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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자율주행차 시대, 자동차 유리는 어떻게 진화할까?

현대·기아차의 2019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햇빛에 맞추어 스스로 빛을 차단하는 유리’ 기술이 대상을 수상했다.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를 고려해보고 그에 맞춰 자동차 유리가 진화할 방향을 고민한 점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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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이 보편화된 시대에는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뀔 전망이다. 운전이 필요 없어지면서 운전자 중심의 공간이 탑승객이 머무는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탑재된 편의장비와 인테리어 구성도 이러한 특성에 맞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선바이저 역시 마찬가지다.


선바이저는 탑승객이 햇빛으로 인해 눈이 부시지 않도록 유리의 일부를 가리는 장치다. 오래전부터 사용됐지만, 쓸 때 겪는 불편함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햇빛을 가리는 면적이 한정적인 탓에 모든 햇빛을 차단하기 어렵고 운전자의 시야를 가린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자동차의 주행 방향이 바뀔 때 마다 햇빛이 비치는 방향도 바뀌기 때문에 각도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현대·기아차 2019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팀은 바로 이런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를 겨냥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자율주행 시대에 유용한 자동차 유리

현대·기아차 2019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팀이 대상을 수상했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팀의 아이디어는 탑승자가 눈부시지 않도록 햇빛의 방향에 따라 스스로 투명도를 바꾸는 스마트 유리다. 유리 스스로 선바이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실 투명과 불투명을 오가는 유리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호텔이나 사무실 등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공간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유는 자율주행 시대를 겨냥해 이를 자동차에 적용한 뒤, 멀티미디어 기능까지 더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기존 개념에서 벗어난 이동수단이자 거주공간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팀은 스마트 유리 아이디어가 자율주행이 보편화된 시대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360° 회전되는 스위블 시트와 편안함을 강조한 ‘라운지’ 개념의 인테리어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만약 자율주행 자동차에 이 유리가 실제로 적용된다면 어떨까? 자동차 유리가 탑승자가 앉는 방향과 햇빛의 위치를 함께 고려해 선바이저와 같이 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더불어 필요할 경우 디스플레이 기능을 즉각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자동차의 공간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


특수 필름을 유리에 부착해 햇빛을 차단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출품된 차량은 윈드실드와 1열 측면 유리의 상단, 2열 측면과 후면 유리는 전체가 차양 되도록 만들었다

투명과 불투명을 오가는 유리는 PDLC(Polymer Dispersed Liquid Crystal) 필름을 부착해 구현했다. 전류에 따라 투명 혹은 불투명하게 변색되는 기술이 적용된 필름이다. 빛의 투과 여부를 결정짓는 변색 속도가 빨라 운전자의 시야 손실이 매우 적다는 장점이 있다. 햇빛의 방향은 루프 패널 상단에 설치된 태양 위치 추적 센서를 통해 감지한다. 참고로 태양 위치 추적 센서는 태양광 발전에 주로 사용하는 장비다. 예컨대 자동차 전방에서 햇빛이 비치면 윈드실드가, 좌측에서 비춘다고 판단되면 왼쪽 측면 유리가 불투명해진다.

유리에 부착한 PDLC 필름을 통해 투명과 불투명을 오간다

애초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팀은 유리 전체 영역을 불투명하게 변색시키고, 운전자 시야 확보가 필요한 유리만 점진적(그라데이션)으로 투명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구현하려 했다. 다만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출품용 전시차를 만들 때에는 예산 및 자원 등의 한계로 윈드실드 전면 부착 및 그라데이션 기능까지 모두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팀의 박준혁 연구원은 “기술적으로는 제시한 기술 구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기술이 구현된다면 차량의 유리가 필요한 부분만 불투명으로 변색돼 효과적으로 빛을 차단할 것으로 기대되고, 아울러 필요한 경우에는 디스플레이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출품된 시연용 전시차에는 2열 측면 유리와 테일게이트 유리 전체가, 윈드실드와 1열 측면 유리는 상단이 불투명하게 변색되도록 구현했다. 대신 조수석 윈드실드의 불투명 면적을 유리 중간까지 넓혔다. 키가 작은 탑승자의 경우 눈높이가 낮아서 기존 선바이저로는 햇빛을 충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고객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불투명한 유리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했다

2열 측면 유리는 디스플레이로 기능할 때의 모습도 제시했다. 향후 미래 자동차에는 선행개발 되고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 도어 유리와 함께 다양한 용도의 멀티미디어로 활용될 수 있다.

투영장치를 통해 신호대기 시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했다

운전자라면 햇빛을 피해 내려 둔 선바이저 때문에 전방 신호등 확인이 어려워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연구원들은 불투명한 영역에 카메라로 촬영한 전방 영상을 띄워 이 문제의 해결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와 탑승자는 햇빛으로 인한 불편함 없이도 바깥 풍경과 상황을 살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팀이 말하는 스마트 유리 개발 이야기

전시차 옆에서 스마트 유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팀의 박준혁 연구원

Q.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스마트 유리를 출품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자동차에는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막아주는 선바이저와 커튼과 같은 차양 장치가 부착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주행 방향 변화에 따르는 눈부심을 모두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점을 주목하다 우연히 ‘스마트 유리’를 알게 됐고, 이를 접목시킨 아이디어를 공개하게 됐다.



Q. 구성 부품의 특징이 궁금하다.


스마트 유리는 PDLC 필름을 기반으로 한다. 이 필름은 순간적으로 투명과 불투명을 오간다. 빠른 작동 시간 덕분에 운전자의 시야 손실이 매우 적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투명 상태에서 빛 투과율이 80%에 불과하고 유리 곡률이 심할수록 빛의 산란으로 인해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Q. 개발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필름을 유리에 부착할 때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윈드실드는 가운데가 볼록한 형태지만 PDLC 필름은 윈도 틴팅 필름과 달리 늘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유리 곡률로 인한 오차가 발생하면서 필름이 들뜨는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윈드실드 윗부분은 여러 장의 필름으로 나눠서 부착해야만 했다. 이때 정확한 치수 계산과 정밀한 시공이 요구되었다. 제작 중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완성도 측면에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예상치 못한 문제도 있었다. 필름을 부착하고 테스트하던 도중 전기 합선으로 인한 단선이 발생했다. 만약 필름까지 망가졌다면, 본선 진출이 어려웠을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회로 교체만으로 복구해 출품 할 수 있었다.

빛 방향과 주행 방향에 따라 불투명 영역을 스스로 결정한다

Q. 대형버스의 윈드실드처럼 넓은 면적도 제작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쏘렌토 시연차의 윈드실드는 곡률로 인해 여러 장의 필름을 동원했다. 그러나 곡률이 적은 유리는 한 장으로도 시공이 가능하다. 때문에 대형버스 윈드실드도 곡률만 적다면 한 장만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Q. 스마트 유리 아이디어의 아쉬운 점과 앞으로의 개선 방향에 대해 알려주길 바란다.


자율주행이 보편화된 시대에는 자동차의 역할이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도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든 스마트 유리처럼 말이다. 그러나 스마트 유리를 탑승자가 더 편하게 사용하려면 GPS, 자이로 센서 등과 연동시켜야 한다. 또한 필름이 투명한 상태일 때 빛 투과율을 높여 시인성을 개선하고 싶다.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스타일 셋 프리’가 소개됐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올해 초 현대차가 2019 CES에서 공개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 전략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와도 맞닿아 있다. 스타일 셋 프리의 핵심은 맞춤형 거주 공간이며, 스마트 유리는 운전에서 해방된 탑승자가 비약적으로 확대된 실내 공간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돕는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팀의 스마트 유리가 발전을 거듭해 자율주행 시대에서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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