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history] 4강. 그 '이상'을 꿈꾸다, 2009년 2라운드 일본과의 2연전
지난 9일 도쿄돔 일본전(1라운드 1, 2위 결정전)에서 5 1/3이닝 무실점 쾌투로 일본 야구의 심장을 깊숙히 찔렀던 ‘봉의사’ 봉중근은 이날도 선발 출격, 5 1/3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일본을 봉쇄했다.
그리고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앞세운 타선이 승기를 만들어 냈다. 1회말 톱타자 이용규가 일본선발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좌전안타를 친 뒤 2루를 훔쳤다. 2번 정근우는 2루수 내야안타로 연결시켰다. 무사 1, 3루에서 3번 김현수 타석 때 긴장한 일본 내야진이 실책을 저질렀다. 2루 땅볼을 잡은 이와무라가 악송구를 범했고, 이용규가 홈인,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김태균의 볼넷, 추신수의 삼진으로 1사만루가 됐다. 한 방이 꼭 필요한 상황. 역시 큰 경기에 강한 베테랑 이진영이 한 방을 날렸다. 이진영은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쳐 3루수 키를 넘겼고, 2, 3루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3대0으로 달아났다.
이후는 ‘지키는 야구’의 몫. 봉중근이 다시 일본 타자들을 상대하고 박수를 받으며 강판한 뒤 윤석민→김광현→임창용의 ‘우완-좌완’ 지그재그 계투진이 일본 타선을 ‘0’으로 막았다. 한국은 8회 말 이범호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보태 쐐기를 박으며 4대1 승리를 완성했다.
4강 진출을 결정지은 한국은 여유를 가졌다. 4강 상대는 미국 또는 베네수엘라. 2라운드 1조 순위결정전에서 4번째로 일본과 만난 한국은 승부보다는 컨디션 점검에 주안점을 뒀다.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위한 4강전을 앞두고 힘을 비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 중용하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도 큰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주며 일본에 2대6으로 졌다.
한국 선발은 좌완 장원삼. 일본에서는 당시 이승엽의 팀동료인 좌완 우쓰미 데쓰야가 나섰다. 한국이 선취점을 뽑았다. 1회말 1사 2루서 김현수가 왼쪽 담장을 원바운드로 넘기는 인정 2루타로 정근우를 불러들였다. 하지만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다. 2회초 요코하마의 신예 타격왕 출신의 우치카와 세이이치에게 동점홈런을 맞고, 계속된 2사 3루서 카타오카 야스유키에게 적시타를 내줬다.
그러나 역시 한일전은 명불허전, 이후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투수들이 힘을 냈기 때문이다. 침묵을 지키던 한국 타선은 7회 이범호가 스물한살의 라쿠텐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로부터 큼직한 중월 솔로포를 날려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1라운드 도쿄돔에서 마쓰자카로부터 뽑아낸 김태균의 홈런과 이날 다나카로부터 터트린 이범호의 홈런은 2009시즌 후 김태균과 이범호가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로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8회부터 나온 오승환, 김광현, 임태훈이 제구력 난조와 구위 부족을 드러내며 무너졌다. 8회 무사 1, 3루서 오가사와라에게 적시타를 맞아 끌려간 뒤 1사 2, 3루에서 메이저리거 이와무라 아키노리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일본과의 2연전에서 1승1패를 거두며, 결승 문턱에 만난 4강전 상대는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강적’ 베네수엘라였다.
오늘(17일) 오후 8시 10분부터 JTBC3 FOX Sports에서는 2009 WBC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방영됩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