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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는 한국 음원 플랫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4. 14. 17: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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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플랫폼이 지배하는 한국 시장에 가져올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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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서비스의 무덤’. 한때 한국 인터넷 환경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쓰이던 표현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이 콘텐츠를 접하게 된 지금의 우리에게는 잘 이해되지 않는 표현일 수 있지만,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해외 서비스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당시 포털과 검색 엔진은 네이버, SNS는 싸이월드, 동영상 서비스는 판도라 TV, 메신저 서비스는 네이트온이 각각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닷컴 버블 이후 해외에서는 웹 2.0이라는 이름 아래 개방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태어났으나 한국에서는 그 서비스들이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구글이 전 세계 검색 엔진을 장악하는 와중에도 한국은 네이버가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 구글의 국내 점유율은 네이버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고, 영상 플랫폼 시장은 유튜브가 통일했으며, 싸이월드는 오래 전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만은 한국산 서비스가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째서 음원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도 해외 플랫폼의 국내 안착은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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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의 형성


국내 음원 서비스의 시작으로 돌아가 보자. 1999년 한국은 고속 인터넷 붐을 타고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된 나라다. 하지만 당시는 아직 온라인상의 음악 저작권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이었고, 초창기 스트리밍 서비스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생겨난 과도기적인 존재였다. 이들의 서비스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2000년대에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까지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음원 플랫폼 멜론의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음반 산업구조가 바뀌며 만년 적자를 보던 서울음반은 2005년 SK텔레콤에 인수 합병된다. SK 텔레콤은 멜론을 개발해 2004년 11월부터 서비스하고 있었고, 2008년에는 멜론의 영업권을 서울음반에 양도했다. 이때 서울음반의 사명은 잘 알려진 로엔엔터테인먼트로 변경된다.


한국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처럼 음반제작사와 통신사가 만나며 비로소 전성기를 맞이했다. 모바일 중심으로 음원 스트리밍 환경이 개편되며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자 멜론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멜론은 그 파워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에서 활용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는 아티스트가 소속된 기획사이며, 음원 유통사이기도 하고, 멜론이라는 음원 플랫폼과 원더케이라는 미디어의 운영사도 겸했다. 이는 음원 유통과 스트리밍 플랫폼을 모두 가지고 있는 지니, 벅스 등 다른 회사에도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멜론이 압도적인 1위 업체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전 운영사인 SK텔레콤의 힘이 컸다. SK텔레콤은 국내에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후부터 지금까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자다. SK텔레콤 고객이 멜론을 이용할 경우 제공한 정액 요금 할인, 데이터 요금 무료 등의 혜택은 자연스럽게 멜론의 몸집을 키웠다. 2위 사업자인 KT는 KT뮤직을 만들었다. 이후 LG U+가 2대 주주로 출자하며 지니뮤직으로 사업자명을 변경했다.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두 통신사는 자사 서비스 이용자 확보를 위해 통신사 할인, 데이터 무료 등의 혜택을 내세웠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통신사 서비스에 맞춰 멜론 또는 지니를 선택하고, 네이버 뮤직, 벅스, 엠넷, 소리바다 등이 나머지 점유율을 차지하던 이 시장에 변화가 생긴 건 대략 2018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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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플랫폼 시장의 변화와 해외 서비스의 진출


우선 기존 국내 사업자 간의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로엔엔터테인먼트가 2013년 SK텔레콤에서 분리되고, 2018년 카카오에 인수됐다. 멜론을 놓친 SK텔레콤은 2014년 아이리버를 인수하고 2018년부터 SM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음원 유통을 담당한다. 이후 2018년 12월 당연한 수순으로 플로라는 이름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한다. CJ E&M과 카카오M의 중소기획사 인수합병이 이어지며 시장은 전보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다. 가장 먼저 행보를 정한 건 YG였다. 네이버가 YG의 2대 주주가 된 후 함께 YG 플러스를 설립, 2018년 새로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를 출시하고 음원 유통도 시작했다. 같은 해 KMP홀딩스와 계약이 끝난 지니는 엠넷닷컴을 인수했다.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파워게임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국내 서비스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해외 서비스도 하나 둘씩 한국을 찾았다. 첫 손님은 2016년 아이폰과 맥 등 애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국에 진출한 애플 뮤직이다. 전 세계 점유율 2위에 해당하는 플랫폼인 애플 뮤직의 론칭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다. 한국은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리잡아 다운로드 기반의 아이튠즈 뮤직이 서비스되지 못한 소수의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에 애플의 진출이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애플 뮤직은 국내 음원 플랫폼 겸 음원 유통사들의 견제 속에 론칭 시점에도 약 10% 정도의 국내 음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당연히 성공적인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당시 주요 국내 음원 대다수를 보유하고 있던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니, CJ E&M이 애플 뮤직에 음원을 유통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애플 뮤직은 국내 음원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SM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와 따로 계약을 맺는 등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서비스 시작 3년이 조금 지난 애플 뮤직의 점유율은 1% 정도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작년부터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스포티파이 코리아가 생겼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실제로 론칭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스포티파이는 스웨덴에서 2006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전 세계 1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스포티파이가 세계 1위를 차지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스포티파이도 애플 뮤직처럼 국내 서비스사의 견제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이를 뚫고 한국 음원 시장의 변화를 가져와 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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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상징이 된 실시간 음원 차트


최근 국내 음원 스트리밍 차트의 신뢰도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2015년, 멜론이 추천곡에 자사에서 유통하는 음원을 주로 넣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장 눈에 잘 띄는 차트 위에 큐레이션 되는 추천곡이 사실상 갑의 농간이었던 셈이다. 문제가 커지자 멜론은 해당 섹션을 없앴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끊임없이 사재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윤종신의 ‘좋니’와 같은 곡이 SNS 마케팅과 노래의 힘으로 역주행에 성공하고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자, SNS 마케팅 전문 업체에서 의뢰받은 음원을 띄워 주기 시작했고, 급작스레 인지도 없는 가수의 음원이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일이 빈번히 생겼다. 처음에만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강한 의심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불법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차트의 의미가 변질되는 경우도 있었다. 막강한 팬덤을 가진 아이돌 그룹 팬의 ‘스밍 총공’과 ‘줄 세우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 출시되는 날은 차트 상위권이 그 가수의 트랙리스트로 도배된다.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다양한 곡을 듣는 곳이라는 차트의 의미는 점점 찾기 어려워졌다. 정액 요금만 내면 추가 요금 부담 없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런 부작용은 어느 정도 예측되었던 일이다. 하지만 서비스사는 이를 방지하기보다 오히려 실시간 차트 그래프까지 그려가며 경쟁을 부추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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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에 기대를 거는 이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스포티파이에 기대하는 건, 신뢰하기 어려운 차트 대신 제공되는 막강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다. 일반적인 한국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서비스사가 메인에 띄워 놓은 신보와 차트가 보이지만, 스포티파이는 유저 각각에 맞춰 개인화된 화면이 등장한다. 당신이 트로트를 좋아한다면 트로트 음악을 주로 추천받을 것이고, 팝을 주로 듣는다면 팝을 추천받을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에코 네스트, 사이언티픽, 닐랜드와 같은 인공지능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를 인수하고, 해당 회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음악 추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스포티파이에서 제공되는 ‘Discover Weekly’, ‘Your Daily Mix’같은 플레이리스트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추천 플레이리스트다. 그 외에도 내가 들은 음악을 바탕으로 플레이리스트나 음반을 추천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연말이면 이를 바탕으로 내가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인포그래픽으로 된 통계까지 제공해 준다.


플로와 바이브 등 비교적 최근 등장한 국내 서비스도 이를 의식해 차트 대신 개인화된 음악 추천과 플레이리스트 기반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그러한 시도가 국내 사용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환영받고 있다고는 판단하기 어렵다. 플로는 점유율 20%를 넘기고 시장 3위를 차지하며 약진하고 있으나 서비스의 차별화보다는 과거 멜론과 마찬가지로 거대 통신사의 힘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브는 오히려 과거의 네이버 뮤직보다 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차트 듣기에 익숙한 대중들의 음악 소비 방식에 아직은 유의미한 변화를 찾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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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뮤직이 그랬던 것처럼 스포티파이 역시 국내 진출을 위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음원 제작사와 서비스사를 겸하고 있는 유통사와 협상해야 하고, 19금 음원 서비스를 위해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성인 인증 시스템도 추가해야 한다. 스포티파이는 무료 서비스와 유료 서비스인 프리미엄으로 나뉜다. 한국에서 무료 스트리밍은 유료 스트리밍보다 저작권료가 비싸 더 큰 유지비가 들 수밖에 없기에 저작권협회 및 정부 관련부처와 협상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트보다는 개인화된 음악 듣기를 선호하는 이용자가 늘어나야 한다.


‘해외 서비스의 무덤’이었던 한국에서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서비스가 자리 잡더니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가 됐다. 이러한 구도를 단순히 국내와 해외 서비스의 대결로 볼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주체가 되는 서비스와 이용자가 주체가 되는 서비스로 나누면 어떨까? 사업자의 입장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이상적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아직은 한국에서 스포티파이의 성공을 낙관하긴 어렵지만, 음악을 발견하고 즐기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이들이 스포티파이의 파란을 기대하고 있다.

Editor Yonghwa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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