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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녀석 중에 가장 크다는 준중형 SUV가 가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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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평범하다는 말을 본능적으로 싫어했던 것 같다. 평범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는 않았지만, 꽤 가끔 '평범하지는 않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묘했다. 남들과 별로 다른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도 평범하다는 말은 어떤 의미로든 좋아하지 않지만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걸 알게 된 지금은 철 없을 때보다 나이가 들어 현실 감각이 생겼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닛산의 엑스트레일은 닛산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링카다. 2000년에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600만대 이상이 판매된 모델. 베스트는 언제나 이유가 있는 법이다. 영화는 취향에는 안 맞더라도 주위에서 너도 나도 봤다는 이유로 한 번쯤 볼 수도 있는 가격이라서 관객 수가 언제나 영화의 재미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는 옆집 김 사장이 샀다고 해서 따라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잘 팔리는 자동차는 확고한 장점과 매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보편적인 인기는 모나지 않은 평범함을 무기로 가지고 있을 때가 많다. 엑스트레일 이야기다.


괴랄하지 않아서 고마워

앞얼굴에서 눈에 띄는 건 라디에이터 그릴을 감싸는 V자 형태다. 닛산 라인업에서 모두 만날 수 있는 패밀리룩으로 V-모션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고성능을 표방하는 자동차는 그릴의 크기를 키워서 대담하게 보이고자 하지만 닛산 엑스트레일은 자신의 포지션을 명확히 아는 듯 공기를 흡입하는 영역을 줄였다. 그릴의 크기에서 실용성이 느껴지는 듯하다. 주간주행등은 헤드램프 안쪽에서 그릴을 향해 꺾쇠처럼 나 있다. 아반떼의 삼각형이 떠오르긴 하지만 눈이 모여있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는다.

옆모습은 무난하다. 도어 밑을 크롬선 하나가 지나가는데 꽤 눈에 띈다. 디자이너가 옆태를 디자인하다가 옛날만큼 열정 가득하지 않은 지금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인생에 줄 수 없는 포인트를, 엑스트레일에라도 새겨야겠다고 다짐한 듯한 느낌이다. 엑스트레일의 외관이 갖고 있는 맥락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 같지만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그 비용을 아껴서 인테리어에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닛산 자동차는 최근 리어램프가 조금 얌전해졌다. 프리우스가 그렇고 알티마도 그렇다. 특히 프리우스가 페이스리프트되기 전의 리어램프는 볼 때마다 마음이 흠칫할 만큼 강한 인상이었다. 엑스트레일은 이전 세대도 리어램프 디자인이 무난했다.


세로로 뻗어 있던 모습이 지금 3세대에서는 조신하게 가로배치되었다. 페이스리프트되기 전에는 리어램프 테두리를 은색으로 감쌌는데, 지금은 검정색으로 바뀌어 눈 점막에 그리는 언더라인처럼 자연스럽다. 리어범퍼에도 옆태에서 발견한 것과 같은 느낌의 크롬선이 있는데, 옆태를 만지던 디자이너가 뒤에 가서도 아직도 분이 안풀린 모양이다.


딱히 나쁘진 않지만, 좋지도 않은

엑스트레일은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준중형 SUV로 분류되어 있지만 정확히는 준중형과 중형 사이에 있다과 봐야 맞다. 현대차의 준중형 SUV인 투싼의 전장이 4,480mm이고 싼타페가 4,770mm다. 닛산 엑스트레일의 전장은 4,690mm으로 싼타페보다 불과 80mm 작고 투싼보다 210mm나 길다. 전폭은 엑스트레일이 1,830mm으로 싼타페보다 60mm 좁고, 전고는 엑스트레일이 35~45mm 높아 운전 중에 시야 확보가 편하다. 세단을 타다가 엑스트레일에 오르면 그 차이를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중형에 가까운 준중형 SUV인 닛산 엑스트레일은 실내공간에 부족함이 없다. 덩치가 크거나 다리가 긴 사람은 뒷자리에 조금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투싼이나 스포티지 등의 보통의 준중형 SUV의 뒷자리에 타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다. 더 큰 중형 SUV를 타던 사람에게는 조금 좁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크게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닐 것. 트렁크는 충분하다. 기본 용량은 565리터이고 2열을 전부 폴딩하면 1,996리터까지 커지기 때문이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 도드라진다. 누군가에는 깔끔하고 무난하게 비춰지겠지만 비슷한 체급의 SUV와 비교해보면 다소 단조롭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플라스틱인 줄 알았더니 물렁한 감촉이 느껴진 정체 모를 플라스틱이나 가죽의 질감은 생각보다 괜찮기 때문에 아쉬움 짙어진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패턴이나 무늬에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1열을 포함해서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을 것 같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은 복잡하게 많지 않고 필요한 것만 배치된 것 같아 보기에도 깔끔하고 사용할 때 실제로도 불편하지 않다.


바로 위에 있는 네비게이션은 아틀란에서 만든 것으로 길 안내를 친절하게 해준다. 고속으로 달리든 저속으로 달리든 적절한 시점에 나오는 음성 안내는 시승 중에 많이 다녔던 초행길을 헤매지 않도록 해줬다. 문제는 그 안내하는 길이 다소 돌아간다든가, 통행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루트가 분명히 있는데도 통행료를 내는 길로 안내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어플로 사용하는 네비게이션도 추천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요즘이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부분. 터치스크린은 감압식이라서 터치감이 정전식보다 부족하며 가끔 입력 정확도가 떨어진다.

도어트림에 있는 버튼은 램프를 너무 아낀 것 같다. 낮에는 괜찮지만 밤이 되면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다. 창문을 여닫는 버튼은 괜찮지만 스티어링휠 왼편에 위치하는, 주유구나 트렁크릉 열고 드라이빙 모드를 변경하는 등의 8개 버튼은 주행 중에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잘 안 보인다. 


겨울에 중요한 스티어링휠 열선을 켜는 버튼에는 불이 들어와서 찾기 쉬웠지만, 다른 버튼은 위치가 손에 익지 않으면 전방에서 시야를 완전히 내려서 보며서 눌러야했다. 자주 쓰는 기능은 결국 눈으로 좇지 않고 손으로만 해서 찾아내겠지만 가끔 쓰는 기능은 손에 익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어디든 갈 수 있는 미지수의 흔적

엔진의 다운사이징의 바람은 유럽에서 출발했고 우리나라에도 번졌으며 미국까지 건너갔다. 엔진 다운사이징은 자연스럽게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기존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과급기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질소산화물이 많이 생기는 것은 문제지만 그 외에는 이득이 많다. 


출력과 토크가 올라가는데 배기량을 키울 필요 없으니까 효율면에서 좋지만 이러한 변화를 반기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자연흡기만의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터보차저 일색의 자동차만 보다가 자연흡기 모델을 보면 괜히 반가워지는 이유다.


닛산 엑스트레일은 2.5리터 가솔린 엔진이며 과급방식이 자연흡기다. 스포티지와 QM6도 자연흡기지만 배기량은 2.0리터며 쏘렌토나 싼타페는 2.0리터 가솔린 엔진에 전부 터보차저가 들어간다. 가솔린 2.5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일본 SUV에는 더러 보이지만 우리나라 SUV와 유럽산 SUV에서는 보기 힘들다. 그래서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엑스트레일에 올랐다.

스티어링휠이 가볍게 느껴졌다. 팔랑귀를 가진 사람의 움직임처럼 너무 휙휙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어색함과 낯섦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새 편하게 차체를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했고 특히 좌회전이나 우회전에서 한 손으로 스티어링휠을 조작해도 팔에 부담이 없다. 중저속이 많은 도심을 주행할 때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는 건 큰 장점이다. 자동차 게임을 할 때 사용하는 스티어링휠의 느낌도 조금 든다. 그렇다고 게임처럼 운전하면 안 된다.


가속은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역시 자연흡기는 자연스러워서 좋다. 터보엔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초반 가속력이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엑셀을 깊게 밟으면 꽤 기민하게 속도계 바늘이 움직인다. 엑스트레일과 시간을 들이고 지내다 보면 가속력이 아쉽지 않을 만큼 적당한 강도를 찾게 된다. 


CVT(무단변속기)는 자연흡기에 특히 잘 어울리는 듯하다. 변속 충격이 없이 부드럽게 가속이 이루어지는데 언덕에서도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속도를 더 내기 위해서 엑셀을 깊게 밟으면 높아지는 소음만큼 시원하게 가속되지 않아 덩치 큰 알약이 목에 걸린 기분이었는데, 버튼 하나로 간단하게 풀릴 일이었다.

스티어링휠의 왼편 아래쪽에 있는 드라이빙 모드 설정 버튼. 스포츠와 에코가 있다. 각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선택된 모드가 취소되기 때문에 일반 모드까지 총 3개의 모드가 제공된다. 기대 안 하고 스포츠 버튼을 눌렀는데 엔진음이 조금 낮아지면서 엑셀 페달에 차체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이 전해졌다. 다소 여성적인 목소리의 남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목소리까지 낮추고 강한 어조로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고속으로 달릴 때 차이점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일반모드에서는 120km/h로만 달려도 스티어링휠에 힘이 들어갔다. 가속이 잘 안 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자꾸 무언가 아껴두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엔진음도 다소 높았다. 스포츠 모드에선 그 의문이 해결됐다. 거의 160km/h까지 도달했을 때 앞차와의 간격으로 속도를 줄여야 했는데, 더 가속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해 보였다. 높은 전고와 무겁지 않은 스티어링휠은 고속 안정성을 조금 떨어뜨렸지만 주의를 많이 기울일 만큼은 아니다.

에코모드를 선택하면 계기반 가운데 실시간으로 평균 연비를 계산해주는 화면에서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 생긴다. 실시간 연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연비주행을 유도하는 것이다. 에코모드는 이러한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도 연비주행을 할 수 있도록 엔진의 성격을 조금 바꾼다. 가이드를 따르면 충분히 연비가 잘 나오겠지만 신경 안 쓰고 일반주행을 했을 때 유의미하게 연비가 절약되는지까지는 확인이 어려웠다. 


집에 도착하기 직전에 갑자기 브레이크 성능이 궁금해져서 뒤따라오는 차가 없는 걸 확인한 후 20~30km/h로 달리다가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았다. 오래된 기술인 ABS는 문제 없이 작동했다. 타이어가 미끌리기 전에 바퀴가 타이밍맞게 잘 움직여줬다. 두 번 정도의 브레이크 테스트까지 하고 나니까 오늘의 기분이 미지수에서 만족으로 바뀌었다. 주차장에 들어오니까 브릿지스톤 타이어가 탄 냄새가 은은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닛산 엑스트레일의 가격은 3,460~4,120만원이며 3가지 트림으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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