학과에요.  



Q. 스포츠 기자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는 무조건 글을 잘 써야 해요. 농구 좋아하는 친구들은 너무 많아요. 특정 분야에서는 정기자인 저보다 더 뛰어난 인터넷 기자들도 있어요. 근데 결국 기자는 내용을 모아서 글을 잘 써야 해요. 



Q. 글 잘 쓰기는 너무 추상적인 것 같아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세요. 


화려하고 길게 쓰는 것보다는 오히려 짧고 담백해서 글만 읽어도 어떤 상황일지 상상이 그려지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핵심은 ‘담백하게’ 


저희가 인터넷 기자들을 뽑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받아요. 읽어보면 긴 글은 잘 쓰는 친구들이 많아요. 근데 거기서 내용을 반으로 줄이라고 하면 못 쓰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기자는 이게 더 중요하거든요. 한 장짜리를 두 장으로 늘리는 것보다 한 장짜리를 반으로 줄이는 게 더 필요한 능력이죠. 



Q. 어떠한 인재상이 스포츠 기자에 적합할까요?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사람을 하루종일 만나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눈치가 빨라야 해요. 똑같은 질문을 해도 선수들의 그 날 기분 상태에 따라 답을 해줄 때가 있고 안 해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타이밍을 잘 맞출 수 있어야 해요. 





-심층 탐구: 농구 기자에 대해 


Q. 농구 기자 성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저희 회사는 다 남자예요. 다른 회사는 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Q. 여자가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나 한계가 있나요?


(유리천장이나 차별) 그런 건 없어요. 오히려 여자 기자가 더 좋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할 때, 기자의 성별에 따라 나오는 내용이 달라져요. 인터뷰이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분들은 대체로 여자 기자분들이 많았어요. 


농구가 남자 농구만 있는 게 아니고 여자 농구도 있잖아요? 남자 선수와 남자 기자가 얘기할 때와 달리 여자 선수와 여자 기자가 얘기할 때는 뭔가 좀 더 언니 동생 분위기가 나요. (편해진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깊은 내용도 나오고) 그런 게 유리하다기보다는 보고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Q. 얘기만 들어봤을 때는 여자 기자의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스포츠 기자를 꿈꾸는 여성분들, 좋은 점이 더 많으니 두려워 말고 도전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열심히만 하면 확실한 강점이 될 수 있어요. 진짜로. 그리고 그 수가 많지 않다 보니 선수들이나 감독님들이 인터뷰를 한 번만 해도 다 기억해요. 그게 엄청 큰 메리트죠. 



Q. 스포츠 기자 말고 농구 기자처럼 종목을 구체화해서 목표로 삼는 건 도움이 될까요? 


종목을 구체화하는 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자기가 농구 기자 되고 싶다고 농구 매체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웬만한 스포츠 매체들은 종합지가 많아서 축구 좋아해서 들어갔다가 비시즌에 야구 쓰러 다녀요. 한 종목만 좋아해서는 사실 힘들어요. 다른 것도 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변하고 있는 기자의 세계 


Q. 루키 유튜브를 보다 보면 본인이 편집해서 올렸다고 적혀있었어요. 원래 편집을 할 줄 알았나요? 


(인터뷰한 7월 기준) 편집은 배운 지 두 달도 안 됐어요. 2년 전부터 편집장님이랑 대표님이 유튜브를 시켰어요. 도대체 왜 이런 걸 시키시나 했는데 지금은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감사하죠. 어른들 말 들어서 나쁠 게 없어요. 덕을 많이 봤어요.  


영상 콘텐츠에 출연하면 좋은 점이 선수나 감독님들이 먼저 알아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인터뷰할 때 교감이 빠르게 형성돼서 말이 훨씬 편해져요. 그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프리미어 프로를 배워라. 영상 편집을 배워라!" 



Q. 글쓰기 능력을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 그럼 글만 잘 쓰면 기자가 될 수 있을까요?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기자 쪽도 되게 많이 변하고 있어요. 제가 처음에 왔을 때와 그 1년 뒤가 달랐어요. 그리고 또 그때와 지금이랑 달라졌어요. 너무나도 빨리 변하고 있어요. 10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이나 기자들한테만 제공되던 정보들이 이제는 포털에 검색만 하면 우수수 나와서 대중들도 쉽게 다 알 수 있어요. 벽이 많이 허물어졌어요.  


그래서 이제는 단지 글만 잘 쓰는 것보다는 편집이나 인포그래픽을 다룰 줄 알아서 다양한 기사를 쓰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빨리 보고 넘길 수 있거나 한 눈에 들어오는 기사를 선호하기 때문이죠.  



Q. 요즘 AI가 대두되고 있는데 먼 훗날에는 기자라는 직업이 사라질까요? 


AI가 아무리 기사를 잘 쓴다 해도 미래에 이 직업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스포츠는 사람이 하는 거니깐 현장에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자가 글만 쓰는 건 아니고 인포그래픽 기사나 영상 기사를 만들 능력을 갖춰서 좀 더 경쟁력을 갖춘다면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해주고 싶은 말 



Q. 이 직업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시나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싶어요. 너무 재밌어요. 스포츠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정말 추천해요. 생활이 워낙 불규칙적이다 보니 안 맞으면 어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경기장에 있는 시간이 근무 시간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재밌게 일할 수 있어요. 그리고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기자들끼리 더 빨리 친해져요. 선배들도 후배를 많이 아껴주시는 편이죠. 



Q. 대학교 때 운동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셨고 지금은 직업이 스포츠 기자예요. 기자님한테 대학 스포츠는 어떤 의미일까요? 


대학 스포츠는 웬만한 대외활동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포츠에서는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이기고 지고, 동료들이랑 같이 느끼는 유대감 등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이런 거는 글이나 유튜브로는 못 배우죠. 공부 안 하고 동아리 활동에 전념했던 거를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공부를 덜 하고 운동을 두 시간씩 늘려서 더 할 거예요.  



Q. 스포츠 기자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축구선수가 꿈인 어린 애들한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본인이 좋아하는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하잖아요? 기자도 똑같은 것 같아요. 구체적인 롤모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기자가 되고 싶은 친구들은 감명 깊게 읽은 기사나 잘 쓴 기사의 기자 이름을 기억해놓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 기자처럼 비슷하게 글을 쓰려고 노력하면 좋을 것 같아요.  


기자도 여러 종류의 기자가 있어요. 농구를 보는 눈이 정말 뛰어나서 전술 기사를 잘 쓰는 기자, 따뜻한 사연이나 인간적인 부분을 잘 캐치해서 대중한테 잘 전달하는 기자, 아니면 눈치를 보지 않고 비판 기사를 신랄하게 잘 쓰는 기자 등 천차만별이에요. 마음을 먹었으면 구체적으로 목표를 정해서 나는 어떤 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이상 1부와 2부를 통해 원석연 기자가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기사를 통해 원석연 기자의 솔직담백하고 실질적인 조언이 스포츠 기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_김세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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