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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면 나에겐 불쾌한 손님이 찾아온다 (feat.질염)

조회수 2019. 6. 18. 18: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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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gee로 인해 전국에 스키니진 열풍이 불어

꽉 끼는 스키니진이 유행했던 때.

나도 그 열풍에 동참했다.

질염을 처음 마주한 순간

내가 ‘질염’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건 23살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였다. 겁에 질려있는 나에게 의사 선생님은 무표정한 얼굴로 ‘질염’과의 사투를 예고했다. 스물셋에 처음 산부인과를 찾았을 만큼 그때의 나는 내 몸에 참 무지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당당하게 들락거리는 곳이지만 여전히 산부인과는 두렵고 어려운 존재다. 감기처럼 쉽게, 자주 걸리는 게 질염이라지만 ‘나 질염 걸렸어!’라고 주위에 내 속 사정을 털어놓을 수도 없는 불쾌한 손님이다. 사람들은 감기보다 ‘질염’이란 단어에 불순한 생각들을 많이 섞는 것 같다.

또다른 첫 만남

소녀시대의 gee로 인해 전국에 스키니진 열풍이 불어 꽉 끼는 스키니진을 입고 온종일 앉아 일했던 날들. 부서이동과 야근까지 닥친 그때가 시작이었다. 남자친구와의 잦은 싸움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다 달았던 그때는 분비물은 물론 냄새까지….

팬티라이너를 하루에 7~8개씩 써도 해결되지 않았고, 좋다고 소문난 청결제들도 소용이 없었다. 다른 이에게 냄새가 날까 봐 회사에 팬티를 챙겨와 입었던 팬티를 봉지에 싸서 버린 적도 있었다.

산부인과로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

질염에 걸리면 상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얼른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해야 하지만 겁부터 나는 게 사실이다. 혹시 모를 원인을 의심해 '균 검사’를 하고 거기에 이것저것 어렵고 걱정스러운 용어들이 더해져 다른 검사들까지 권유받는다.


아래가 뻥 뚫린 진료용 치마를 입고, 진료대에 올랐다.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 선생님도 여성분이었고 프로페셔널하게 대해주셨기 때문에, 진료 자체는 신속히 종료되었다. 하지만 환부를 닦고, 질경을 사용해서 내부를 들여다보는 모든 행위가 그냥 의료적인 처치일 뿐이라고 생각은 들면서도 왠지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산부인과라는 곳이 참 애증의 존재이다. 경험자로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들은 우리들의 소중한 곳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잘 치료해 줄 수 있는 분들이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치료받으러 가면 된다.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서 내과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는 것과 같다. 질염이 찾아오면 산부인과에 가서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으면 된다. 남자 의사 선생님들이 불편하면, 여자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으면 된다.

잘 달래 보낸 그 후

질염 예방을 위해 내가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되도록 팬티라이너 쓰지 않기, 면 속옷을 입고 자주 갈아입기, 스타킹 등 꽉 끼는 옷 입지 않기, 고함량의 유산균 챙겨 먹기, 크랜베리 영양제 챙겨 먹기, 설탕 줄이기 등이다.


물로만 씻고, 차가운 바람으로 말려주기. 팬티는 모두 인터넷에서 면 100%, 큰 사이즈로 20장을 주문해서 베이킹소다와 식초만으로 세탁을 했고, 햇볕에 바싹 말려주었다. 

아랫도리에게 자유를 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그래서 나는 가끔 파자마 아래의 노팬티로 집에서 뒹굴기도 한다. 


가장 효과를 본 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피곤에서 벗어나는 건데, 오래 앉아있지 않는 것도 한몫 하겠지만, 직장을 관두고 6개월가량 여행을 다니며 쉴 때는 질염이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하는 우리 나이대 여성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처방이다.


지금은 그래서

나와 질염의 밀당은 끝났느냐 하면

우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글은 해피문데이 월경블로그에 실린

7명의 질염 극복 이야기를 엮어 재가공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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