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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자동차 경주 포뮬러 E의 모든 것

내연기관 대신 전기 모터로 승부를 가리는 자동차 경주 포뮬러 E. 새로운 시대의 레이스로 불리는 포뮬러 E의 모든 것을 살펴봅니다. / 글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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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E의 모든 것을 살펴봅니다

인류 역사에서 경쟁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스포츠는 언제 등장했을까요? 우선 다들 아시겠지만 기원전 8세기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고대 올림픽이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가 처음 시작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만, 사람이 몸을 써서 힘과 기술을 겨루는 육상과 레슬링은 발생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룰이 정해졌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요. 심지어 1800년대 이집트에서 발견된 파피루스 문서에는 AD 100~200년에 레슬링 기술들을 설명하는 내용이 그리스어로 쓰여 있었다고 합니다. 몇 세기 동안 경기가 열리면서 룰이 만들어졌고 이기기 위한 기술을 공유한 것입니다. 

한편 고대 올림픽에도 사람의 힘만을 이용하는 육상과 달리, 외부의 힘을 이용해 더 빠른 속도를 겨루는 경기가 있었습니다. 말이 끄는 전차를 이용한 시합이었습니다. 네, 고전 영화 <벤허>를 보신 분들이라면 기억하실 그 전차입니다. 물론 영화는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전차 시합은 이미 그리스에서도 열렸다고 하네요. 사례에서 보듯 더 빨리 달리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존재했고,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모터스포츠로 이어졌습니다.

모터스포츠는 시간과 거리라는 기준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뉘어지고, 유명한 경기는 4개 챔피언십 시리즈가 있습니다. 이 시리즈들은 세계를 돌며 경기를 열기 때문에 각 시합의 우승자를 가리는 것은 물론 매년 그 해의 종합 우승자인 챔피언을 결정합니다. 우선 같은 시간 동안 얼마나 먼 거리를 달렸는지 따지는 내구레이스가 있습니다. i30N 경주차가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뉘르부르크링 24시간과 르망24시 등을 포함하는 월드 내구레이스 챔피언십(WEC, World Endurance Championship)이 대표적입니다. 내구레이스는 최소 몇 시간 이상은 달려야 하는 장시간 경기가 많습니다.

WRC는 정해진 코스를 누가 빨리 달렸는지 겨루는 것으로 성적을 나눕니다. 비포장도로와 포장도로를 같이 달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거리를 누가 빨리 달렸는지 겨루는 경기들이 있습니다. 비포장 혹은 포장된 곳을 포함한 일반 도로에서 정해진 코스를 달려 누가 빨리 결승점을 통과하는지를 확인하고, 누적된 시간을 따져 가장 빠른 사람이 우승하는 것이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World Rally Championship)입니다. 9월 17일 기준으로 현대 쉘 모비스팀의 티에리 누빌 선수가 종합 점수 177점으로 드라이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팀 성적에서는 바로 지난 주에 열린 터키 랠리에서 1, 2위를 모두 차지한 토요타 가주 레이싱팀이 284점으로 선두에 올랐고, 현대자동차는 279점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주를 위해 전문적으로 만들어진 곳인 레이싱 트랙을 지정된 바퀴를 돌아 누가 가장 먼저 들어오느냐를 확인하는 것은 FIA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F1, FIA 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입니다. 포뮬러라는 이름에서 눈치 채신 분들도 있으시겠지요. F1은 WRC처럼 일반적인 자동차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를 개조한 것이 아니라 오직 이 경기만을 위해 제작된 전용 경주차를 사용합니다. 물론 공정한 경쟁을 위해 오직 F1을 위해 만들어진 규정에 맞춰야 합니다. 엔진의 배기량과 형식, 변속기의 기어 단수 등 세부 항목이 매우 꼼꼼하게 짜여 있습니다.

배터리와 모터만으로 움직이는 포뮬러 E는 F1과 마찬가지로 FIA(국제자동차연맹)가 주관합니다. 올 겨울 다섯 번째 시즌을 맞습니다

그리고 이런 월드 시리즈 중에 가장 최근에 시작된 것이 FIA 포뮬러 E 챔피언십(FIA Formula E Championship)입니다. 여기서 E는 전기를 뜻하는 ‘Electronic’의 약자로 배터리와 모터만을 이용해 움직이는 단일 경주차를 사용합니다. 포뮬러 E는 앞에 설명한 F1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무엇보다 역사와 시작이 다릅니다. F1은 1920년대 유럽에서 국가별로 열리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인 1948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경기 규정을 통합하는데 시간이 걸리면서 1950년에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을 뽑는 첫 경기가 열렸고, 1958년에야 경주차를 만드는 회사인 컨스트럭터 타이틀도 추가되었습니다. 그 이후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남미,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까지 뻗어 나갔습니다.

반면 포뮬러 E는 2014년부터 첫 시리즈를 시작해 올 겨울에 다섯 번째 시리즈를 맞습니다. 2012년 국제자동차연맹(FIA)의 회장인 장 토드가 전기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고 환경 보호까지 할 수 있는 1인승 전기 경주차 경기를 제안했고, 이에 스페인 출신으로 런던에서 금융회사를 운영 중인 비즈니스맨이면서 정치인이기도 했던 알레한드로 아각이 포뮬러 E를 만들었습니다. 현재도 회장으로 있는 그는 런던의 축구팀을 가지고 있는 등 많은 스포츠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F1이 자생적으로 시작된 여러 자동차 경주가 통합된 것이라면 포뮬러 E는 처음부터 철저한 기획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다릅니다.

포뮬러 E와 F1은 대체로 룰이 비슷합니다. 다만 포뮬러 E는 예선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낸 선수가 3점을, 가장 빨리 한 바퀴를 돈 드라이버에게 1점을 추가로 지급합니다

둘 사이에 같은 것을 알아볼까요? 첫번째는 포뮬러 E도 F1처럼 드라이버와 팀을 나눠 우승자를 가립니다. 종합 우승자는 최종전을 치른 후 개인이 얻은 점수를 합산해 결정됩니다. 매 경기마다 1등 25점, 2등 18점, 3등 15점, 4등 12점, 5등 10점, 6등 8점, 7등 6점, 8등 4점, 9등 2점, 마지막 10등에게는 1점을 줍니다. 그리고 팀에 속한 드라이버들이 얻은 점수를 합치면 팀 성적이 됩니다. 이는 F1은 물론 FIA에서 열리는 챔피언십 경기에 모두 쓰이는 룰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포뮬러 E만의 독특한 점수가 추가됩니다. 예선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내 결승 출발선 맨 앞에 선 드라이버(폴 포지션이라고 합니다)는 3점을 받습니다. 그리고 경기 중에 가장 빠른 시간으로 코스를 한바퀴 돈 드라이버는 1점을 더 얻을 수 있습니다(단 이 경우는 드라이버가 10위 안에 들어와야만 주어집니다). 만약 예선 1등을 한 선수가 본선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고 우승까지 했다면, 그가 이 경기에서 얻은 점수는 3+1+25점으로 29점이 됩니다. 2등의 18점과는 11점이나 차이가 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불의의 사고, 느리게 달리는 제일 후미의 경주차 등 다양한 이유로 드라이버가 저 세 가지 경우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1등보다 2등~10등까지의 선수가 추가 포인트를 받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F1처럼 포뮬러 E 역시 전용 경주차를 사용합니다.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와 모터가 들어가 있을 뿐이죠

두 번째로 포뮬러 E도 F1처럼 그들만의 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전용 경주차를 사용합니다. 엔진이 운전자의 뒤쪽(차의 가운데)에 있고, 드라이버가 타는 공간이 오픈되어 있는 1인승이며, 바퀴가 차체 안쪽이 아니라 바깥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같습니다. 반면 F1은 V6 형식에 1.6L 배기량을 가진 내연기관, 전기 모터와 발전기가 같이 연결된 ‘파워 유닛’으로 적어도 8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뿜습니다. 반면 포뮬러 E는 최대 200kW, 약 270마력 정도 출력의 전기 모터만을 씁니다. 여기에 무게 규정도 다릅니다. F1 경주차의 최소 무게는 드라이버를 포함해 733kg인데 여기에는 연료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한 경기당 최대 100kg의 연료만을 쓸 수 있으며 경기 중에 재급유가 불가능한 규정까지 합치면 꽤나 빡빡합니다. 반면 포뮬러 E는 배터리 무게 200kg을 포함해 최소한 800kg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연료의 무게는 없죠.

포뮬러 E는 최고속도가 225km/h로 제한됩니다. 배터리 소모량을 감안한 결과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로 다른 것들을 이야기해 볼까요? 자동차의 성능을 가늠할 때 자주 이야기하는 최고 시속은 어떨까요? F1은 레이스 트랙에 따라 나올 수 있는 속도가 다릅니다. 역사 속에서 가장 빠른 기록은 2005년 이태리 몬자 트랙에서 맥라렌 팀의 몬토야가 세운 시속 372.6km입니다. 같은 해 혼다에서는 자동차 테스트 장소로도 유명한 모하비 사막의 활주로에서 415km를 내기도 했습니다. 규정으로 제한하지는 않지만 팀마다 서킷에서 얼마만큼의 최고속을 낼 것인지도 전략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포뮬러 E는 최고속도가 225km/h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배터리 소모량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F1이 8단 변속기를 쓰는데 반해 포뮬러 E는 5단 혹은 4단 변속기를 씁니다. 회전수는 15000rpm 정도로 비슷하지만 회전을 시작할 때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의 특징 때문에 많은 기어 단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주행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타이어도 다릅니다. F1은 13인치 직경의 휠에 총 9개의 다른 타이어를 고를 수 있습니다. 타이어에 홈이 없는 슬릭 타이어는 마른 노면에서 쓸 수 있습니다. 접지력이 좋지만 내구성은 가장 나쁜 하이퍼 소프트(분홍색)부터 울트라 소프트(보라색), 슈퍼 소프트(빨간색), 소프트(노란색), 미디엄(화이트), 하드(하늘색), 슈퍼 하드(오렌지색)로 나뉩니다. 약한 비가 올 때를 위한 인터미디에이트(녹색)와 완전히 젖은 노면을 위한 웨트(파란색)도 있습니다. 경기 때마다 공식 타이어 공급사인 피렐리에서 지정한 타이어, 팀의 전략에 따라 선택한 타이어를 사용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반면 포뮬러 E는 미쉐린이 개발하고 공급하는 18인치 직경의 타이어 한 종류만 씁니다. 모든 팀이 날씨에 상관없이 같은 타이어를 쓰게 되는 것이지요. 휠의 직경이나 타이어의 재질인 컴파운드, 트레드의 패턴 등이 실제 도로를 달리는 차와 비슷한 포뮬러 E의 그것이 좀 더 현실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뮬러 E는 도심에서 열립니다. 전기차라 배출가스가 없고 소음도 확연히 작기 때문입니다

경기 운영은 어떨까요? 우선 달리는 트랙의 종류가 다릅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총 21회의 경주를 치르는 F1은 자동차 경주를 위해 전용으로 만들어진 서킷은 물론 일반 도로를 임시로 막아 만든 도로 트랙에서 함께 열립니다. 개막전인 호주 멜버른, 모나코와 싱가포르 그랑프리 등이 대표적인 도심 서킷이지요. 반면 포뮬러 E는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기 때문에 모두 도심 서킷에서 열립니다. 덕분에 홍콩, 파리, 베를린이나 뉴욕 같은 유명한 도심에서 경주차들이 달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모든 자동차 경주는 예선과 본선으로 치러집니다. 본선에서 출발하는 순서를 정하기 위해 예선을 치르는 셈이지요. 이런 방식은 F1과 포뮬러 E가 같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다릅니다. F1은 대체로 금요일부터 연습주행을 시작하고 토요일이 예선, 일요일이 본선입니다. 반면 토요일에 본선을 치르는 포뮬러 E는 금요일에 경주차들이 코스를 둘러보는 쉐이크 다운과 연습 주행을, 토요일에 예선과 본선을 치릅니다. 연습주행은 45분과 30분의 시간으로 두 번 열리는데, 한 주에 두 번의 경기가 열리는 더블 헤더의 경우 이틀 째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45분 동안 한 번만 연습이 가능합니다.

포뮬러 E는 각 세션마다 모터의 출력을 제한합니다. 연습과 예선 때는 200kW로 가장 높은 출력을 내지만 본선 때는 모든 경주차가 180kW로 제한됩니다. 치열한 승부를 위해서입니다

예선을 치르는 것도 다릅니다. F1은 현재 총 3번의 예선(Qualifying) 세션이 있습니다. Q1은 20대경주차의 모든 드라이버가 참여해 가장 느린 5대를 떨어트립니다. 심지어 가장 빠른 랩을 기록한 경주차의 기록 대비 107%를 넘어서는 기록을 냈을 경우에는 본선 경기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Q2는 이 15대 중에서 다시 10대만을 가리고, Q3에서 결승 그리드에 설 순서가 확정됩니다.

반면 포뮬러 E는 조금 다릅니다. 한 시간 동안의 예선을 시작하면,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뉜 각 드라이버에게는 6분의 시간이 주어지며 가장 빠른 기록을 내기 위해 달립니다. 이 그룹은 드라이버 브리핑 때 추첨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리고 가장 빠른 5명은 폴 포지션 점수를 얻기 위한 개별 주행 세션을 갖습니다. 슈퍼 폴 슛 아웃(Super Pole Shoot-out)이라는 독특한 룰로 인해 예선 기간 동안 5명 중 가장 느린 드라이버부터 한 명씩 피트에서 출발하고, 그가 결승선을 통과한 이후에 다음 느린 드라이버가 출발하게 됩니다. 이렇게 결정된 순서대로 본선을 치르게 됩니다.

특이한 부분은 F1의 경우 가장 빠른 10명의 순위를 가리는 예선인 Q3에서 그 경기에 허용된 가장 접지력이 좋은 타이어를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본선에서는 Q2에서 사용한 타이어를 쓰게 됩니다. 반면 포뮬러 E는 각각의 세션마다 모터의 출력을 제한합니다. 쉐이크 다운 때는 110kW, 연습과 예선 때는 200kW로 가장 높은 출력을 내지만 본선 때는 모든 경주차가 180kW로 제한됩니다. 좀 더 치열한 경쟁을 위해 만들어 놓은 규칙이지요. 각자의 경기 특성에 따라, 타이어를 고를 수 있는 F1은 타이어로, 모터의 출력을 제어할 수 있는 포뮬러 E는 출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접전을 연출하는 것입니다.

팬은 곧 시합의 존재 이유입니다. 포뮬러 E는 공식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드라이버 3명에게 추가 에너지를 쓸 수 있게 합니다. 인기 많은 드라이버가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지는 겁니다

두 경기 모두 일정한 거리를 누가 가능한 빨리 달리느냐를 겨룹니다. 트랙의 길이에 따라 본선이 열리는 시간은 모두 다릅니다. 다만 두 경기 모두 의무적으로 한번의 피트 인을 해야 합니다. F1은 타이어 전략에 따라 혹은 코스 주행 거리에 따라 두 번의 피트인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타이어 교환과 경기중 배터리 충전이 금지된 포뮬러 E는, 아예 경주차를 바꿔 타야 합니다. 그래서 피트에 들어온 경주차에서 드라이버가 급하게 다른 차로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50분 정도 되는 경기 시간을 두 대의 경주차로 달리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팬 부스트(Fan Boost)라는 포뮬러 E만의 독특한 드라이버 지원 방식입니다. 공식 앱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이버에게 투표를 하면, 상위 3명은 100KJ의 에너지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순간 가속력이 좋아져 추월을 하거나 뒤에 따라오는 경쟁자와 거리를 벌리는 것도 가능해 경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2018 시즌 마지막 시합이 열린 뉴욕 트랙의 모습입니다

경기가 열리는 시기도 다릅니다. F1은 3월 중순, (남반구에 위치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의) 호주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돌아 11월 말 열대의 아부다비까지 운영합니다. 반면 포뮬러 E는 겨울인 1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애드 디리야에서 시즌을 시작해 모로코의 마라케시 등을 거쳐 7월 뉴욕에서의 더블헤더 경기로 시즌을 마칩니다. 그래서 F1은 2018시즌, 포뮬러 E는 2018/2019 시즌이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현재 한참 진행중인 F1에는 모두 10개의 팀에 20명의 드라이버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페라리와 메르세데스, 레드불 레이싱, 맥라렌과 윌리엄스 등 자동차 제조사와 전문 레이싱 팀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파워 유닛과 섀시를 함께 만들어 참여하는 팀과 파워 유닛을 외부에서 받는 팀이 있습니다. 포뮬러 E는 첫 시즌이 열린 2014/2015년에는 개발 비용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모든 팀이 같은 경주차를 사용했습니다. 스파크 레이싱 테크놀로지라는 회사에서 생산한 것으로 섀시는 유명한 레이싱카 개발 회사인 달라라(Dallara)에서, 모터는 맥라렌에서 그들이 내놓았던 하이퍼 카 P1에 들어간 것과 같은 것을 공급합니다. 배터리 시스템은 F1 팀으로 유명한 윌리엄스 팀의 기술 부분 회사인 윌리엄스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에서 만들었습니다. 모두 44대가 만들어져 10개의 팀에 각 4대씩(2명의 드라이버마다 2대)을 주고 4대는 테스트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15/16시즌부터는 각 팀에서 전기 모터, 인버터와 냉각 계통을 규정 안에서 자유롭게 설계해 넣을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섀시와 배터리는 그대로 사용했던 것이 1세대 경주차였습니다.

올 겨울 첫 선을 보일 2세대 포뮬러 E 경주차입니다. 1세대보다 배터리가 커지고 출력이 늘었습니다. 최고시속도 크게 늘었죠.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2세대 포뮬러 E 경주차는 언제부터 볼 수 있을까요? 바로 올해입니다. 올 12월 15일 첫 경기에는 완전히 새로운 경주차와 운영 방식이 도입됩니다. Gen2(Generation2) 경주차는 우선 외관부터 다릅니다. 드라이버 공간의 위를 감싸는, 헤일로(Halo)가 추가된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실제로 F1에 먼저 도입된 이 장비는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의 머리에 다른 경주차나 이물질이 와서 부딪치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장비입니다. 물론 파워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세대가 28kWh 용량의 배터리로 최대 200kW의 출력을 발휘했다면, 2세대는 54kWh로 배터리가 커지고(무게도 50kg 늘어난 250kg이 되었습니다) 출력이 250kW로 늘었습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3초 부근에서 2.8초로 줄었고, 225km/h였던 최고시속은 무려 280km/h로 올라갔습니다. 훨씬 더 빠른 레이스가 가능해졌지요. 물론 이는 예선에서 쓸 수 있는 최대 파워로 본선에서는 200kWh로 치러집니다.

덕분에 한 레이스를 하나의 경주차로 치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중간에 경주차 교체가 필요 없어진 것이지요. 게다가 과거에는 지정된 바퀴를 먼저 도는 사람이 우승하는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45분의 시간을 기준으로 한 바퀴를 더 돌아 결승선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립니다. 결국 같은 시간 동안 빨리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충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장된 에너지의 소모량도 신경 써야만 하는 경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팬 부스트에 더해 결승이 치러지는 동안 일정 구간에서는 모터의 출력을 225kW까지 쓸 수 있는 파워 모드가 도입되었습니다. 팀과 드라이버가 사용 시간을 지정해 레이스 운영에 반영할 수 있어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됩니다.

르망을 떠난 포르쉐가 포뮬러 E에 참가합니다. 19/20 시즌부터는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벤츠가 포뮬러 E에 참여합니다

이번으로 5번째인 18/19 시즌에는 모두 11개의 포뮬러 E팀이 참여하게 됩니다. 시즌 1부터 참여했던 아우디 스포츠 압트, 르노, 드래곤 레이싱, 벤추리, 마힌드라 등은 물론이고 시즌이 진행되면서 참가한 재규어와 프랑스 시트로엥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DS 등도 있습니다. 여기에 BMW가 미국의 유명한 레이싱 드라이버 패밀리인 안드레티 팀에 파워트레인을 공급하며 본격적으로 참여합니다. 여기에 6번째 시즌, 그러니까 19/20년 경기에는 벤츠와 포르쉐도 참여 의사를 밝혔고 르노 팀은 닛산으로 이름을 바꿔 출전합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WEC에서 점점 발을 빼는 것과 달리 포뮬러 E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레이스가 되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자동차 회사들은 다들 뛰어들고 있으니까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포뮬러 E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환경에 대한 관심, 접근성 증대입니다. 포뮬러 E는 도심에서 열리기 때문에 일반인도 쉽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죠

왜 이렇게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참여하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높아지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있습니다. 포뮬러 E는 애당초 처음 출범할 때부터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큰 무게를 두고 시작했습니다. 올 시즌부터는 경주차를 충전하는 것은 물론 경기를 치르는데 필요한 모든 전기를 친환경 바이오 디젤인 글리세린으로 생성합니다. 때문에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전기 생산부터 경주차가 달리는 과정까지 오염물질의 배출은 0%입니다. 타이어도 한 종류만 사용하는데다 100%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심지어 운송 파트너인 DHL과의 협업으로 경기장 사이의 이동 거리와 운송 방법도 가능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을 선택합니다.

물론 팬들에게 주는 재미 요소도 큽니다. 당장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경기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접근하고 관람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과 온라인 페이지를 통한 중계를 통해 다양한 앵글로 모두가 쉽게 즐길 수도 있죠. 여기에 팬 부스트 등 참여형 이벤트도 많아 스마트폰에 익숙한 현재의 팬들을 다양하게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불과 5회차에 들어서는 포뮬러 E가 전 세계적인 이벤트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포뮬러 E에 앞다투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누구도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포뮬러 E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F1을 대체할지도 모릅니다

아마 아직도 몇몇은 전기차 경주인 포뮬러 E가 낯설다고, 혹은 엔진이 달린 자동차 경주만이 진짜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만 가능하던 무선 전화기를 쓰던 시절, 처음 나왔던 스마트폰은 비싼 데다 느리고 무거워서 왜 저걸 쓰는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술의 발전 방향과 속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지요.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씁니다. 자동차는 어떨까요? 전화처럼 이렇게 빨리 바뀌지는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포뮬러 E 경주차가 F1과 같은 트랙에서 직접 경쟁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군요. 당장 저만해도 18000rpm넘게 돌아가던 F1 엔진의 소리를 음악처럼 듣는 사람이어서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흐름을 앞서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만, 최소한 그 물결 위에 올라타고 같이 미래로 움직이려는 시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겨울 시작하는 포뮬러 E를 지켜보는 것도 그 준비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글. 이동희

필자는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티뷰론 일기”, “69년식 랜드로버 복원기” 등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기사를 쓰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으며 딜러로 자리를 옮겨 영업 지점장을 맡았다. 현업의 경험과 이론을 모두 갖춘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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