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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Voice] FA, 과거의 보상이 아닌 미래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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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FA는 과거의 보상이 아닌 미래의 투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팀의 레전드 선수에게 수십억 금액을 안겨주는 ‘과거 보상형’의 FA 계약 또한 존재했으나, 앞으로도 이런 계약을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8년 겨울에는 박종훈 전 한화 이글스 단장이 송광민, 최진행 등 처음 FA 자격을 획득한 프랜차이즈 선수들에게도 냉정한 조건을 제시해 ‘한화가 온정주의를 버렸다’는 말이 돌았다. FA는 아니지만, 올겨울에는 롯데 자이언츠가 18명의 선수를 무더기로 방출하기도 했다. 성민규 단장은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지만, 그 사정을 봐주다 보면 아무 일도 못 하기에 강하게 밀어붙였다”라고 전했다. 지금은 이러한 일이 KBO리그에서 화제가 되지만, 앞으로는 일상일 것이다. 선수를 가치에 따라 철저히 평가하는 것 말이다.


에디터 최홍서 사진 롯데 자이언츠

#비싸다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


이제는 위에서 언급한 것을 토대로 이번 비시즌에 팬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한 번 살펴보자.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는 물론 ‘오지환의 FA 계약은 거품인가, 아닌가?’일 것이다. 최근 포털 사이트 스포츠 뉴스의 댓글란을 보면 “차명석 단장이 KBO리그의 FA 거품에 일조했다”, “오지환이 터무니없는 금액을 받았다”라는 댓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력도 나쁘고 구단 덕에 군 면제까지 받았으며 알아서 돈 달라고 백지 위임한 선수에게 왜 4년 40억을 제시하느냐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글쎄, 과연 차명석 단장은 어째서 온갖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40억 원에 오지환을 잡았을까?


클래식 스탯으로만 봤을 때 오지환의 성적이 별 볼 일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해본 적이 없으며, 2019시즌에는 리그 평균 이하의 타율을 기록했다. 홈런은 매년 10개 내외에서 그치지만, 삼진은 홈런왕보다 더 많이 당한다. 실책 수도 많다. ‘공수 모두 평균 이하인데 구단을 잘 만나 군 면제도 받고 FA 대박도 터진 선수’라고 음해하기 딱 좋다.


하지만 세이버메트릭스 스탯을 살펴보면 오지환은 강정호, 김하성 다음가는 리그 최고의 유격수였다. 지난 10년간 리그 전체 유격수 중에서 강정호 다음으로 높은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기록했고 강정호가 미국으로 떠난 2015년부터의 성적으로 범위를 좁혀도 리그 전체 유격수 중 WAR 2위, WPA(Wins Probability added, 승리 확률 기여도) 2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2019시즌도 김하성에 이은 WAR 2위였다.


엄밀히 말해 타격 능력 자체는 2015년과 2016년을 제외하면 평범한 수준이었다. 2019시즌에도 wRC+(Weighted Runs Created, 조정 득점 창출력)가 100.8로 거의 리그 평균에 수렴했다. 다만 이를 폭발적인 주루능력으로 만회했다. 지난 10년간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루 RAA(Runs Above Average, 평균 대비 득점 생산)를 기록했다. 이는 국가대표 리드오프인 이용규보다 더 높은 수치다. 게다가 지난 5년간 리그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비이닝을 소화한 강철 체력의 소유자다.


수비 능력은 감히 KBO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평할 만하다. 지난 5년 동안 리그에서 가장 높은 RAAwithADJ(Runs Above Average with ADJustment, 포지션 조정 포함 평균 대비 수비 득점 기여도), WAAwithADJ(Wins Above Average with ADJustment, 포지션 조정 포함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 다음으로 높은 RNG(RaNGe, 수비 범위 관련 득점 기여도)를 기록했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범위도 넓고 수비도 잘하는 유격수였다는 뜻이다.


종합하자면 오지환은 평균 정도의 타격 능력과 리그 최상위권의 주루 능력을 토대로 팀의 승리에 높은 기여를 하는 타자 및 주자다. ‘오지배’라는 이미지가 강해 생겨버린 편견과는 달리 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수비를 자랑하는 유격수이기도 하다. 이를 보면 차명석 단장이 “세이버메트릭스 통계에서 매우 뛰어난 선수”라고 이야기한 게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게다가 이런 뛰어난 모습을 풀타임으로 보여줄 수 있음을 꾸준한 출장 기록으로 증명했다. 나이 역시 전성기에 접어들 나이인 만 29세다. 오지환 외에 단 한 명의 내야수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팀 사정상, LG는 그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했을 것이다. 때문에 협상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했음에도 불구하고 4년 40억의 금액을 안겨줬다.


#평가의 차이, 선수의 가치를 가르다


오지환과 마찬가지로 FA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특출난 성적을 올리지 못한 선수가 있다. 이쪽은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지난 2년간 스무 개 이상은 가뿐히 넘기던 홈런이 다섯 개로 줄어드는 등 타격 성적이 큰 폭이 하락했고 소속팀 감독이 이듬해에는 1루수로 기용할 수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수비마저 나빠졌다. 이에 단장은 해당 선수의 가치를 매우 낮게 평가했고, ‘국가대표급 2루수’라는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게 40억에 조금 못 미치는 보장금액을 제시했다. 그 결과 선수는 원소속 구단에 대한 애착이 컸음에도 이적을 결심했다. KIA 타이거즈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안치홍의 이야기다.


조계현 단장으로서는 나름 합리적인 제시였을 것이다. 어찌 됐든 2019년의 안치홍은 예년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불과 1년 사이에 18개나 줄어든 홈런은 지난 2년간의 활약이 공인구 덕을 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을 수 있게 했다. 리그 전체 2루수 중 가장 낮은 WAAwithADJ와 RAAwithADJ, RNG는 코치진으로 하여금 안치홍이 앞으로 2루 수비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에 빠지게 했다. 그렇다고 1루수로 전업시키자니 적은 타석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1루수 WAR 6위를 기록한 30대 초반의 유민상이 있다. 황윤호, 박찬호 등 2루수를 볼 수 있는 자원도 여럿이다. 따라서 안치홍과의 FA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꾸준히 빈약한 내야진을 지적받은 롯데의 입장에서 안치홍은 매력적인 카드였다. 2019시즌 롯데 2루수의 OPS는 .664로 리그 7위였다. 이마저도 시즌 초반 주전 2루수로 활약한 카를로스 아수아헤의 성적을 제외하면 더욱 낮아진다. 2루수 방향 타구 처리율은 89.51%로 리그 꼴찌였다. 리그 최악의 2루 수비를 보인 안치홍이 주전인 KIA보다 더욱 심각했다는 것이다. 올 시즌 강로한과 고승민이라는 2루 기대주가 나오기는 했지만, 두 선수 모두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민규 단장은 안치홍의 ‘미래 가치’를 높게 샀다. 비록 이번 시즌에 나쁜 수비를 보여준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이는 잘못된 방식의 벌크업으로 인해 순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한 본인도 날렵한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성기에 접어든 나이인 만큼, 과거의 수비를 재현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타격 성적이 나빠진 것은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성민규 단장이 영입 당시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홈런 수는 감소했을지언정 wRC+는 여전히 리그 내야수 중 상위권이고,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어도 리그 전체 2루수 중 WAR 3위를 기록했다. 2019시즌 롯데 구단 전체 내야수 중 안치홍보다 높은 OPS를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KIA와 롯데, 두 구단의 다른 팀 사정은 안치홍이라는 선수에 대해 다른 수준의 가치 평가를 하게끔 했다. 그 결과 KIA는 그와의 협상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롯데는 KBO리그 최초로 옵트아웃 조항까지 포함하는 등 선수와 구단이 만족하는 FA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유 없는 FA 계약은 없다


스타급 선수들이 50억 원이 안 되는 금액에 계약하던 과거와 달리 100억을 훌쩍 넘는 FA 계약이 속출하는 세태에 대해 많은 사람은 “KBO리그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합리적인 계약이 많아 보이는 이번 스토브리그에 대해 “드디어 거품이 꺼져간다”라고 칭찬한다. 하지만 에디터는 이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거품의 사례로 손가락질하는 100억대 FA 선수들은 밥값을 못했는가? 그렇지 않다. FA 전 120억을 받고 싶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실제로 100억 계약에 성공한 최형우는 이적 첫해에 타이거즈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OPS를 기록했고 팀의 열한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비웃었던 FA 계약 또한 마찬가지였다. 4년 35억원에 롯데로 이적했던 최준석과 3년 20억에 NC 다이노스와 계약한 이호준은, 영입 당시에만 해도 각각 ‘너무 비싸게 산 거 아니냐’, ‘20억에 로또를 사다니 무슨 생각이냐’ 등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준석은 4년간 리그 지명타자들 중에서 이승엽 다음으로 많은 홈런을 쏘아올리며(87개) 팀 타선의 중심을 든든히 지켰고, 이호준은 좋은 활약을 펼침과 동시에 베테랑 선수로서 신생팀의 젊은 선수들을 훌륭히 이끌며 NC의 레전드 선수로 남게 됐다.


구단은 기부 천사가 아니다. 단지 팀의 미래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지는 선수는 돈방석에 앉혀가며 영입하려는 것뿐이다. 이번 FA 시장은 억울하게(?) 평가절하된 오지환을 제외하면 거품이라 할 만한 계약은 없다. 그러나 내년과 내후년에는 또 어떤 흐름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도 구단은 그저 영입하려는 선수가 그만큼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하고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제시할 것이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06호(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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