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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BK의 시선] 광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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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BK의 시선’에서는 조금 특별하게 후배를 응원하는 선배 김병현의 이야기를 담았다. 14년 동안 정들었던 팀을 떠나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에게 BK는 해줄 말이 너무도 많다고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MLB에 도전할 후배들에게도 진심으로 전할 조언이 있다고 밝힌 김병현 해설위원.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로서 어떤 말을 남기고 싶었을지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에디터 최윤식

#32살의 도전


지난해 12월,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유니폼을 입으며 정든 SK 와이번스를 떠나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리고 약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시범경기가 중단될 때까지 그는 4번의 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1홀드 8이닝 11탈삼진 무실점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이에 대해 김병현 해설위원은 “요즘 ‘뭉쳐야 찬다’ 때문에 축구를 더 열심히 보는데…. (웃음) 장난이고 우리 후배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얼마나 잘하는지 당연히 챙겨보고 있지. 시범경기 첫 등판 때는 긴장을 한 게 눈에 보이더라고. 그래도 이후에 본인 기량을 잘 찾은 것 같아. 지금 코로나 때문에 시범경기가 중단됐는데 그전까지 무실점을 기록했으니까 물음표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확신을 줬다고 봐. 개막이 연기돼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잘 준비해서 본 시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후배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이야기였지만 그는 김광현의 도전에 처음부터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이거 솔직히 말해도 되나? 사실 안 가길 바랐어”라며 운을 뗀 BK는 “적은 나이가 아니잖아. 한국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어서 KBO리그의 레전드로 남아도 충분한데 지금 미국에 가는 게 옳은 일인지 한편으로 걱정이 됐어. 리그가 달라지면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하잖아. 문화, 언어, 음식 같은 사소한 것부터 가장 중요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까지 말이야. 30대가 넘은 나이에 이걸 견뎌내기가 쉽지 않거든. 그런데 시범경기를 보고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괜한 걱정을 한 거 같아. 다들 아주 잘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나도 그래서 이제 걱정보다 기대를 하며 응원하고 있어.”


#BK가 보는 카디널스와 KK의 경쟁력


김광현을 선택한 세인트루이스는 19세기에 창단해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전통을 가진 구단이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성적도 화려하다. 내셔널리그 팀들 가운데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팀이자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뉴욕 양키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김병현 위원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2000년대 초반에도 세인트루이스는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 “세인트루이스는 전통의 강호지. 토니 라 루사라는 명장이 팀을 지휘했고 지금 LA 에인절스에 있는 알버트 푸홀스가 당시에는 카디널스를 대표하는 강타자였어. 홈런도 잘 치는데 콘택트 능력도 좋아 까다로운 타자로 기억해. 투타 밸런스도 좋아서 중부지구 1위는 항상 카디널스 차지였어. 지금 팬들에게는 우리 (오)승환 후배가 뛰었던 팀으로 기억할 거야.”


오랜 전통을 가진 구단에는 그들만의 확고한 문화가 있다. 올 시즌 새롭게 팀에 합류한 김광현에게 첫 번째로 주어진 과제는 바로 이 문화에 녹아드는 것이다. “재작년에 ‘BK 원정대 시즌 2’로 승환이를 만나러 갔잖아. 그때 잠시 세인트루이스에 대해 들었는데 다른 메이저리그에 비해 보수적이라고 하더라고. 이렇게 들으면 적응하는 게 힘들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는 오히려 금방 팀에 녹아들 수 있다고 봐. KBO리그나 아시아 리그는 선후배 간의 규율도 확실하고 문화적으로도 예의나 규칙을 명확하게 지키려는 경향이 있잖아. 광현이를 포함해 아시아 선수들에게는 이런 문화가 오히려 좋지. 영상을 보니까 선수들하고도 잘 지내는 것 같더라고. 성격이 좋아서 금방 잘 지낼 거야.”


메이저리그 1년 차를 준비하는 KK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보직이다. KBO리그에서 줄곧 부동의 1선발로 활약한 김광현이라고 할지라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아무것도 보장된 게 없다. 튼튼한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는 팀이기에 항간에는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병현 위원은 “선발투수를 보장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자리에 상관없이 잘하는 게 중요해. 물론 김광현 선수 팬들은 처음부터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시고 싶을 거야. 그런데 그건 욕심이야. 아무리 요즘 KBO리그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해도 MLB 입장에서는 아직 변방일 뿐이야. 물론 류현진이라는 성공적인 케이스가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한 명이 다잖아. 그리고 팀의 여러 사정도 고려해야 해. 결국 팀이 내린 임무를 잘 수행하고 거기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거지. 그러면 선발투수 기회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야.”


“그렇다고 광현이가 선발투수로서 부족한 건 아니야. 여러 장점이 있어. 우선 풍부한 선발 경험은 플러스 요인이야. 구속도 평균적으로 140km/h 후반 대를 뿌릴 수 있기 때문에 뒤처지지 않아.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이미 한국에서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에게 평균 이상의 구종이라며 높은 점수를 받았고 말이야. 이런 점들을 비춰봤을 때 광현이는 세인트루이스 입장에서 활용 가치가 뛰어난 선수야.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게 있어. 한국에서도 그렇고 시범경기에서도 첫 이닝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더라고. 이 부분만 잘 극복하면 충분히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지 않을까 생각해.”


#KBO리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김광현을 비롯해 많은 선수가 과거와 다르게 KBO리그 진출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있다. 당장 2020시즌 이후에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과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MLB 진출 의사를 밝혔다. “나라를 대표해 가는 거니까 모두 응원하고 싶어”라며 말을 시작한 김병현 위원은 “제대로 했으면 좋겠어”라고 짧고 강한 한마디를 남겼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많으면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다양한 야구를 즐길 수 있잖아. 근데 이게 오래 가려면 선수들이 잘해야지. 과거에도 김현수, 박병호, 윤석민, 황재균 등 여러 선수가 메이저에 왔지만 제대로 못 하고 한국에 돌아갔어. 그게 좀 안타까워.”


“하성이랑 현종이는 과거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 정말 마음먹었으면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치열하게 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팬들이 관광하러 갔다고 안 하지. 물론 다른 상황이 겹쳐 안 좋게 끝날 수 있지만 이런 건 얼마만큼 본인이 노력했는지에 따라 충분히 달라져. 팬들은 현진이가 재능이 뛰어나서 버티는 거라고 하는데 메이저리그는 재능만으로 견딜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이에 비례하는 노력과 치열함이 있어야 가능한 거지. 그 점을 앞으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알았으면 좋겠어.”


#광현이에게 전하는 편지


“광현아, 우선 그토록 바라던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게 돼 축하한다. 늦었지만 그만큼 한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갔으니까 너무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 생활이 지금은 설레고 즐거울 텐데 오래 지내다 보면 외로울 때가 있을 거야. 항상 한국에서 지켜보고 응원하는 가족과 팬이 있다는 거 잊지 마. 거기에 나도 있으니까 가끔 내 생각도 해주고. (웃음) 농담이고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두 좌완 에이스가 모두 MLB에 진출했는데 리그는 다르지만 항상 서로를 생각하고 응원하며 지냈으면 좋겠다. 1년 차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야. 몸 관리만 잘해서 본인이 가진 실력을 미국에서도 잘 펼쳤으면 좋겠다. 김광현, 파이팅!”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08호(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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