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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3세대 플랫폼, 연구원에게 묻다

플랫폼은 디자인, 주행성능, 안전성, 실내공간 등 자동차의 기본기와 필수요소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현대·기아차가 3세대 플랫폼을 정성스럽게 개발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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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플랫폼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언급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잘 만든 플랫폼은 다양한 종류의 명차를 탄생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을 공들여 만들고, 이를 각 모델에 맞게 적용하는 것은 자동차 업계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지 오래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차량 개발 비용과 시간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검증된 플랫폼과 모듈을 차종에 맞게 응용하고 재배치하여 설계, 시험 등의 개발 절차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남은 자원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더 좋은 차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습니다.


둘째, 완성도와 품질이 뛰어난 차를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모태가 되는 플랫폼이 우수하면 체급에 따라 각자의 개성을 입히는 것이 쉬워집니다.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훨씬 쉽습니다. 


현대·기아차의 최신 3세대 플랫폼은 이런 전략적인 목적 아래 탄생했습니다. 8세대 쏘나타에 처음 적용되며, 이후 등장하는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차종들도 3세대 플랫폼의 혜택을 입을 예정입니다.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미래를 책임질 3세대 플랫폼을 개발한 연구원들에게 숨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야심차게 개발한 3세대 플랫폼의 모습입니다

Q. 플랫폼이란 단어가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정확히 무엇을 말하나요? 


사전적 의미의 자동차 플랫폼은 ‘공통의 설계, 엔지니어링, 생산성, 모델과 타입을 아우르는 주요 부품들의 호환 패키지’입니다. 결국 플랫폼에는 자동차를 생각하고 만드는 방법에 대한 한 회사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별로 플랫폼에 포함시키는 범위는 다양합니다. 현대·기아차의 3세대 플랫폼은 차량 하부의 주요 부품들, 즉 언더바디(차체 바닥 부분), 서스펜션, 파워트레인, 연료장치, 공조장치, 조향장치, 배기장치, 시트프레임 등의 호환 패키지를 포함합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아래 공간을 차지하는 엔진룸과 언더바디 레이아웃이 플랫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모든 자동차회사가 플랫폼 공유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플랫폼에 따라 자동차의 기본 성능과 상품성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플랫폼을 어떻게 개발하고 운영하는지를 보면 그 제조사의 기본 실력을 알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본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훨씬 더 완성도 높은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는 셈이죠. 게다가 빠른 제품 출시, 규모의 경제, 제품별 기본 성능 강화 등의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차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셈입니다.


추가로 플랫폼 개발은 공유뿐만 아니라, 표준화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수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 자동차를 각 차종마다 다른 부품으로 개발하면, 부품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물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죠.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고려해 표준화 개념을 바탕으로 플랫폼 또는 부품을 개발합니다. 결국 플랫폼 공유와 표준화는 품질의 안정화를 이루고, 신뢰성을 향상시킵니다. 물론 부품 공용화는 한 개의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 차종에 동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역시 부품 종류가 줄어듦에 따른 선택과 집중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합니다.

3세대 플랫폼을 개발한 김준수 책임연구원(좌)과 양동수 책임연구원(우)의 모습입니다

Q. 플랫폼 공유를 넘어 이제는 모듈화 플랫폼이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플랫폼을 모듈화한다는 것은 플랫폼을 구성하는 부품들을 단일 또는 여러 가지로 조합하여 ‘모듈’로 구분함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전체의 변경 없이도 각각의 모듈만 교체해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듈화된 부품들의 조합 수만큼 플랫폼의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모듈을 조합하면 레고를 끼워 맞추듯이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동차 플랫폼의 부품들을 모듈화한다는 것은, 플랫폼의 공용화와 다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모듈들을 조합한다 해도, 완성된 차량의 윤곽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채 조합한다면 결코 고객들에게 환영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도 마련했습니다.


모듈화 플랫폼은 각 부품간 호환되는 모듈화 기술 확보와 함께 차량별로 지향하는 성능·상품성 목표 및 각 차량의 생산 방법, 원가 구조, 정확한 시장 타겟팅과 관련한 ‘모듈 조합의 명확한 로드맵’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저희는 이와 같은 모듈화 플랫폼의 정의에 입각해 3세대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8세대 쏘나타를 시작으로 하는 3세대 플랫폼을 개발의 청사진으로 삼고 향후 출시될 현대·기아차들에 탑재시킬 예정입니다. 



Q. 이번 3세대 플랫폼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략적인 순서를 알 수 있을까요?


자동차 개발 단계에서 맨 처음 하는 일이 바로 플랫폼 개발입니다. 차량 모델 선정과 함께 양산 개발 일정이 수립되는데, 플랫폼 개발은 모델 선정 이전부터 법규와 신기술 적용 등 계획을 모두 포함해 진행됩니다.


3세대 플랫폼의 시작점은 안전 규제와 시장 동향을 예측해 다중골격 차체 구조를 선행 개발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3세대 플랫폼 개발 과정에서는 연비규제 대응 전략에 따른 신 엔진 개발 반영과 경량화, 강화되는 충돌 안전규제 대응, 주행 성능 향상, 그리고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반영 등 회사 차원의 굵직한 요구 사항이 많았습니다. 이를 위해 선행 단계부터 세단, SUV, MPV 바디 타입을 동시에 고려하는 한편, 차량 제작과 성능 평가까지 고려하며 개발했습니다.

3세대 플랫폼은 무게중심을 낮춘 저상화 설계가 특징입니다

Q. 3세대 플랫폼의 특징 중 하나인 저상화 설계는 무엇인가요?


차량의 주행 성능과 안정성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 중 하나는 무게 중심을 낮추고 관성 모멘트(회전하는 물체가 계속해서 회전을 지속하려고 하는 성질의 크기)를 축소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저상화 설계입니다. 얼핏 플랫폼의 저상화 설계는 매우 쉬운 일처럼 들리지만, 실제 구현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단순히 엔진과 구동계, 차체 바닥의 부품을 낮게 배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차체 경량화를 위해 파워트레인, 배터리 같은 무거운 구조물을 무게중심에 가깝게 배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안전한 시야 확보, 승하차와 운전 자세의 편안함을 모두 고려하는 복합적인 차량 설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3세대 플랫폼은 이 모든 것을 달성해 저상화 설계와 경량화를 구현했습니다. 



Q. 3세대 플랫폼은 얼마나 안전해진 것인가요?


플랫폼 개발 시 엔지니어들은 안전성에 3가지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바로 에너지 흡수율의 극대화, 승객실 공간 보존, 충돌 시 차량의 자세 최적화입니다. 


에너지 흡수율의 극대화, 승객실 공간 보존은 2세대 플랫폼에서도 어느 정도 달성해낸 부분이었지만, 이번에는 더욱 업그레이드해 전 세계 어떤 자동차와 비교해도 자신 있습니다. 하지만 충돌 시 차량의 자세 최적화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이번 3세대 플랫폼 개발 시 중점적으로 연구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스몰오버랩 충돌 시 차량의 자세 안정화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차량 전면부의 1/4만 충돌시키는 스몰오버랩 충돌은 테스트의 특성상 대부분의 차량이 충돌 후 크게 회전하며 움직입니다. 차량의 회전이 크면 승객의 움직임이 커지고, 이는 승객이 에어백 등에 의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세대 플랫폼은 다중골격 엔진룸 구조 및 서브프레임의 변형모드 제어, 로어암 강도 및 이탈 시점 제어, A필러 변형 모드 최적화 등을 통해 스몰오버랩 충돌 시 차량이 일반적인 경우처럼 크게 회전하지 않고 측면으로 비껴나가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승객의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실제 사고 시 뒤따라오는 차량에 의한 2차 사고 가능성 또한 크게 줄어듭니다. 

3세대 플랫폼에 적용된 다중골격 엔진룸 구조는 충돌 시 충격을 분산시킵니다

Q. 설명 중에 언급된 다중골격 엔진룸 구조는 무엇인가요?


연구원들은 보통 멀티 로드 패스 바디 구조라고 지칭합니다. 일반적으로 사고가 나면 사이드멤버에 충돌 하중이 집중됩니다. 사이드멤버란 보닛을 열면 보이는 엔진룸 양쪽을 지지하는 골격구조물입니다. 다중골격 구조는 이 프론트 사이드멤버뿐 아니라 서브프레임, 펜더 에이프론 등을 유기적으로 잘 엮어서 충돌 하중이 여러 경로로 흡수, 분산되도록 한 구조를 말합니다. 



Q. 3세대 플랫폼이 모듈화가 됐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을 모듈로 묶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플랫폼 부품에 해당하는 부분은 언더바디입니다. 이 언더바디 플랫폼은 크게 프론트 사이드멤버, 대시, 센터플로어, 리어플로어의 네 가지 모듈로 구분됩니다. 차체 플랫폼 모듈을 나누는 기준은 해당 모듈이 담당하는 주요 기능뿐만 아니라 차급과 제원에 대한 호환성, 그리고 효율적인 제작을 위한 사이즈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어플로어는 후석 승객 거주성, 적재공간 구성, 후방충돌 및 노면 소음에 강건한 기능이 요구되는 부품들의 조합으로 구성됩니다. 

3세대 플랫폼은 필수 안전 시스템을 복수로 구성한 리던던시 시스템을 채용했습니다

Q. 3세대 플랫폼에서 자랑할 것은 더 없나요?


자율주행차의 ‘리던던시 시스템(Redundancy System, 고장에 대비해 필수 안전 시스템을 복수로 구성하여 안전성을 높이는 것)’을 꼽고 싶습니다. 전기, 전자 시스템의 고장에 대비해 여분의 부품 또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샤시 부품 중에는 조향 및 제동 시스템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물론 자율주행제어기도 포함됩니다. 


3세대 플랫폼의 조향 시스템에서는 안정성 강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센서 리던던시를 적용하고 있으며, 완전한 리던던시 시스템은 자율주행 레벨 4단계부터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조향 시스템은 센서, 모터 코일, ECU, 전원, 통신을 이중화 또는 다중화해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 로드맵에 맞추어 개발되고 있습니다. 



Q. 3세대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3세대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수년 간 밤도 많이 새고, 연구에만 매달렸던 것 같습니다. 다중골격 구조, 하이브리드 시스템, 디자인과 제원, 현대·기아차 친환경차 확대 출시 같은 방대한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본사와 공장까지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치열하게 개발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느 제조사에도 뒤지지 않는 좋은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확인했고, 3세대 플랫폼 개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플랫폼개발실 연구원들의 모습입니다. (좌로부터 신성수 연구원, 이승학 책임연구원, 박지웅 책임연구원, 양동수 책임연구원, 김주연 연구원, 김준수 책임연구원)

플랫폼은 자동차 개발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밑바탕이 되지만, 좋은 플랫폼을 개발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플랫폼 연구팀은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과 치열한 고민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3세대 플랫폼이 최초 적용된 8세대 쏘나타를 직접 운전해 본다면, 민감하지 않은 운전자도 어렵지 않게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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