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history] 2경기 연속 콜드게임, 2009년 1라운드(vs.일본&중국)
충격이었다. 그것도 일본에 당한 콜드게임 패라 대한민국이 슬픔에 잠겼다.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국가대표팀은 1라운드 제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9-0으로 산뜻한 첫 승을 거두고 일본을 맞았으나 콜드게임으로 패했다.
한국은 좌완 김광현을 선발투수로 기용했으나 1회초에만 4안타를 맞고 3실점한 뒤 2회에도 일본 4번 무라타 슈이치에게 3점홈런을 허용하는 등 1 1/3이닝 동안 무려 8실점하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2대14, 7회 콜드게임 패. 1998년부터 프로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한 이후 한국이 일본에 콜드게임 패를 당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으며, 12점차는 역대 최다 점수차 패배가 됐다.
일본은 메이저리거인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선발로 내세웠다. 그만큼 한국에 이기고 싶었다. 1회 3점을 먼저 뺏긴 한국은 1회말 반격에서 1사 후 정근우가 중전안타, 김현수가 우전안타를 날렸다. 그러나 김현수가 2루까지 달리다 아웃된 게 아쉬웠다.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나선 4번 김태균은 볼카운트 0-3에서 마쓰자카의 4구째 가운데 높은 직구를 때려 도쿄돔 좌측 스탠드 상단에 걸린 광고판을 맞히는 비거리 140m의 초대형 홈런을 폭발시켰다. 점수차는 순식간에 1점차. 마운드만 버텨준다면 역전도 가능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2회 제구력 난조까지 겹쳐 밀어내기 볼넷과 홈런을 맞고 또 다시 5실점,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이후 한국은 투수진이 계속 실점하고, 타자들도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며 결국 콜드게임의 치욕을 당했다. 하지만 이날의 패배는 ‘쓰디쓴 보약’이 됐다. 일본은 2승을 거둬 2라운드에 진출했고, 한국은 패자전으로 밀려 대만을 4대1로 꺾고 이변을 연출한 중국과 한 장 남은 2라운드 티켓을 다투게 됐다.
한국은 일본에 대패한 분풀이를 하듯 중국을 두들겼다. 선발 윤석민이 투구수 70개만으로 6이닝을 던졌다. 윤석민은 단 2안타만 허용했고 삼진 4개를 곁들여 호투했다. 타선도 이범호가 2점홈런을 터트리는 등 10안타와 사사구 10개를 얻어내며 중국 마운드를 난타, 14대0의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한국은 WBC에서 2연속 2라운드에 진출했다.
한국은 2대0으로 앞서던 4회 이 대회에서 처음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범호가 좌월 2점아치를 그려 4대0으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한국은 5회와 6회 각 5점을 추가하면서 승부를 콜드게임으로 끝냈다. 이대호 대신 3루를 맡은 이범호가 3타점을 올리며 활약했고, 정대현과 임창용이 1이닝을 이어 던지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이로써 2승1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1라운드 1, 2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다시 만나게 됐다. 콜드게임 패를 복수해 분위기를 전환할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