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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Tip] 가깝고도 먼 대만 프로야구

조회수 2020. 6. 15.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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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 기다림이었다. KBO리그가 마침내 5월 5일 막을 올렸다. 아직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지만, 개학과 함께 관중 입장이 허용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K리그도 개막전을 치르며 멈췄던 프로 스포츠가 하나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런데 우리보다 한발 먼저 개막한 리그가 있다. 대만 프로야구(Chinese Professional Baseball League, 이하 CPBL)다. 4월 12일 개막해 벌써 두 달가량이 지났다. 우천순연으로 하루 미뤄졌지만,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막한 프로야구리그’가 됐다. 관중 입장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최근 많이 보도됐지만, CPBL은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보다 생소한 면이 있다. 흔히 생각하는 대만 야구는 보통 국가대표팀을 떠올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팀과의 대결은 아시아 시리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비행기로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나라지만 우리나라에선 중계방송조차 접하기 어렵다. 대체 CPBL은 어떤 리그일까?

에디터 조예은 사진 CPBL Stats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막한 리그

CPBL에는 5개의 프로 구단이 있지만, 지금은 4개 구단만 1군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재창단을 선언한 웨이취엔 드래곤스가 내년부터 1군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CPBL은 중신 브라더스, 퉁이 라이온스, 라쿠텐 몽키스, 푸방 가디언즈, 웨이취엔까지 5구단 체제가 됐다. 재창단이지만, 신생팀 출범은 11년 만이다. 라쿠텐 몽키스는 라미고 몽키스로 더 유명한 구단이다. 지난해 9월 라쿠텐에 매각되면서 팀 이름을 변경했다. 


CPBL의 팀들은 구단명에 지역을 붙이지 않는다. 대신 KBO리그처럼 기업명을 붙인다. 프로야구에 참여한 기업은 일본 국적인 라쿠텐을 제외하면 모두 대만 연고 기업이다. 기존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구단을 운영하는 경우가 잦았지만, 최근 들어 대기업이 프로야구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슝디 엘리펀츠가 중신 그룹에 매각됐고, 푸본(푸방) 금융 그룹이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 운영은 KBO리그와 조금 다르다. 페넌트레이스는 총 120경기로 시즌을 전반기, 후반기로 나눠 각각 60경기를 치른다. 4구단 체제니 한 팀과 40경기를 하는 셈이다. 팀 간 16경기를 하는 KBO리그보다 훨씬 많다.


1군 엔트리는 총 25명으로 그중 외국인 선수는 3명까지 등록할 수 있다. 다만 경기 출장은 2명으로 제한한다. 외국인 선수 보유에는 제한이 없지만 등록하지 않은 선수는 2군에서만 뛸 수 있다. 포지션 제한 역시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구단이 외국인 선수를 선발투수로 영입한다.


KBO리그의 한국시리즈와 같이 대만에는 타이완 시리즈가 있다. 4선승제로 전, 후반기 시즌의 우승팀에 출장 자격이 주어진다. 이렇게 되면 시즌 전체로 봤을 때 승률이 더 높은 팀이 타이완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시즌 전체 승률 1위 팀은 와일드카드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전, 후반기 우승팀 중 승률이 낮은 팀과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맞붙게 된다. 만약 같은 팀이 전, 후반기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면 이 팀은 타이완 시리즈에서 1승 어드밴티지를 얻는다. 그리고 승률 2, 3위가 플레이오프를 통해 타이완 시리즈에 올라갈 팀을 가린다.

#오래된 역사, 쓰라린 기억


대만 야구의 시작은 일본에 식민 지배를 받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당이 들어서며 잠시 주춤했던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1970~80년대다. 당시 대만 리틀야구팀은 1969년부터 1981년까지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무려 10번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러한 성적을 통해 리틀야구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게 된다. 지금도 대만 500위안 지폐에는 난왕초등학교 야구팀이 그려져 있다. 이러한 아마추어 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프로야구 창설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당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슝디호텔의 경영주인 훙텅성이다. 이미 실업야구팀을 가지고 있던 그는 프로야구 창설을 주도했다. 1989년 설립된 중화직업봉구대연맹(CPBL)은 슝디 엘리펀츠(현 중신 브라더스), 싼상 타이거스, 웨이취엔 드래곤스, 퉁이 라이온즈로 리그를 구성했다. 첫 경기는 1990년 3월 17일 열린 퉁이와 슝디의 경기였다.


아마추어 야구의 인기는 프로야구로 이어졌다. 리그 첫해부터 평균 관중 수 5,000명을 넘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1993년 스바오 이글스와 쥔궈 베어스(현 푸방 가디언즈), 1997년 허신 웨일스가 창단하면서 7구단 체제가 된다. 1997년에는 대만직업봉구대연맹(Taiwan Major League, 이하 TML)이 4구단 체제로 창설되면서 대만 프로야구는 양대 리그 11개 구단까지 늘어났다.


계속 성장하던 대만 프로야구는 보이지 않는 검은 손에 발목을 잡혔다. 1996년 팬의 폭로로 싼상 타이거스 선발투수의 승부 조작이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감독과 외국인 선수 4명, 14명의 국내 선수가 구속되거나 기소됐다. 이 사건은 구단 이름에서 따와 ‘검은 호랑이 사건’으로 불린다.


검은 호랑이 사건 이후 CPBL을 주시하던 대만 검찰은 다음 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승부 조작을 밝혀냈다. 범죄 단체인 삼합회가 관여한 ‘검은 독수리 사건’이다. 이 때문에 스바오는 리그 참여가 어려워질 정도로 선수가 부족해졌다. 다른 구단에서 선수를 빌려 겨우 시즌을 마친 스바오는 결국 1997시즌이 끝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검은 독수리 사건은 많은 대만 야구팬에게 충격을 안겼다. 승부 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뤄지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팬들은 등을 돌렸다. 1997년 총 관중은 68만 5,000명으로 그 전해 관중의 절반에 불과했다. 2000년에는 총관중 수가 30만 명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 재정 문제까지 안고 있던 싼상과 웨이취엔은 1999시즌이 끝나고 팀을 해체했다.


2003시즌에는 TML이 CPBL에 흡수되며 2개 구단이 새로 참여해 6구단 체제가 된다. 하지만 라뉴 베어스(현 라쿠텐 몽키스) 선수가 가담한 ‘검은 곰 사건’, 중신 웨일스 선수가 가담한 ‘검은 고래 사건’ 등 승부 조작이 계속해서 이뤄졌다. 결국 2008년 디미디어 티렉스는 시즌 중 퇴출당했고, 중신 웨일스는 해체를 결정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승부 조작의 원인으로는 작은 리그 규모가 꼽혔다. 중소기업이 구단을 운영해 연봉과 대우 면에서 큰 기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삼합회와 같은 범죄 조직이 연관돼 근절하기 쉽지 않았다. 이어지는 승부 조작으로 인해 팬들의 관심은 바닥을 쳤다. 평균 관중 수는 1,000명에서 2,000명대를 오갔고, 유망주를 다른 리그에 빼앗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졌다. 하지만 관중이 돌아오고, 대기업의 프로야구 참여가 늘어나면서 리그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대만에서 발견한 눈에 익은 선수들


CPBL의 리그 규모가 커지면서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가 뛰는 모습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화제가 된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부진해 중도 퇴출당했던 닉 애디튼이다. 그는 2018시즌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현재는 중신의 국제 스카우트로 활동하고 있다.


중신에 또 다른 KBO리그 출신 선수가 있는데 바로 에스밀 로저스다. 한화 이글스와 키움(당시 넥센) 히어로즈에서 활약한 그는 이번 시즌 대만에서 출발이 좋지 않다. 높은 평균자책점은 물론 퇴장까지 당하며 연일 고전하고 있다.


푸방에는 KBO리그 장수 외국인 헨리 소사와 KT 위즈에 있었던 마이크 로리가 소속돼 있다. 소사도 로저스와 같이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 19일에는 위협적인 공을 던지며 벤치 클리어링의 원인이 됐다. 로리는 2012년부터 대만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매년 10승 이상을 꾸준히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2군 경기에만 출장하고 있다.

퉁이에는 KT 출신 돈 로치와 라이언 피어밴드, 라쿠텐은 삼성 라이온즈 출신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있다. 이외에도 코리 리오단, 알프레도 피가로, 앤디 밴 헤켄 등 많은 선수가 CPBL을 거쳤다. KIA 타이거즈에 있었던 로저 버나디나도 지난해 외국인 타자로 뛰었다. 


지금 CPBL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한희민, 김용운은 현역 연장을 위해 대만 프로야구에 진출하기도 했고 2017시즌이 끝나고 한화에서 방출이 된 김경언 또한 대만 구단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대만 프로야구는 KBO리그보다 하위 리그로 평가받는다. 승부 조작으로 얼룩진 과거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CPBL은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다. KBO리그와 함께 유이하게 진행되고 있는 프로야구리그이기도 하다. 야구가 고픈 날, 대만 프로야구를 펼쳐보는 건 어떨까?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10호(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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