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데이비슨), 농구 잘하는 비법? '연습하기 싫은 걸 연습해라!' <2부>

조회수 2020. 8. 25. 09: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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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 KOREA 3X3 프리미어리그 2020 플레이오프 경기장에서의 모습(출처: 연이네 사진관 인스타 @today._.photos)




[KUSF=김세린 기자] 그는 데이비슨 대학교에 입학을 하며 본인의 꿈의 무대인 NBA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만하지 않고 노력에 노력을 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농구 금수저라고 불리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노력이 그의 재능을 뒷받침했기에 NCAA를 뛰고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었다. 그는 한국 농구에 대해 비판을 함과 동시에 농구 꿈나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어떤 말을 했는지 한 번 들어보자.




타지 생활을 하면서 언어의 장벽을 제외한 다른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음식이 힘들었어요. 호주 처음 갔을 때는 밥도 맛이 없었고 한국 음식과 정말 달라서 힘들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돼서 미국에서는 한식이 별로 그립지는 않아요. 그리고 애초에 제가 매운 걸 못 먹어서 다른 친구들처럼 신라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런 게 없어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경기 징크스가 있는지 궁금해요. 


지금은 없어요. 예전에 잠깐 있었어요. 조금 이상한 건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자기 전에 보면 그다음 날 경기에서 잘했어요. 서지혜 배우를 좋아하고 또 이 드라마에서 맡은 배역을 너무 좋아했어요. 커리어하이(2020년 2월 7일 VCU와의 경기에서 20득점) 찍은 날도 이거 보고 잤거든요. 지금은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운동에 방해될까 봐 안 보고 있어요. 시합을 뛰게 되면 다시 볼 수도 있어요(웃음). 



시합 전에 하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는지 궁금해요. 


저희가 시합 60분 전부터 팀 전체적으로 몸을 푸는데 저는 90분 전에 미리 와서 트레이너한테 발목 테이핑을 받고 슈팅 100개를 쏴요. 그리고 라커룸 안에 있는 게토레이를 딱 반병만 마셔요.  



슬럼프가 있었나요? 


네, 호주에 갔었을 때 있었어요. 다들 영어를 잘하고 몸도 크고 슛도 좋고 정말 힘들었어요. 가족도 그립고 처음 하는 타지 생활이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부족한 부분을 더 노력하며 남들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전화하면서 웃고 떠들면 기분이 나아졌어요.  



슛을 1000개씩 쏘면서 연습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기계가 따로 있기 때문에 슛만 쏘는 데 얼마 안 걸려요. 한 2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막상 슈팅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요.  



슈팅을 1000번 하는 게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잘하는 걸 더 잘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슛이 강점이면 슛을 중점으로 완벽하게 키우고 남는 시간에 못하는 것들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못하는 것들 중에서 정말 자신이 없는 거 2개 정도는 버리고 해도 괜찮아요. 예를 들어서 센터가 드리블을 꼭 잘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럼 드리블을 버리고 대신 다른 장점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해요. 자신에게 맞는 농구를 하는 것, 선택과 집중이 가장 중요해요. 과감하게 버릴 걸 버려야 해요. 



지금도 데이비슨 대학교에서 새벽까지 슈팅 연습을 하나요? 


제가 승부욕이 많이 강해서...(웃음) 보통 저희가 원정 경기를 비행기 타고 다녀오면 밤 10시가 넘어요. 첫 경기인가 두 번째 경기 끝나고 나서는 혼자 화나서 새벽 2시까지 쏘고 그랬어요. 져서 화나면 힘들다는 생각도 없었거든요. 



선수 개인으로는 커리어하이를 찍은 날, 팀은 경기에서 졌어요. 그때도 새벽에 분노의 슈팅을 했는지 궁금해요. 


그때는 솔직히 많이 뛰는 바람에 몸이 지쳐서 안 했어요(웃음). 대개 팀은 이겼는데 제가 못한 날이나 제 플레이에 스스로 만족을 못하면 경기 끝나고 바로 연습을 하거나 아니면 새벽에 일찍 나가서 연습을 하는 편이에요. 



정말 승부욕이 강하시네요. 그러면 그 당시 기분은 어땠나요? 팀은 패했지만 커리어하이를 만들었으니 만족하셨나요? 


너무 아쉬웠죠. 되게 화나고 그랬어요. 그래도 부모님이랑 전화하고 친구들이 수고했다고 격려해줘서 기분은 풀렸지만 그 팀을 다시 만나면 이기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결국 다시 만나서 홈에서 제대로 복수했어요. 



데이비슨 대학교를 선택한 이유가 감독님이 혼날 각오를 하라고 했고 본인도 혼나는 걸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채찍을 때려야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게 무조건 정답은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이 저를 객관적으로 보고 지적을 해야 제가 안 좋은 점을 고칠 수 있어요. 저한테 잘한다고 칭찬만 하면 오히려 저한테는 독이 되니깐요. 



새내기로서의 대학 생활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요.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아요. 경기 끝나고 밤을 새워서 레포트 쓰는 게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어요. 과제나 공부량이 많아서 꾸준히 해야 했거든요. 특히 역사학이 읽을 것도 너무 많고 레포트도 많아서 이 과목 때문에 밤을 많이 샜죠(웃음). 그래도 게임 전날에는 무조건 시합에 몸 상태를 맞췄어요. 돌이켜보면 새로운 경험을 해서 그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팁이 있을까요? 


저는 알람을 많이 맞춰요. 정신없이 핸드폰을 하다 보면 시간이 훅 지나가서 정해놓고 쉬어요. 물론 저도 못 지켜요(웃음). 아니면 학교 주변이 조용해서 머리를 잠깐 식히러 산책을 하곤 해요.  



2학년 때 전공을 경제학이나 사회학 둘 중 하나로 한다고 했는데 특별히 이 두 과목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멀리 봤을 때 농구를 은퇴하고 나면 경제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또 막상 배워보니 재미도 있어서 전공으로 선택하려고요.  



데이비슨 농구부에도 학생 매니저가 8명이 있다고 들었어요. 매니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자원해서 하는 거예요. 볼을 잡아주거나 선수들이 슛을 쏘면 리바운드를 잡아줘요. 그리고 선수가 넘어지면 그 자리에 묻은 땀을 대걸레로 닦아요. 어떻게 보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는 역할이죠. 선수들한테 물 가져다주고, 원정 경기를 가면 간식도 챙겨주거든요. 원정 경기는 8명 중 2명만 따라다녀요.  



그렇다면 매니저의 성비가 어떻게 되나요? 


다 남학생이에요. 남학생들이 농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남자만 받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의 농구 연습을 도와줘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는 그래서 매니저와 선수의 교류가 많죠. 운동 쉴 때도 선수가 매니저한테 리바운드해줄 수 있냐고 문자 해서 같이 연습할 때도 있어요. 무엇보다 라커룸을 같이 사용해요. 



팀에서 어떤 역할인지 궁금해요. 


안 믿으실 것 같은데..(웃음) 다들 제가 웃긴 애라고 생각해요. 제가 나서서 막 떠드는 스타일은 아닌데 그냥 사람들이 제가 무슨 말만 해도 좋아해주고 웃어요. 저는 가만히 있다가 중간에 한 번씩 툭툭 던지는 편이에요. 그게 잘 먹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MT, 합숙 훈련, 등산 등으로 단합 도모를 하는데 데이비슨은 어떤 방식으로 단합 도모를 하는지 궁금해요. 


술 파티로 단합 도모를 해요(웃음). 저는 사실 술을 안 좋아해서 참석을 잘 안 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참석하라는 전화가 30통씩 와요. 제가 잘 안 가다 보니, 한 번 가면 되게 반겨줘요. 술자리에 제가 가면 동료들이 제 슛 모션을 따라해요. 아마 제가 최초의 동양인이라 그럴 수도 있어요.



밥 매킬로프 감독님이 가장 많이 했던 잔소리는 어떤 게 있나요? 


피지컬에 대해 자주 말씀하셨는데 ‘터프해라.‘를 많이 들은 것 같아요. 원래는 제가 피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안 피하고 부딪히기 위해서 몸을 만들었어요.  



감독님이 소리를 많이 지른다고 하던데 칭찬도 많이 하시나요?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농담도 많이 하시고 열정적이에요. 소리도 많이 지르시고..(웃음) 저한테 안 좋은 소리도 했다가 집에 따로 불러서는 제가 잘했던 부분만 영상으로 보여주셨어요. 그리고는 이렇게 격려해주셨어요. “넌 이렇게 대단한 선수야.” 미국과 한국의 시차가 많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저한테 맞춰서 안부 전화를 해주세요. 그래서 그런지 졸업생들이 감독님을 많이 찾아와요. 좋은 스승님이죠.  



코로나로 일찍 끝나긴 했지만 NCAA에서의 본인의 활약을 별 5개 만점에 몇 개를 줄 건가요? 


별 3개요.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는 살짝 잘했지만 하면서 올해의 신인상을 놓쳐서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내년 시즌 목표는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이에요. 



많은 꿈나무 선수들이 이현중 선수를 워너비로 뽑을 텐데 농구를 잘할 수 있는 비법이 있을까요? 


연습하기 싫어하는 걸 연습하면 돼요.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잘하는 것만 연습하려고 해요. 슛이 좋은 애들은 슛만 쏘고, 드리블 잘하는 애들은 드리블만 연습해요. 하지만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알고 더 노력해야 해요. 이게 어린 애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자기가 못하는 걸 더 파고들어야 해요.  



만약에 NBA를 가게 된다면 특별히 뛰고 싶은 팀이 있나요?  


대학교 선택할 때와 같은데 아무 팀이나 상관없어요. 그저 조건이 맞고 저한테 잘 맞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가 많이 뛸 수 있는 곳이면 돼요. NBA 선수 그 자체가 꿈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행복할 것 같아요. 



호주 아카데미와 미국 NCAA를 뛰면서 이런 건 꼭 한국 농구에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나요? 


미국은 체력훈련을 시킬 때 감독이 터치를 전혀 하지 않아요. 트레이너 선생님들에게 전적으로 맡기죠. 그러나 한국에서는 감독이 트레이너에게 오더를 내려요. 그리고 트레이너가 다 시켰다고 감독한테 말하면 감독들이 ‘벌써? 이래서는 힘들어.’라는 식으로 흘러가요. 그런 게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무례하죠. 왜냐하면 트레이너들도 직업이기 때문에 감독이 그들을 존중해야 해요. 자기 방식대로 할 거면 트레이너를 기용하지 말아야죠. 저희는 회의 도중에도 손을 들고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감독님한테 말할 수 있어요. 한국은 선수가 자기 의견을 말하면 예의 없다고 취급하기 때문에 선수들도 더 소심해지고 그러다 보니 농구가 재미 없고 딱딱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거와 연관되어 있는 게 하나 더 있어요. 선수들의 멘탈이요. 저희는 한 선수가 레이업을 하다가 상대 선수한테 블락을 찍히면 화가 나서 다시 시도해요.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승부욕은 있는 것 같은데 코치나 감독한테 혼날까 봐 이런 상황을 피해요. 그래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이현중 선수에게 대학 스포츠는 어떤 의미인가요? ‘대학 스포츠는 무엇이다.’로 정의해주세요. 


대학 스포츠는 쇼케이스다. 대학 스포츠가 프로에 가장 근접한 레벨이잖아요? 여기서 어필을 잘해야 더 높은 리그에서 뛸 수 있으니깐 어떻게 보면 대학 리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를 어필할 수 있는 마지막 발판이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미래의 꿈나무 농구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부탁드려요.  


저도 그렇고 이대성 형, 재민이 형, 하승진 형이 한국 농구 시스템에 대해 비판을 했는데 그걸 어린 선수들이 잘못 받아들이면 안 돼요. 한국 스포츠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에요. 물론 비판할 건 많지만 미국 스포츠가 완벽한 정답은 아니거든요. 예를 들면 스킬 트레이닝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선수들에 따라 다른 거예요. 선수들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 때 해야 해요. 미국에서 선수들이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 것을 무작정 따라한다고 해서 농구가 절대 늘지 않아요. 미국 선수들은 스스로에게 비판적으로 대하며 자기 객관화를 정확히 해요. 그리고 스킬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자기한테 부족한 걸 더욱 채우려고 합니다. 따라서 한국 선수들이 미국 선수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따라하지 말고 더 노력해야 해요.  


그리고 ‘한국 농구가 틀리니까 이거 안 해도 되잖아.’라고 생각 안 하면 좋겠어요. 저도 고2까지는 한국 농구를 했어요. 실력이 있으면 분명히 기회는 와요. 그러니 아무리 한국의 운동 문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도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본인만의 장점 혹은 특기를 꼭 가지고 있어야 해요. 5명이 드리블 관련 스킬 트레이닝을 받아서 5명 모두가 드리블만 치면 그 팀은 망하잖아요? 자기의 역할을 알고 특화된 장점을 살려야 해요.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은 그는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선수였다. 그는 본인의 재능과 한국에서의 입지에 자만하지 않고 더 올라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목표를 향해 올라가는 중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이현중 선수가 2학년 선수로서 부상 없이 본인의 몫을 다 하며 본인의 입지를 차근차근 쌓아 올려 모두가 원하는 그 꿈을 이루길 응원하며 마이클 조던의 명언으로 마무리한다.  



"I play to win, whether during practice or a real game. 

And I will not let anything get in the way of me and my competitive enthusiasm to win." 


-나는 연습에서든 실전에서든 이기기 위해 농구를 한다. 그 어떤 것도 승리를 향한 나의 경쟁적 열정에 방해가 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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