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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번호판 바뀐다던데? 나만 몰랐던 자동차 번호판의 세계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자동차 번호판은 제법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신기한 자동차 번호판의 세계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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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기 천사 간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번호판 중 독특한 번호를 보면 자연스레 눈길이 가곤 합니다. ‘1004’같이 읽었을 때 특별한 뜻이 있다던가 ‘1111’ 같이 동일한 번호가 반복되는 번호가 대표적인 예죠. 저렇게 유니크한 번호들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건지 호기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특이한 숫자가 조합된 자동차 번호판의 경우 개인 간에 사고 파는 경우도 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내 자동차의 번호판은 랜덤으로 결정됩니다. 특이한 번호, 마음에 드는 번호를 얻는다면 그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자동차 번호판의 숫자와 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 차가 어떤 종류인지, 용도는 무엇인지에 따라 일정한 규칙을 갖고 그 안에서 랜덤으로 결정되죠. 알고 보면 제법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자동차 번호판에 대해 알아봅니다.


그땐 그랬지

자동차 번호판의 정확한 명칭은 ‘자동차등록번호판’입니다.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로 이루어진 자동차 번호판은 자동차가 도로를 달려도 좋다는 일종의 운행 허가증이죠.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번호판이 처음 사용된 시기는 1904년입니다. 당시에는 별도의 규격이랄 것 없이 차량을 등록한 도시 이름을 한문으로 쓰고 경찰에서 발급한 숫자를 적어 놓은 수준이었지만 1921년에 들어서면서 규격을 정해 검은 바탕에 흰색 숫자를 새기게 됐습니다.

1973년 4월 개정판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번호판이 등장한 시기는 1973년 4월입니다. 번호판의 색상은 녹색, 글씨는 흰색인 번호판이죠. 이때 개정된 번호판에는 차량의 등록지역, 차종 기호, 용도 기호, 일련번호 등이 번호판에 기록됐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현재의 번호판과 비슷한 수준으로 자동차 번호판에 정보를 담기 시작한 겁니다. 특이한 점은 당시 번호판에는 등록지역 옆 차종 기호가 한 자리 숫자로 표기됐는데, 외제차는 0번을 사용해 별도로 구분했다는 것입니다(승용차=1~4, 승합차=5~6, 화물차=7~8, 특수차=9). 

1996년 1월 개정판

자동차의 대중화로 일부 지역에서 자동차 번호판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1996년 1월 새롭게 개정된 자동차 번호판이 등장합니다. 차종 기호를 한 자리 숫자에서 두 자리 숫자로 늘린 번호판이 등장한 겁니다. 예를 들어 1~4번을 사용하던 승용차는 10~69번으로, 5~6번을 사용하던 승합차는 70~79번을 사용하도록 변경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탕체를 쓰던 한글은 돋움체에 가까운 깔끔한 폰트로 변경됐습니다.

2004년 1월 개정판

2004년 1월 개정된 자동차 번호판에는 등록지역 표기가 사라집니다. 전국 번호판의 시대가 시작된 겁니다. 다만 해당 번호판은 자가용 자동차에 한해 사용됐습니다. 시내버스 및 택시 등 사업용 자동차(렌터카 제외)의 경우 이전과 같이 등록지역이 표기된 번호판을 달았습니다. 이런 변화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죠. 

2007년 11월 디자인의 변화

2004년 1월 개정을 마친 번호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디자인을 변경합니다. 가로가 길어진 형태로 이른바 ‘유럽식’ 번호판입니다. 기존 번호판은 미국식 규격이었죠. 크기뿐만 아니라 색상에도 변화가 생겨 흰 바탕에 검은 글씨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해당 번호판은 2006년 2월 경찰차와 관용차에 시범 적용했다가 2007년 11월부터 모든 자가용 자동차에 적용하게 됩니다. 다만 자동차 자체의 디자인 특성으로 가로로 긴 형태의 번호판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색상만 변경시키고, 기존 미국식 규격 번호판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번호판에는 어떤 정보가?

그렇다면 현재 정착된 자동차 번호판의 숫자와 한글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나오는 두 자리 숫자는 차종을 분류하는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01~69는 승용차, 70~79는 승합차, 80~97은 화물차, 98~99는 특수차를 의미하죠.

숫자 중간의 한글은 용도를 의미합니다. 가~마, 거~저, 고~조, 구~주는 자가용 자동차에 사용되고 바, 사, 아, 자의 경우 운수 사업용 차량에 적용합니다. 렌터카의 경우 하, 허, 호가 사용되고 택배차는 택배의 ‘배’를 따서 쓰고 있습니다.

군부대에서 쓰는 차량은 번호판이 없는 작전용이 아닌 경우 일반과 동일한 흰색 번호판을 쓰는데, 소속에 따라 다른 글자가 적용됩니다. 예를 들면 육군은 ‘육’, 해군 및 해병대는 ‘해’, 공군은 ‘공’으로 표기되고 국방부는 ‘국’, 합동참모본부는 ‘합’ 등으로 표기됩니다.

글자 뒤 4자리 일련번호는 소진되지 않은 번호 중 임의로 정해집니다. 기존에는 1000부터 9999번까지 하나를 골라 배정했는데, 사용할 수 있는 번호가 점점 부족해져 2015년부터는 0으로 시작하는 번호도 배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색상으로 보는 번호판

숫자와 글자 외에 번호판의 색상에 따라 자동차의 종류나 용도를 구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같은 친환경차가 푸른 바탕에 검은색 문자 번호판을 쓰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노란색 번호판은 사업용

택시에 부착된 노란색 번호판은 사업용으로 사용되는 차량에 부착하는 번호판입니다. 택시나 버스, 택배차나 운송차 등에서 볼 수 있죠. 렌터카의 경우 사업용 차량임에도 노란색 번호판이 아닌 흰색 번호판을 사용하는데, 이는 실제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이 사업 용도로 운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건설기계는 주황색

건설현장에서 볼 수 있는 건설기계 및 중장비에는 보통 주황색 번호판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건설기계 및 중장비에 주황색 번호판이 부착되는 건 아닙니다. 관공서에서 소유권을 갖고 있는 경우 흰색 번호판을 사용하고, 자가용인 경우에는 녹색 번호판을 사용합니다. 건설기계와 중장비는 일반 차량의 번호판과는 다른 숫자/문자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사업용 번호판의 경우 원 안에 ‘영’이란 글자를 추가로 새기는데 영업용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외에도 두 자리 숫자인 차종 기호는 숫자마다 고유의 차종이 배정됩니다. 예를 들어 불도저는 01번, 굴삭기는 02번, 지게차는 04번, 타워크레인은 27번 등입니다. 일련번호는 용도 구분에 따라 자가용은 1001~4999번, 사업용은 5001~8999번, 관용은 9001~9999번이 배정됩니다.

외교용은 군청색

외교관이 탑승하는 차량은 감청색 바탕에 흰색 문자가 새겨진 번호판이 부착됩니다. 번호판 제일 앞자리에는 차량 소유자에 따라 다른 표기를 하는데, 외교관용은 외교, 영사용은 영사, 국제기구용은 국기 등의 문자가 붙습니다. 총 6자리로 구성된 숫자는 앞 세 자리는 수교한 국가 중 차량을 등록한 순서에 따라 결정되고, 뒤 세 자리는 공관 내 서열에 따라 정해집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수교한 나라 중 가장 먼저 차량을 등록했기 때문에 앞에 001이 붙습니다. 주한미국대사가 사용하는 차량이라면 ‘외교 001-001’이라고 적힌 감청색 번호판이 부착되는 것이죠.

임시번호판에 대해

차량을 정식으로 등록하기 전에 발급받아 부착하는 임시번호판에는 임시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한 날짜와 허가한 지자체의 장, 6자리 일련번호가 기록됩니다. 사선으로 빨간색 두 줄이 그어지는 것이 특징이죠. 다만 차량연구소에서 연구 및 테스트를 목적으로 발급받는 임시번호판의 경우는 임시의 ‘임’자와 허가한 지자체의 장, 4자리 일련번호가 부여되고 별도의 운영 허가 기간은 적혀있지 않습니다.


다시 바뀌는 자동차 번호판

다가오는 2019년 자동차 번호판이 다시 변경될 예정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3월 자동차 등록 대수 증가에 대응하고 비사업용 승용차 등록번호 용량을 반영구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자동차번호 용량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체계에서 등록 가능한 약 2,200만 개의 승용차 번호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번호판 개편안을 공개하고 국민의 의견을 묻는 설문도 진행했습니다. 공개된 자동차 번호판 개편안을 살펴보면 총 3가지 변경점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새로운 승용차 등록번호 체계, 두 번째는 번호판 디자인, 세 번째는 번호판 글자체입니다.

자동차 번호판 개편의 가장 핵심은 등록번호체계의 변경입니다. 더 많은 가용번호를 확보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목적이기 때문이죠. 국토부에서 제안한 등록번호체계 변경 방안은 두 가지입니다. 기존 두 자리이던 차종 기호를 세 자리로 늘리는 방안, 용도 기호로 사용하는 한글에 받침을 부여하는 방안입니다. 

국토교통부가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참여자 중 78% 이상이 앞의 숫자 두 자리를 세 자리로 늘리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청과 지자체 등 자동차를 등록관리하는 기관 역시 숫자를 추가하는 방안에 찬성해 내년부터 새롭게 변할 자동차 번호판은 ‘000가0000’과 같은 번호 체계가 적용될 것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번호판 디자인 변경안은 기존 번호판에 국가상징문양과 비표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현행대로 갈 수도, 변경된 디자인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변경된 디자인은 번호판에 반사필름을 부착해 국가상징(태극)문양, 위변조방지용 비표를 추가합니다. 기능적으로 봤을 때 번호판의 야간 시인성이 높아지고 위변조가 불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사필름 등의 부착으로 번호판 발급비용이 상승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번호판 글자체 변경안은 번호판의 디자인이 변경될 경우 글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판독력 향상을 위해 서체의 굵기, 간격, 각도 등 일부 디자인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 자동차 번호판이 생긴지 벌써 100년이 넘었습니다. 자동차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번호판 체계도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번호판의 등록체계 변경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잦은 변경은 국민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크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국토교통부에서 밝힌 변경안은 반영구적으로 번호판 개수를 확보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죠. 새롭게 변화할 번호판이 오래도록 사용될 멋진 디자인으로 탄생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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