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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붙은 뒤차와 사고 나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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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오토 작성일자2018.11.09. | 10,216 읽음

접촉사고는 모두가 행복한 과실비율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의 과실 비율을 따지는 기준은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 기준'으로 1976년 국내에 도입됐다. 1974년 일본 민사 법원이 발표한 기준을 토대로 가져왔고, 우리나라 교통 법규와 판례 등을 반영해 지금까지 7차례 수정됐다. 교통사고를 510개 유형으로 나눴다. 사고가 나면 우선 활용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사고 당사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소송을 낼 수 있다. 법원이 과실비율을 최종 판단한다.


사고를 낸 사람이 잘못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사건이 법리적으로 다뤄질 때 입장이 뒤바뀌는 일을 가끔 미디어를 통해 듣게 된다. 나름대로 안전거리도 확보했고 전방주시도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탓에 앞차의 줄어든 속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운전자로서의 성실한 의무를 지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판사님 이게 다 제 잘못이라구요?"


운전자의 주의 의무

도로교통법을 잘 들여다 보면 운전면허를 쉽게 따는 지금의 우리나라가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세기 말에 이른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운전 면허를 따기가 어렵다. 독일의 유명한 도로인 아우토반의 명맥이 계속 유지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운전자 대부분이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위반했을 때의 처벌이 무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에는 운전자의 주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꽤 많은데 일반인이 일일이 외우고 다닐 만한 내용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지킬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도로에는 상식을 멸종시키는 특별한 장치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도로교통법 제48조 1항은 안전운전의 의무에 관한 조항이다.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차 또는 노면전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야 하며,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 또는 노면전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본인이 의식하지 못했어도 이 조항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면 안전 운전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대인 교통사고는 가벼운 부상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보도에 따르면 교통사고 발생 원인 1위가 전방주시 태만이다. 특히 내비게이션 역할까지 하는 스마트폰이 운전자의 주의력을 흩뜨리는 일이 적지 않다. 모르는 길에서 헤매고 있는데 갑작기 전화가 온다거나, 조작 중에 실수로 떨어뜨리기도 한다면 운이 안 좋을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 전화 및 DMB 시청은 운전자 주변의 도로 상황을 알아채는 시간을 음주운전으로 규정하고 있는 혈중 알코올 농도 허용치 0.05%보다 훨씬 높은 0.08% 수준에서 보이는 정도까지 떨어뜨린다고. e-나라지표의 2016년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안전운전 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의 68.8%를 차지한다. 2015년 통계에서는 68.5%였고 2014년에는 70.8%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매년 비율 차이는 조금 있지만 높은 비율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안전거리 미확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이든 엔진이 포효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속도로 주행이든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둔다면 웬만한 사고를 줄일 수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그 거리만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전자의 반응시간은 매우 조심했을 때 0.2~0.3초, 평균적으로는 0.66초 정도인데 예고 없는 상황에서는 1초가 더 길어진다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달릴 때 1.66초 동안 46m를 이동한다. 고속으로 달릴 때 1.66초는 꽤 시간인 셈이다.


고속도로에서 종이상자를 싣고 가던 화물차가 종이상자를 떨어뜨렸다. 화물차를 뒤따르던 차량이 종이박스 때문에 급제동했고, 이 차량을 뒤따르던 차량이 앞차의 뒤를 추돌하는 사고를 상상해보자.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 보면 어느 쪽에 과실 책임을 더 물어야 할지 사람마다 생각이 조금 다를 듯싶다. 도로에 화물을 흘린 화물차일까, 갑자기 정지한 앞차일까, 맨 뒤에서 뒤따르던 뒷차일까?

이 사고는 실제 일어났던 것으로,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화물차에서 떨어진 종이상자를 발견하고 정지한 차량을 뒤에서 추돌한 차량에 모든 사고 책임을 물었다. 화물차는 사고 책임이 없다고 결정했다. 사고 시간이 밤이 아닌 대낮이었고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 앞차는 화물차와 추돌없이 정지한 사실에서, 화물차가 적재물을 떨어뜨렸다 하더라도 맨 뒤에서 뒤따르던 차가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했다면 추돌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전 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앞차에 피해를 입혔다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차량에 책임을 묻는다는 이야기다.


도로교통공단은 홈페이지에서, 안전거리에 관해 일반도로의 경우 속도계에 표시되는 수치에서 15를 뺀 수치만큼, 시속 80km/h 이상이거나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는 주행속도 만큼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방어 운전은 필수

방어 운전은 동전 세탁소에 남아 있는 세탁소를 고르듯 선택할 대상이 아니다. 운전 면허를 딸 때 관련한 교육을 철저하게 하고, 교통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나는 사고에 관한 처벌이 강해진다면 지금보다는 준법의식이 나아질 것이다.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에서 2015년 OECD 국가의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 독일이 4.3명이고 덴마크, 스웨덴 등의 북유럽 국가는 이보다도 낮다. 한국은 독일의 2배를 넘는 9.1명이다.

대부분의 교통 사고는 사회가 합의한 규칙인 법률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다.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법에서는 자동차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자동차가 사람을 치었을 때 운전자가 크게 다치는 일은 거의 안 생기기 때문에, 사람이 더 우선되는 것이다.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갈 경우, 판사는 블랙박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난 뒤 도로교통법에 근거하여 과실 비율을 정하게 된다. 과실 비율은 사고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 종이박스 사고처럼 맨 뒷차가 전부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지만, 뒷차가 도로 상황에 관한 전방 주시를 제대로 했고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지켰는데도 일어난 사고였다면 앞차의 책임이 더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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