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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커피 향이 내내 코 끝에 머무는 도시

커피 좋아하세요? 그럼 올 겨울엔 강릉으로 커피 여행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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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아 강릉으로 떠났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이유로 바쁜 하루를 보냈겠죠? 일에 치이고, 사람에 데이고, 고생 많으셨어요.

“커피 한 잔 어때요?”

소중한 사람이 지쳐 보일 때, 우리는 커피를 권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이 주는 막간의 여유는 틈 없는 일상에 쉼표를 찍어주니까요. 강릉은 참 고마운 도시입니다. 이곳에선 우리네 일상을 위로하는 커피 내음이 어디에서건 풍겨 오거든요. 숲의 솔 향기와 바다의 짠 내음, 그리고 로스터의 커피콩 볶는 냄새가 묘하게 섞여 독특한 풍경화를 그려내는 이곳. 솔과 바다, 그리고 커피의 도시 강릉입니다. 


커피의 도시, 강릉

l 자동차를 달려 커피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선 어떤 커피를 만나게 될까요?

강릉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유별납니다. 바닷가 마을마다, 고개 곳곳마다 카페 집성촌을 이뤘습니다. 산과 바다에서, 골목 구석과 거리 모퉁이에서 은은한 커피 향이 코 끝을 휘감아 돕니다. 이제 사람 발길이 잦은 해안가에서는 횟집보다 카페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커피가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이 된 건 강릉이 아마 유일할 겁니다. 

유난히 추웠던 12월 어느 날, 여느 커피 마니아들처럼 성지를 순례하듯이 강릉을 찾았습니다. 로스터리 카페, 커피 공장, 커피 농장, 커피 박물관, 커피거리까지, 강릉은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제게 보여줬습니다.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 공장

l ‘1세대 바리스타’로 손꼽히는 박이추(朴利秋) 명인은 인스턴트 다방 커피 밖에 모르던 시절, 우리나라에 로스팅 문화를 퍼뜨렸습니다. 박이추 명인은 원두를 강하게 볶아 진한 맛을 내는 커피의 대가로 불립니다. 그가 손으로 커피콩을 직접 볶아 내려 마시는 커피를 처음 선보인 후 강릉에서는 커피 문화가 꽃피기 시작합니다

l 박이추 커피공장의 간판입니다

1980년대 서울 대학로에서 커피 하우스 ‘보헤미안’을 운영하던 박이추 명인은 2000년대 들어서 강릉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커피는 분명 도회적 분위기의 완성일진대, 그는 왜 큰 도시를 떠나 강릉으로 온 걸까요? 박이추 명인은 이렇게 답합니다. 

“바다의 포용력이 좋아서요”

일본 규슈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커피 유학을 하고, 서울에서 카페를 열었다가 이제는 강릉에 정착한 박이추 명인. 칠십 평생을 보헤미안으로 살아온 그는 이제 이곳에서 바다보다 깊은 맛을 내는 커피를 내립니다. 

l 하와이언 코나 커피와 브런치의 조합은 정말 훌륭합니다

하와이언 코나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예멘 모카 마타리와 더불어 세계 3대 커피로 꼽힙니다. 과일처럼 신맛과 옅은 단맛은 갓 구운 토스트와 함께 즐기면 훌륭한 브런치로 더할 나위 없습니다. 노곤함이 찾아오는 정오 가까운 시간에 마시는 하와이언 코나 커피 한 잔은 박이추 명인의 한 마디를 생각나게 합니다. 

“만약 당신의 이해력이 둔해진다면, 커피를 마시세요. 커피는 지적 음료입니다”


강릉 커피콩 빵

l 사천면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 공장을 나와 진리해변길을 따라 달리면 그 끝에서 강릉 원조 커피콩 빵을 만날 수 있습니다

l 지인의 간곡한 부탁에 강릉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커피콩 빵 두 팩을 선물용으로 구매해 주인 없는 옆자리에 고이 앉혔습니다. 아래 상자는 박이추 커피 공장에서, 위에 상자는 강릉 원조 커피콩 빵집에서 각각 구매했습니다

l 강릉 커피콩 빵은 특허 등록과 수상 경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커피콩을 꼭 닮은 모양과 커피 향을 머금은 앙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사리 빵에 빠지게 만듭니다


안목해변 커피거리

l 해안가를 따라 경포대를 지나 도착한 곳은 안목해변입니다. 해변을 따라 강릉 커피거리가 길게 늘어졌습니다

l 강릉 커피거리로 불리는 안목해변 일대는 원래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습니다. 1990년대 커피 자판기가 여럿 생기면서 이곳은 영동 지역 청춘 남녀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이곳에는 커피 마을이 생겨났습니다

l 옛 시절, 안목해변 커피거리에는 커피 자판기가 줄을 이었습니다. 자판기를 관리하는 사람마다 콩가루, 미숫가루 등을 넣거나 배합률을 다르게 해 저마다 다른 맛을 냈다고 합니다. 자판기 하나하나가 각각의 바리스타였던 셈입니다. 다들 선호하는 나만의 자판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동전 한 닢, 한 닢이 모여 누군가의 자식 대학 등록금이 됐고, 누군가의 어머니 병원비가 됐습니다. 그렇게 제 역할을 다하고 떠나간 자판기 자리에는 저마다 특색을 자랑하는 이런저런 카페들이 들어섰습니다

l 이곳 자판기들은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자판기 커피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더러는 플라시보 효과라며 고개를 저었고, 누구는 황금 비율이라며 엄지를 들었습니다. 안목해변 백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종이컵에 든 커피 한 모금 마셔보니 맛의 비밀을 알겠습니다. 흔히 ‘앉은 자리가 사람을 바꾼다’고 하는데, 앉은 자리가 커피 맛을 바꾸기도 하더군요

l 안목해변 끝자락엔 강릉항이 있습니다. 2008년 5월 강릉항으로 개칭되기 전까지 안목항으로 불렸죠. 황어, 숭어, 멸치, 고등어가 잘 잡히는 이곳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태공들의 쉼터입니다


테라로사 커피 공장

l 강릉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구정면에는 2002년 처음 문을 연 테라로사 커피공장의 첫 번째 매장이자 본점이 있습니다. 테라로사는 본래 커피를 볶아 카페나 레스토랑에 공급하는 로스팅 팩토리로 출발한 곳입니다. 커피 맛이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이 점점 늘자 카페를 겸업하기 시작했고, 2017년 건물을 증축해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습니다

l 내부에 들어서면 공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높은 천장과 커다란 공간이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이 넓은 공간 구석구석에 커피 향이 배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긴, 하루에 1.5톤 가량의 원두를 볶는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겠습니다

l 선반 곳곳에는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가 세계 각국을 돌며 수집한 구형 커피 그라인더, 각종 연장도 전시돼 있습니다. "커피 공장이 미술관 같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철학이 공간 여기저기에서 묻어나옵니다

l 2017년 온두라스 COE(Cup of Excellence)에서 8위를 차지한 온두라스 엘 세드로 커피를 마셔봤습니다. ‘엘 세드로’라는 이름은 온두라스에서 커피 콩을 재배한 농장주의 이름입니다. 테라로사 쿠키와 함께 즐기니 쌉쌀하면서도 새콤한 원두 향이 더 돋보입니다


커피커퍼 커피 박물관

l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지만, 알면 더 맛있는 게 커피입니다. 커피커퍼는 ‘커피 감별사’라는 뜻입니다. 커피커퍼 커피 박물관은 커피를 접하는 견문을 넓히고, 커피를 대하는 안목을 높여주는 곳입니다

l 전시관은 총 다섯 관으로 구성됐습니다. 1관 커피 역사문화관, 2관 커피 로스터&그라인더관, 3관 커피 추출관, 4관 커피나무 재배관, 5관 커피 시음관으로 각각 나뉩니다. 매일 마시던 커피 한 잔에 이토록 많은 역사와 흐름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l 우리나라 최초로 상업용 국내산 커피나무를 재배한 커피커퍼 농장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30년생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커피나무의 씨앗부터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과정, 수확과 가공을 거쳐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l 코나 자동차를 타고 와서 코나 원두를 만나는 우연도 펼쳐집니다


오늘, 커피 한 잔

l 잠에서 깨기 위해, 잠깐의 휴식을 위해, 진지한 대화를 위해, 가벼운 농담을 위해 우리는 커피를 찾습니다

그러고 보니 커피는 참 다양한 면면을 지녔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마다 각자 다른 이유가 있기 나름이죠.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 정치가 탈레랑 페리고르는 커피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습니다.

Noir comme le diable, chaud comme l'enfer, pur comme un ange, doux comme l'amour.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여러분은 쓰디 쓴 커피를 왜 마시나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그 커피는 어떤 효용이나 희로애락을 주나요? 커피가 있는 곳, 강릉에 가면 그 답을 얻게 될까요? 어쩌면, 이토록 알 수 없는 커피의 새카만 속내가 궁금해 강릉으로 떠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날이 상당히 찹니다. 타자를 멈추니 머리가 식네요. 따뜻한 커피 한 잔 해야겠습니다. 


글. 사진 박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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