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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로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9. 3. 09: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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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TV 프로그램에서 ‘방귀에 불이 붙을까?’라는 호기심을 실험을 통해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의 방귀를 한데 모아 ‘불이 붙는다’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그렇다면 ‘사람이나 동물들의 방귀를 모아서 로켓 연료로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방귀를 연료로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엄청난 양의 방귀를 잘 모아야 합니다.

출처: 로이터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를 모으기 위한 장치
사람, 가축들이 내뿜는 메탄가스 양은?

NASA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 한 명이 방귀나 트림으로 내뿜는 메탄가스는 연간 약 0.12kg 정도라고 합니다. 인류 전체로 계산해보면 약 93만 톤 정도의 메탄가스가 해마다 배출되는 건데요. 여기에 더해 소 한 마리는 연간 약 120kg의 메탄가스를 방출한다고 합니다. 지구상에 약 15억 마리의 소가 살고 있는데, 이 소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연간 약 7,000만 톤에 달하는 겁니다. 이 정도 양이면 연료로 사용하기에 충분할 수 있을까요?

출처: NASA
사람과 가축의 연간 메탄가스 방출량

아직 메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로켓은 없지만 만약 200톤의 연료를 사용하는 메탄엔진 로켓이 있다면 지구상의 사람과 소의 메탄가스를 1년간 모은다면 약 35만 번 발사할 수 있습니다. 200톤의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을 기준으로 가정한 것이지만 중국이 한 해에 34번, 미국이 23회, 러시아가 20회 정도를 발사한 것으로 볼 때 방귀를 잘 모을 수 있다면 더 많은 로켓 발사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출처: arianespace.com
아리안5 발사 장면

하지만 사람과 소의 방귀, 트림을 로켓 연료로 사용하려면 이산화탄소 등을 제외하고 메탄가스만 추출해 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액체상태로 만들어 사용해야 합니다.

출처: johnpaulprofessional.com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를 활용하는 그림
방귀, 트림 속 메탄가스만 추출, 액화해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선 방귀나 트림을 모아야 하는데 한 사람만으로 충분한 양을 모으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테니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할 겁니다. 더 많은 양을 모으기 위해선 가축들의 방귀와 트림을 모을 수 있는 장비도 필요합니다.

또 방귀와 트림 속에 있는 메탄가스만 분리하기 위한 별도의 과정도 필요합니다. 산화제로 사용되는 액체산소와 마찬가지로 기체 상태의 메탄을 사용하기엔 부피가 크기 때문에 메탄의 액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메탄은 –161.5℃ 이하로 온도를 낮추면 액체가 됩니다. 산소가 –183℃에서 액체가 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액체 산소를 다룰 수 있는 시설, 설비, 탱크 제작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면 메탄을 사용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케로신(석유), 수소 보다 메탄이 가진 장점도 많아

아직 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로켓이 상용화된 적은 없습니다. 비추력(연비)나 추력 측면에서 ‘중간’ 정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동안은 꼭 개발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케로신(석유)보다 낫고 액체수소보다는 못한 수준이죠. ​ 

액체 메탄은 상대적으로 독성, 부식성도 없어 관리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하고 불도 잘 붙습니다. 수소는 작은 에너지만으로도 쉽게 점화되어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화성 등 인간이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거주하게 될 때, 현지자원활용(ISRU) 가능성 측면에서도 메탄엔진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메탄과 산소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NASA도 메탄 로켓 연구를 하고 있고 스페이스X는 액화메탄을 연료로 하는 랩터 엔진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블루오리진 또한 메탄을 이용하는 BE-4 엔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로켓 재사용을 모토로 하고 있는 두 회사에 메탄이 매력적인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연소 찌꺼기입니다. 연소 후 탄소 찌꺼기가 엔진이나 배관 등에 많이 남아 있는데요. 이에 반해 메탄은 연소 후 찌꺼기가 없어, 케로신 엔진에 비해 재사용 횟수가 더 많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출처: 엘론머스크 트윗/블루오리진
(좌) SpaceX에서 개발 중인 랩터 엔진, (우) 블루오리진의 BE-4 엔진

하지만 메탄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극저온 액화공정이 수반되어야 하고, 단열 및 저장 방법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케로신에 비해 밀도가 낮아 추진제 탱크는 더 커져야 합니다. 아직은 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로켓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방귀를 연료로 사용하는 로켓이 우주로 날아가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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