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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더 뉴 아반떼, 넌 늘 좋은 친구였지

페이스 리프트를 통해 새롭게 돌아온 더 뉴 아반떼. 뭐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또 무엇이 변하지 않았을까요. / 글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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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 학창 시절로 돌아가면 학년이 달라지고 반이 바뀌더라도 곁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잘생기거나 멋있지는 않았지만 옷은 늘 단정했고, 성적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지만 어울려 지내면 그저 즐거웠던 친구들입니다. 큰 목소리나 화사한 웃음은 없었지만 늘 기분 좋게 지냈던 녀석들, 내일 아침 등굣길에서 다시 보자고 말하며 항상 다음날을 기대하게 했던, 말 그대로 ‘좋은 친구’들.

저에게 아반떼는 이런 좋은 친구 같은 차입니다. 1995년 처음 아반떼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던 모델부터 가장 최근의 AD 아반떼까지, 시대에 어울리는 적당한 옵션과 성능, 그리고 넓은 실내와 적당한 가격까지 더 바랄 것이 없었으니까요. 승용차 판매에서 베스트셀링 모델 5 안에 거의 항상 이름을 올렸던 아반떼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차였습니다. 그 아반떼가 이제 막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내놨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발전을 이뤘을지, 기대감을 안고 시승해 봤습니다. 

사실 이번 모델의 경우 페이스 리프트(Face Lift)라는, 말 그대로 얼굴을 바꾸는 부분 변경 모델이라고 하기에는 변화의 폭이 매우 큽니다.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할 엔진과 변속기 등의 파워트레인이 거의 대부분 새로워졌고, 전혀 다른 차로 보일 만큼 변한 앞뒤 모습, 소소하지만 실용적으로 바뀐 실내와 새로 추가된 장비 등 일일이 나열하자면 꽤 긴 리스트가 생길 정도입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외관입니다. 도어의 형상과 루프 라인 등 측면은 거의 비슷한데 이는 차의 뼈대가 되는 섀시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앞뒤 모습은 이전 모델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예전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들은 플라스틱으로 된 부품들을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라이트 안쪽의 모양이나 범퍼 등이 그렇지요. 하지만 더 뉴 아반떼는 여기에 더해 후드, 앞과 좌우 펜더, 트렁크 리드까지 철로 된 부품들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라기에는 변화의 폭이 상당한 것입니다. 

특히 앞모습은 캐스캐이딩 그릴과 맞물린 삼각형 헤드라이트와 방향지시등을 포함해 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헤드라이트는 더 넓고 강렬해진 그릴과 일정 부분 겹치며 자리합니다. 덕분에 한정된 차 너비 안에서도 커다란 그릴이 강조되는 효과를 줍니다. 도로 주행 시 마주오는 차와 잠깐 스치는 그 짧은 순간에도 브랜드와 모델의 정체성을 강렬하게 주장해야 하는 그릴의 역할에 충실한 것입니다. 화살촉 모양 헤드라이트 안에는 날카로운 주간 주행등을 넣어 더욱 뾰족하고 튀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가운데 위치한 현대자동차 로고만큼의 너비로 시작된 라인은 보닛을 나누어 윈드 실드까지 이어집니다. 역시나 브랜드를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지요.

변화가 적은 옆면의 포인트는 새 디자인의 알로이 휠입니다. 시승 중 만난 17인치 휠은 서로 교차하듯 만난 헤드라이트와 그릴처럼, 바깥쪽의 비대칭 스포크와 안쪽의 별 모양이 겹쳐 있습니다. 달릴 때는 바깥 라인이, 멈춰 있을 때는 안쪽이 눈에 들어와 준중형 세단에는 과분한 디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차의 뒷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1세대 아반떼처럼 번호판이 범퍼로 옮겨간 것입니다. 덕분에 트렁크 리드 중앙에 공간이 생겼고 역시나 뾰족한 선이 들어간 테일 램프를 더 길게 안쪽까지 들어오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모범생 같이 단정하던 아반떼에게 이런 겉모습의 변화는 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과 도형이 뾰족해 더 그런 느낌이 강해집니다. 그럼에도 크게 둥글려 떨어지는 후드와 어울리는 헤드 램프, 앞바퀴의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앞 범퍼 에어 커튼에 자리잡은 삼각형 방향 지시등은 묘하게 기능과 디자인을 버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아반떼의 핵심입니다. 스마트스트림 1.6L 가솔린 엔진에는 6단 수동 변속기와 IVT로 불리는 새 무단변속기가, U2 1.6L 디젤 엔진에는 역시 수동 변속기와 7단 DCT가 맞물립니다. 물론 렌터카 등의 수요를 위해 기존의 감마 1.6L LP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까지 있어 모두 5가지 선택이 가능합니다. 특히 차세대 파워트레인으로 만들어진 1.6L 가솔린 엔진은 199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전 독자 개발했던 첫 엔진인 알파부터 따지자면 3세대에 해당합니다. 즉 기초부터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새 엔진입니다.

이전의 감마 1.6L 엔진과 비교할 때, 보어(실린더의 직경)와 스트로크(피스톤 상하 움직임 거리)가 77x85.44mm에서 75.6x89mm로 바뀌었습니다. 상하 움직임이 길어지면 폭발력을 강하게 쓸 수 있어 실용 영역에서 토크를 높여 줍니다. 보어x스트로크가 달라졌기 때문에 엔진 배기량도 1591cc에서 1598cc로 살짝 올라갔습니다.

사실 스마트스트림 엔진의 목표는 높은 출력보다 강화된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배출가스를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 데 있습니다. 높은 출력을 낸다는 것은 더 많은 연료를 쓴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고회전에서 나오는 마력을 높이려면 역시 높은 회전수까지 큰 폭발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6000rpm을 넘기는 일이 드문 것을 생각하면 이보다 낮은 일상 주행 영역에서 토크를 키우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기도 합니다. 

스마트스트림 1.6L 가솔린 엔진은 4500rpm에서 15.7kg.mf의 토크를 냅니다. 이전 감마 1.6L 엔진과 비교하면 토크의 숫자가 0.7kg.mf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최대 토크 발휘 시점은 4850rpm에서 4500rpm으로 낮아졌습니다. 회전수를 높이지 않아도 비슷한 힘을 내 더 조용하고 적은 기름으로도 차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엔진에 연료를 뿜어주는 인젝터를 2개의 흡기 밸브마다 하나씩 단, 듀얼 포트 인젝터(DPI)를 사용했지요. 단순히 개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인젝터를 별도로 제어해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두 개가 항상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만 연료를 분사할 수도 있으며, 더 미세하게 연료를 나눠 흡기 밸브가 열리는 시기에 정확한 제어가 가능합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잘 제어해야 합니다. 냉각수의 온도에 따라 각 부분에 순환되는 양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겁니다. 이는 엔진과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는 물론 실내 히터, 자동변속기 오일 워머 등 차의 전체적인 주행 효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더 뉴 아반떼는 엔진 블록 안의 냉각수 순환 통로를 촘촘하게 만들어 필요한 곳을 적당한 시기에 식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비정상 연소, 그러니까 노킹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장착되는 EGR에도 냉각수를 순환시켜 충분히 식은 배출가스를 재순환시킬 수 있습니다. 효율을 높이고 연비를 향상시키는 최신 기술들이 스마트스트림이라는 이름 아래 잘 조화를 이루며 모여 있는 겁니다.

여기에 맞물린 IVT 역시 현대자동차가 자체 개발한 무단변속기로 2세대에 해당합니다. 1세대 CVT라면 ‘효율’이라는 절대 명제를 이루기 위해 우직하고 단순하게 움직였겠지만, 시승을 통해 확인한 새 변속기는 똑똑합니다. 일반적으로 무단변속기는 급가속을 할 때, 가장 높은 출력을 내는 회전수에 엔진을 고정하고 기어비를 바꿔 차의 속도를 높입니다. 때문에 ‘부아앙’하는 큰 소음이 계속 들리지요. 기존의 자동변속기가 명확하게 구분된 기어 단수를 통해 변속할 때마다 엔진 회전수가 오르내리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데다 가속 페달을 밟고 있어도 필요에 따라 엔진 회전수가 떨어지는 등 사실 CVT에 익숙해지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더 뉴 아반떼에 쓰인 IVT는 CVT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가상의 8단 기어를 사용해 빠르게 엔진 회전수를 조절합니다. 토크 컨버터를 빠르지만 과격하지 않게, 충격이 거의 없이 직결하는 것은 물론 가속 페달에서 읽은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변속 타이밍을 조절합니다. 기어 레버를 D에서 좌측으로 옮기기만 해도 변속기는 스포츠 모드에 들어갑니다. 일단 기어비를 낮춰 더 높은 엔진 회전을 쓰는 것은 물론 빠르게 속도를 높이죠.

이런 움직임은 감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CVT였다면 감속을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을 상황에서도, IVT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엔진과 바퀴가 직접 연결된 것처럼 엔진 브레이크가 작동했습니다. 앞바퀴굴림 차는 이렇게 가속 페달 온오프를 통해 차의 무게중심을 앞뒤로 옮기는 것이 핸들링 성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더 뉴 아반떼는 기본기 좋은 서스펜션에 파워트레인의 적극적인 움직임까지 더해져 꽤 괜찮은 달리기 성능을 보여줍니다.

물론 연비도 꽤 훌륭합니다. 연비를 위해 신경 쓰며 달린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와 국도가 포함된 편도 68km의 시승 구간에서 기록한 연비는 15.7km/L였습니다. 17인치 휠을 끼운 준중형급에서는 꽤 좋은 숫자였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변화가 있었지만 일반적인 운전 상황에서 성인 남자 2명과 짐을 싣고도 순간 연비 게이지가 10km/L 아래로 내려오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수입차 회사에서 자동차 상품기획을 했던 입장에서 아반떼는 항상 부러움의 대상, 아니 사실은 얄미운 차였습니다. 가격과 구성에서 최신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범위가 넓었으니까요. 이번 더 뉴 아반떼도 마찬가지입니다. 싼타페에 처음 소개했던 안전하차 보조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큰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차로이탈방지 보조(LKA)와 후방 교차충돌 보조(RCCA) 등이 새로 더해졌습니다. 안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요.

또한 미세먼지 때문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공기청정 모드, 요즘 최신 스마트폰들이 지원하는 무선충전 시스템 등도 같은 맥락에서 반가운 장비입니다.

이런 옵션들을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묶어 놓은 것도 재미있습니다. 운전자를 포함한 앞좌석을 중심으로 필요한 옵션인 앞좌석 통풍시트와 앞 주차거리 경고 등이 포함된 컴포트 패키지1이 있습니다. 또 유아용 안전장비나 뒤에 가족을 태울 일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마련된 컴포트 패키지2에는 2열 열선과 암레스트, 뒷좌석 에어벤트 등이 포함되어 있지요. 물론 아반떼라는 차 자체가 굉장히 폭넓은 고객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선택도 가능해야 합니다. 20대와 30대 초반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사람들의 첫차, 혹은 아이가 어리지만 가끔 성인 4명이 타고 움직일 일도 있는 이들의 세단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서두에서 저는 아반떼를 기억 속에 남은 좋은 친구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몇 년 전, 십 수 년 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초등학교 동창들과 모임을 가진 적 있습니다. 너무 오랜만이라 달라진 친구들이 낯설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곧장 예전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들 근본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거든요. 지금 제 앞에 있는 더 뉴 아반떼에서 이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저 매일의 일상을 살아내며 가정과 사회의 단단한 일부분이 된 어른들이죠. 엄청 잘 나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존경받는 아버지이자 직장 상사이며, 저에게는 언제 만나도 즐거운 친구들 말입니다. 더 뉴 아반떼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적응하며 묵묵히 하루하루를 쌓아온 제 친구들 같습니다. 정말, 늘 좋은 친구 말입니다.

글. 이동희

필자는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티뷰론 일기”, “69년식 랜드로버 복원기” 등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기사를 쓰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으며 딜러로 자리를 옮겨 영업 지점장을 맡았다. 현업의 경험과 이론을 모두 갖춘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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