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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앱티브 투자에 담긴 의미와 미래 전략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설립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두 회사의 강점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의 중요성, 그리고 합작법인 설립이 갖는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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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자율주행 분야 세계 톱티어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APTIV) 사와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4~5 수준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투자규모는 무려 20억 달러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이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에 이런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율주행 기술의 중요성과 함께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분석해봤다.

자율주행 기술은 모빌리티 업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최상위 혁신 기술이다

자동차 산업과 IT 산업, 서비스 산업이 융합되면서 모빌리티 관련 산업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요즘 자주 쓰이는 용어인 ‘C.A.S.E(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and Service, Electrification)’ 또는 ‘M.E.C.A(Mobility, Electrification, Connectivity, Autonomous)’가 바로 이런 변화를 말해준다. 자율주행, 전동화, 모빌리티 서비스, 커넥티비티를 중심으로 미래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과 협력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자율주행은 자동차 산업은 물론 모빌리티 업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최상위 혁신 기술로 꼽힌다. 운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차량이 이동하는 중에도 모든 탑승자가 시간을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교통사고 감소, 에너지 절감 등을 통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 IT 기업들까지 자율주행 기술 확보 여부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활을 걸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향후 모빌리티 서비스의 변화도 이끌게 된다. 지난 2015년, 세계적인 승차 공유 업체 우버는 자율주행 기술과 승차 공유 서비스를 결합한 ‘주문형 교통 서비스’ 콘셉트를 제시한 바 있다. 기존 서비스에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하여 도시 내의 모든 이동 수단을 대체하겠다는 개념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자율주행 기술은 물류 시스템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은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물론 모빌리티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다양한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레벨 4~5 기술 개발과 관련 서비스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보쉬와, BMW는 모빌아이, 인텔 등과 협력 중이며, GM은 몇년전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다. 일부 회사는 이미 자율주행 레벨 3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M.E.C.A 시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회사와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다양한 회사와 협력하고 투자를 단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이미 최고 수준의 효율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수소전기차를 최초로 상용화해 관련 시장을 주도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고성능 전기차 제조업체인 리막과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 업체인 아이오니티에 투자를 진행해 입지 강화와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 기술 개발과 수소전기차 관련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전동화에 대한 다양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도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그랩, 올라 등 승차 공유 관련 업체에 투자와 차량 공급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 플랫폼을 개발하는 코드42와 마카롱 택시로 유명한 KST모빌리티에 투자해 관련 서비스 산업과의 협력을 꾀하고 있다.

현대차는 CES 2019에서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전략을 발표했다

커넥티비티 분야도 마찬가지다. 뉘앙스, 사운드 하운드 등의 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과 사용자 환경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또한 독자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인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 개발에 나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개혁을 예고하기도 했다.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결되는 차량용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19 CES에서는 자동차 업체 최초로 데이터 공유를 선언했고, 최근에는 차량용 클라우드 플랫폼인 커넥티드 카 서비스 플랫폼을 소개하기도 했다. 차량용 클라우드는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물론 이 중 핵심은 자율주행과 관련된 협력과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전동화, 커넥티비티, 모빌리티 서비스 등 나머지 분야를 이끌고 나갈 최상위 기술이기 때문이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CaaS(Car as a Service ; 플릿, 리스 등)와 MaaS(Mobility as a Service ; 셰어링, 차량 호출 등),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 이동수단 서비스) 등의 서비스 분야도 자율주행 기술으로 인해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공유 차량에 적용되는 단계까지 발전하게 되면, 고객에게 완벽한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AV(Autonomous Vehicle) TaaS’를 실현할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은 통신, 인공지능, 센서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로라(자율주행 솔루션), 바이두(인공지능). 얀덱스(로보택시), 엔비디아(인공지능 플랫폼), 옵시스(고성능 라이다)등의 자율주행 기업과 협력하고 있었고, 이번에는 앱티브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앱티브와의 협력이 중요한 건 자율주행 레벨 4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레벨 4는 현재 구현하고 있는 레벨 2~3보다 훨씬 더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CES를 통해 자율주행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두 회사

2017 CES에서 치뤄진 현대차 아이오닉 자율주행 시승행사

그럼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자율주행에서 어떤 강점이 있을까? 현대차는 지난 2017 CES에서 라스베가스의 전시장 주위를 도는 자율주행 레벨 4 시승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쳐 화제가 된 바 있다. 1년 후 앱티브 역시 라스베가스에서 자율주행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두 회사의 시승행사는 자율주행 기술의 진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자율주행 초기에 현대차그룹은 빠른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업체들 중 아우디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네바다주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또한, 현대차는 테슬라와 함께 2015년 레벨 2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는 관련 업체들 중에서 가장 빠른 상용화로 평가된다.

2018 CES에 전시된 앱티브 자율주행차

앱티브는 미국 자동차 부품회사 델파이에서 분사된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업체다. 인지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업계 최고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의 임직원 수는 총 700여명에 달하며, 총 100여대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다.


신생 업체에 가까웠던 앱티브가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건 2018 CES의 시승행사 덕분이다. 자율주행 레벨 4 기술을 20개 노선에서 시연했다는 점이 큰 인상을 남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주목을 받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악천후 속에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는 점이다. 당시 자율주행 셔틀 업체인 프랑스 나브야 등 대부분의 업체는 시승행사를 포기했다. 눈, 비 등을 모두 고려하며 기술을 개발해 온 앱티브의 노하우가 빛을 발한 것이다. 앱티브는 눈, 비가 잦은 피츠버그에서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에 미국 서부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악천후에 강하다.


사실 앱티브의 실력은 이미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앱티브의 모체를 되짚어 가면 자율주행 초기 기술의 강자였던 카네기 멜론 대학이 나온다. 카네기 멜론 대학은 스탠포드 대학과 함께 자율주행 경진대회인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의 우승을 나눠가진 바 있다. 지난 2015년 델파이가 인수한 오토마티카가 바로 이 우승팀 주요 멤버 일부가 설립한 회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델파이는 2017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자율주행 전문 업체인 누토노미를 인수한 후, 자율주행 전문 업체인 앱티브를 설립하게 된다.


델파이에서 분사되기 전인 2015년, 앱티브는 업계 최초로 미국 자율주행 횡단에 성공해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가는 여정의 99%에 해당하는 약 3400마일을 완전자율주행 모드로 주행한 것이다. 앱티브의 장점은 이처럼 미국 여러 도시의 자율주행 빅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앱티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모두를 확보하고 있다. 부품업체인 델파이에서 분리된 회사이기 때문이다.

라스베거스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앱티브의 자율주행차

리프트와 함께 라스베가스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쌓은 노하우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앱티브는 2018 CES 이후 리프트와 함께 라스베가스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9월까지 총 7만 번의 자율주행 시승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미국 시장 조사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는 앱티브를 세계 자율주행 기술 종합 순위 4위, 순수자율주행 기술 3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참고로 앱티브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카네기 멜론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핵심 알고리즘을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개발했다는 점은 현대차그룹과의 합작법인에서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너지와 미래 시장 선점: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합작법인 설립이 갖는 의미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합작 법인은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레벨 2~3의 빠른 도입을 선도하며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노하우를 쌓았고, 앱티브는 레벨 4~5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기술 융합으로 완전자율주행차의 빠른 상용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에는 레벨 4~5에서 지역적인 특성이 중요해 지고 있다. 각 지역의 정밀지도와 데이터 수집이 중요한 상황이다. 앱티브는 미국 전역의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합작법인 설립으로 아시아를 넘어 미국 전역의 시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참고로 자율주행 레벨 4는 현재 수준인 레벨 2~3보다 훨씬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차량 제어는 물론, 주행 중 변수 감지 등 차량 운행의 주체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자율주행 기술이 운전자를 보조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레벨 4부터는 차가 스스로 달리는 진정한 자율주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두 회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서 자율주행 레벨 4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현대차그룹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와 로보택시 사업자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 완료 및 상용화하고, 2024년 자율주행 레벨 4 차량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적극적인 투자는 미래 시장 선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투자는 기존 기술 및 투자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은 미래 자동차 산업 및 서비스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위한 중요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글.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로, 국가기술표준원 자동차전기전자통신전문위 위원장과 국민대학교 인피니언 센터장, 국민대학교 현대오딘센터장 등을 맡고 있다. CES, MWC, 모터쇼 등을 통해서 주요 미래 기술과 모빌리티에 대한 진화 방향을 정리해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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