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SP] NC 다이노스 임선남 데이터 팀장 & 스카우트 팀장

조회수 2020. 4. 17. 15: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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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임즈를 영입한' NC 임선남 데이터 팀장 인터뷰🦖

고민하지 말Go!


대기업을 다니면서 취미로 세이버메트릭스를 공부했다. 그때만 해도 임선남은 자신이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할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다. 그러던 그에게 2011년, 모든 걸 바꿀 이직 제의가 들어왔다. 도전을 즐기는 그에게 NC 소프트의 제안은 흥미로웠고 별다른 고민 없이 이직을 결심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 말만 들으면 참 아름다워 보이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비선수 출신이라는 이유로 회의실에서 쫓겨났고 현장은 기대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때마다 그는 ‘일단 해보자’라는 신념으로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그렇게 하나둘씩 기반을 다진 임선남 팀장은 어느새 NC 다이노스의 데이터 야구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 됐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신철민 Location NC소프트

#재미있어서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먼저 부탁해요.

NC 다이노스 데이터 팀과 스카우트 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임선남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학 시절 이력이 특이해요. 서울대학교 공대에 입학해 미학과로 전과했어요.

정확히는 재입학이에요. 그때만 해도 전과가 잘 안 됐거든요. 휴학을 하고 다시 공부해서 미학과에 입학했어요.


재입학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롭게 익히고 알아가는 걸 좋아해요. (경제학을 복수로 전공한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맞아요. 재밌어 보여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도전을 즐기는 성격인가요?

궁금한 건 꼭 직접 해보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려요. 애초에 그러지 못할 거 같으면 시작도 하지 않는 편이에요.


야구는 언제부터 좋아했나요?

어린 시절에 좋아하다가 크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요. (다시 빠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대학생 때 박찬호 선수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거든요. 그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당시 한국야구는 데이터 활용이 전무했어요. 세이버메트릭스는 어떻게 공부했나요?

와이프가 생일 선물로 가지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봐서 ‘아마존’이라는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세이버메트릭스 책을 사달라고 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데이터를 가지고 책에 나온 방법대로 하나씩 공부했어요.


세이버메트릭스의 어떤 점이 흥미를 느끼게 했나요?

수치를 기반으로 계량적인 분석도 할 수 있고 다른 시각으로 야구를 접근하는 게 매력적이에요. 예를 들어 타자가 30개의 홈런과 WAR(Win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4를 기록했을 때 ‘30홈런 타자’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4승의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표현하잖아요. 이런 점이 신선했어요.


다른 회사에 다니다가 2011년에 NC 소프트로 이직하게 됐어요.

전에 다니던 회사가 싫진 않았어요. 안정적이고 나름 인정도 받고 있었죠. 다만 인생에서 이런 경험을 해볼 기회가 두 번 다시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결심했어요.

#포기하지 않고


입사 초반에는 본사 데이터 정보센터에서 근무했어요.

구단 내에 데이터 팀이 따로 없었어요. 대신 센터 안에 야구 파트가 신설돼 그쪽에서 근무하게 됐어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구단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팬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힘썼어요.


야구단에는 언제 넘어가게 됐나요?

‘대표이사 직속 정보전략 담당’이라는 직책으로 2012년 10월에 합류했어요. (주로 어떤 업무였나요?) 외국인 선발에 관여했어요. 구단에서 외국인 후보 리스트를 받으면 데이터를 통해 명단을 추리고 저와 박찬훈 해외 스카우트의 리스트를 비교하면서 선발을 진행했어요. 그러다 2014년 말, 구단에 데이터 팀이 만들어지면서 팀장 자리를 맡게 됐습니다.


외국인 선수 선발에 대한 일화가 있나요?

처음 외국인 선발을 했을 때 사전 공유 없이 2/3 정도 명단이 겹친 거예요. 흥미로운 결과였어요. 에릭 해커는 처음부터 겹쳤던 선수였고 찰리 쉬렉은 데이터 팀에서 점수가 더 높았어요. 아담 윌크는 나중에 포함됐고요. 찰리와 아담 모두 좋은 선수였지만 나이가 어려 KBO에 오기는 이르지 않나 판단했어요. 결과적으로 둘 다 팀에 합류했고요.


처음부터 징조가 좋았네요. 아쉬움이 남았던 건 없나요?

아담 선수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어요. 좌완 선발이 부족했던 팀 사정상 꼭 필요한 선수라 무리하게 영입을 시도했거든요.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소속 구단도 한국에 보내려는 의지가 강했어요. 결국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게 됐죠.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그 이유라고 봐요. 

데이터 팀이 신설됐을 때 분위기가 궁금해요.

기대 반 우려 반이었어요. 데이터를 활용해 뽑은 외국인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기록해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선수 출신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반응이었죠.

비선수 출신으로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전력분석 팀과 미팅을 했는데 “야구 잘 모르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직접 경기를 뛰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가 느끼는 감정을 모른다는 거죠. 전력분석실에서 회의하다가 쫓겨난 적도 있어요. 지금은 구단에 계시지 않은 코치님이 회의 중에 “뭐 하는 애들인데 여기 들어와 있는 거야”라고 하셨거든요. 


이런 냉담한 반응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했나요?

맨땅에 헤딩한다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시도했어요. 저를 비롯해 해외를 담당하는 박찬훈 스카우트,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 송민구 매니저까지 세 명이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아침에는 트리플A 경기를 보고 저녁에는 한국야구를 봤어요. 남는 시간에는 데이터 분석을 하고요. 6월 초가 되면 박찬훈 스카우트는 미국으로 떠나고 저와 송민구 매니저는 한국에서 계속 업무를 이어갔어요. 1년 동안 200~300경기 정도 본 것 같아요.


분석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신경 썼던 건 무엇인가요?

필요성을 입증하는 거요. 솔직히 초반에는 확신이 없었어요. 다행히 찰리나 에릭 테임즈 같은 선수가 성공하면서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다음은 현장에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러면 초반에는 데이터를 분석해 자료를 전달해도 반응이 좋지 않았겠어요.

이야기는 잘 들어주셨는데 딱 거기까지였어요. 신선하다고 말하지만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료를 만들었어요.


받아들였다고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2018년쯤으로 기억해요. TV로 중계를 보고 있는데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저희가 만든 자료를 읽고 있는 게 카메라에 잡혔어요.


선수를 판단할 때 어떤 지표를 중요하게 여기나요? 

구체적인 건 영업비밀이고요. (웃음) 찰리를 예로 들어 설명해볼게요. 찰리는 이닝당 출루 허용률이 낮고 땅볼의 비율이 높은 투수였어요. 제구도 좋고요. 이런 장점들을 보고 이 선수가 긴 이닝을 소화할 확률이 높고 선발투수로서 KBO리그에 잘 정착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전력분석과 데이터 팀의 업무는 비슷해 보이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력분석은 데이터 팀보다 전통적이에요. 상대 타자와 투수를 분석한 자료를 선수들에게 브리핑하고 당일 경기플랜을 짜죠. 반면 데이터 파트는 중장기적인 부분에 중점을 둬요. 외국인 선수 영입과 현재 팀의 특징이 무엇인지에 관한 걸 분석하고 상황에 따라 다른 팀과 비교한 숫자를 토대로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요.


지난 시즌부터 전력분석과 데이터 팀이 통합됐는데 어떻게 운영하나요?

인원을 창원과 판교 본사로 나눴어요. 창원에 있는 인원은 현장 대응 중심이에요. 영상과 기록 분석을 담당하고 있죠. 예전과 다르게 현장에서 타순을 비롯해 다양한 의견을 요청하고 있거든요. 본사에서는 중장기적인 플랜에 집중하면서 연구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스탯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추죠.

#새로운 도전


2018시즌이 끝나고 스카우트 팀장 제의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어요. 외국인 선발 업무를 담당했지만 데이터 분석을 통해 리스트를 정리하는 것뿐이고 선수를 관찰하는 건 박찬훈 스카우트의 몫이거든요. 데이터가 부실한 점도 부담이 됐어요. (제의를 수락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하라니까 한 거죠. 자원한 건 절대 아니에요. (웃음)


팀장 자리를 맡고 현장 스카우트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현장의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어요. 일에서 제일 중요한 건 팀원을 신뢰하는 거예요. 현장 스카우트는 저보다 훨씬 뛰어난 전문가잖아요. 제 역할은 팀을 대표로 스카우트를 위한 좋은 업무 환경을 구단에 건의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마추어 야구는 데이터가 부족해 일관된 평가를 하기 어려워요. 그만큼 스카우트에도 제약이 생기는데 어떻게 이를 극복하려 했나요?

내부 기준을 명확히 세우려고 했어요. 구단 안에 아마추어, 외국인 스카우트, 육성팀과 1군까지 많은 영역이 있는데 과거에는 제각기 다른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했어요.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불신이 쌓여 있더라고요. 데이터 팀장을 하면서 아마추어를 제외한 영역은 기준을 일원화했고 스카우트 팀장이 된 이후에 아마추어까지 통일했어요. 


스카우트 팀장을 맡기 전에 아마야구를 본 적이 있나요?

퓨처스리그 정도만 챙겨봤지 아마야구는 스카우트 팀을 맡으면서 보기 시작했어요. 데이터 팀과 해외업무 때문에 자주 보지 못했지만 틈틈이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동안 봤던 야구와 다르고 어렵더라고요.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나요?

외국인 선수는 즉시 전력을 찾는 게 목적이라면 아마는 잠재력을 발굴하는 게 포인트예요. 그 점이 가장 어렵고 지금도 잘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은 현장 스카우트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고 있어요.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고의 지명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지명을 잘한 건 민동근, 문왕식, 김형준 스카우트 덕분이에요. 저는 환경을 만든 거 말고는 한 게 없어요. 다만 지금의 평가는 시기상조예요. 신인은 3년, 길게는 5년 후에 1군에서 어떻게 활약하느냐가 중요한 거잖아요. 5년 뒤에 ‘2019년 NC의 신인 지명은 정말 최고였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작년에 첫 임기였는데 소감이 궁금해요.

세운 목표는 거의 다 달성했어요. 스카우트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관찰 결과를 보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일을 위한 일을 줄인 게 만족스러워요.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지명이 끝나고 가진 회식이요. 1년 농사를 다 짓고 나니까 홀가분하더라고요.


앞으로 보완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아마야구에서 데이터를 더 활용하고 싶어요. 현재에 만족하는 건 좋지 않아요. 그래서 기존의 스카우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랩소도(Rapsodo, 기존 구단에서 활용하는 트랙맨과 같은 투타 정보를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휴대가 가능한 이동식 트랙맨) 같은 장비도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활용해보려고 해요.

#끝은 없다


최근 대부분의 KBO 구단이 데이터 팀을 구성했는데 1세대로서 감회가 어떤가요? 

길진 않았지만 예전에도 구단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 1세대는 아니에요. 데이터 분석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제가 처음인 것뿐이죠. 팀이 꾸려진 것도 그렇고요.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는데 한국야구가 바뀐 게 느껴져요.


데이터 분석가에 대한 처우는 아직 부족해요.

구단마다 차이가 있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워요. 전에는 그런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딱 그 수준의 사람만 뽑는 거예요. 정당한 시장가치를 지불해야 이에 맞는 대가를 얻을 수 있어요.


데이터 분석가를 직업으로 희망하는 이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나요?

포인트는 3가지예요. 야구에 대한 지식, 데이터 분석 능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요. ‘저는 야구가 너무 좋습니다’, ‘뽑아만 주시면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사람은 절대로 안 뽑아요. 통계 분야를 전공했는데 심각할 정도로 야구를 모르는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들어와서 배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요. 회사는 학교가 아니잖아요. 사실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중요한데 대부분 앞에서 걸러져요. 그리고 본인의 자료를 현장에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도 필요해요.


타 팀과 차별화된 NC만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거요. 전력분석실에 데이터 분석가가 함께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본사에서 근무하면 장기적인 시각의 연구를 함께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이번에 태블릿 PC를 선수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는데 데이터 팀의 아이디어인가요?

돈이 워낙 들어서…. (웃음) 김택진 구단주님의 의지였습니다. 데이터 야구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계시거든요. 정말 감사해요.


데이터의 사용 방향이나 현장의 관심도 달라졌나요?

트래킹 장비가 보급되면서 선수들이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잦아졌어요. 과거의 세이버메트릭스는 지나간 일을 분석해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 예측을 하는 거라 선수가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트래킹 시스템은 스피드건처럼 행동에 대한 결과물이 그대로 나와 선수가 받아들이기 쉬워요. 예를 들어 경기마다 팔의 각도를 다르게 던져 공의 회전수와 움직임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고 투수에게 맞는 최적의 각도를 찾을 수 있어요.

데이터의 끝은 어디일까요?

아직도 할 게 무궁무진해요. 우리나라는 이제 공을 트래킹할 수 있는 단계고 축구처럼 선수의 움직임까지 관찰하진 못해요. 앞으로는 선수 개개인의 움직임 추적까지 발전할 거고 그렇게 되면 새로운 영역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해요.


마지막으로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와 NC팬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작년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시즌 개막이 미뤄지게 돼 아쉽습니다. 팬들과 건강한 모습으로 야구장에서 만나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변함없는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08호(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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