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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우리가 알던 그 쏘나타는 사라졌다

신형 쏘나타가 파격을 온 몸에 두르고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뭐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HMG저널 작성일자2019.03.22. | 44,892  view

세련된 디자인으로 새롭게 태어난 8세대 쏘나타

현대차 쏘나타는 승용차를 기준으로 할 때 대한민국에서 같은 이름으로 가장 오랫동안 만들어지고 있는 모델이다. 1985년 1세대가 나온 이후 2019년의 8세대까지 벌써 34년의 시간이 흘렀고,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는 차의 대수만도 154만대가 넘는다. 이제 막 등장한 8세대 쏘나타는 ‘대한민국 대표 중형 세단’으로서의 상징성을 회복하고, 해외 시장까지 개척해야 한다. 현대차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모델인 셈이다. 



하지만 8세대 쏘나타를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SUV의 인기는 ‘자동차’하면 떠오르던 세단 시장을 빼앗고 그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같은 값이라면 실내 공간이 좁고 운동 성능이 떨어진다 해도 준중형급 SUV를 사거나 좀 더 무리해 중형 SUV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 승용 세단과 SUV의 신차 시장 점유율은 2017년 말 기준 50.0% vs 28.7%에서 2018년 말 46.2% vs 31.3%로 바뀌었다. 고만고만한 변화로는 SUV가 주도하는 시장의 흐름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8세대 쏘나타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바꾼 혁신적인 자동차다

그래서, 8세대 쏘나타는 모든 것을 바꿨다. 우선 센슈어스 스포트니스(Sensuous Sportiness)라는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쓰였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동안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이 바뀔 때마다 항상 그 첫 번째 적용 대상은 쏘나타였기 때문이다. 8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은 르 필 루즈 콘셉트카와 동시에 만들어진 것으로 풍부한 볼륨감, 감각적인 면과 선으로 시선을 끈다. 

신형 쏘나타의 강렬한 전면부

캐스캐이딩 그릴의 새로운 해석이 들어간 앞모습에는 디지털 펄스 모양의 새 무늬를 쓰고 그릴과 범퍼 혹은 후드 사이를 크롬이나 플라스틱이 아니라 살짝 접은 면으로 둘렀다. 덕분에 경계가 확실히 나뉘어져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전면부에 녹아 들어 훨씬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범퍼 아래 좌우로 이어진 크롬 라인은 양 끝 부분이 ‘ㄷ’자 형태로 말려 올라가며 휠 에어 커튼의 공기 흡입구를 감싸 조화를 이룬다.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디자인이지만 공개된 신형 쏘나타 이미지에 대한 미국 전문매체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절묘한 캐릭터 라인과 루프 라인은 신형 쏘나타의 차체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측면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면 헤드라이트 아래 주간주행등부터 시작해 펜더를 거쳐 윈도우 주변을 감싸고 돌아가는, 한번에 그어 우아하게 연결된 선이다. 여기에 르 필 루즈 콘셉트카에서도 보았던 앞 펜더부터 테일 램프까지 이어진 캐릭터 라인과 도어 아래의 액센트 등이 개성과 안정감 사이 어딘가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후드부터 A필러를 거쳐 지붕으로 연결되어 뒤쪽으로 흘러가는 선은 전형적인 쿠페의 느낌이며 ‘풍만하다’는 단어 그대로다. 이는 직선의 뾰족함이나 팽팽하게 당겨진 곡선의 긴장감보다는, 유연한 근육을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살갗에 더 가깝다. 그러면서도 길게 내려온 루프 라인에 방해받지 않도록 2열 헤드룸과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날카롭게 깎인 트렁크 라인과 좌우를 이은 테일램프는 신형 쏘나타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실내는 차분하고 고급스럽다. 게다가 실용적이다

반면 실내는 차분하다. 센스 있는 균형감으로 화려함과 안정감을 모두 갖췄다. 특정 디자인 요소가 튀어 오르는 것이 아닌, 적절하게 억제된 포인트들이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평행 사변형으로 기울어진 센터 모니터와 그 아래 대시보드의 여백, 센터페시아를 따라 밑으로 내려오며 간결하게 모아둔 스위치들이 그렇다. 게다가 조작은 스마트폰처럼 매우 쉽고 익숙하다. 인사이드 핸들과 가니시가 일체형으로 된 도어 트림, 전자식 변속 레버가 적용되어 넓어진 센터 콘솔 주변의 배치 등은 상상이 아닌 실제 사용자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반갑다. 



물론 가격에 한계가 있는 중형 세단이기에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직접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의 플라스틱은 다소 딱딱하다. 시승차였던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포함해 한 등급 아래인 프리미엄 밀레니얼 트림부터 기본 장착되는 12.3인치 Full LCD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내용은 운전자가 선택하거나 바꿀 수 있는 변화의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8세대 쏘나타는 지난 LF 쏘나타 대비 길이와 너비는 늘었지만 높이는 40mm 낮아졌는데, 여기에 전체적으로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차의 바닥과 시트 포지션도 꽤나 내려갔다. 이 점 때문에 LF 쏘나타와 비교할 때 1열 다리 공간을 제외하면 수치상으로는 5~15mm 정도 줄었다. 그렇다고 좁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동급에서 가장 넓었던 LF 쏘나타와 비교해서 다소 작아졌을 뿐, 중형 세단으로는 충분히 넉넉하다.

LED 주간 주행등은 신형 쏘나타의 인상을 결정짓는 키 포인트다

쏘나타에 새로 쓰인 기술 중 가장 독특한 것을 3가지만 뽑으라면 크롬 그라데이션 히든 라이트가 포함된 LED 주간주행등, 스마트폰의 근거리 통신(NFC)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현대 디지털 키, 그리고 3세대 플랫폼을 꼽을 수 있다. 



LED 주간주행등은 0.05mm 간격의 레이저 가공을 통해 수만 개의 투과 영역을 만들었다. 라이트가 꺼져 있을 때는 크롬으로 외부 빛을 반사하지만, 안쪽의 LED 라이트에 불이 켜지면 홀 사이로 빛을 내보낸다. 헤드라이트 쪽에 가까워질수록 레이저 가공 처리를 더 많이 해 밝게 빛나는데, 이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현대 디지털 키는 일상의 편리함을 더할 기능이다

현대 디지털 키는 스마트 키의 모든 기능을 최대 3명과 공유하고, 스마트폰의 NFC 칩을 통해 차의 문을 열거나 시동을 걸고 심지어 차에서 내린 상태에서 전·후진으로 주차까지 할 수 있다. 물론 차 소유주는 언제라도 차 키를 공유하거나 기능을 삭제할 수 있으며, 각각의 키마다 개인화 설정을 통해 운전석 위치, 라디오 및 오디오 세팅과 실내 온도 등을 맞춰 쓸 수도 있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기능의 우수성은 기본이고 ‘WOW’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특별한 작동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현대 디지털 키는 이런 추세에 딱 맞는 것은 물론 기존의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블루링크와 카카오 i 음성 검색 등과 함께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열고 있다.

카카오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는 주행 중 상당히 요긴하게 쓰일 기능이다

실제로 카카오 i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는 시승 중 ‘최근에 인기 있는 영화가 뭐지?’라는 질문을 알아듣는 것은 물론 관람객 수를 기준으로 영화 제목을 나열해주었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쏘나타를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안전성과 경량화를 모두 달성한 3세대 플랫폼이 신형 쏘나타에 처음 쓰인다

실제 차를 타면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새로운 3세대 플랫폼이다. 사실 요즘 자동차는 점점 더 다양해지는 국가별 안전 규제와 친환경 파워트레인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요 부분을 모듈로 구성해야만 하는데, 다양한 조합을 통해 전체 개발비를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충분한 성능도 확보할 수 있다. 모듈화 플랫폼을 감안해 제작된 3세대 플랫폼은 높은 충돌 안전성과 강성을 바탕으로 핸들링 성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세대가 양적 성장, 2세대가 성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3세대 플랫폼은 통합과 공용화 확대를 통해 더욱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탑승석을 둘러싼 초고장력강이 안전을 책임진다

예를 들어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되는 것 중의 하나는 정면 25% 옵셋 충돌 테스트, 즉 스몰 오버랩 테스트다. 이를 위해 A필러와 언더 보디가 만나는 부분을 새로 보강한 것은 물론이고 엔진룸의 다중 골격 구조를 채택해 서브 프레임+앞 펜더+앞쪽 사이드 멤버 등이 함께 충격을 분산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2세대 플랫폼을 사용했던 LF 쏘나타도 강성은 충분히 확보했지만 상대적으로 무거웠던 것이 단점이었는데, 3세대 플랫폼으로 넘어오면서는 핫 스탬핑 공법을 쓴 부품을 확대하고 구조를 조절해 강성을 높이면서도 무게를 줄일 수 있게 됐다.

3세대 플랫폼 적용으로 인해 주행 감성이 매우 직관적으로 변했다

8세대 쏘나타의 충돌 안전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달릴 때 느껴지는 성능은 사뭇 다르다. 일정한 회전 반경의 고속도로 합류 도로에 진입하며 스티어링을 돌렸을 때, 차 앞머리의 반응이 매우 직관적이다. 고성능인 피렐리 P제로 타이어의 높은 그립을 충분히 활용하며 생각보다 꽤 높은 속도까지 바깥으로 밀리는 일 없이 궤적을 유지한다. 물론 그에 맞춰 뒷바퀴가 따라오는 동작도 재빠르면서 안정적이다. 연속적으로 좌우가 바뀌는 중속 코너에서는 2,840mm의 긴 휠베이스가 부담스러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경쾌하게 방향을 바꾼다. 뒤쪽 역시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안정적으로 따라온다. 

신형 쏘나타에 탑재된 스마트스트림 G2.0 엔진

물론 시승차는 가장 무난한 파워트레인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스트림 G2.0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린 구성이다. 엔진 회전을 높게 쓰며 빠르게 달리기보다는 160마력의 힘으로 느긋하게 달리는 것이 더 어울린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 등이 잘 억제되어 꽤나 조용한 실내도 느긋한 달리기를 부추긴다. 처음으로 쓰인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의 괜찮은 서라운드 사운드를 즐기기도 좋다. 고성능 혹은 더 좋은 연비의 쏘나타가 필요하다면 올해 하반기에 나올 1.6 가솔린 터보나 2.0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다리면 된다. 

그야말로 모든 걸 바꿔 새롭게 태어난 쏘나타. 그 충격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궁금해진다

세대를 바꿔 풀체인지된 차가 예전보다 좋은 성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얼마나’ 더 좋아졌느냐다. 이번 8세대 쏘나타는 그동안 과거 모델들이 세대를 바꿀 때 가졌던 개별적인 변화를 한 번에 이뤘다. 독자 플랫폼을 처음 쓴 4세대와 파워트레인 독립을 이룬 5세대, 디자인에서 큰 획을 그은 6세대와 섀시 설계에서 한 단계 높은 경지를 이뤘던 7세대의 변화가 8세대에 모두 모였다. 



어쩌면 빠르게 바뀌는 세상만큼이나 새로운 쏘나타의 변신이 낯설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쏘나타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자동차’였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그 파장이 점점 커져 끝내 호수 전체를 뒤흔드는 것처럼, 젊고 세련된 쏘나타가 가져올 충격은 이제 시작되었다. 신형 쏘나타가 앞으로 얼마나 멀리, 큰 물결을 만들지 궁금하다. 




PS. 개인적으로 2세대 쏘나타는 ‘공식적으로’ 운전했던 첫 차였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프레스토를 타셨던 아버지는 내가 대학에 가는 시점에 맞춰 차를 쏘나타로 바꾸셨다. 쏘나타는 내 첫 운전 연습부터 부모님 몰래 다녀오는 새벽 드라이빙의 일탈까지 자동차의 즐거움을 알려준 차였던 셈이다. 자동차 전문 기자가 된 이후에는 ‘한 이름으로 몇 십 년씩 전통을 이어가는…’으로 시작하는 쏘나타3 TV 광고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제는 대학생이 된 큰 아이가 태어났을 때, 바로 그 쏘나타에 태워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온 기억도 생생하다. 나에게는 첫 운전의 대상이자, 아이가 태어나 처음 탄 자동차가 바로 쏘나타였던 셈이다. 사람마다 경우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성인으로 90년대 이후를 지내온 사람에게 쏘나타는 단순한 교통 수단을 넘어 흐뭇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쏘나타만의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글. 이동희필자는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티뷰론 일기”, “69년식 랜드로버 복원기” 등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기사를 쓰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으며 딜러로 자리를 옮겨 영업 지점장을 맡았다. 현업의 경험과 이론을 모두 갖춘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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