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도 썬팅을 할까요?
자외선 차단, 적외선(열) 차단, 사생활(?)보호 등을 위해 대부분의 자동차에 썬팅이 되어 있는데요. 올바른 영어표현은 "틴팅"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태양을 피하기 위한 썬팅, 전투기도 할까요?
위 사진을 보면 F-22는 진한 금빛, F-16은 은은한 금빛으로, 완전히 투명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과연 이것이 태양을 피하기 위한 틴팅일까요? 자동차 틴팅과는 색도 많이 달라서 뭔가 특이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요!
일단 원래 유리의 색이 그런 것인지 찾아보았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조종석 유리창을 보통 '캐노피'라고 합니다. 최근 전투기의 캐노피는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폴리카보네이트는 CD/DVD, 선글라스, 여행용 캐리어, 버스정류장/건물 통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초록색 간이 지붕 같은 것을 만드는데 쓰이는 재료입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지만 캐노피용으로는 투명한 것을 쓴다고 하네요. 금빛 캐노피는 원재료가 아니라 '코팅'의 결과물인 것이죠.
* 참고 : 아래는 폴리카보네이트(a.k.a Lexan)가 얼마나 강한지 실험한 영상입니다.
캐노피 제조사(P**)에서 밝힌 자료를 보면 일단 proprietary protective "coatings", 즉 코팅을 했다고 쓰여있고 목적도 밝히고 있는데요. 첫 번째 목적은 'low-observables', 적에게 잘 들키지 않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전투기는 보통 레이더로 찾아내니까 결국 상대방의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기 위해 코팅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표적이 레이더에 잡히면 그 표적의 실제 크기가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얼마나 반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제보다 훨씬 크거나 혹은 훨씬 작게 레이더 스코프에 나타나는데요.
어떤 물체가 레이더에 얼마나 잘 반사되는가를 RCS(Radar Cross Section)이라는 용어로 표현합니다. 단순 크기, 면적이 동일하더라도 어떤 재질, 모양이냐에 따라 RCS 값이 엄청나게 바뀔 수 있습니다. 재질, 형상 설계가 잘 되어 있으면 집채만 한 물체도 파리만 하게 레이더에 감지될 수 있다는 것이죠. 전장이 20m 가까이 되는 거대한 F-22가 레이더에 콩알만 하게 감지된다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위 이미지 중 왼쪽처럼 일정한 각도가 없이 뭔가 올록볼록하게 많이 달려 있으면 RCS값이 높아지는 원인이 되어 레이더 스코프상에 더 잘 드러납니다. 오른쪽 사진에 보조선으로 표시한 것처럼 규칙적이고 일정한 각도로 모양을 설계하고 미사일 같은 것은 노란색 동그라미처럼 내부 수납공간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만 열어서 꺼내 쓰는 것이 RCS값을 줄이는 방법이라네요.
다시 조종석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올록볼록 그 자체인 조종사가 '반사가 잘 되는 헬멧'을 쓰고 '움푹 파인 공간'에 앉아 있는데 '전파를 잘 회절'시킬 수 있는 '모서리'나 '각종 장비'들까지 꽉 들어차 있습니다. 이 내부로 레이더 전파가 들어오면 이 안에서 난반사가 일어나며 RCS값을 엄청나게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예 레이더 전파가 조종석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금빛 코팅을 하는 것이죠. 코팅의 재료는 실제 금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물론 제조사가 덧붙여 밝힌 대로 코팅에 태양열 차단의 목적도 있으니 자동차 틴팅과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순 없지만 금빛 코팅의 주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숨기는 데 있습니다.
자동차 틴팅의 주목적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을 숨기고 싶어하는 "사생활 보호(?)"의 측면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