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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Tip] 과몰입 No! 선수들이 말하는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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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스포츠 드라마는 망한다’는 편견을 깨고 많은 야구팬의 사랑을 받은 ‘스토브리그’가 열화와 같은 성원 끝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야구팬의 사랑만 받았냐고? 물론 아니다. 마치 홈런의 포물선을 따라가듯 시청률 역시 고공 행진하며 최종회는 무려 수도권 시청률 20.8%, 전국 시청률 19.1%, 순간 최고 시청률 22.1%를 달성했다. 누구도 성공을 부정할 수 없는 아름다운 피날레였다. 그렇다면 ‘스토브리그’는 왜 인기였을까? 현실을 제대로 고증했다고 하는데 과연 어디까지 진짜일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에디터 소경화

#S1: 4번 타자 임동규의 트레이드


백승수 단장이 드림즈에 오자마자 한 일은 4번 타자 임동규의 트레이드 선언이었다. 유니폼 지분의 8할을 차지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스타의 트레이드라니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돌아보면 아예 없던 일도 아니다.


KIA 타이거즈 홍상삼은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삼성 라이온즈 김시진 트레이드 사례만 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다만 그건 예전이라 가능했던 거고 현재 KBO리그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가 예시로 든 1988년 11월에 이뤄진 롯데 최동원-삼성 김시진이 포함된 4대4 트레이드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초대형 빅딜이었다. 놀라움이 가시기도 전 한 달 뒤에는 삼성 장효조와 롯데 김용철이 포함된 2대2 트레이드가 성사됐고 이는 선수 노조 결성과 연봉 협상 과정에서 팀과 마찰을 빚은 선수들을 정리하기 위함으로 드러났다.


임동규의 트레이드 역시 선수단과 프런트 사이의 이간질과 정치질, 그리고 백승수 단장과의 마찰로 인해 시작됐으니 이는 완벽한 현실 고증이었다.


#S2: 김영채 아나운서의 악마의 편집


필자가 가장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 있다면 그건 바로 김영채다. 그는 백승수와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길창주 인터뷰를 악의적으로 편집했고 ‘이렇게 해도 되냐’라는 PD의 말에 주저 없이 ‘컷’을 지시하며 길창주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왜곡시켰다. 이게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SBS Sports 김세연 아나운서는 “그런 악마의 편집은 절대 불가능하다. 아나운서는 물론 PD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다. 옛날이라면 모를까”라고 단언했다. 그렇다. 보는 눈이 몇인데 정치판도 아니고 스포츠판에서 어느 누가 그런 간 큰 짓을 할 수 있을까.

#S3: 연봉 협상의 난항


야구 선수는 물론 직장인도 공감할 만한 주제였던 연봉 협상 회차는 많은 이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서로 다른 스탯, 서로 다른 상황, 서로 다른 이해관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기란 당연히 불가능했다.


한 지방 구단의 6년 차 선수는 “한국은 협상보다는 통보”라며 협상 방식을 지적했고, 다른 구단의 10년 차 선수는 “내가 애써 준비해간 자료는 보지도 않았다. 아직도 너무 구시대적이다. 절대 협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또 다른 6년 차 선수 역시 “조금 오르겠지? 싶은 마음에 들어갔다가 적힌 금액을 보고 실망하는 모습에 깊이 공감했다. 하지만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 저연봉일 때 괜히 밉보여봤자 좋을 게 없다. 들어가자마자 ‘감사합니다’ 하고 사인하고 나오는 거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대부분의 선수가 연봉 협상 과정 중 그려진 투수 유민호의 모습에 공감하는 한편, 주전 포수인 서영주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며 난색을 보였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동과 언행이다. 너무 선을 넘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S4: 신인 드래프트와 스카우트


부정적인 에피소드만 있던 것은 아니다. NC 다이노스 정구범과 임형원은 “드래프트 장면이 현실과 똑같았다. 재현을 너무 잘해놔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며 완벽한 현실 고증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다만 양원섭 스카우트 팀장의 지나친 훈련 개입과 집까지 찾아오는 부분은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KIA 최정용은 “집에 찾아오는 경우는 없다. 그렇게 개입도 못 한다. 그냥 지나가다 한마디씩 아픈 데 없는지 묻는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까지 고교야구, 대학야구에서 뛴 신인 선수들에게도 물었다. 삼성 라이온즈 김지찬은 “야구를 하면서 스카우트가 경기 중 난입을 하는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저 시합만 보고 간다.”, NC 안인산은 “집에 찾아오는 것은 물론, 부모님과 알고 지내는 일도 없다”, 임형원은 “만약 스카우트가 집에 찾아가는 일이 벌어지면 정말 큰일 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대졸 선수들이 말을 덧붙였다. 롯데 황성빈은 “요즘 드래프트에서는 대학생을 선호하지 않아 지명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때 대졸 선수로서 현실과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LG 트윈스 성재헌은 “대학야구는 1년 내내 지방에서만 경기하고 고등학교와 대회 기간이 겹쳐 보여줄 시간이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S5: 드림즈, 내가 왔다


팀을 향한 애정 하나로 다시 드림즈로 돌아온 강두기 그리고 임동규. 사실 따지고 보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란 선수가 아닌 팬이 더 목을 매는 게 현실이다. 특히 요즘처럼 그 가치가 떨어졌을 때는 더하다. 더는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예우하지 않고, 선수는 돈을 좇는다. 이적생들의 활약 역시 쏠쏠하기에 팬들 역시 ‘활용도’가 떨어진 선수는 구태여 잡지 않는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스타가 주는 상징성과 한 팀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받은 인정은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전히 프랜차이즈 스타를 꿈꾼다. KIA 유민상은 강두기를 보며 곽정철 투수 코치의 현역 시절을 떠올렸다. “선수들이 괜히 곽정철 코치님 보고 곽두기라고 하는 게 아니다. 외모도 닮았지만, 실제로 선수 시절에 그런 모습을 보여 오신 분이다. 늘 후배들을 위해 앞장섰고, KIA 타이거즈 선수라는 자부심을 품고 행동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잇몸이 마르도록 ‘정철이 형’을 칭찬했다.

#S6: 비활동기간 합동 훈련


계속해 통일된 의견을 내놓은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엇갈린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만큼 비시즌 합동 훈련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현재 KBO리그는 12월부터 1월까지 비활동 기간이며, 이 기간에는 선수들의 단체 훈련이 금지되고 오직 개인 훈련만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규약을 두고 ‘비활동기간 팀 훈련 금지는 고연봉 선수들의 기득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따로 따뜻한 곳으로 해외 훈련을 하러 가는 선수들과 그러지 못하는 선수들의 격차를 늘린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고액 연봉을 받는 일부 선수들은 유명 코치를 찾아가 훈련을 받기도 한다.


이에 중견급 선수들은 “비시즌에는 월급이 안 들어오니 개인적으로 운동하는 게 맞다”는 반응을 보였고, 신인급 선수들은 “개인적으로는 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물론 “본인이 어떤 식으로 훈련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훈련 장소가 없는 선수에게는 절대 강압 없이 신청으로 할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본다”고 대답하는 선수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시즌 합동 자율 훈련은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결국 모순이다. 시즌 때 보내지 못한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재정비를 하며 각자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게 맞다. 그게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다”라고 강조했다.

#S7: 재야의 고수들의 등장


권경민 상무의 훼방으로 전지훈련 계획에 위기를 맞은 드림즈.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일 먼저 찾은 것은 과거 드림즈의 영광을 함께한 재야의 고수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야구장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지만 빛은 받지 못하는 선수단의 그림자, 불펜 포수와 투수 그리고 컨디셔닝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과연 이들이 온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까 싶지만, 홍상삼은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이동건 불펜 포수가 공을 받으면 흥분이 된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진짜 내가 잘하나?’라는 착각을 하게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동건 포수와 함께 인하대를 다닌 KIA 오선우는 “내가 1학년 때 동건이 형이 4학년 리더였는데 쉬는 날마다 본인이 직접 바나나와 수박을 갈아 후배들 먹이고, 동기 형들한테 요리해주는 모습을 보며 정말 놀랐다. 치울 때도 늘 자기가 한다고 후배들더러 가라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멋있더라. 스무 살 때 생각 없이 행동하고 막 나갔는데 형이 많이 잡아줬다. 배울 게 차고 넘치는, 야구하면서 유일하게 존경하는 형이다”라고 덤덤하게 마음을 전했다.


***

확실히 선수는 선수였다. 현실판 스토브리그의 주인공들이기에 과몰입하는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더그아웃 매거진>은 제대로 과몰입을 해서(?) 백승수 단장이 표지를 맡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스토브리그’가 만루 홈런급 성공을 때려낸 건 확실하다. 취재 결과, KBO리그에는 딱 두 부류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미 끝까지 다 본 자와 정주행하려고 남겨놓은 자 말이다. 벌써 시즌 2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어떤 배경이어도 좋다. 우리는 스토브리그가 돌아올 때까지 진짜 야구 시즌을 즐기고 있을 테니까!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07호(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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