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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직접 만난 i30 N TCR, 제작 과정을 엿보다

독일 알체나우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포츠 법인(HMSG)에서 i30 N TCR의 제작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왔다. 세계 최고 성능의 TCR 차량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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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들이 볼트 하나까지 정성스럽게 조립한 i30 N TCR은 현재 클래스 최고 성능으로 경쟁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25km 떨어진 알체나우. 조용한 소도시 안쪽으로 들어가면 입구에 ‘N’ 명판이 달린 현대모터스포츠 법인(Hyundai Motorsport GmbH, 이하 HMSG) 건물이 나타난다. 2012년 설립된 이곳에는 16,000㎡ 면적에 250여 명의 엔지니어와 지원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월드 클래스 레이싱카의 개발이다. 현재 WRC에서 활약중인 i20 쿠페 랠리카, WRC의 하위 클래스인 R5를 위한 i20 R5 랠리카, 투어링카 대회인 TCR에 출전하는 i30 N TCR 등 3종류의 경주차가 이곳에서 제작된다. 

그 중 i30 N을 기반으로 제작된 i30 N TCR은 최근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WTCR 대회에서 활약하는 차량이다. 실제로 WTCR 인기의 중심에 i30 N TCR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 클래스 서킷 레이스에 올해 처음 도전장을 던진 신생 메이커임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라이벌들을 제치고 수많은 우승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레이싱카의 산실인 독일 HMSG를 찾아 i30 N TCR의 출생 과정과 특징을 살펴봤다.


i30 N TCR, 어떤 차인가?

HMSG 정문의 모습. 왼쪽에 붙은 N 로고, 오른쪽에 붙은 현대차 로고가 HMSG의 정체성을 설명해준다

i30 N TCR은 말 그대로 TCR 레이스를 위해 제작되는 차량이다. TCR은 메이커가 직접 경기에 참여하지 않고 레이싱카 판매를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다. 레이싱팀들은 HMSG에서 생산되는 이 차를 구입해 경기에 출전한다. i30 N TCR의 기본적인 구조는 양산차인 i30 N과 같지만 여러 곳에서 레이스용 차량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i30 N TCR은 i30 N과 동일한 2,000cc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을 사용하지만 엔진 보강과 전자제어장치 튜닝 등 곳곳을 손봐 출력을 340마력(i30 N은 275마력)까지 높였다. 차체를 강화하고 레이싱 시퀀셜 변속기와 레이싱 브레이크 시스템도 탑재했다. 판매 가격은 기본 12만 8천 유로(약 2억 원)에 달한다. 

i30 N TCR은 HMSG와 남양연구소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 HMSG에서 모터스포츠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장지하 과장은 “i30 N TCR의 경주용 엔진은 아산 엔진공장에서 생산되는 엔진을 기본으로 남양연구소 파워트레인센터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에어로파츠의 공력 시험 등은 남양연구소의 풍동 시설을 활용합니다. HMSG와 남양연구소는 8,500km, 시차로 7시간 떨어져 있지만 다양한 협업을 통해 소통의 노하우를 축적했고, 이제는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업무 진행이 가능합니다.” 라고 전했다.

i30 N TCR을 경주차로 구입한 BRC레이싱팀은 차량의 우수한 성능 덕분에 WTCR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 TCR팀 중 출시 첫 해인 올해 i30 N TCR을 선택한 곳은 약 20여 개 팀에 이른다. 이 중에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WTCR 종합 순위 1, 2위를 달리고 있는 BRC레이싱팀과 YMR팀도 포함된다. WTCR은 수많은 TCR 경기 중 최상위 레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TCR 대회에 참가하거나 참가 예정인 레이싱팀의 구입 문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뒤늦게 주문한 팀은 대기표를 들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 HMSG에서 수제작으로 일주일에 1대 정도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의 i30 N TCR이 만들어지기까지

경주용 차량은 거대한 로봇이 아니라 미캐닉이 수작업으로 꼼꼼하게 제작한다

i30 N TCR은 HMSG의 커스터머 레이싱 워크숍에서 제작된다. 하지만 이곳의 풍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자동차 공장과 조금 다르다. 컨베이어 시스템이나 조립용 로봇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차량 제작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가 아닌 미캐닉의 손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깔끔한 공간에는 아무런 부품도 조립되지 않은 하얀색 차체 골격(BIW, Body In White)과 각종 부품이 놓여져 있고, 미캐닉과 엔지니어는 신중하게 차량을 매만진다. 일주일에 한 대만 만들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보통 1대당 한 두 명의 미캐닉이 조립에 투입된다

i30 N TCR은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될까. HMSG의 커스터머 레이싱 매니저인 안드레아 아다모(Andrea Adamo)는 “차량 제작은 크게 4개 과정으로 나뉩니다. 우선 i30 N 양산차 뼈대 위에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롤케이지(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차체 내부에 장착하는 입체적인 파이프 구조물)와 브라켓 등이 장착됩니다. 이후 기본적인 도색을 거쳐 차체가 완성되고, 이 위에 각종 전선 및 배관류가 들어가죠. 차체 주요 부품이 장착된 후에는 시트와 도어 등 부수적인 부품을 조립하며, 이후 가장 중요한 엔진과 변속기, 윤활 및 냉각에 필요한 주요 부품을 장착합니다. 마지막으로 차체 외부에서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스포일러나 사이드 스커트, 리어윙 등을 장착하면 기본적인 제작 과정이 끝납니다.” 라며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이후 최종 검수 및 고객팀이 원하는 리버리(Livery, 레이싱팀의 데칼 및 브랜딩) 작업을 거친 후 마지막으로 롤아웃(Roll-out) 테스트를 거친다. 조립은 이상 없이 잘 됐는지, 차량 밸런스는 잘 맞는지, 각 부분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가혹한 환경을 달려야 하는 레이스카기에 디테일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테스트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테스트가 끝나면 세계 각국의 레이싱팀으로 차량을 배송한다.

BIW 상태에서 조립이 시작된 i30 N TCR의 모습

차량을 판매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HMSG는 레이스카 판매자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차량을 구입한 레이싱팀을 서포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술적 서포트 외에 주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하거나, 사고 시 차량을 빠르게 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포함된다. 

각 팀은 레이스에 나갈 때마다 각 부품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새 것으로 교체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부품 구매 요청이 쇄도하기도 한다. 이를 대비해 워크숍 2층 공간에 다양한 부품을 재고로 쌓아놓고 즉시 대응한다. HMSG만의 특징이라면 고객팀이 구매하는 작은 부품들조차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조립된 모듈 형태로 보내 빠른 교체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고객팀의 호응이 뜨거운 건 물론이다.

HMSG는 i30 N TCR의 인기로 주문이 너무 밀려 기존 미캐닉 외에 추가 인력을 고용했다고 한다

HMSG의 워크숍은 부품 창고, 모든 공구 및 부자재, 접착제 등 레이스카를 만들 때 사용하는 모든 공구가 시스템화되어 있다. 미캐닉은 그날의 작업 계획에 따라 필요한 부품을 받고, 정확한 순서와 방법으로 하나하나 신중하게 차량 조립을 진행한다. 숙련된 미캐닉의 손을 거쳐 작업이 완료된 차량은 엔지니어가 이어받아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HMSG는 1년에 50대 정도 차량 주문이 들어오면 성공적이라고 예상했지만, 경기 성적이 좋아 주문이 밀려들면서 최대 생산능력을 초과해 제작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문량이 극히 적은 레이스카의 시장 상황에서 이 같은 판매량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그것도 레이스카 판매 첫 해에 말이다.


세계 레이스계를 놀라게 한 i30 N TCR의 성능

i30 N TCR의 막강한 성능 때문에 WTCR 주최측은 BOP 규정을 강화시켰다

i30 N TCR은 발매되자마자 굉장한 호평을 받으며 최고의 TCR 레이스카로 인정받았다. 속도와 밸런스 등에서 다른 제조사의 경주차를 ‘압도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i30 N TCR은 지난 4월 WTCR 모로코 개막전에서 1위부터 3위를 차지하며 시작부터 포디움을 모두 휩쓰는 장면까지 연출하며 데뷔와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차량의 성능이 너무 훌륭했던 탓에 생각보다 심한 견제를 받게 됐다. 다른 제조사의 레이스카를 압도하는 i30 N TCR의 성능 때문에 레이스가 일방적으로 흘러가게 될 것을 우려한 주최측이 BOP(Balance Of Performance, 제조사 간 경주차의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엔진 출력이나 차량 무게, 차고 등을 제한하는 것) 규정을 강화시켜 차량 성능을 강제로 낮춘 것. 레이스카의 성능을 제한해 더 치열한 승부를 만들기 위한 규정이다.

i30 N TCR은 경쟁사 대비 최소 50kg, 최대 100kg의 무게를 추가하고, 엔진 출력은 최대 5% 낮추고, 차고는 최대 2cm를 높였다. 너무 일방적인 경기가 계속되면 재미가 떨어지고 흥행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만든 극약처방이다. HMSG 입장에서는 그간의 많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불합리한 결정이었지만, 그것은 역으로 i30 N TCR이 현존하는 가장 빠른 TCR 차량이라는 증거다.

HMSG는 또 어떤 레이스카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까?

i30 N TCR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차를 잘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동안 투어링카 레이스를 주름잡던 전통의 제조사 차량들보다 높은 성능을 갖췄음을 레이스에서 입증한 셈이다.

이런 BOP까지 예상한 HMSG는 뛰어난 차체 밸런스와 강력한 브레이크 성능 등을 갖추도록 설계해 불리한 상황에서도 계속 1위를 달리고 있다. i30 N TCR이 금빛 질주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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