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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Monthly] 144경기 체제,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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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라면 11월 2일에 정규시즌이 종료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10월 26일에 끝난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늦은 일정인지 알 수 있다. 기상청 기록에 의하면 2019년 서울에 첫눈이 내렸던 날짜는 11월 15일이다. 포스트시즌 기간이 3주 정도 된다고 봤을 때 올 시즌 치러지게 될 포스트시즌은 ‘가을야구’라는 별명을 붙여주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상당히 늦춰진 상황에서 KBO와 각 구단이 144경기 체제를 강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다. 정규시즌 경기를 한 경기 단축할 때마다 팀당 약 1억 원씩 손해가 발생한다. 이는 타이틀 스폰서 비용과 중계권료를 제외한 금액이다. 때문에 구단과 KBO의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스트시즌이 ‘겨울야구’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정규시즌을 고스란히 치르려는 것이다.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닌 프로 스포츠인 만큼 수익적인 문제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이미 정규시즌을 한 달 이상 치렀기에 이제 와 경기 수를 줄이자는 논의 또한 어렵다. 그럼에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2020시즌, 이대로 144경기를 모두 치러도 괜찮은가?’라는 문제를 말이다.


에디터 최홍서 사진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일단’ 대비책은 마련해놓은 KBO


프로 스포츠는 선수의 몸과 체력이 자산이다. 이들의 육체가 무너지고 체력이 바닥을 보이면 리그의 질과 가치 또한 떨어지게 된다. 이는 수십 년 동안 프로야구단을 운영해온 구단과 KBO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사회와 KBO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회의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논의를 거쳐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 선수들이 추가 편성 경기에 큰 부담을 갖지 않도록 조치했다. 올 시즌 KBO리그는 예정된 경기가 취소됐을 시 더블헤더(Doubleheader, 하루에 두 경기를 몰아서 하는 제도)와 월요일 경기를 편성해 취소된 일정을 소화하기로 정했다. 다만 체력적으로 가장 큰 부담을 느낄 시기인 7월과 8월에는 월요일에 더블헤더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더블헤더 및 월요일 경기는 연장전 없이 최대 9회까지만 하고, 더블헤더는 일주일에 최대 1회만 진행해 한 팀이 아홉 경기 이상을 연속으로 치르는 일을 조기에 방지했다.


5회 이전에 우천 등의 사유로 종료된 경기는 노게임 후 더블헤더로 편성하지 않고 다음 날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ed Game, 야구에서 어떤 일로 경기를 진행할 수 없을 때 경기를 중단하고 이후 같은 시점에서 경기를 재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도록 했다.


엔트리 운용에도 숨통이 트이도록 조치했다. 우선 더블헤더가 개최되는 날에는 기존 정원에서 선수를 한 명 더 등록할 수 있다. 9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예정됐던 확대 엔트리는 2연전이 시작되는 8월 18일로 앞당겼다. 이로써 각 구단은 77일 동안 기존 엔트리보다 5명이 더 많은 33명의 선수를 1군 엔트리에 기용할 수 있다.


144경기 체제를 반대하는 야구인 사이에서도 이와 같은 정책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규시즌 시작 전 144경기 반대 여론에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은 KBO의 이러한 결정을 반겼다. 그는 “노게임은 아무 의미가 없이 선수들이 힘만 쓰는 상황”이라며, 서스펜디드 게임에 대해 “투수의 무실점 기록이나 타자의 안타, 홈런 등 기록이 그대로 남고 투수의 소모 또한 줄일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서스펜디드 게임의 적극적 도입이 리그의 ‘질’을 향상할 것이라며 기대했다. 기존에는 5회 이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할 경우, 리드 중인 팀의 빠른 경기 진행과 패배 중인 팀의 시간 끌기로 경기가 어수선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2020시즌에는 이러한 광경을 보기 힘들 예정이다.


염경엽 감독은 확대 엔트리 조기 시행 또한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KBO리그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 야수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확장 엔트리 조기 시행이 144경기 체제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젊은 선수를 육성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SK의 팀 기조가 육성인 만큼 많은 기대를 거는 듯했다.


#올해만 얼렁뚱땅 넘긴다고 능사 아니야


그럼에도 144경기 체제 강행은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노게임 선언 대신 서스펜디드 게임 진행, ‘부담되지 않는’ 더블헤더, 확대 엔트리 조기 시행 등의 정책이 리그 질 하락을 얼마나 예방해줄지에 대한 의문이 앞서기 때문이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는 선수 자원이 많지 않다”라며 난색을 보였다.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를 치를수록 투수력과 체력에 문제가 생겨 고급스러운 야구를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수도권 구단의 모 관계자는 “엔트리가 늘어나도 실제 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얻는 선수는 정해져 있다”라며 엔트리 확대가 체력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임을 지적했다. 유망주 선수들은 2군이나 육성군에서 기초를 다지고 많은 실전 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이러한 선수들이 엔트리가 확장돼 1군 선수단을 따라다니면 성장에 방해만 된다는 의견이다.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올 시즌 하반기가 아닌 내년, 내후년을 내다보며 우려했다. 올 시즌을 강행돌파 한다고 할지라도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꿀 같은 휴식이 아닌 국제대회 무대다. 평소보다 한 달은 짧은 잠시간의 휴식을 마친 뒤에는 다시 144경기 체제, 그리고 도쿄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KBO리그의 수준을 책임질 선수들이 혹사를 당해 장기적으로 리그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손혁 감독은 “물론 선수들이 근성으로 버틸 것이지만 사람 몸이라는 게 그렇다”라며, “결국 피로도가 누적돼 나타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돌부처도 무너뜨린 혹사, 2020년의 KBO가 버틸 수 있을까


국제대회에 출장하는 선수들은 해당 시즌에 부진을 겪는다고 하여 따로 ‘WBC 후유증’, ‘올림픽 후유증’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시즌 중후반에 치르는 올림픽의 경우 국가대표로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더욱 배가 되는 경기이다 보니 부담이 된다. 2021시즌에는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이 찾아온다. 그것도 144경기를 짧은 기간 동안 강행군으로 치른 직후에 말이다.


2006년, 오승환은 정규시즌 개막 전 열렸던 WBC에 참가해 4경기에서 3이닝을 던졌다. 이를 보고 대단히 많은 이닝을 던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규시즌에서 63경기에 출장해 79.1이닝을 소화했다. 이는 2000년대 중반 프로야구에서는 전업 마무리로서 철저한 관리를 받은 것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에 나와 8이닝을 던졌고, 시즌 종료 후 아시아 시리즈에서 1이닝을 던졌다. 이렇게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전까지 그가 소화한 이닝은 총 91.1이닝. 하나하나 놓고 봤을 때는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기록이, 한데 모여 명백히 ‘혹사’라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그 결과 오승환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혹사는 훗날 메이저리그마저 제패하게 되는 KBO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의 명예에도 금이 가게 만든다. 명예에 금이 가는 정도라면 다행이다. 심한 경우 선수 생활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내다보면 내다볼수록 2020시즌 KBO리그의 144경기 체제 강행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소경화 에디터: 144경기 강행?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KBO의 144경기 강행이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기록 인정에 따른 형평성과 자유계약선수(FA) 일수, 연봉 책정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엮여 있다. 경기 수 축소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야구는 결국 ‘사람’이 한다. 선수, 코치, 감독 그리고 보이지 않는 현장의 스태프들 역시 과부하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단순히 야구판만이 아닌 세계적 재난이기에 혹자의 입장에서는 ‘야구하는 놈들이 고생하기 싫어 징징대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금전적 손실과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는 노력이 선수의 부상과 현장 스태프의 과부하, 리그 수준 하락을 막을 수 있다면 그 편이 낫다. 지금의 선택이 평생을 ‘야구’만 한 누군가의 미래를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잘못된 초기 대처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신철민 에디터: 144경기 가능, 하지만 의미 있는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만 강행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KBO는 고척스카이돔을 대여해 포스트시즌 중립경기를 진행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추운 날씨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며 144경기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또한 확대 엔트리를 조기 도입해 선수들의 체력 안배도 신경 썼다. 그러나 지난해 유례없는 태풍으로 경기가 연달아 취소되면서 막판 정규리그 일정이 꼬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 NC 다이노스는 하루 휴식 후 바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렀다.


또한 수년간 경기력 저하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점도 고민이 필요하다. 선수층이 얇은 KBO 특성상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이가 크다. 확대 엔트리 운영이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오히려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로 인해 경기력 저하 문제가 더 불거질 수 있다. 물론 중계권료 등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KBO도 고육지책을 낸 결론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기회 삼아 새로운 수익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송서미 에디터: 경기 수 조정 필요


144경기에 대한 부분은 조정이 필요하다. 더블헤더 경기부터 월요일 경기 등 다양한 안이 나오고 있는데, 어느 쪽이든 선수들에게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훈련도 늦춰졌고, 타 팀과의 연습경기도 늦어져 청백전으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했다. 늦은 만큼 제 실력을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다른 시즌에 비해 오래 걸릴 텐데, 같은 경기 수를 소화한다는 건 객관적으로 볼 때 우려가 크다.


관람객의 입장에서도 무리한 144경기 강행으로 경기의 질이 떨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1군, 2군 선수들이 경기를 병행하는 안 등은 고려해볼 만하다. 1군 선수들은 체력을 비축할 수 있고, 2군 선수들 입장에서는 실전 경험을 더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조예은 에디터: 144경기 무모하지만 경기 수 줄이기에는 늦어


개막이 한 달 넘게 미뤄진 지금, 144경기를 모두 치르는 게 다소 무모해 보인다. 특별 서스펜디드 경기, 더블헤더도 시행되는 만큼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부하가 걸릴 것이다. 리그 초반에는 선수들의 체력이 받쳐 줄지 모른다. 그렇지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경기 질 하락과 부상 위험을 걱정해야 한다. 여름 장마철에 우천 순연되는 경기까지 소화하기엔 남은 2020년이 너무 짧다.


하지만 시작된 시즌의 경기 수를 줄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경기를 미루지 않고 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번 시즌만큼 팜 시스템과 백업 자원이 중요한 해는 없을 것이다. 한해 농사가 걸린 일이니, 이미 각 구단의 감독도 이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다. 2군 선발 자원을 시험해보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특별 엔트리도 시행된다. 이번 시즌이 신인과 유망주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리그가 멈춘 가운데, KBO리그는 첫발을 내디뎠다. 이 길이 험난할지 모르나 돌아갈 순 없다. 그저 팬으로서 응원할 뿐이다.


최윤식 에디터: 144경기 강행, 불펜투수에게 독이다


모든 선수에게 짧디짧은 기간 속 전 경기 강행은 독이다. 특히 투수에게 더욱 그렇다. 지난 시즌까지 7~8개월가량의 긴 시간을 가지고 리그를 치른 투수가 갑자기 이보다 짧은 시간에 모든 로테이션을 돌면 과부하는 필연적이다. 그나마 로테이션을 지키며 등판하는 선발투수는 덜할 수 있겠지만 어느 순간, 어느 경기에 나올지 모르는 불펜투수는 올 시즌의 강행군에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불펜 자원은 2군 유망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느냐’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이트하게 경기를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필승조 말고 2군 투수나 유망주를 등판시키는 감독은 없다. 당연히 승리를 지키기 위해 확실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됐기에 피부로 와닿지 않지만, 곧 장마도 다가온다. 우천순연이 쌓이고 쌓여 경기가 몰리기 시작하면 불펜 자원이 풍부한 팀은 최소한의 출혈로 헤쳐갈 수 있겠지만 믿을맨이 마땅치 않은 팀들은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10호(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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