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History]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다, 2006 2라운드 제3차전(vs. 일본)

조회수 2017. 2. 9. 11: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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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WBC 한국 국가대표팀은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다시 한번 일본을 만났다.
<한일 야구의 자존심, 박찬호와 이치로의 맞대결>

2라운드에서 멕시코와 미국을 연이어 격파한 2006 WBC 한국 국가대표팀은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다시 한번 일본을 만났다. 연승 행진을 달리는 한국이었지만, 일본전은 역시 달랐다. ‘꼭 이겨야 한다’는 정신적인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8강 제3차전 일본전(3월 16일 낮 12시, 현지시간 3월 15일 오후 7시)
<1루 주자 이치로를 견제하는 박찬호>

다시 맞붙은 한일전. 한국은 박찬호가 “일본을 꼭 꺾고 싶다”며 선발로 자원 등판했고, 일본은 예선라운드 한국전에서 선발 등판했던 잠수함 와타나베(지바 롯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7회까지 팽팽한 0의 행진이 이어졌다. 한국 타선은 7회까지 와타나베, 좌완 스기우치(소프트뱅크) 계투조에 눌려 단 1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8회 1사 후 승리의 물꼬가 터졌다. 


김민재가 스기우치에게 볼넷을 고르자, 톱타자 이병규가 중전안타로 뒤를 받쳤다. 1사 2, 3루에서 주장 이종범은 볼카운트 2-1에서 바뀐 투수 후지카와(한신)의 4구째를 통타해 좌중간을 가르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뿜어냈다. 승기를 잡은 김인식 감독은 8회말 1사부터 필승조인 구대성과 오승환을 투입했다. 비록 구대성이 9회말 선두타자 니시오카에게 솔로홈런을 얻어 맞았지만 오승환의 깔끔한 마무리로 2-1,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한국 야구사의 잊을 수 없는 명장면, 2타점 적시 2루타를 친 이종범>

이종범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신께서 내 야구인생의 마지막 테스트를 하시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습니다”고 말하며 “대~한민국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란게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1점차 승리는 호수비와 호투가 지켜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5일 아시아라운드 한일전이 열린 도쿄돔에서 슈퍼 다이빙 캐치로 3-2 역전승의 발판을 만들었던 ‘국민 우익수’ 이진영은 2회말 2사 2루에서 8번 사토자키 도모야의 우전안타때 정확한 원바운드 홈송구로 2루주자 이와무라를 홈에서 잡아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다.

<이진영(위)의 멋진 홈송구로 이와무라를 태그 아웃 시킨 포수 조인성(아래)>

마운드에서는 프로 경험이 1년 밖에 안된 마무리 오승환이 빛났다. 오승환은 박찬호가 선발로 돌자 마무리를 맡아 2-1로 쫓긴 9회 1사 1루의 위기에서 등판해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어 ‘돌부처’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았고, 선동열 투수코치는 “앞으로 한국 마무리는 오승환”이라고 선포했다.

<한일전 승리와 함께 6연승, 4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하는 선수단>

이 날 경기에는 3만여 명의 재미동포들이 에인절스타디움에 몰려 감동의 도가니를 이뤘다. 특히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에인절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아 그 감동이 절정에 달했다. 이 경기 패배로 1승 2패가 된 일본은 사실상 탈락이 확정된 듯했다. 다음날 열리는 미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미국이 이길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미국이 승리할 경우 일본은 4강 진출에 실패, 미국이 4강에 진출해 한국과 대결해야 했다.)

<‘야구의 본토’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은 서재응>

한국은 아시아라운드를 포함해 6전 전승으로 4강에 올라 다음날 꿀맛 같은 휴식을 즐겼다. 대회가 2라운드까지 진행되는 동안 전승을 거둔 팀은 한국이 유일 했으며, 외신들 조차 “도대체 저들이 누구인가”라며 한국 야구에 대한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3월 16일 열린 경기에서 4강 상대로 예상했던 미국이 멕시코에 1-2로 져 탈락했다. 공도 둥글고, 방망이도 둥글기 때문에 미국이 탈락할 수 있지만, 그 때문에 한국의 4강 상대가 일본으로 결정된 것이다.


미국의 패배로 일본과 미국, 멕시코는 1승 2패로 동률을 이뤘다. 동률팀간 최소실점을 먼저 따지는 대회 규정상 멕시코는 일본에 6점, 미국에 1점을 내줘 7실점으로 조 최하위로 처졌다. 일본(미국에 4점, 멕시코에 1점)과 미국(일본에 3점, 멕시코에 2점)은 똑같이 5실점을 기록했지만 일본의 수비 이닝이 한 이닝 더 많아 4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멕시코전 9이닝, 9회말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은 미국전 8 2/3이닝을 수비해 2경기, 17 2/3이닝 동안 5실점했다. 미국은 일본전에서는 9이닝 수비했지만, 초공격을 한 멕시코전에서 지면서 9회말 수비를 하지 못해 17이닝 5실점으로 탈락했다. 미국이 멕시코전에서 말 공격을 했다면 거꾸로 일본보다 수비이닝이 ⅓이닝이 많아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자국에 유리한 대진을 만들기 위해 희한한 조 편성을 했고, 심판의 유리한 판정까지 등에 업은 미국은 ‘어글리 USA’라는 세계 야구팬들의 지탄과 비웃음을 사며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 자료출처 : 2007 KBO 연감, 한국스포츠사진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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