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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기대된다, 2019 WRC 별들의 전쟁

치열한 승부의 연속이었던 2018 WRC가 지난 11월 18일 호주 랠리를 최종전으로 시즌을 마쳤다. 현대월드랠리팀은 드라이버 챔피언십과 제조사 챔피언십 부분에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HMG저널 작성일자2018.11.22. | 11  view

누가 마지막에 웃을 것인가? 2018 WRC 최종전 호주 랠리는 시즌 최종 순위를 결정지을 승부였다 

올해 WRC 최종전이었던 13라운드 호주 랠리는 11월 15일 쉐이크다운을 시작으로 18일까지 열렸다. 총 24개 SS(경기 구간), 총 주행거리 318.64km로 구성된 호주 랠리는 100% 그래블(비포장 도로) 코스라서 경주차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울창한 숲, 구불구불하고 도로가 좁은 산악 지형인 데다 날씨조차 예상이 힘들어, 팀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랠리이기도 하다.

현대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2017년 호주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낮에 치러지는 16개의 SS가 완전히 새로운 코스이거나 기존 코스를 거꾸로 주행해야 했다. 서킷에서 치르는 레이스와 달리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WRC에서 코스가 바뀌거나 새로운 환경에서 달려야 하는 일은 빈번하다. 경기가 열리는 지역의 사정이나 흥미도, 관중들의 접근성 때문인데 호주 랠리의 코스 변경은 올 시즌 경기 중 가장 특이한 부분이기도 했다.


난관의 연속

호주 랠리의 결과에 따라 제조사와 드라이버의 최종 순위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었다 

WRC는 1년에 평균 13라운드 정도를 소화한다. 10라운드가 끝날 무렵에는 시즌 챔피언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치열한 접전으로 마지막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챔피언을 점치기 어려웠다. 그 중심에 현대팀이 있었다. 

2라운드인 스웨덴 랠리 우승을 시작으로 6라운드 포르투갈 랠리, 7라운드 프랑스 랠리까지 석권하면서 현대팀의 에이스 티에리 누빌은 드라이버 챔피언십 경쟁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경쟁팀인 포드팀의 에이스 세바스티앙 오지에와 도요타팀 오트 타낙의 부진도 있었지만, 시즌 중반까지 티에리 누빌의 질주는 매우 강력했다. 

덕택에 매 랠리의 상위 드라이버 점수 합계를 합산하여 순위를 가르는 제조사 부문에서도 현대팀은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며 순풍을 타고 있었다. 현대팀의 질주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건 8라운드 핀란드 랠리 이후. 도요타팀과 오트 타낙의 추격이 시작되면서 주춤했던 현대팀은 꾸준히 포인트를 모으긴 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급기야 오트 타낙이 핀란드와 독일, 터키 랠리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챔피언의 향방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도요타팀의 기세는 11라운드인 영국 랠리에서 한풀 꺾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한동안 주춤했던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1승을 보태며 드라이버 챔피언십 선두 굳히기에 돌입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챔피언십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현대팀으로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 드라이버 챔피언십과 제조사 챔피언십 두 부문에서 선두와 포인트 차이가 근소했고 한 번의 우승만 보태도 챔피언으로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 보였다. 그러나 12라운드 스페인 랠리에서 또 한 번의 이변이 벌어졌다. 노장 세바스티앙 로브를 기용한 시트로엥팀이 깜짝 우승(시즌 첫 승)을 차지하면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승부는 결국 최종전인 호주 랠리에서 가려야 했다. 

스페인 랠리 종료 후 드라이버 챔피언십 선두인 세바스티앙 오지에와 2위 티에리 누빌의 차이는 3점에 불과했고, 제조사 부문 선두 도요타팀과 2위 현대팀의 차이는 불과 12점이었다. 호주 랠리의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었다.


공격적인 운영보다 안정적인 모습으로

이번 호주 랠리는 노면 상황이 꽤 나쁜 편이었다 

예상외로 호주 랠리에서는 모든 팀이 잔뜩 몸을 사렸다. 간헐적으로 비가 내려 노면의 상황이 좋지 않았고,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각 팀은 공격적인 운영보다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드라이버 챔피언 타이틀을 경쟁 중인 세바스티앙 오지에와 티에리 누빌, 제조사 챔피언 타이틀 경쟁 중인 도요타팀과 현대팀은 무리한 주행보다 완주에 초점을 두고 경기를 운영했다. 포드팀은 아예 세바스티앙 오지에를 제외한 선수들의 로드 오더(출발 순서)를 앞쪽에 배치했고 도요타팀은 신예 에사페카 라피를 앞세우며 에이스 야리 마티 라트발라의 경기 운영을 돕기도 했다. 

챔피언 경쟁 구도에 있는 팀들의 주요 전략인 로드 오더는 유리하게 작용할 때가 많다. 경기가 열리는 지역이 비포장 구간이다 보니 먼저 출발하는 선수는 도로 위의 장애물을 비롯한 거친 상황을 가장 먼저 대면하고 노면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각 팀에서는 상황에 따라 로드 오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앞쪽에서 출발하는 선수들을 주로 스위퍼(청소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뒤쪽에서 출발하는 선수들은 앞쪽 선수들이 어느 정도 정리해 둔 노면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뒤에서 출발하는 선수들이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기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WRC에서 로드 오더는 그야말로 마지막 베팅인 셈이다.

경기 초반은 꽤 조용하게 흘러갔다. 선두권 드라이버들이 다소 방어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에는 도요타팀의 야리 마티 라트발라, 오트 타낙 등이 선두권을 유지했다. 챔피언 경쟁 중인 세바스티앙 오지에와 티에리 누빌은 순위권에서 약간 벗어나 방어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후반부에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기 위함이었다. 

둘째 날 일정까지 큰 변화는 없었다. 바뀐 코스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고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 역시 경기 운영에 큰 영향을 주었다.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동안 아무도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선택하지 않았다. 드라이버 챔피언십 선두인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할머니처럼 운전했다”고 밝힐 정도로 호주 랠리는 각 팀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드라이버 챔피언을 노리는 티에리 누빌에게 좋지 않았다.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둘째 날 겨우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린 티에리 누빌은 페이스를 올리고 있었지만, 이미 선두와 기록 차이는 2분 정도로 벌어져 앞쪽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포디엄 등극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티에리 누빌은 사고로 아쉽게 리타이어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균형은 SS20을 넘어가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선두권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던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이 SS22에서 리타이어했고, 이어진 SS23에서 오트 타낙까지 사고로 경기를 포기하면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완주만 해도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시즌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초반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다 SS18부터 페이스를 올린 티에리 누빌은 SS22에서 서스펜션이 파손되는 사고를 당한 후 시합을 포기했다. 마지막날 오전 일정까지 꾸준하게 기록을 줄이며 챔피언 경쟁을 승리로 이끌어가려던 그의 바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리타이어 전까지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티에리 누빌은 경주차 파손으로 추가 포인트가 걸려 있는 파워 스테이지 출전도 포기했으며, 다른 경쟁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후반부에 오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오트 타낙의 리타이어로 티에리 누빌이 드라이버 챔피언십 2위를 지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오트 타낙은 시즌 후반부에 오면서 연거푸 3승을 기록하며 강력하게 누빌을 압박했지만 20포인트의 격차를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호주 랠리는 도요타팀과 야리 마티 라트발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현대팀은 안드레아 미켈슨과 티에리 누빌이 리타이어했지만, 헤이든 패든이 2위로 마무리하며 드라이버 챔피언십과 제조사 챔피언십 모두 2위에 올랐다.


치열했던 만큼 내년 시즌은 기대가 가득하다

현대팀은 27점 차이로 2018 WRC 제조사 챔피언십 종합 2위에 올랐다

현대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종합 2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했다. 1위와의 격차는 27점. 지난해 1위팀과의 격차가 83점이었으니 선전한 셈이다. 팀 전력이나 경주차의 완성도, 드라이버들의 기량을 감안하면 챔피언이 될 자격은 충분했지만, 아쉽게도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의 전력이 안정되기 시작한 것이 최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을 기대하기엔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현대팀이 WRC의 전통적인 강호들에게도 강력한 라이벌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WRC 철수 이후 10년이라는 공백기가 있었지만, 컴백 후 무려 10승을 거둔 성과는 충분히 존중할 만한 것이다. 

올 시즌 리타이어 기록을 살펴보면 경주차의 완성도 역시 다른 팀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조사 우승을 차지한 도요타팀의 올해 리타이어 횟수는 7회, 포드팀과 시트로엥팀은 5회, 현대팀은 4회다. 경주차의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경주차의 완성도와 전체적인 전략, 운용은 별개의 문제지만, 좋은 경주차를 가진 팀의 우승 확률이 높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모터스포츠는 다른 종목에 비해 우승까지 가기 위한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인간과 기계,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잇는 팀워크는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 현대팀과 경쟁하고 있는 팀들이 대부분 10년 이상 WRC에서 활동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대팀의 성장이 느린 것만도 아니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결과로는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현대팀의 팬들은 내년에도 사랑과 응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아직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2019 시즌은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를 바짝 올리기 시작한 도요타팀과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버티고 있는 포드팀, 노장 챔피언 영입으로 영광을 되찾으려는 전통의 강호 시트로엥팀까지 현대팀의 경쟁자들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물론 현대팀 역시 독이 바짝 올랐을 것이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기를, WRC 팬의 입장에서 기대한다.


글. 황욱익

바퀴 달린 건 다 좋아하는 남자. 카트 레이서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테스트 드라이버이며, 국내 최초 자동차 전문 토크쇼 < The Garage >의 기획자이자 진행자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성격 상 세계 각지를 직접 돌아다니며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실전과 이론을 겸비한 전천후 자동차 칼럼니스트이다. < 딴지일보 >와 < 모터매거진 >, < SBS 모터스포츠 > 해설위원을 거쳤으며 현재는 < 라라클래식 >의 콘텐츠 팀장이자 자유기고자, 자동차 이벤트 기획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2016년 출판된 < 클래식카 인 칸사이 >가 있으며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의 히스토리와 클래식카 문화를 다룬 2권의 단행본을 집필 중이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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