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기 인터뷰 – 위로 그리고 다시 더 위로

조회수 2020. 4. 16. 17: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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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만족할 거면 시작도 안 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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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말 그대로 혜성같이 등장해 놀라운 속도로 성장을 이뤄낸 쿠기. 탄탄한 랩 스킬과 폭넓은 스타일을 선보이며 단기간에 이뤄낸 그의 성과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표했지만, 정작 본인은 여전히 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꿈꾸고 있다. 첫 번째 정규 앨범 <UP!>에는 현재 위치에 만족하기보다 더욱 위로 올라가고 싶은 2020 쿠기의 끊임없는 열망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쿠기가 생각하는 ‘위’는 대체 어디일까? 그리고 그는 왜 더 위로 올라가고 싶은 걸까? 앨범 <UP!>에서 이야기하는 ‘위’에 대한 생각을 쿠기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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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번째 정규 앨범이 나왔어요. 아무래도 정규 앨범은 만들 때 좀 다른 점이 있나요?

사실 저는 ‘정규 앨범’이라는 타이틀은 붙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풀렝스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거죠. 아무래도 작업물에는 사람들의 평가가 붙기 마련인데 ‘정규’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사람들의 평가 기준이 엄격해지더라고요. 저는 그런 걸 바라고 만든 게 아닌데도요. 트랙 수 때문에 정규 앨범이라고들 하는데, 저에겐 큰 의미가 없어요. EP도 정규 앨범도 똑같아요.


요즘은 사실 그런 경계가 많이 없어지긴 했죠.

맞아요, 요즘은 의미가 크게 없죠. 10곡이 넘더라도 EP로 내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곡 수가 적지만 정규 앨범으로 내기도 하고요. 그래서 언젠가 재미로 한 3곡짜리 정규 앨범을 내볼까 하는 생각도 한 적 있어요.


트랙 얘기가 나왔으니 트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게요. 많은 트랙 제목에 낚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재밌다고 생각해요. ‘I Made It’ 같은 경우에 제목을 봤을 때는 뭔가 이뤄냈다고 자랑하고, 플렉스하고 할 것 같은데 정작 들어보면 그렇지는 않거든요. ‘In My Cup’이나 ‘COKE’도 제목을 보면 드럭 랩을 할 것 같지만 탄산음료 이야기죠. 그렇게 꼬아서 반전을 주는 게 재밌더라고요.


‘In My Cup’ 이야기가 나왔는데, ‘In My Cup’과 ‘Set Go’ 모두 굉장히 신나는 트랙이잖아요. 그런데 ‘All I Know’와 ‘Right Away’ 같은 트랙은 전혀 분위기가 달라요.

곡 분위기는 다른데, 그렇다고 제가 특별히 다른 무드에 있을 때라서 곡이 그렇게 나온 건 아니에요. 저는 어디선가 영감을 받아서 노래를 만드는 편은 아니거든요. 밖에 놀러 나가는 일도 많이 없고요. 앨범 내고 나면 클럽 한 번 가는 정도? 평소엔 동네 친구들과 카페에서 시간 보내는 정도예요. 정말 규칙적으로 작업실에 가서 곡을 만드는 편이고, 곡의 무드는 비트를 들었을 때 첫 느낌에서 많이 결정돼요. 그 비트를 듣고서 입에서 나오는 첫 라인에 따라 곡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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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과 달리, 지난 EP <EMO #1>에는 정말 센티한 노래만 담겼잖아요. <EMO #2> 혹은 그와 비슷한 느낌의 앨범을 예상한 사람도 많았어요.

이 다음에 나올 EP가 <EMO #2>가 될 수도 있고,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EMO’ 시리즈도 일종의 외전 개념으로 이어나갈 거예요. 전형적인 힙합보다는 조금 더 알앤비에 가깝게 느껴지는 음악을 묶어서 내는 작품으로요. 저는 이런 음악에 대해서도 상당히 욕심이 있거든요.


앨범 참여진에 대한 이야기도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아티스트가 참여했잖아요.

다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아티스트예요. 참여한 스토리는 다 다른데, 먼저 ’Set Go’ 같은 경우는 제가 작년 4월에 성수동에 살고 있었거든요. 근데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고 심심해서 2010년대 중반 한국 힙합을 엄청 듣고 있었어요. 그때 듣던 느낌의 기리보이 형 랩을 제 노래에서 듣고 싶어졌고, 또 2010년대 중반 사이먼 도미닉 형 노래를 자주 듣던 차에 <화기엄금>이 나와서, 그거 듣고 바로 연락 드렸죠.


그리고 ‘WII’에 참여해준 더 콰이엇 형 노래도 성수동에 있을 때 많이 들었어요. 이 곡 가사에 롤렉스가 나오거든요. 제가 쓴 롤렉스는 플렉스라기보다 뭔가 상징적인 의미로 쓴 건데, ‘롤렉스’ 하면 저는 바로 더 콰이엇 형님이 떠올라서 연락을 드렸죠.

선공개 싱글로 공개된 ‘Northface’에는 재키와이가 참여했어요.

재키와이는 제가 음악 시작하자마자 알게 된 동료예요. 둘 다 유명해지기 전부터 친했고, 같이 ‘bbanzzi’라는 노래를 낸 적도 있죠. 그 이후에 서로서로 열심히 살면서 그때보다는 커리어를 쌓았고, 그때보다 좋아진 환경에서 다시 같이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근데 처음에 부탁했을 때는 재키와이가 바빠서 못할 것 같다고 했었거든요.


저는 원래 노래를 처음 만들 때부터 피처링을 누구로 할지 정하고 만드는 편이고, 혹시 그 피처링을 못 받으면 그 노래는 아예 발표를 안 해요. 다른 사람을 데려오면 제가 생각했던 그림이 절대 안 나오니까요. 그래서 그 곡도 그대로 내버려뒀었는데, 나중에 우연히 길거리에서 재키와이를 만났거든요. 저한테 그 트랙 어떻게 됐냐고 묻더니 참여해줬어요. 가사부터 목소리까지, 정말 꽂힐 수밖에 없는 유니크한 스타일로 해줬죠.


‘Northface’가 선공개 트랙이 된 이유도 궁금해요.

원래는 그냥 앨범 1, 2, 3번 트랙 3개를 타이틀곡으로 해서 내버릴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앨범 전체를 이어서 들을 때 이 트랙이 너무 사운드가 강해서 다른 트랙이 묻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일부러 거친 맛을 강조하려고 믹스에서도 로우한 느낌 그대로 갔거든요. 그래서 이 노래가 사람들 귀에 좀 익었을 때 다른 트랙들과 같이 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먼저 내기로 했죠.


많은 피처링 아티스트 중에서도 빌스택스를 빼놓을 수는 없겠죠. 이번 앨범에도 많은 도움을 줬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 믹스에 많이 참여해줬어요. 정작 형은 앨범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안 하는 것 같아요. 트랙리스트도 그냥 제가 짜고 콘셉트도 알아서 정했어요. 빌스택스 형이 듣고서 코멘트는 해주시는데, 항상 그냥 좋다고만 그러더라고요. 항상 감사드리죠. 저는 그냥, 그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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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스택스가 처음 쿠기를 발굴해서 끌어올리고, 쿠기가 그 힘을 받아서 쑥쑥 커간 과정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폭발적인 성장의 비결은 뭘까요?

제가 주목받기 시작해서 나름의 유명세를 얻게 된 게 1년이 채 안 걸렸으니까 정말 빠르긴 했죠. 그런 흐름을 타려면 저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엔 타이밍도 좋았어요. 마침 <마이크 스웨거>에 나갈 수 있었고, 마침 <쇼미더머니>가 시작됐어요. 저도 그렇게 찾아온 기회들을 잡을 준비가 됐었고요.


그런데 그렇게 실력과 시기가 맞아떨어지면서 멋진 성장을 이뤘는데도, 앨범에는 어서 더 ‘위’로 가야 한다는 강한 불안감과 압박감이 느껴져요.

그게 이 앨범을 관통하는 테마죠. 제가 작년에 넷플릭스에서 <F1, 본능의 질주>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요. 그걸 보면서 마치 제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정 이입이 많이 됐어요. 한 번 이기고 지고 하는 결과로 레벨이 올라가거나 내려가고, 또 아예 F1에서 퇴출되고 하는 모습에서요.


제가 2018년에 사람들에게 이름을 많이 알리긴 했지만, 그때의 성공은 신인이기 때문에 풍기는 신선한 느낌이라든가, <쇼미더머니> 방송으로 인한 흔히 말하는 ‘쇼미빨’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고도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 이미 내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쇼미더머니>가 없더라도 제가 계속해서 잘 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요. 그래서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죠.


사실 어느 정도 인기를 얻으면, 사람에 따라서 그 인기에 취한다고 해야 할까요? 현재에 만족해버리는 경우도 있잖아요.

저는 오히려 전혀 만족을 못했어요. 그것보다 더 잘되고 싶었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제가 이미 충분히 잘 풀렸고 성공했다고 말해요. 그리고 대학교 친구들이나 또래 친구들 만나면 제가 돈도 더 많이 벌고 있고 하니까 불안할 게 뭐가 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저한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제가 음악을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제가 시작한 시점에 제 또래 친구들, 창모나 식케이, 키드 밀리, 슈퍼비 이런 친구들은 이미 앞서 나가고 있잖아요. 지금 이미 창모는 대세가 됐고, 식케이는 월드투어를 돌았고, 키드 밀리는 <쇼미더머니> 심사위원을 했고, 슈퍼비는 레이블 사장님이 됐죠. 주변에 가장 친한 사람들이 다 그렇게 달려가니까 저는 조급함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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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하이브 크루 사이에서는 쿠기가 빠르게 성공을 거둔 케이스잖아요?

하이브 친구들이 저한테 자극받았다고 말하더라고요. 실제로 그래서 다들 열심히 하고 실력도 많이 늘었고요. 옆에서 보면 뿌듯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점점 올라오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니까요.


그렇다면 쿠기는 어느 정도 ‘위’까지 올라가야 만족할까요?

한때는 그냥 ‘적당히 편하게 해야지, 내가 행복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정작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이 정도로 끝낼 거면 시작도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 기준에 성공은, 물론 돈 많이 버는 것도 있지만, 한국 힙합을 이야기하면서 누가 진짜 래퍼인지 이야기했을 때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래퍼가 되는 거예요. 한 시대를 상징할 수 있는 수준의 래퍼가 되는 거요.


그러면 반대로 쿠기가 요즘 주목하고 있는 신인들은 누구예요?

요즘은 정말 다 잘하는 것 같아요. 데뷔는 꽤 됐지만 문이 정말 노래를 잘하고요. GGM 레코즈도 좋게 들었어요. GGM 베이비고트의 솔로 트랙이 특히 꽂혔어요. 또 FA라는 집단이 있어요. 걸넥스트도어가 만든 크루인데, 블라세, 정진영, 구피 같은 친구들이 있고, 다들 잘합니다.

패션 이야기도 해볼게요. 예전에 <쇼미더머니> 출연 당시에 헤어밴드를 계속 착용해서 화제가 됐잖아요.

당시에 참가자들을 보면 다들 굉장히 화려했어요. 제네 더 질라는 다 초록색으로 휘감고, 나플라는 빨간 머리를 하고 이렇게 자기를 인식시킬 수 있는 시그니처 스타일링이 있었거든요. 저도 인상이 강한 편이 아니어서 상징적인 요소를 하나 정하고 싶었고, 그래서 고른 게 헤어밴드예요.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헤어밴드가 가장 잘 어울렸어요. 선글라스 이런 건 워낙에 많이들 착용했는데, 헤어밴드는 좀 드물기도 했고요.


여러 헤어밴드를 착용했을 텐데 가장 선호하는 건 어떤 제품인가요?

저는 슈프림과 뉴에라의 협업 헤어밴드요. 거의 그 제품만 착용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중간에 한 번 스카프로 바꿨는데 떨어졌죠.


이제 그런 시그니처 스타일링으로 단기간에 사람들에게 자신을 인식시킬 필요가 없어서인지 헤어밴드 착용은 안 하는 것 같아요.

네, 똑같은 걸 계속 하면 저도 재미가 없고 보는 사람도 지겨울 테니까요. 대신 요즘엔 헤어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이번에는 난생 처음 탈색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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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쿠기가 현재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뭐예요?

모자를 뒤로 쓰고 그 위에 선글라스를 걸쳐서 많이 착용해요. 모자는 나이키 캡 중에서 골라 쓰는 편이고요. 그 밖에는 얼마 전 아크테릭스 옷을 샀는데 만족하며 입고 있어요. 옷은 명품 쪽은 잘 안 사게 되고 스포티한 쪽으로 많이 입게 되는 것 같아요.


‘Northface’란 트랙 타이틀이 이번 앨범 테마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노스페이스도 실제로 좋아하시나요?

노스페이스 좋아하죠. 저는 노스페이스 눕시가 정말 클래식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중학생일 때 가장 유행한 아이템이기도 하고요. 그땐 오히려 남들이 다 입으니까 저는 안 입었지만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멋있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슈프림과 협업한 눕시도 멋있었고요.


이번 앨범 발매 후의 계획도 듣고 싶어요.

이번에 코로나19 때문에 앨범 수록곡으로 뮤직비디오를 못 찍었어요.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하나 만들고 싶어서 노래를 하나 더 낼 거예요.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이나 이벤트로 만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대신 이번에 제 앨범 중 최초로 피지컬이 나와요. 바이닐로 낼 예정이에요. 힙합을 하는 사람이니까 이 문화에 어울리는 형식으로 앨범을 한번 내보고 싶었거든요. CD는 없고 오직 바이닐로만 발매합니다.

Editor Yonghwan Choi

Photographer Seunghoon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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