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소, 최적의 부지는 우주?

조회수 2020. 8. 15. 11: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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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문학계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는 1941년 단편소설 ‘리즌(Reason)’을 발표했는데요. 이 소설에서는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아이디어 하나가 처음 등장합니다. 바로 우주 태양광발전소인데요. 소설에서는 우주정거장에서 태양광발전을 한 뒤 지구나 다른 행성으로 전기를 전송하는 개념입니다. SF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로만 들렸던 우주 태양광발전(Space Solar Power) 그리고 우주 태양광발전위성(Space Solar Power Satellite, SPS)에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현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또 우주 태양광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요?

출처: esa.int
세계 각국이 우주 태양광발전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은 유럽의 우주 태양광발전 개념도

왜 우주 태양광발전인가?

인류는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고 있습니다. 화석 에너지 고갈에 따라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대기 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태양에너지를 비롯해 풍력, 수력, 조력, 바이오 연료 등이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현재 7~8%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오는 2040년까지 30~35%까지 확대하겠다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효율성입니다. 화석연료와 달리 환경오염이 적고 자연을 이용하는 만큼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체 연료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약점으로 인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태양광 에너지의 경우 지상에 도달하기 전 30% 정도는 반사되고요. 투과된 태양광 역시 구름과 먼지, 대기 등에 의해 산란(散亂)하면서 지표면에 도달할 때는 에너지 효율이 크게 낮아집니다. 더 결정적으로는 태양이 비추는 낮, 그것도 맑은 날에만 태양광발전이 가능하고 계절에 따른 편차도 크고요. 지정학적으로도 위도가 높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대규모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를 위한 산림 훼손 등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주는 사정이 다릅니다. 날씨와 상관없이 거의 24시간 발전이 가능하고 진공이어서 태양에너지를 손실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1㎡ 크기의 태양전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지상에서는 대개 0.4kW 정도 발전하지만, 성층권은 0.7~0.8kW 정도, 우주 태양광발전위성이 위치할 3만 6,000㎞ 고도의 정지궤도에서는 약 1.36kW의 발전이 가능합니다. 대체로 24시간 발전이 가능한 우주에서 전기를 생산해 지상으로 송전한다면 지상에서 태양전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보다 10배에 가까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 정도면 우주 태양광발전에 매력을 느낄 만하겠죠?

출처: pixabay.com
지상에서의 태양광 발전은 야간, 날씨, 지정학적인 영향으로 우주보다 효과적이지 않다.

천문학적 개발 비용…

풀어야 할 숙제는?

우주 태양광발전은 글자 그대로 지구 정지궤도와 같은 우주 공간에 발전소를 띄워 태양광(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것입니다. 우주 공간에서 발전소 역할을 맡는 것은 인공위성입니다. 위성에 거대한 태양전지 패널을 달아 전기를 생산하고, 이렇게 생산된 전력을 지구로 보낸다는 것이 우주 태양광발전의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더 나아가 달 적도 표면에 태양전지 패널을 설치하고 지구로 전력을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공위성부터 지구까지 전선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전기를 생산해 전선으로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위성에서 마이크로웨이브(극초단파)로 변환한 에너지를 무선으로 지구로 보내면 지상에서 이를 수신한 뒤 전기로 바꿔 송배전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우주 태양광발전 개념은 1968년 미국의 피터 글래서 박사가 처음 제안했습니다. 단순히 제안에 그치지 않고 미 의회가 예산을 지원해 1970~1980년대 타당성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결론은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 대해 현재로서는 기술이 덜 성숙되고 개발비용이 과도하다”였죠. 다시 말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최대 난제는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입니다. 발사체, 인공위성, 태양광 패널 등 인류는 우주 태양광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이미 개발했거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각종 인공위성은 태양전지판을 부착해 태양에너지로 자체 전력을 생산합니다. 하지만 우주에서 대규모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태양발전 위성을 우주에서 조립해야 합니다. ISS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야 하죠. 대형 원자력발전소(2기가 와트급)를 대체하려면 태양전지판만 약 10km^2 정도의 크기가 되어야 합니다. 유지 보수는 대부분 AI 로봇이 담당하여야 합니다. 우주 파편과 같은 우주 쓰레기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도 설계시부터 고려해야 합니다.

“타당성 있다” 우주 선진국 실용화 도전

그런데도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우주 선진국은 우주 태양광발전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했고, 최근 본격적으로 실용화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비현실적이다”에서 “타당성 있고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로 선회한 것인데요.

최근 우주 태양광발전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곳은 일본과 중국입니다. 실제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는 1980년대부터 태양전지를 붙인 인공위성을 띄우려는 계획을 추진했고요. 2023년에 발사 예정인 달착륙선에서 달의 영속적인 그림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달탐사 로버에 무선전력전송 실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국가 예산을 투입해 연구를 시작한 중국도 2030년에는 정지궤도에 1 MW급 우주태양광발전 위성발사를 목표로 충칭시에 시뮬레이션 기지를 현재 건설 중이고, 2050년까지 1GW급 우주 태양광발전 위성을 궤도에 띄워 상용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1GW급은 원전 1기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민간 기업까지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4년 에너지 벤처기업 솔라렌이 정지궤도에 위성을 띄워 전력을 생산하게 되면 미국 에너지 기업 PG&E가 200MW의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200MW는 약 1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력입니다. 영국의 인터내셔널 일렉트릭 컴퍼니도 ‘카시오페이아’라는 나선형 구조의 태양광 발전 위성을 개발 중입니다.

우리도 우주 태양광발전 도전 대열에?

우주 선진국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우리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주 태양광발전 국제 워크숍’에서 한국형 우주 태양광발전 위성 개념(안)을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개념 단계이지만, 가로 6.8㎞, 세로 2.2㎞의 규모로 가운데에 1㎢의 사각 안테나를 달아 지구로 전기를 보낸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위해 우주 태양광발전 위성에 대한 기획 연구중에 있습니다.

우주에서 생산된 전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상으로 전송하느냐는 여전히 큰 숙제입니다. 수십 m 떨어진 곳으로 전력을 전송하고, 수 톤 무게의 위성을 제작하는 것은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만㎞ 떨어진 곳으로 전기를 전송하고, 수천 톤 수만 톤에 이르는 초대형 구조물을 우주 궤도에 건설하는 일은 아직 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주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위한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문제는 인류와 지구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니까요. 그것이 인류가 우주 도전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주 태양광발전의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했던 아이작 아시모프는 1984년 한 언론사에 보낸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르면 2019년 달에 태양광발전소가 만들어져서 지구로 전기를 보내올 것이다.” 비록 2019년 우주 태양광발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빗나갔지만, 절반은 맞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우주 태양광발전을 위한 인류의 도전이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출처: nasa.gov
다양한 우주 태양광발전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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