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서울의 커티스 캄부가 들려주는 바이닐 이야기

조회수 2020. 7. 6. 14: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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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에디터, 리스너들이 찾는 레코드 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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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데이터 분석 회사 <닐슨 사운드스캔>의 시장 동향 조사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바이닐은 총 1천8백만 장이 판매됐다. 이는 <닐슨 사운드스캔>이 판매량 집계를 시작한 1991년 이후 최대치다. 음악 레이블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CD보다는 바이닐 제작에 힘을 쏟기 시작하면서 바이닐 판매량이 CD 판매량을 넘어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바이닐에서 CD로, CD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 소비 방식이 바뀐 지 10년이 넘어가는 지금, 바이닐이 다시 예전의 위용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교한다면 바이닐로 음악을 듣는 것은 확연히 불편하다. 턴테이블, 바늘, 스피커 등 준비물이 많고, 주기적으로 카트리지와 바늘을 교체해줘야 한다. 생각 이상으로 크고 무거운 바이닐을 보관할 장소도 필요하다. 한 앨범에서 원하는 곡이나 좋아하는 파트를 찾아 듣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수치는 이 불편한 방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증명한다. 바이닐 한 장 한 장에 애정을 가지고 조금 더 천천히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 서울의 바이닐 마니아들은 최근 모자이크 서울이라는 레코드 숍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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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서울은 DJ 6t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레이블 대한 일렉트로닉스, 브레인댄스 레코즈를 운영하는 커티스 캄부가 만든 레코드 숍이다. 신당역과 동대문역사공원역 사이, 음악과 관련된 건물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지역 한구석에 자리 잡은 작은 레코드 숍. 커티스 캄부는 상권을 떠나 정이 넘쳐서 이곳이 마음에 든다며, 아침부터 이웃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중 몇 명은 숍에 들어와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일터로 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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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스 캄부는 앙투안과 함께 근 몇 년간 을지로에 위치한 클리크 레코즈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클리크 레코즈를 나와 모자이크 서울을 만든 이유에 관해 그는 “방향성이 달랐어요. 그래서 혼자 나와 중고 바이닐을 주로 취급하는 새로운 레코드 숍을 열게 됐죠. 그게 모자이크 서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앙투안과 사이는 좋다며,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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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스 캄부는 모자이크 서울을 “와서 느껴봐야 좋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본인이 알지 못하는 음악이 가득한,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커티스 캄부는 모자이크 서울이 이미 알려진 음악을 소개하는 곳은 아니지만, 자신의 취향을 전시하는 곳은 더더욱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 숍에 들려 여러 음반을 구경하고 직접 느껴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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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자신보다 테크노 음반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열 명도 없을 것이며, 모자이크 서울에 있는 남미 음반들은 오직 이곳에만 있을 것이라는 그의 이야기에서 컬렉션에 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모자이크 서울의 한쪽 벽에 발레아릭 장르 음악의 컬렉션이 진열된 것을 발견하고 그에게 숍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유행을 어느 정도 신경 쓰냐고 물었다. 그는 단호하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발레아릭이라는 단어 자체를 한국에서는 열 명, 스무 명도 알지 못하며, 시티팝이 유행한다고 ‘시티팝 셀렉션을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그는 그저 발레아릭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컬렉션을 즐기도록 하고, 발레아릭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발레아릭은 이런 음악이다.’라고 소개하고 싶었다고 한다.

“유행은 바뀌지만 발레아릭 컬렉션도 시티팝 컬렉션도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예요. 30년 전에도 발레아릭은 있었고, 10년, 5년 전에도 있었잖아요.”

사람들이 바이닐을 다시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그저 크고 예뻐서, 누군가는 음악 소비 방식을 바꾸고 싶어서 바이닐을 찾는다. 커티스 캄부는 ‘그저 예뻐서’ 바이닐을 사는 것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원하는 이들이 바이닐을 모으는 것이 좋을까? 커티스 캄부는 수집가의 시선에서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건 너무 쉬운 만큼, 음악도 쉽게 듣게 돼요. 음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컴퓨터를 잃어버리면 없어지고, 금세 잊어버리죠. 바이닐은 달라요. 진짜 마음에 드는 음악을 바이닐로 사면, 그건 제가 불태우기 전까진 평생 제 라이브러리로 남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닐이란 그 자체로 하나의 아트폼이며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는 정성이 다른 만큼, 가지고 있을 때의 마음가짐도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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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초심자에게 바이닐이란 플랫폼이 음원 스트리밍과 비교해 접근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모자이크 서울처럼 중고 음반을 주로 취급하는 곳에는 아는 음반보다는 모르는 음반이 훨씬 많이 놓여 있다. 커티스 캄부도 이 점을 알고 있었다. 그는 “모르는 게 재밌는 거예요. 다 알고 있으면 레코드 숍에 올 이유가 없어요. 백 번 들어본 거고, 다 아는 것만 있으면 무슨 재미가 있어요?”라며 반문한다. 그는 전문가도, 일반인도 음반을 보았을 때 흥미롭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직업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다.


바이닐에 접근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가격이다. 마음에 드는 커버를 보고 음반을 골랐다가도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도로 내려놓는 경우도 많다. 모자이크 서울은 이러한 고민이 필요 없는 장소다. 숍에 있는 모든 음반은 그 자리에서 들어볼 수 있고, 가장 싼 음반은 5백 원부터 시작한다. 주인이 오랜 기간 레코드 관련 일을 해온 만큼, 모자이크 서울에 배치된 음반에는 모두 합리적인 가격이 매겨진다.


커티스 캄부는 ‘바이닐을 처음 듣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 있을까?’란 질문에 “우리 가게엔 처음 듣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 같은 건 없어요. 애초에 음악 듣는 단계 같은 거로 사람을 나누는 게 말이 안 돼요.”라고 답했다. “처음 듣는 사람을 위한 음반이라면, 모두가 아는 탄탄한 음반, 소위 클래식이라 부르는 음악이잖아요. 그런 걸 소개해줄 순 있어요. 너는 방금 음악 듣기 시작했으니까, 이런 별로인 음악 들어도 돼. 이런 건 사기예요. 모자이크 서울에 와서 들어보고, 마음에 들면 사가세요.” 커티스 캄부의 소신이다. 만약 구매자가 턴테이블을 쓸 줄 모른다면, 모자이크 서울의 직원들이 직접 사용법을 설명해준다. 구매 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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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커티스 캄부가 가지고 있는 바이닐 중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은 무엇일까? 다섯 장을 꼽아달라는 말에 커티스 캄부는 영국의 라이브러리 음반 레이블 심스(Themes)의 바이닐 두 장과 프랑스의 사이키델릭 록 밴드, 어퍼스트로피의 <Soyez Mes Témoins>, 남미, 우루과이의 음악 룸바를 다룬 바이닐 한 장 그리고 므콰주 앙상블의 <Ki-Motion> 초판을 소개했다. “라이브러리 바이닐은 같은 목적의 음악을 모은 앨범이에요. 한국에도 살롱 음악, 경음악을 모은 바이닐이 나왔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해요. 그리고 므콰주 앙상블은 타카다 미도리라고, 1980년대 일본인 미니멀리스트가 만든 바이닐이에요. 한국에서는 강태환 색소포니스트와 함께한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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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서울에는 바이닐만 있는 게 아니다. 수천 장의 바이닐이 있는 곳에서 벽 하나를 넘어가면, 자리에 앉아 오늘 산 바이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모자이크 서울은 음료를 판매한다. 메뉴는 핸드 드립 커피와 민트 티, 단 두 가지. 하지만 맛과 향은 충분하다. 특히 민트 티는 매주 농장에서 싱싱한 민트를 가져오고, 더운 여름에도 오직 핫 티만을 판매한다. 커티스 캄부는 “아이스는 맛이 없어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단순하면서도 가장 완벽한 이유. 아마 커티스 캄부가 음악과 음반을 다루는 태도도 비슷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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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서울의 중고 바이닐 사이, 신보들이 나열된 자리가 있다. 바로 대한 일렉트로닉스와 브레인댄스에서 나온 바이닐이 모인 섹션이다. 두 곳 모두 커티스 캄부가 직접 운영하는 레이블이다. 브레인댄스는 국내 로컬 일렉트로닉 레이블로, 고담이나 킴 케이트와 같은 한국의 일렉트로닉 아티스트의 음반을 발매한다. 대한 일렉트로닉스는 과거의 음반을 복각 출시하고, 폐허와 같은 아티스트의 새 앨범을 발매하는 등, 컨템포러리, 앰비언트 아방가르드 장르를 위주를 다루는 레이블이다. 대한 일렉트로닉스에 관해 이야기하며 커티스 캄부는 “찾고 싶은 아티스트가 몇 명 있는데, 못 찾아서 프로젝트가 밀리고 있어요. 그래도 지금 앨범 네 개가 준비되어 있고, 10년이 지나도 이 작업은 꾸준히 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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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커티스 캄부에게 서울이란 도시에 관해 물었다. 오랜 기간 서울에 머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난 커티스 캄부가 좋아하는 레코드 숍은 어디일까? 가장 먼저 그는 클리크 레코즈를 언급했다. 그리고 이어 다이브 레코즈, 룸360 등의 레코드 숍을 나열하며 그는 “경쟁 같은 건 없어요. 서로 다르고 사이도 좋아요.”라고 말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커티스 캄부에게는 모두가 친구인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대답이다. 이어 커티스 캄부는 서울이란 도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서울에는 다양성이 없다고 잔소리하는 사람 많잖아요.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해요. 음반 시장에서 오래 일했고 잘 아니까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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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서울

서울시 중구 다산로 31길 64, 1층(화요일 ~ 일요일 13시 ~ 20시)

Editor Eunbo 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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