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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벨로스터 N을 선택한 이유

약 두 달의 긴 시간을 기다려 마주하게 된 퍼포먼스 블루 컬러의 벨로스터 N. 이 차를 품에 넣기까지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저는 왜 이 차를 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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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미쳤어??!!”

대학 때부터 함께 차에 빠져 살던 친한 선배의 문자 메시지. 이유가 적혀있진 않았지만, 그가 왜 내게 이런 문자를 보냈는지 알 듯 합니다. 분명 누군가로부터 제가 벨로스터 N을 계약했단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겠죠. 언젠가 함께 멋진 대배기량 수입 스포츠카를 타자던 꿈을 품었던 그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테니 역정을 낼 만도 합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선배에게 변명(?)을 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나름의 분명한 이유를 여기에 풀어볼까 합니다. 그리고 선배에게 이 글을 보여줄 것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다면, 선배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제가 굳이 벨로스터 N을 선택한 이유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사전계약을 하다

6월 11일 벨로스터 N의 사전계약 접수가 시작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게 과연 잘 팔릴까’ 하는 의문을 품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하루 만에 267 대의 계약이 이뤄졌거든요. 베이스 모델인 벨로스터의 판매 실적이 신통치 않은 데다, 일상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수동 변속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저도 적잖이 놀랐습니다. 인터넷에서의 반응이 좋은 편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실제 판매 반응은 조금 다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느긋하게 계약을 해도 되겠다 생각했었는데, 하루 만에 엄청난 사전계약이 된 것을 보고 다음 날 서둘러 계약서를 쓰러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상 계약서를 쓰고 나니 몰려오는 현자 타임. ‘과연 잘한 짓일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없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습니다. 벨로스터 N을 계약했음을 알리자 주변 지인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입니다. “너라면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사람부터 “그 돈이면 다른 좋은 차를 살 수 있지 않아?”라며 꼬드기는 이들도 있었죠.

벨로스터 N의 기본가격은 2911만 원입니다. 여기에 출력을 275마력으로 높이고 주행성능을 강화하는 퍼포먼스 패키지(196만 원), 8인치 내비게이션과 블루링크 등이 포함된 멀티미디어 패키지(98만 원), 전동식 운전석과 통풍시트를 묶은 컨비니언스 패키지(59만 원)를 모두 합하면 가격은 3200만 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돈이면 어릴 적 로망을 이룰 멋진 스포츠카를 중고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BMW Z4, 토요타 86, 미니 JCW 같은, 스타일리시하면서 달리기 실력도 출중한 녀석들 말이죠.

계약 후 출고 기간이 약 두 달 정도 걸릴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자 고민은 더욱 깊어집니다. 중고차 매장으로 달려가면 더 기다릴 필요도 없이 멋진 스포츠카를 당장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요. 말년 병장의 시계 초침보다 더디게 흐르는 듯한 시간은 벨로스터 N과 중고 수입 스포츠카 사이의 저울질을 부추겼습니다. 벨로스터 N과 수입 스포츠카의 시승기를 틈틈이 찾아보며 어느 차를 고를 것인지 고민하는 날이 계속됩니다.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 벨로스터 N으로 서킷을 달리며 운전 실력을 높여주는 ‘N 클래스’가 신설된 것이죠. 벨로스터 N에 대한 뜨거운 관심 때문인지 프로그램 응모부터 쉽지 않았지만 결국 인제 서킷에서 벨로스터 N을 하루 종일 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서킷에서 몰아본 벨로스터 N은 짜릿했습니다. 한번 맛본 이상 다른 차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스티어링에서 전해지는 핸들링은 이전에 접했던 현대차는 물론 다른 수입 스포츠 모델과 비교해도 뛰어난 수준이었습니다. 카랑카랑하게 울리는 배기음과 강력하게 터지는 팝앤뱅(Pop & Bang) 배기 사운드도 가속페달에 올려둔 발에 자꾸 힘이 들어가게 부추깁니다. 한 번 타보니 강력한 바이러스에 걸린 것처럼 헤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회사에 출근해서도 자꾸 더 타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사야 한다’

치료제는 단 하나. 이 차를 사는 것이었습니다. 저울 위에 올라있던 수입 스포츠카와의 저울질도 무의미해졌습니다. 무게추는 이미 벨로스터 N 쪽으로 한없이 기울었으니까요.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도 더 이상 힘들지 않습니다. 출고가 더 늦어진다 하더라도 기꺼이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벨로스터 N을 사야 할 또 다른 이유

벨로스터 N을 사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벨로스터 N에는 다른 차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장점이 있었으니까요. 이 장점들을 깨닫고 나니 다른 차를 선택할 필요를 전혀 못 느끼겠더군요.

개발과정에서 보여진 열정

HMG 저널의 에디터로 일하면서 이 차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오랜 시간 생생히 지켜봤습니다. 국내외 모터스포츠에 혼신의 힘을 쏟는 과정, 그 경험들을 반영해 고성능차를 개발하는 과정, 계속해서 들려오는 해외 거물급 고성능차 인재 영입 소식 등은 현대자동차가 만드는 고성능차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습니다. 곳곳에서 만난 관계자들이 “이번 벨로스터 N은 정말 잘 나왔어”라고 힘주어 말하는 모습은 이전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진짜 자신감이었습니다. 벨로스터 N을 만드는 이들의 열정과 자부심은 제가 이 차를 구입하는데 큰 신뢰감을 주었습니다.

수동 변속

벨로스터 N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수동 변속기를 달고 나온다는 점입니다. 수동 변속기면 오히려 구매를 꺼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지만, 자동변속기가 대세가 되어가는 흐름 속에서 더 늦기 전에 수동 변속기를 제대로 즐기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수입 스포츠카 중에서도 수동 모델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물론 수동 변속기의 특성상 실수에 의한 고장 등 여러 부정적 변수들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비나 유지 및 보수의 측면에서도 국산차인 벨로스터 N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은 굳이 계산기를 두들겨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랠리에서 일상으로’

현대자동차가 벨로스터 N을 출시하며 내건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어릴 때부터 WRC를 봐오던 저로서는 이 문구가 구입을 결정짓게 만드는 강력한 한 방이었습니다. 물론 i20 WRC 랠리카의 양산형 모델은 아니지만, 현대월드랠리팀의 치열한 질주를 응원하던 저에게 랠리카 제작 마인드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였으니까요.


벨로스터 N이 왔다

2개월 하고도 2주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벨로스터 N이 출고됐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내 차를 마주하던 순간의 기분은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첫 딸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의 기쁨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벨로스터 N을 새 식구로 들였다고 해서 일상이 순식간에 드라마틱하게 바뀐 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할부 값이 더해져 지출이 늘어난 카드 영수증을 보면 ‘이게 과연 잘한 짓인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일상의 즐거움이 전보다 커진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모터사이클을 탈 적에는 출퇴근길에 일부러 집 근처 북악 스카이웨이를 지나곤 했습니다. 반복되는 코너를 리드미컬하게 좌우로 움직여가며 돌아나갈 때의 쾌감이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거든요. 아무리 피곤하고 힘든 날이라도 코너링의 쾌감을 맛보면 온몸의 세포가 ‘파바박’ 하고 켜지는 듯했습니다. 벨로스터 N은 그 즐거움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코너링의 악동’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북악 스카이웨이를 달릴 때의 쾌감이 모터사이클 못지않습니다. 굳이 서킷을 찾을 필요가 없겠단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벨로스터 N과 함께 달린다면 일상이 스포츠가 되니까요. 무기력하던 일상에 다시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북악을 달릴 때뿐 아니라, 언제 어디를 달리더라도 운전 그 자체가 즐거움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탄탄한 차체 완성도에 화룡점정으로 더해진 수동 변속기입니다. 어찌 보면 엄청나게 불편하고 위험한 요소인데, 수동 변속기 덕분에 운전 집중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운전을 더 잘하기 위해(더 잘 변속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학창시절 더 공부를 잘하고 싶어 안달난 학생의 모습과 같습니다(이런 모습을 보고 흐뭇해할 사람이 없다는 게 큰 차이점이지만). 사소한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차의 매력이자 장점입니다. 예컨대 자그마한 변속 실수에도 바로 솔직한 반응을 내보입니다. 차가 적극적으로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는 거죠. 자동변속기 차량을 몰 때와는 나누게 되는 교감의 횟수와 깊이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운전은 더 재미있어집니다.

벨로스터 N은 저에게 있어 현실적인 드림카였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내 꿈을 내 의지로 이뤄본 적이 별로 없음을 생각해보면, 벨로스터 N을 내 품에 들인 것은 인생의 성취를 맛보게 한 완벽한 기쁨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남자의 꿈은 성취했다고 멈춰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다음 단계의 더 큰 꿈을 꾸게 되죠. 이제는 현실적인 드림카를 넘어선 현대자동차의 ‘진짜 드림카’를 손에 넣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현대자동차가 그리고 있는 가까운 미래의 꿈이 제 꿈과 같기를 바랍니다.

글. 사진. 주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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