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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인터뷰 – 파수꾼의 시간

조회수 2020. 4. 28. 19: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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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이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연은?

이제훈이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과 약 10년 만에 함께한 영화 <사냥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주연으로는 3년만의 영화. 그 사이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의 더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스트리트 패션에 대해 몰두했다고 한다. <하입비스트> 코리아가 뮤지션이나 디자이너가 아닌 배우를 처음으로 초대한 건 그래서다. 도대체 새 영화에 있어 스트리스 패션이 지닌 의미는 무엇일까? 과연 어떤 한정판 아이템을 직접 샀을까? <파수꾼> 이후 배우 박정민과 감독 윤성현이 다시 만난 자리는 어땠을까?

<하입비스트>의 팬이라는 소문을 들었어요. 원래 스트리트컬처에 관심이 많았나요?

<사냥의 시간>을 찍기 전 윤성현 감독이 <하입비스트>에 대해 처음 소개했어요. 스트리트 패션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라 준비하는 3, 4년 동안 이런 저런 공부를 했어요. HBX를 통해 이것저것 많이 사기도 했고요.


어떤 것들을 샀나요?

베어브릭, 요요 등의 라이프스타일 굿즈? 그리고 나이키 옷을 좀 샀는데 한국 나이키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최근에는 빨간색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플리스 재킷이 너무 예뻐서 하나 질렀고요.


스트리트 패션 공부란 건 어떻게 했어요?

우선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이 슈프림에 대해서 소개를 해줬어요. 1994년 맨해튼 스토어 오픈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읊어줬는데, 매력적인 지점이 있더라고요. 다들 아시다시피, 한 번 발매한 제품은 절대 다시 만들지 않고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펼치는 점 등 무엇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철학이 마음에 들었어요. 슈프림을 시작으로 팔라스와 같은 브랜드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베트멍이나 발렌시아가 등도 좋아하게 됐어요. 원래는 생 로랑을 좋아하는데 거기서도 스트리트 패션과 같은 모습이 묻어나는 걸 보면서 이게 트렌드구나 생각하기도 했죠.

“스트리트 패션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라 준비하는 3, 4년 동안 공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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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서블 재킷은 준지(Juun.j), 빈티지 워싱 스웨트 셔츠는 캐피탈 by 미스터 포터(Kapital by Mr. Porter), 와이드 카고 팬츠는 우영미(Wooyoungmi), 스니커즈는 컨버스 X 에이셉 나스트(Converse X ASAP Nast)

원래는 어떤 브랜드를 좋아했나요?

제이크루처럼 편하게 입을 수 있고, 디자인이 정직한 브랜드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스트리트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좋아하는 실루엣도 커다랗고 루즈하게 변하더라고요. 지금은 스타일까지 달라지긴 했네요.


실제로 슈프림, 팔라스 등의 드롭을 기다려서 구매했나요?

엄청 샀죠. 윤성현 감독은 저보다 더 열광적인데, 한 번은 저에게 슈프림의 회색 박스 로고 티셔츠를 선물하더라고요.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사실 ‘나이에 좀 안 맞는 패션인가?’ 고민도 해봤는데 신경 안 쓰고 즐기며 입고 다니려고요.


스타일이 바뀌니 주변의 반응도 달라지던가요?

어떤 작품을 준비할 때 늘 그 캐릭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성격이나 외모를 상상해요. 그리고 그걸 실제로 응용해보죠. <사냥의 시간>에서 차던 목걸이를 그대로 걸고 다녔는데 주변의 반응은 사실 좀 의아하다는 분위기였어요. 사실 태어나서 목걸이를 처음 해봤거든요. 그러거나 말거나 꿋꿋하게 차고 다녔죠.


<사냥의 시간>에서 스트리트패션이 가진 의미가 꽤 중요한가 봐요.

영화의 배경이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예요. <사냥의 시간>은 그 세계의 밑바닥 인생들을 그린 작품이죠. 과연 미래 빈민가의 젊은 친구들은 과연 어떻게 입을까? 힘들고, 거칠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면 아마 이런 스타일이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기존의 한국 영화가 보여준 적 없는 모습과 스타일을 만들어보자.” 실제로 윤성현 감독이 마티유 카소비츠의 <증오>를 예로 들며 스트리트 패션에 대해 설명했고요. 시각적 쾌감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라 그걸 뒷받침하는 스타일도 너무 중요했거든요.


<사냥의 시간>은 대체 어떤 영화인가요?

윤성현 감독이 지닌 영화의 세계가 굉장히 넓고 깊더라고요.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사냥의 시간>은 그중 하나라고 보면 돼요. 감옥에서 출소한 청년이 폐허가 된 도시에서 벌어지는 서바이벌 스릴러, 영화의 요약인데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과연 이게 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어요. 윤성현 감독은 이야기보다 주로 이미지를 많이 보여줬고 이해보다는 체험이 주가 되는 영화라고 설명했죠.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과 그것이 주는 긴장, 공포, 아드레날린 등 영화는 온통 체험으로 가득해요. CG도 많고, 현장감을 위해 아트모스 사운드 5.1 채널이 아닌 폴리사운드를 썼어요. 극장에 오신 분들이 보기 보다는 경험하기를 바라면서 만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연기에 참고한 영화가 있나요?

<터미네이터>, <매드맥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이요. <사냥의 시간>은 기본적으로 추격 스릴러물이거든요. 개인적으로도 플롯이 복잡하지 않고 직선적인 영화를 좋아한는 편이에요. 영화의 배경으로는 <칠드런 오브 맨>을 참고했고요.

"<사냥의 시간>은 저의 모든걸 다 쏟아내고 바닥까지 드러낸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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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머 재킷은 디올맨(Dior Men), 데님 팬츠와 타비 부츠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윤성현 감독과 다시 만난 건 <파수꾼> 이후 10년 만이죠.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요? 영화 구상도 같이 했나요?

<파수꾼>을 찍고 아주 가까운 사이로 발전을 했어요. 그러면서 여러 작품에 대해 같이 구상도 하고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했죠. <파수꾼>과 다른 상업영화를 제대로 만들자고 했는데 촬영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기술적인 준비에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투자와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사실 이전에도 준비한 작품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가 ‘사이버 펑크’라면 그건 ‘스팀 펑크’ 같은 느낌이었어요. 어쨌든 그걸 만들다 잠시 중단하고, <사냥의 시간>을 준비하게 됐죠. 여러 이유가 좀 있었어요.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겠네요?

그런 셈이에요. <사냥의 시간>은 <파수꾼>의 결과 비슷한 지점을 지난 영화예요. 연결고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죠. 준석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윤성현 감독이 저를 염두에 두고 그렸기 때문에 캐릭터 몰입에 큰 부침이 없었어요.


두 번째지만 벌써 윤성현 감독의 페르소나처럼 보여요. 

(웃음) 이제 겨우 두 작품 뿐인데요? 세 번째 작품까지 찍어 봐야 이제 페르소나구나,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영화의 캐스팅이 화제가 됐죠.

박정민 배우와 저 그리고 윤성현 감독은 <파수꾼>을 찍으면서 너무 가까운 사이가 됐고 사실 조성하 선배님도 <파수꾼>에 출연했어요. 같이 어우러지는 그림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안재홍, 최우석 배우 모두 다 친해요. 촬영이 힘들어도 버틸수 있었던 건 이 영화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힘 때문이었어요.


<사냥의 시간>은 체험하는 영화라고 했어요. 연기의 결도 달라지던가요?

이렇게나 쫓기고 궁지에 몰리는 경험을 내가 살면서 해본적이 있나, 생각했어요. 어디까지 표현해도 되는지에 대해 감이 안 오더라고요. 치열하게 고민했죠. 그래서 더 많은 테이크가 요구됐고 체력의 한계를 느끼더라고요. 그런데 윤성현 감독은 보여주기 위한 지친 모습이 아닌 배우가 실제 쫓기고 몰리는 상황에 대해 경험하기를 원했어요. 무거운 걸 들고 계속 뛰어다니고, 진짜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모니터를 보면서 욕심이 더 나더라고요.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닥까지 가게 됐던 것 같아요. 저 또한 체험 그 자체로 연기했어요.


바닥까지 간 기분은 어떻던가요? 

영화는 매 시퀀스마다 상황을 탈출하는 구성이에요. 긴장감을 위해 이틀, 사흘 만에 넘치는 분량을 빠르고 치열하게 찍었죠. 계속 긴장상태로 상황에 몰입하다 보니까 정말로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끝나자마자 다음날 뉴욕으로 떠났어요. 가까운곳으로 가면 혹시라도 재촬영 이야기를 듣게 될까봐 일부러 멀리 갔어요. 실제로 그런 이야기로 겁을 주기도 했고요. 진짜 모든걸 다 쏟아내고 바닥을 드러낸 영화라 이후의 작품은 체력적으로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파수꾼은 배우 이제훈과 감독 윤성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작품이죠. 그 전후로 달라진 건 없나요?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연출에 있어서 감독과 배우가 소통하는 방식도 예전과 같았고, 박정민 배우와도 그때나 지금이나 긴 설명 없이 서로 알아서 잘 소통하며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밥차의 유무와 스태프의 규모 정도?


오랜 관게에서 오는 호흡이 도움이 되던가요?

물론 있죠. 윤성훈 감독과는 여러 방면에서 이미 많은 소통이 이뤄져 있고, 서로 원하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더 악착같이 촬영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견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보통 ‘그것도 해봐, 이것도 해볼게’라는 식으로 둘 다 원하는 걸 해봐요. 그리고 더 나은 걸 고르죠.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고, 아주 명확한 방법이예요.


보통 어떤 쪽이 선택 되던가요?

선택은 감독의 영역이니까요. 다만 아쉬운 게 있으면 저도 의견을 말하죠. 물론 감독도 그런 부분에는 굉장히 열려 있고요.

“촬영이 힘들어도 버틸수 있었던 건 이 영화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힘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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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에 착용한 링은 생로랑(Saint Laurent), 약지에 착용한 링은 메이플 by 미스터포터(Maple by Mr. Porter), 새끼 손가락에 착용한 링은 토마스 사보(Thomas Sabo)

남자 다섯 명이 끈끈하게 촬영을 했을텐데,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는 없나요?

다들 방전이 됐는지, 촬영이 끝나면 자기 바빴어요. 그보다 진짜 총기를 홍콩에서 공수해 촬영을 했는데 생각보다 총이 무겁고 거칠더라고요. 리얼리티를 위해 특히 다루는 장면을 많이 담았는데 다들 진땀을 뺐죠.


실제 무기를 다루는 건 어땠나요?

군대에서 이미 그 실상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더 두려웠어요. 비슷한 경험을 영화 <히트>를 보면서도 했는데, <사냥의 시간>에도 아마 그 공포가 고스란히 담기지 않았나 싶어요.


캐릭터마다 무기가 다 달랐나요?

네 조금씩요. 제가 다룬 총은 M4였는데 산탄총이나 리볼버 등 다 다루는 무기가 달라서 그걸 확인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영화제로 곧 베를린에 가요. 최근 <기생충>의 신드롬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죠. 역사를 새로 쓴 거잖아요. 한국 영화에 대한 위상이 달라졌고요.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면서 해외에서 앞으로 더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져줄테니, 기대가 돼요. 한편으로 이 시기에 <사냥의 시간>도 베를린 영화에제 가게 됐는데, 물론 비경쟁 출품이지만 관심이 모인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구나 보여주고 싶어요.


벌써 스크린 10년차 배우예요.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처음에는 그저 열심히,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 폐 끼치지 않고 나만 잘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선택 하나에도 책임감을 갖게 돼요. 그리고 과거에는 많은 경험에 목말랐다면 지금은 조급함이 좀 사라졌달까요? 한 걸음 또 한 걸음 평생토록 잘 밟아나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작품 선택의 기준도 궁금해요. 잘하고 싶은 연기 혹은 도전하고 싶은 연기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요?

도전하는 연기요. <파수꾼>, <건축학개론>, <고지전> 등 연기 초년 때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건 진짜 제 모습을 바탕으로 한 연기였거든요. 잘할 수 있는 연기였죠. 그리고 그 이후의 작품들은 대부분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탐정 홍길동>의 경우 애니메이션의 요소가 있고, 캐릭터들이 일반적이지 않았는데, 그런 상황 속 연기에 도전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실존인물을 다뤘던 <박열>의 경우 자유로운 표현 대신 스스로를 많이 누르면서 작품과 인물의 정신에 대해 드러낼 수 있도록 고민했죠. 대부분 도전이었어요. 이제는 저의 익숙한 면이나 과거에 소비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좀 꺼려지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점을 발견하고 좀 깊숙하게 들어가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생각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졌나요?

<사냥의 시간> 이후 찍은 영화는 유쾌하고 밝은 케이퍼 무비인데 좀 까불고 표현이 자유로운 인물이라서 연기할 때 즐겼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표현에 있어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돼요. 나아가서는 몸에 대해 표현하는 작품을 찍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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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함이 좀 사라졌달까요?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돼요.”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는 작품 같은 게 있나요? 영화든, 드라마든.

이준익 감독님의 <박열>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죠. 특히 이준익 감독님에게 많이 배웠어요. 의미와 재미를 함께 영화에 담으려는 부분, 스태프와의 소통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배우를 믿어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즐기듯 연기를 맘놓고 했어요. 사실 촬영 전에는 부담이 좀 컸는데, 캐릭터를 준비하는 부분부터 연기까지 제 생각과 판단을 지지해주셨어요. 누군가 나를 지지해준다는 점에서, 영화라는 게 나만 잘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구나,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다른 사람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구나, 깨닫게 된 영화가 바로 <박열>이었어요.


한편 <건축학 개론>, <시그널> 등 이제훈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견고하게 만든 작품들도 있죠. 

영화나 드라마는 늘 시간 속에 남는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시간이 아무리 오래 지나도 많은 사람들이 꺼내 볼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참 감사한 기분이에요. 개인적으로도 사랑에 대해 어쩔 줄 몰라하는 풋풋한 모습이 영화라는 매개로 담겼으니까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외모가 그대로인 것도 놀라워요. 연기자로서 동안이라는 건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젊었을 때의 모습을 더 많이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좀 부끄럽지만 그래도 곧 늙어갈 테니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섰죠. 배우로서 나이를 먹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아직도 마냥 어린 것 같다는 생각으로 살고는 있는데,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다보니 책임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돼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나는 얼마나 책임질 수 있을까, 돌다리 두드리듯 사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또 그런 제약 안에 나를 가두다보면 한편으로 창의성이 떨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하고요. 책임은 지되 틀은 깨자, 그래서 최근 드라마 <스토브 리그>에 처음으로 대본도 없이 특별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도 일종의 틀을 깨기 위한 시도인 셈이죠(웃음).


그걸 여유라고 봐도 될까요? 

예전보다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폐쇄적이었다고 할까?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 보다 그저 작품 속 캐릭터로만 보여지길 원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나를 애써 숨길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걸 여유라고 한다면 확실히 여유가 생겼네요.


시나리오도 쓴다고 했죠.

그때 그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게 있으면 적어두는 수준이에요.


영화로 만들 생각이나 계획도 있나요?

사실 영화 제작에 대한 꿈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거고, 실제로 저와 함께 15년 정도 독립영화를 준비한 사람들과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연출까지는 아직 그릇이 덜 된 것 같아요. 뭐 그래도 꿈은 꿀 수 있는 거잖아요.


엔터테이너로서 더 뭘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제가 영화나 여행 말고는 취미나 특기가 없어요. 사실 예능은 대부분 영화의 홍보 목적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JTBC에서 쿠바를 가겠냐고 제안했을 때 선뜻 마음에 들어서 출발하게 됐죠. <트레블러>는 그냥 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본 사람마다 새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면서, 내가 대중 혹은 주변과 많이 소통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됐고 또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그런데 <트레블러>는 정말 대본도 없고 하고 싶은 그대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준 프로그램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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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애써 숨길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에요.”

얻은 것도 있나요?

일단 쿠바라는 나라는 쉽게 갈 수 없잖아요. 그런데 그보다 크게 깨닫게 된 건 저 자신을 내려 놓는 법이었어요. 촬영, 편집, 연출 등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을 그대로 믿어야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가능하더라고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걸 해도 즐거울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이제훈 주변에는 남자가 들끓죠. 왜 그렇게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은 것 같나요?

오히려 묻고 싶어요. 아마 권위적이지 않고 편해서 그런 것 같아요. 재미는 없는데 뭐 하자고 하면 곧잘 따라가는 편이거든요.


크러쉬와의 우정도 화제가 됐죠.

너무 좋아하는 뮤지션을 실제로 보는 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한번은 제주도도 같이 다녀왔죠. 아쿠아리움도 가고, 오프로드 라이딩도 하고 재밌게 놀았어요. 뮤직비디오에 나와 달라고 한 것도 너무 기뻤죠. 크러쉬한테 직접 전화로 출연 제의가 왔었는데, 왜 보통은 회사를 통해서 여부를 결정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크러쉬의 제안은 그런 과정 없이 단칼에 수락했죠. “고마워, 출연 제의해줘서.” 이런 식이었어요(웃음).


촬영이 끝나고는 뭘 했나요?

늘 주로 여행을 해왔던 것 같아요. 휴양지에서 마냥 쉬기 보다는 마냥 걷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그 가운데 채워지는 기분이 있죠. 최근에는 좀 바빠서 가지 못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동남아시아 도시들을 좋아하고요. 기회가 된다면 미국의 여러 도시를 두루 다녀보고 싶어요. 유럽은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외에 가보질 못했는데 북유럽과 이탈리아도 꼭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스트리트 패션은 계속 공부할 생각인가요?

사실 좀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윤성현 감독은 이번 영화가 끝나면 다시는 안 입을 거라고 말했는데 쉽지 않아 보여요. 다른 스타일을 두루 섞어서 입을 것 같은데 그 자유분방함 만큼은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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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eungho Jang, Soobin Kim

Photographer Heejune Kim

Stylist Jonghyun Lee

Hair Stylist Enoc Lee

Make-Up Miyeon Seo/Aby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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