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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WRC 종합우승! 현대 월드랠리팀 활약 총정리

2019 WRC 제조사 부문 종합우승을 차지한 현대 월드랠리팀의 활약과 승패를 결정지은 순간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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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이 2019 WRC(World Rally Championship, 세계랠리선수권대회)에서 제조사 부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1998년 WRC에 처음 도전한 지 21년, 2014년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세워 WRC에 복귀한 지 6년 만에 거둔 쾌거다.


올 시즌 WRC는 총 14라운드로, 11월 14~17일 호주 랠리를 끝으로 마침표 찍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변수가 생겼다. 자연재해다. 개최 장소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가 역대 최악의 산불로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결국 국제자동차연맹(FIA)은 주 정부와 논의 끝에 11월 12일 호주 랠리 취소를 결정했다. 올해 WRC가 이렇게 13라운드로 마감하면서 제조사 점수 380점을 확보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던 현대팀이 챔피언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아쉽게 제조사 종합우승을 놓쳤던 현대팀으로서는 더없이 값진 결실인 셈이다.


숙적 도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랠리팀(이후 도요타)은 18점 차이로 제조사 부문 2위에 머물렀다. 대신 스페인 랠리에서 오트 타낙이 드라이버 챔피언을 거머쥐었다.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은 드라이버 부문 2위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2019년 WRC의 이모저모와 현대팀의 활약을 되돌아본다.


2019년 WRC에 스민 변화

2019 WRC의 가장 큰 변화라면 칠레 랠리의 추가로 총 14라운드가 됐다는 점이다

2018년, 마지막까지 WRC 유치를 위해 칠레와 일본이 각축을 벌였다. 결국 칠레를 새로운 무대로 더하면서 2019 WRC는 총 14라운드로 운영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참가 제조사들의 추가 비용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각 팀에게 허용한 테스트 기간을 연간 최대 55일에서 42일로 줄였다. 한 경기 당 최대 주행거리 역시 기존 500km에서 350km로 단축했다. 따라서 기존 랠리를 개최했던 지역의 코스 일부도 조정했다. 첫 라운드를 장식한 몬테카를로의 경우 전체 코스의 40%를 바꿨다.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의 새 사령탑

현대팀은 안드레아 아다모 신임 감독을 맞이하며 시즌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안드레아 아다모 감독이 현대팀의 감독으로 취임했다. 지난 6년간 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미쉘 난단 감독의 후임으로, 이전에 담당했던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서 R5(랠리 경주차) 및 TCR 레이스카 판매까지 겸직한다. 그는 14세 때 모터스포츠 엔지니어가 되기로 결심했고, 피아트 그룹과 혼다를 거쳐 2015년 말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 합류했다.


현대 월드랠리팀의 선수단

‘랠리의 전설’ 세바스티앙 롭의 참가는 현대팀에 큰 도움이 됐다

현대팀은 기존 티에리 누빌과 안드레아스 미켈슨, 다니 소르도 이외에 올해 세바스티앙 롭을 투입했다. 그는 랠리 우승 79회, 9년 연속 WRC 타이틀 싹쓸이 등 화려한 경력을 뽐내는 ‘랠리의 전설’이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레이스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코스 분석 및 후배 드라이버와 소통을 통해 올 시즌 현대팀에게 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1라운드 몬테카를로(1월 24~27일)

시즌 개막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현대팀은 2위를 기록한 누빌의 활약 덕분에 제조사 부문 1위로 시즌을 시작했다

몬테카를로는 WRC에서 가장 오래된 랠리로, 1911년 시작해 올해로 87회를 맞이했다. 해마다 개막전으로 치러 각 팀의 시즌 준비 상황이나 드라이버의 역량, 새 경주차의 모습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 노면은 기본적으로 타막(아스팔트)이지만, 군데군데 도사린 눈과 얼음 때문에 타이어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그래서 한 해 동안 치르는 랠리 중 결과를 가장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새 규정을 적용하면서 전체 코스의 40%가 지난해와 달라졌다.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은 둘째 날 첫 구간인 스페셜스테이지(이후 SS)3이 안전문제로 취소되는 이슈에도 리듬을 잃지 않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세바스티앙 오지에의 끈질긴 추격에 결국 선두를 내어주고 말았다. 동료 세바스티앙 롭도 초반 큰 부진을 만회하며 서서히 상위권과의 시간을 좁혀나갔다.


몬테카를로 랠리 마지막 날 티에리 누빌은 매서운 추격을 바탕으로 마지막 스테이지를 남기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오지에를 불과 0.4초 차이까지 따라잡았다. 마지막 파워스테이지에서 충분히 역전이 가능해 우승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오지에가 누빌보다 1.8초 먼저 들어오며 몬테카를로 랠리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누빌은 2위를 기록했고, 안정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며 뒤를 지키던 롭이 4위로 현대팀에 점수를 보탰다. 이로써 현대팀은 총 30점을 쌓아 제조사 부문 1위에 오르며 2019년 첫 랠리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2라운드 스웨덴(2월 14~17일)

설원을 달리는 스웨덴 랠리. 의외로 평균 주행속도가 빠르다

스웨덴 랠리는 새하얀 설원에서 치러진다. 하지만 미끄러운 노면을 박찰 스터드 타이어를 끼울 수 있어 평균 주행속도가 가장 빠른 코스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스웨덴 랠리는 북유럽 출신 드라이버가 휩쓸었다. 타 지역 출신으로 우승한 드라이버는 프랑스 출신 세바스티앙 롭과 세바스티앙 오지에, 벨기에 출신 티에리 누빌이 유일하다. 올해는 총 316.8km 구간을 19개 SS로 나눴다.


현대팀의 누빌은 첫 스테이지를 1위로 마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는 듯했으나 이내 바로 선두를 빼앗겼고 서서히 뒤쳐지며 금요일 일정을 7위로 마감했다. 반면 현대팀의 안드레아스 미켈슨은 큰 실수 없는 주행을 이어가며 3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하지만 토요일 일정이 시작되며 도요타와 시트로엥, 포드가 퍼붓는 맹공 때문에 수시로 순위가 춤을 췄다. 그 와중에서도 압도적인 드라이빙을 뽐낸 도요타의 오트 타낙이 1위를 차지했다. 토요일 한 때 2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던 미켈슨은 시트로엥의 라피와 팀 동료 누빌에게 연이어 순위를 내어주며 4위로 마무리했고, 누빌은 끝내 3위에 오르며 포디움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 결과 드라이버 순위는 47점을 쌓은 오트 타낙이 1위, 티에리 누빌이 7점 차이로 2위에 자리했다. 제조사 순위도 바뀌었다. 타낙의 우승에 힘입어 스웨덴 랠리에서 33점을 챙긴 도요타가 1위로 치고 올라왔고, 누빌과 미켈슨의 활약으로 27점을 더한 현대팀은 도요타에 1점 뒤지며 한 계단 내려섰다.


3라운드 멕시코(3월 8~10일)

멕시코 랠리의 높은 해발고도, 살인적인 더위, 건조함 속에서 현대팀은 제조사 종합 순위 3위로 처지며 첫 위기를 맞았다

멕시코 랠리는 2019 WRC의 첫 비포장 노면(그래블) 코스다. 게다가 14개 WRC 무대 가운데 가장 높은 해발고도인 2,737m를 아우른다. 따라서 산소가 희박해 경주차 출력이 최대 20% 가까이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기온마저 30℃에 육박한다. 그래서 올 시즌 각 팀이 투입한 경주차의 성능이 낱낱이 드러날 무대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경기 초반,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과 안드레아스 미켈슨, 다니 소르도 모두 상위권을 휩쓸며 가혹한 멕시코 랠리의 조건에서도 강력해진 경주차의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경기는 험난했다. 누빌은 앞선 경주차가 튕겨 낸 돌을 밟아 타이어에 펑처가 났고 그대로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대신 미켈슨과 소르도가 상위권을 유지하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허나 금요일 오후, 미켈슨의 경주차가 코스를 이탈하며 바위에 부딪혀 금요일 경기를 포기했다. 소르도 역시 선두를 1.9초 차이까지 추격하며 우승을 노렸으나 경주차의 전기장치 문제로 금요일 남은 일정을 포기해야 했다.


타이어 펑처로 큰 시간 손실을 입으며 11위까지 뒤쳐졌던 누빌이 공격적인 주행을 펼치며 결국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고 현대팀에게 값진 포인트를 안겨줬다. 총 313.87km를 21개 SS로 나눠 치른 멕시코 랠리는 시트로엥의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3시간 37분 8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도요타의 오트 타낙, 3위는 포드의 엘핀 에반스였다. 누빌에 이어 다니 소르도는 9위로 마감했다. 이로써 현대팀은 20점을 추가하는데 그치며 우승을 차지한 시트로엥에게 2위 자리를 내어주고 제조사 순위가 또 한 단계 떨어지는 위기를 맞이했다.


4라운드 코르시카(3월 29~31일)

아찔한 낭떠러지와 좁은 코스 때문에 프랑스 랠리의 난이도는 매우 높다. 이곳에서 누빌이 현대팀에 첫 승을 안겨주며 제조사 종합 선두를 탈환했다

프랑스 랠리는 코르시카 섬에서 진행한다. 타막 코스지만 폭이 좁고 산등성이를 감아 도는 꼬부랑길이 많다. 오죽하면 ‘1만 개의 코너’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게다가 갓길에 도사린 바위, 바다와 이웃한 낭떠러지 때문에 한 번의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출발, 도착 지점을 포함해 지난해와 판이하게 달라진 코스 또한 숙제였다.


고국에서 경쟁 펼칠 프랑스 드라이버들의 대결도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현대팀의 세바스티앙 롭과 시트로엥의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주인공.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과 포드의 엘핀 에반스, 도요타의 오트 타낙 세 선수의 경쟁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막판 직전까지 누빌은 에반스와 치열하게 1, 2위를 주고받았다. 결국 마지막 스테이지를 2위로 출발한 누빌이 극적으로 에반스를 제쳐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 결과 현대팀은 시즌 최초이자 통산 11번째 우승을 거뒀다. 승리의 주역은 시트로엥의 세바스티앙 오지에를 40.3초 차이로 따돌린 티에리 누빌. 현대팀의 다니 소르도는 4위, 세바스티앙 롭은 8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 결과 누빌과 현대팀은 각각 드라이버와 제조사 부문 1위로 당당히 올라섰다. 멕시코전에서의 아쉬움을 말끔히 잊게 한 승전보였다. 한편, 시트로엥은 2위를 차지한 오지에에 힘입어 이번 랠리에서 24점을 더해 도요타를 3위로 끌어내렸다.


5라운드 아르헨티나(4월 25~28일)

아르헨티나 랠리에서 현대팀은 원투 피니시를 하며 경쟁팀들을 압도했다.

아르헨티나 랠리는 광활한 평야와 험준한 산악도로, 부드러운 노면의 호숫가 등 뚜렷이 대조되는 세 가지 다른 노면을 아우른다. 강우량이 많을 경우 크고 작은 웅덩이가 속출해 경주차가 치고 지날 때 짜릿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베이스캠프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서쪽으로 700km 떨어진 유명 관광지 빌라 카를로스 파즈다.


경기가 막을 올린 이후 초반엔 도요타의 오트 타낙과 크리스 믹이 선두를 장악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튿날부터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이 서열을 뒤집었다. 누빌은 금요일 오전 SS4를 1위로 마친 이후 합산 기록 기준으로 아르헨티나 랠리의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내리 선두를 유지하며 경기의 흐름을 압도했다. 안드레아 미켈슨 또한 3개의 스테이지 우승을 챙겨 팀 동료 누빌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그 결과 현대팀은 티에리 누빌이 1위, 안드레아스 미켈슨이 2위를 차지하며 더블 포디움을 달성했다. 누빌은 코르시카에 이은 2연승, 미켈슨은 올 시즌 첫 포디움을 기록했다. 한편, 티에리 누빌은 드라이버 종합 순위에서 110점을 쌓아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현대팀 또한 누빌과 미켈슨의 원투 피니시에 힘입어 단일 랠리 제조사 부문 최고점수(1·2위)인 43점을 쌓아 2위와의 간격을 37점 차이로 벌렸다.


6라운드 칠레(5월 10~12일)

사상 처음으로 치른 칠레 랠리는 변수가 많았다. 누빌은 리타이어 했지만, 현대팀은 1위를 지켜냈다

칠레는 올해 WRC에 처음 등장한 무대다. 원목 운반트럭이 누비던 도로를 따라 깊은 숲을 헤집는다. 누구도 달려본 적 없는 코스인 만큼 페이스 노트의 백지장을 채워야 하는 부담이 있다. 경주차 세팅과 타이어 선택도 참고할 전례가 없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은 만큼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의 현명한 판단과 민첩한 대응, 경주차의 신뢰성 등이 그 어떤 코스보다 중요하다.


6개의 SS로 구성한 첫날 금요일은 각 팀마다 탐색전으로 바빴다. SS1은 도요타의 야리 마티 라트발라와 크리스 믹이 같은 기록으로 공동 1위를 거두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런데 SS1에서 6위였던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이 SS2 3위까지 치고 올라오더니 SS3에서 1위를 기록하며 도요타의 기를 꺾었다. SS7~12를 치른 토요일엔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급기야 SS8에서 누빌은 10바퀴 이상 구르는 전복사고로 리타이어했다. 다행히 누빌과 코드라이버는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다. 현대팀의 베테랑, 세바스티앙 롭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선두와 차이를 좁혔고, 결국 3위로 포디움에 올랐다. 덕분에 현대팀은 제조사 부문에서 21점을 더한 178점으로 1위를 유지했다. 반면 드라이버 부문 1위였던 누빌은 불의의 사고로 경기를 포기하며 3위로 하락했다.


7라운드 포르투갈(5월 31일~6월 2일)

건조하고 해발고도가 높은 코스로 이뤄진 포르투갈 랠리

포르투갈 랠리는 1973년 처음 치른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코스를 바꾼 적 없다. 새 규정에 맞춰 코스 길이만 50km정도 줄였을 뿐이다.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코스다. 부드러운 흙으로 덮인 노면과 높은 해발고도, 건조한 기후, 도로 폭이 좁고 고속 구간이 많은 까닭이다. 지난해 같은 무대에선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첫째 날 SS1부터 현대팀의 다니 소르도가 선두로 치고 나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SS3에서 악몽이 펼쳐졌다. 기온이 예상을 훌쩍 넘어 오르면서 경주차 출력이 떨어져 세바스티앙 롭과 다니 소르도의 순위가 크게 뒤쳐졌다. 반면 도요타는 점점 상승세를 탔다. 티에리 누빌은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페이스를 높이며 순위를 끌어 올렸다.


마지막 날 또한 누빌의 활약이 돋보였다. 포르투갈 랠리의 마지막 일정이자 가산점이 달린 파워 스테이지. 누빌은 2위로 마쳐 보너스 포인트 4점까지 챙겼다. 한 지붕 식구, 소르도는 1점을 추가했다. 포르투갈 랠리의 우승은 도요타의 오트 타낙이 가져갔다. 2위는 현대팀의 누빌, 3위는 시트로엥의 오지에가 이름을 올렸다. 제조사 부문에선 누빌과 소르도의 21점을 더한 현대팀이 선두 유지에 성공했다.


8라운드 이탈리아(6월 13~16일)

그림 같은 풍경을 뒤로 한 이탈리아 랠리. 이곳에서 현대팀은 올 시즌 또 한 번의 더블 포디움을 차지했다

사르데냐 섬을 무대로 치른 이탈리아 랠리는 고장과 사고가 속출하면서 엎치락뒤치락 반전이 꼬리를 물었다. 시트로엥의 세바스티엥 오지에는 코너를 돌다 큰 돌덩이를 치면서 서스펜션을 망가뜨렸고, 도요타의 야리 마티 라트발라는 헤어핀에서 전복된 이후 앞 유리 없이 달렸다.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은 코드라이버의 실수로 갈림길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30℃를 웃도는 무더위가 선수와 경주차를 지치게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다니 소르도의 활약이 돋보였다. 금요일 오전 수려한 주행을 선보인 소르도가 선두 자리를 차지해 토요일 오전까지 1위를 내어주지 않았다. 연이은 타낙의 맹공격에 주춤하며 2위로 내려앉게 되었으나 추격의 희망을 놓지 않으며 호시탐탐 선두 탈환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결국 스페인 랠리의 마지막 스테이지 SS19에서 변수가 생겼다. 타낙이 몰던 도요타 야리스 경주차가 7km를 남기고 파워 스티어링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다니 소르도가 1위를 차지했고, 미켈슨은 3위에 오르며 더블 포디움을 완성했다

경주차 트러블이 불러온 타낙의 불운으로, 다니 소르도는 짜릿한 뒤집기에 성공해 1위로 올라섰다. 일요일 종일 압도적인 주행을 펼친 안드레아스 미켈슨 또한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현대팀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또 한 번 ‘더블 포디움’을 달성했다. 덕분에 현대팀은 40점을 더해내며 제조사 부문 2위 도요타와의 격차를 여유 있게 벌려냈다.


9라운드 핀란드(8월 1~4일)

핀란드 랠리는 구릉이 많아 경주차의 점프를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2019 WRC가 약 한 달 보름 간의 여름 휴식을 마치고 다시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복귀 무대는 핀란드로, 19개의 SS로 나눈 307.58km 구간에서 4개 팀, 10대 경주차가 치열하게 달렸다. 노면은 군데군데 바위가 도사린 비포장. 껑충껑충 뛰어오를 구릉이 잦되 정작 해발고도 차이는 크지 않은 평지다. 역대 가장 빠른 WRC 기록 13개 중 12개가 핀란드에서 나온 배경이다.


현대팀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금요일, 도요타의 3인방이 시트로엥과 함께 상위권에서 주거니 받거니 경쟁을 펼치는 와중 현대팀 선수들은 뚜렷한 기록을 내지 못한 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토요일에는 안드레아스 미켈슨이 조금씩 감을 잡으며 4위권까지 치고 올랐으며, 누빌은 다소 뒤쳐진 7위로 선두권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일요일 남은 스테이지는 단 4개. 결국 미켈슨은 4위를 잘 지켜내며 포인트를 쌓았고, 누빌은 막판 스퍼트를 내며 6위로 한 단계 순위를 끌어올린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핀란드 랠리의 주인공은 도요타의 오트 타낙이었다. 2위는 시트로엥의 에사페카 라피, 3위는 도요타의 야리 마티 라트발라. 현대팀은 안드레아스 미켈슨이 4위, 티에리 누빌과 크레이그 브린이 각각 6, 7위로 마쳤다. 비록 현대팀은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지만 핀란드 랠리 전체 23개의 스테이지 중에서 5개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했고 Top 7에 3명이 이름을 올리는 등 역대 핀란드 랠리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매년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핀란드 랠리임에도 불구하고 20점을 더한 현대팀은 262점으로 선두를 굳건히 유지했다.


10라운드 독일(8월 22~25일)

현대팀과 도요타의 대접전이 펼쳐진 독일 랠리. 현대팀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제조사 1위는 지켜냈다

독일 랠리는 WRC 하반기 무대 가운데 핀란드와 더불어 아찔한 난이도로 유명하다. 대부분 타막 노면이지만 모젤의 포도밭을 지그재그로 수놓은 도로는 차 한 대 겨우 지날 만큼 좁다. 게다가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송곳니처럼 예리한 헤어핀이 수두룩하다. 시작부터 현대팀과 도요타의 접전에 불이 붙었다.


목요일 시작된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도요타의 오트 타낙이 2분 29초 4로 가장 먼저 들어왔고, 현대팀의 다니 소르도가 불과 0.8초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금요일 오전에는 누빌이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이어지는 토요일까지 누빌과 타낙은 5초 이내의 초박빙 승부를 펼치며 치열하게 1위 싸움을 이어갔다. 독일 랠리의 분수령은 토요일 오후에 찾아왔다. 바로 공포의 탱크 훈련장을 가로지르는 SS13이었다.


티에리 누빌이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운 왼쪽 뒷바퀴 펑처 때문에 속도를 잃고 선두에 1분 30초가량 뒤쳐지며 팽팽하던 선두 경쟁의 균형이 깨졌다. 결국 누빌은 전체 순위 7위로 떨어지며 분위기는 도요타 쪽으로 무르익기 시작했다. 이후 도요타의 타낙과 믹, 라트발라가 꾸준히 1~3위를 유지해 독일 랠리의 포디움을 휩쓸었다. 이에 힘입은 도요타는 단일 랠리 최고점수 43점을 획득하며 본격적인 추격을 시작했다. 현대팀과의 차이는 불과 8점, 턱 밑까지 치고 온 것이다.



11라운드 터키(9월 12~15일)

WRC 코스 중 가장 가혹한 터키 랠리는 선수와 팀, 경주차 모두에게 큰 부담을 안긴다

올 시즌 11번째 랠리는 터키 남서부에서 치렀다. 후끈한 열기와 주먹만 한 자갈로 뒤덮인 산길 때문에 제일 가혹한 코스 중 하나다. 접지력 확보가 어려워 100km/h조차 넘기 어렵다. 실제로 터키 랠리는 WRC의 그래블 코스 가운데 평균 주행속도가 제일 낮다. 따라서 다운포스를 기대하기 어렵고, 엔진과 변속기, 타이어도 후끈 달아오른다.


터키 랠리의 시작점인 SS1에서 현대팀의 안드레아 미켈슨과 티에리 누빌은 가장 빠른 동점기록으로 1~2위를 휩쓸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는 듯했다. 미켈슨은 꾸준한 페이스로 2위를 유지하는 한편 누빌이 금요일에 주춤하며 선두권과 멀어졌다. 한편, 한동안 부진했던 시트로엥이 치고 올라오며 흥미진진한 구도를 만들어나갔다.


결국 누빌은 토요일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사고로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그 자리를 대신해 팀 동료 미켈슨과 소르도가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러나 시트로엥 듀오의 ‘독주’를 막기는 쉽지 않았다.


시종일관 터키 랠리를 압도하던 시트로엥의 세바스티앙 오지에와 에사페카 라피가 1~2위를 휩쓸었다. 미켈슨은 3위로 포디움에 올랐고, 소르도는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덕분에 현대팀은 25점을 보태며 다시 한 번 2위와의 격차를 벌려 선두 수성에 성공했다. 이번엔 시트로엥이 단일 랠리 최고점수인 43점을 획득하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명문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12라운드 영국(10월 3~6일)

노면이 축축하기로 악명 높은 영국 랠리. 이곳에서 누빌은 2위에 오르며 시즌 막바지 페이스를 올렸다

12라운드의 정식 명칭은 웨일스 랠리 GB다. 312.75km의 구간을 22개 SS로 나눠 치룬다. 가을 색 완연한 숲을 가로지르는 코스의 대부분이 자갈길이다. 지도를 구불구불 수놓은 길과 등고선만 볼 때 난이도는 비교적 평이하다. 티에리 누빌은 “WRC를 통틀어 가장 노면이 축축해 별별 상황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웨일스 날씨는 모두의 걱정처럼 심술궂었다. 태풍 ‘로렌조’가 경기 개막 전 간발의 차이로 지나갔지만, 비구름 끝자락의 물 폭탄은 고스란히 영국 랠리를 강타했다. 초반부는 도요타의 크리스 믹이 압도했다. 목요일의 SS1을 시작으로, 금요일 막바지 SS9까지 합산 기록으로 스테이지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 또한 시작이 괜찮았다.

누빌의 활약 속에서 현대팀은 1위를 지켜내며 제조사 부문 챔피언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특히 현대팀의 아일랜드 출신 드라이버 크레이그 브린은 자신감 넘치는 주행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토요일 오전, 빗물 흥건히 고인 코너에서 갓길 밖으로 빠져 구르면서 9위로 뒤쳐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첫날 13위로 출발한 오트 타낙이 고삐를 죄고 맹렬히 추격한 끝에 토요일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 뒤를 바짝 따라붙은 누빌은 시트로엥의 오지에와 도요타의 믹을 연달아 제쳐내며 2위 자리에 올랐다. 누빌은 물 오른 주행으로 1위 타낙과의 격차를 계속 좁혀 나갔지만 어느덧 정해진 일정이 끝에 달하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영국 랠리에선 도요타의 오트 타낙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위는 현대팀 티에리 누빌. 이어 미켈슨이 6위로 들어오며 포인트를 보탰다. 허나 현대팀이 이번 웨일즈 랠리에서 25점을 쌓는 사이 타낙을 앞세워 37점을 더한 도요타가 다시 한 번 8점차로 바짝 추격해왔다.


13라운드 스페인(10월 25~27일)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스페인 랠리에서 현대팀은 최고의 활약과 결과를 보여줬다

‘하나의 스테이지, 두 개의 랠리.’ 스페인 타라고나 주에서 치른 2019 WRC 13라운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WRC 무대 중 유일하게 아스팔트와 자갈길 코스가 뒤섞인 까닭이다. 스페인 랠리는 325.56km 구간을 17개 SS로 나눠 달렸다. 선수와 경주차들은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먼지구름 피워내는 흙길과 물웅덩이 도사린 진흙탕을 숨 가쁘게 넘나들었다.


스페인 랠리에서 각자의 셈법은 달랐다. 도요타의 오트 타낙은 올 시즌을 마치기 전 이번 랠리에서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을 거머쥘 수도 있다. 동시에 쉽지 않지만 도요타의 제조사 부문 종합우승의 기회도 노린다. 현대팀 티에리 누빌의 입장은 반대다. 올 시즌 WRC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의 확률은 낮지만 제조사 부문 종합우승을 위한 쐐기를 꼭 박아야 한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누빌과 소르도의 더블 포디움 속에 현대팀은 2019 시즌 제조사 부문 챔피언을 차지했다

현대팀은 스페인 랠리 17개 SS 중 11개 SS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내며 시종일관 분위기를 압도했다. 마지막 스테이지를 앞둔 상황에서 누빌은 21초 차이로 여유 있게 우승을 바라보는 상황이었고, 누빌에 이어 조국 스페인에서 날렵한 주행을 보여준 소르도가 5.8초 차이로 2위를 마크하고 있어 아르헨티나에 이은 원투 피니시의 기대를 높였다.


원하는 대로 1, 2위를 동시에 차지한다면 8점차로 따라붙은 도요타와 제조사 부문 격차를 24점 차이로 크게 벌려내 현대팀은 여유롭게 우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파워스테이지에서 타낙이 역대급 주행을 선보이며 2위 소르도보다 무려 6초 빠른 기록을 내자 순위가 단숨에 뒤집혔다. 이로써 소르도는 3위를 차지했고, 4위엔 세바스티앙 롭이 자리했다. 현대팀은 1, 3, 4위를 차지하며 스페인 랠리를 말 그대로 압도했다.


제조사 종합우승을 노리는 현대팀은 누빌과 소르도의 더블 포디움에 힘입어 40점을 보태며 단 한 경기만을 남긴 상황에서 18점 차이로 2위 도요타를 크게 앞설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드라이버 부문은 263점을 기록한 도요타의 오트 타낙이 남은 호주 랠리 결과에 상관없이 종합우승을 확정지었다. 스페인 랠리에서 드라이버 챔피언을 확정 지은 타낙은 “내년 현대팀으로 이적을 결정했다”고 밝혀 2020년 시즌 현대팀의 성적을 한층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14라운드 호주(11월 14~17일) - 취소

마지막 라운드 호주 랠리가 취소되며 현대팀이 2019 WRC 제조사 부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호주 랠리를 앞둔 현대팀은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2위 도요타를 18점이나 앞선 까닭이었다. 설령 도요타가 1~2위를 차지해도, 현대팀은 3위와 5위만 확보하면 제조사 부문 종합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따라서 WRC 팬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런데 호주 랠리를 앞두고 뉴사우스웨일즈(NSW) 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호주는 덥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매해 산불이 나는데, 올해는 유독 규모와 피해가 컸다. WRC 주최 측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 정부는 대회 축소 운영을 검토하다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과 주민 정서를 고려해 11월 12일 취소결정을 내렸다. 호주 랠리를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이었다. 동시에 1월 몬테카를로를 시작으로 11개월간 쉼 없이 달려온 2019 WRC도 막을 내렸다.


그 결과 드라이버 부문은 스페인 랠리에서 2위를 차지한 오트 타낙이 시즌 종합 챔피언에 올랐고, 제조사 부문은 18점 차이로 선두를 유지해오던 현대팀이 종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1998년 WRC 하위리그에 첫 도전장 내민 현대자동차가 21년 만에 결실을 맺은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이제 내년 현대팀의 목표도 한층 명확해졌다. 제조사와 드라이버 챔피언 동시 석권이다.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내년 2019 WRC 드라이버 챔피언 오트 타낙이 현대팀으로 합류하는 까닭이다. 2020 WRC는 1월 23일 몬테카를로에서 막을 올린다. 총 14라운드로 호주와 프랑스, 스페인이 빠지고 케냐와 뉴질랜드, 일본이 들어온다. 내년 마지막 라운드인 일본 랠리에서 현대팀의 종합우승으로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글. 김기범


온라인 자동차 매체 <로드테스트> 편집장 겸 발행인. 자동차 팟캐스트 <이차저차> 진행도 맡고 있다. 2000년 월간 <자동차생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자동차 기자 외길을 걷고 있다. 중앙일보 올해의 차, 올해 미래의 모빌리티(한국과학기술원), 올해의 엔진(영국), 올해의 카 디자인(이태리) 등 국내외 다양한 어워드에서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저널리즘 대학원에서 ‘자동차 시승기의 과학적 표현에 관한 연구’로 공학석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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