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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평론가가 느낀 K7 프리미어 크렐 오디오 시스템

카오디오에 회의적이었던 이종학 오디오 평론가가 기아차 ‘K7 프리미어’의 크렐 오디오를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연 크렐 오디오의 어떤 점에 매료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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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내한 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 데이빗 샌본과 며칠을 함께 지낸 적이 있다. 그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짧은 영어 실력으로 통역을 하고, 연습장과 공연장을 안내하는 일을 맡았다. 중간중간 음악 얘기도 나누고, 개인사도 듣는 등 꽤 친숙한 사이가 됐다. 공연 준비를 위한 연습 현장을 몇 번이나 참관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무척 소중한 경험이다.


당시 연습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운전 기사가 라디오를 켰다. 순간 샌본을 포함한 모든 멤버들이 음악을 꺼달라고 했다. 음악인들이 왜 음악을 듣기 싫어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 역시 그렇다. 가끔 큰 소리로 방송을 튼 택시를 탈 경우, 기사분에게 정중하게 소리를 줄여줄 것을 요구한다. 차 안에서 나오는 음악이나 소리가 소음으로 들렸던 것이다. 샌본과 그의 동료들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아마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공통된 기질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난 카오디오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디오 평론이 직업이기에 되도록 조용한 환경에서 일체 간섭이 없이 음을 듣는 방식이 익숙하다. 내게 음악 청취란 집중해서 듣고, 체크하고 또 테스트하는 상황인 것이다. 아마 직업이 그렇게 날 만들었는지 모른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연구원이 뭔가를 리서치할 때 오로지 일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에서 그냥 흘러나오는 음에는 무심했다. 특히 카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은 소음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아무리 잘 만든 카오디오라고 해도, 홈오디오에는 필적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다.

크렐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가는 K7 프리미어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기아차 K3를 만났다. 크렐이 만든 카오디오를 테스트하기 위해 타본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차, 이런 데에서 어떤 음이 나올까? 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익숙한 곡을 들은 이후엔 한 방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크렐이 참여하니 다르구나’라며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K5를 듣고, 이번엔 기아차 K7 프리미어를 만났다. K7 프리미어의 크렐은 지금껏 카오디오에 갖고 있던 선입견을 말끔하게 지웠다. 음악 청취라고 표현해도 부족할 게 없는 사운드를 들려줬다. 오랜 기간 하이파이 음에 단련된 나를 사로잡은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카오디오의 고질적인 한계들

K7 프리미어의 크렐 오디오 시스템은 홈오디오 수준의 음장을 선사한다

일단 카오디오에 회의적이었던 것은, 음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음장이란 무엇인가? 영어로는 ‘스테레오 이미지’라고 부른다. 가령 밴드와 함께 가수가 노래한다고 치자. 전면에 가수가 서 있는 가운데, 뒤에 베이스와 드럼이 있고, 좌우에 기타와 피아노가 있다. 그 중간에 색소폰이나 바이올린이 등장하기도 한다.


대충 이런 그림이 그려지면, 음으로도 그렇게 재현이 되어야 한다. 즉, 가수를 비롯한 각 악기들의 위치가 정교하게 떠올라야 하는 것이다. 가수 뒤에 베이스와 드럼, 양쪽에 기타와 피아노 등이 놓여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입체적인 음향, 마치 3D 영상을 보는 듯해야 한다. 이런 음장을 홀로그래픽(3차원 입체 이미지)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항상 이런 3차원적인 공간 재현의 음을 들어왔던 터라, 대부분의 카오디오가 내는 2차원적인 음향은 가수와 악기가 마구 뒤섞인 것처럼 평면적이고 밋밋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기존 카오디오는 저역의 한계가 명확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바로 저역이다. 홈오디오에서 북셀프 정도라고 하면, 대략 저역이 50Hz 정도는 나온다. 좀 더 착실히 재생하면 45Hz 정도가 된다. 개인적으로 재즈를 들을 때, 더블 베이스가 내는 대역이 이 부근이다. 즉, 45~50Hz까지 충실하게 저역이 재생되어야, 더블 베이스의 두툼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음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오케스트라의 저역부에 해당한다.


물론 톨보이쪽, 3웨이 스피커로 가면 30Hz도 가능하다. 본격적인 구성일 경우, 20Hz 이하도 떨어진다. 이런 스피커를 아파트에 들여놨다간 아마 바닥이 꺼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위험천만하기는 하다. 그러나 오디오의 진정한 쾌감은 저역에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저역의 위용을 잘 모른다.


잘 아는 후배 중에 내 추천으로 재즈에 입문한 친구가 있다. 내가 추천한 음반을 부지런히 모으고, 승용차에서 자주 들었다. 그러다 내 초청으로 모 오디오 시청회에 왔다가 그 친구가 깜짝 놀라서 한 말이 있었다. “재즈에도 드럼이 있어요?” 카오디오만으로 음악을 접하고, 대충대충 흘려 들어왔다면, 드럼이며 더블 베이스를 접할 길이 없는 것이다. 그냥 목소리나 관악기 정도만 들어온 셈이다.


대충 이런 이유로, 카오디오에는 회의적이었다. 물론 평가를 위해 몇몇 차를 접한 적도 있고, 나름 괜찮게 만들었다는 모델도 만나봤다. 하지만 ‘홈오디오까지는 안돼, 심지어 내가 쓰는 그렇고 그런 시스템에도 미치지 못해’라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카오디오의 수준을 끌어올리다

K7 프리미어의 크렐 오디오 시스템은 마치 홈오디오를 그대로 넣은 듯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하지만 K 시리즈를 차례로 접하면서, 나는 카오디오 분야에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음에 있어서 디테일하면서도 호방한 맛이 있고, 튼실한 저역을 자랑하는 크렐의 개성이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과장 좀 보태 크렐의 홈오디오용 스피커, CDP, 앰프 등을 차 안에 그대로 장착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K7 프리미어의 런칭 행사에 참석해 직접 크렐의 하이파이 시스템과 K7 프리미어의 카오디오를 일대일로 비교했을 때도 그랬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라 장담하기 힘들 정도였다. 아니, 둘은 성격이 달랐다. 말하자면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과 복서 마이크 타이슨 중에 누가 더 우수하냐?’라는 질문과도 같았다.

K7 프리미어 크렐 오디오 시스템의 하이라이트는 카오디오의 한계로 꼽히는 음장과 저역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K7 프리미어 오디오의 매력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앞서 말한 음장과 저역을 언급하고 싶다. 그 외에 해상력, 다이내믹스 등등 여러 항목이 많지만, 홈 오디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여기서는 이런 부분을 패스하고, 위의 두 항목에만 집중하고자 한다.


우선 음장. 가수는 정확히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당연히 밴드와 구분이 되어, 가수와 밴드 사이의 거리감도 포착이 된다. 하이파이쪽의 미덕이 정확하게 재현된 것이다. 당연히 각종 악기들의 위치도 명확하게 그려진다. 오케스트라로 옮겨가도 마찬가지다. 사실 오케스트라는 맨 앞에 현악부가 있고, 그 뒤로 관악부 그리고 맨 뒤에 타악기들이 포진하고 있다. 여러 겹(오디오 용어로는 레이어)으로 구성된 다양한 악기군의 모습이 마치 현장에서 듣는 것처럼 그려져야 한다. K7 프리미어는 이런 레이어를 표현해 낸다.


이런 음장 재현을 위해 활약하는 것이 바로 센터 스피커다. 사실 센터 스피커는 홈 씨어터쪽에서만 쓰는 물건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배우들의 대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디오 역사를 살펴보면, 스테레오 사양이 발표되던 1950년대 중반에 이미 센터 스피커의 가능성을 타진한 업체가 적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2개의 스피커보다는 중앙에 하나 더 배치하는 것이 스테레오, 특히 음장 구현 면에서 유리하다.


물론 요샌 많은 카오디오에 센터 스피커가 장착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쓰임새다. 스테레오 개발 초창기의 다양한 실험을 알고, 그것을 적절하게 응용해야만 음장이라는 포획물을 얻을 수 있다. 크렐은 이런 부분에서 오랜 경륜을 자랑한다. 크렐이라서 이런 음장 구현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진짜 흥미로운 것은, 이런 음장에서 핵심이 되는 맨 앞의 위치, 그러니까 가수나 악기를 이동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후좌우로 조정해서, 내가 듣는 위치에 맞게 옮길 수 있다. 이것은 센터 스피커의 존재로 인한 이득이라 봐도 좋다. 전통적인 2채널 하이파이에선 구현할 수 없는 기능이다.


저역에 관해서도 언급해보자. 개인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같은 독일산 차부터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차를 만났는데, 대부분 저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물론 어떤 차는 해상도가 뛰어나고 럭셔리한 맛도 있었다. 꽤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K7 프리미어처럼 인상적인 저역을 가진 차는 없었다. K7 프리미어는 기존 카오디오에선 느낄 수 없었던 박력과 양감을 갖추고 있다. 마치 공연장에서 듣는 듯한, 감성을 자극하는 듯한 사운드를 재현해낸다.



K7 프리미어의 음향 시스템

K7 프리미어 크렐 오디오 시스템은 총 12개의 스피커로 구성된다

대체 이런 사운드가 가능한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K7 프리미어에 장착된 드라이버(스피커)의 숫자와 위치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K7 프리미어에는 총 12개의 드라이버가 투입되어 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하지만 각각이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전면 유리창을 기준으로, 중앙에 센터 스피커가 있고, 그 양쪽에서 트위터(고역)와 미드레인지(중역)가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우퍼가 좌우 도어에 하나씩 배치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앉을 경우, 완벽한 3채널 스테레오가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뒷좌석은 뒷선반에 서라운드용 스피커가 양쪽에 하나씩, 양쪽 도어에 우퍼가 하나씩 있다. 그리고 저역 보강을 위해 서브우퍼 하나가 추가로 투입되어 있다.


이번 모델은 전작과 달리 서브우퍼에 클래스 D(디지털-아날로그 앰프) 방식을 동원한 것도 눈에 띈다. 클래스 D 방식은 효율이 뛰어나고, 스피드가 발군이다. 음질 중심의 클래스 AB(아날로그) 앰프는 그 윗 대역에 배치하는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저역, 특히 딥 베이스의 재생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여기에만 클래스 D 방식의 앰프를 매칭한 것이다. 카오디오의 특성을 생각하면 현명한 결단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완성된 K7 프리미어의 크렐은 카오디오에 대한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20여년 전 나와 함께했던 색소폰 연주자 데이빗 샌본에게 K7 프리미어 크렐의 사운드를 들려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역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글. 이종학

월간 <스크린> 취재기자를 거쳐, 지금은 재즈 칼럼니스트와 오디오 평론가,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활동 중이다. 재즈 속으로, 나는 재즈가 좋다, 길모퉁이 재즈카페 등 다수의 재즈 전문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2003~2008년 하이파이 저널 <이종학의 진검 승부> 연재를 시작으로 인터넷 오디오 웹진 <하이파이 클럽>, <월간 오디오>, <하이파이 초이스>, <풀 레인지> 등에 평론을 냈다. 2015년부터는 중국 오디오 수입업체 < Zesen >의 고문으로, 2017년에는 마카오 오디오 쇼 고문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K7 프리미어에서 들은 3곡의 음악

이번 기사를 위해 다시 K7 프리미어를 만났다. 준비해간 USB 메모리에 담긴 곡들을 듣고, 그 중에서 인상적인 트랙 3개를 꼽아서 평가를 정리했다.

우선 야니네 얀센이 연주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일단 바이올린의 결이 가볍지 않으면서, 에너지가 넘친다. 무엇보다 치고 나가는 부분이 정말 초음속 비행기처럼 빠르다. 그러면서 프레이즈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포착한다. 배후의 오케스트라는 거대하고 또 당차다. 밀려올 때는 헤일이 엄습하는 듯하다. 자꾸 볼륨을 높이게 만든다.

이어서 오스카 피터슨의 < You Look Good to Me >. 초반의 깊은 베이스는 활로 길게 현을 긁는 형태인데, 저역 깊은 곳까지 무리없이 내려간다. 이후 본격 연주가 시작하고, 손가락으로 튕기는 순간 경쾌하게 달려간다. 텐션이나 라인이 무척 정교하다. 피아노는 영롱하고, 미디엄 템포의 드럼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그저 장인 세 명으로 족하다. 공간이 음으로 가득 채워지고, 리듬이 넘실거리며, 절정으로 치달을 때 에너지가 만점이다.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 The Look of Love >. 보사노바 풍으로 전개되는 리듬 위로 크롤의 달콤한 목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중간중간 물결치듯 오케스트라가 꿈틀거리는데,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피아노의 간결한 솔로, 어쿠스틱 기타의 적절한 백업 등이 어우러진다. 편성은 거대하지만 결코 부담스럽지 않다. 손을 뻗으면 크롤의 뺨이 만져질 정도로 리얼하고 또 입체적이다. 이 정도면 홈오디오로도 손색이 없다. 하이파이를 구매하면서 차를 덤으로 받은 느낌 같다고 할까? 결코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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